소설리스트

현질하는 영주님!-108화 (108/322)

§ 108화 - 계속되는 의문(1)

휘청.

시안의 몸이 흔들렸다.

정신이 아득해지며 시야가 점멸했다.

하지만 시안은 까득, 이를 깨물며 떠나는 정신을 붙잡았다.

SS등급의 검을 바닥에 꽂으며 쓰러지려는 몸을 지탱했다.

고개를 들어 바로한 시선.

길게 베어진 세상의 풍경이 보였다.

그 풍경 안에는 루슈리아가 담겨 있었다.

오른쪽 옆구리부터, 왼쪽 어깨까지.

루슈리아의 몸에 새겨진 기나긴 상흔은, 끊어지지 않고 뒤쪽의 배경까지 모조리 베어내었다.

눈으로 담을 수 있는 모든 풍경이 베어졌다.

실로 초월적인 광경.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아무런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소리가 베어진 듯, 짙은 이명만이 들려온다.

그렇기에 알 수 없었다.

쩌억, 벌어진 루슈리아의 입.

그 사이로 비명이 새어나오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루슈리아는 입을 쩌억, 벌린 채 몸이 굳어져있었다.

휘몰아치는 붉은 마력.

무한에 가까운 악의(惡意).

그것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시안은 어렴풋이 인지할 수 있었다.

지금 보이는 루슈리아.

저건 더 이상 루슈리아가 아니다.

소멸한 것일까. 모르겠다.

뮤리엘의 육체를 그릇으로 쓰고 있었던 루슈리아였다.

시안이 베어낸 건 뮤리엘이 아닌, 루슈리아가 맞았다.

그러나 루슈리아가 소멸한 것인지까지는 알 수 없었다.

허나, 루슈리아는 억지로 본연의 힘을 이끌어내었고.

시안에 의해 강제로 그릇과의 연결이 끊어졌으며.

무엇보다 방금 시안이 펼친 힘.

극(極) - 수라천살(修羅天殺).

뮤리엘이 남긴 마지막 의지가 깃들었던 뮤리엘의 기적.

그 초월적인 힘은 시안이 감히 닿을 수 없는 경지로 끌어다주었고.

그렇기에 그것은 가히 카일의 수라천살이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었다.

루슈리아는 소멸했다.

그것이 완전한 소멸은 아닐지라도, 재기 불능의 타격을 입었다.

그렇기에 지금 보이는 루슈리아의 모습.

저것은 루슈리아가 아니라, 뮤리엘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뮤리엘은 차마 인간이라 할 수 없었다.

뮤리엘을 잠식했던 루슈리아는 사라졌으나.

지금의 뮤리엘은 존재해서는 안되는 존재.

모든 살점들은 썩어 문드러져있었고.

뼈는 녹아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미 천 년전에 죽어사라졌어야할 존재다.

루슈리아가 소멸했어도, 저 모습은 살아있는 생명체라 볼 수가 없었다.

그동안 ‘저것’이 움직일 수 있었던 건 루슈리아때문.

허나, 루슈리아는 지금 사라졌으니.

사르르륵···.

뮤리엘의 몸이 모래처럼 부서지며 흩날린다.

사선으로 갈라진 상흔부터 차례차례, 모래로 화해 허공으로 사라져갔다.

시안은 가만히 그 광경을 지켜봤다.

바로 그때.

[고마··· 워요.]

그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마 뮤리엘의 목소리인가.

육체에 아직 그 정신이 남아있는 것일까.

그럴 리가. 무려 천 년도 더 된 세월이다.

설령 남아있었다 한들.

천 년의 세월동안 루슈리아에게 삼켜져 붕괴되었을 것이다.

악마에게 잠식된 채 버텨온 천 년의 세월이라니.

헬렌도 100년에 그 정신이 붕괴되기 직전이었다.

아무리 뮤리엘이라 한들, 천 년은 너무도 까마득하다.

그러니 착각일 것이 분명했다.

정말··· 착각일까.

시안은 알 수가 없었다.

그 어떠한 악의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

악의는 커녕, 그 어떤 존재보다 고결한 목소리.

그것은 시안이 보았던 환각 속의 여인.

그곳에서 들렸던 목소리와 같았다.

그 순간.

뮤리엘의 몸이 일순간 움직였다.

천천히 몸을 뒤로 돌려, 시안을 바라본다.

이어 뮤리엘이 시안을 향해 천천히 손을 뻗어보였다.

이 또한 환상일까.

이제는··· 모르겠다.

그저 시안의 눈에는 뮤리엘이 시안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고.

손을 들어올리는 그 순간에도, 존재가 부정 당하며 모래로 화한다.

[저는···할 수··· 없었지만···.]

또 다시 목소리가 들려온다.

시안을 향한 뮤리엘의 손이 허공에 스친다.

닿고 싶지만 닿을 수 없는.

눈앞에서, 뮤리엘의 손이 모래로 부서지며 사라진다.

[그대에게···.]

바라본 뮤리엘의 모습은, 너무나도 추악했다.

눈에 담는 것만으로도 눈쌀이 찌푸려지는, 너무도 추악한 모습이었다.

역병의 근원.

세상의 모든 부정을 모아놓은 악(惡).

신녀(神女)라 불리던 뮤리엘이었건만.

지금 뮤리엘의 모습은 전혀 고귀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천 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 맞이한 죽음.

그녀가 끝내, 마지막으로 선택한 죽음은.

시안이 봐온 그 어떤 것보다도.

[무궁한 영광의··· 축복을···.]

사르르륵···.

고결한, 죽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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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뮤리엘의 기적 - 신화’ 효과의 지속 시간이 만료되었습니다!》

《‘뮤리엘의 기적 - 신화’ → ‘뮤리엘의 축복’ 으로 변경되었습니다!》

들려오는 스마트 폰의 경쾌한 알림음과 동시에 전신에 들어찬 힘이 쭈욱, 빠졌다.

초월적인 힘이 일시에 빠지며 끝없는 탈력감이 밀려왔다.

“커헉···!”

그와 함께 쏟아져오는 반동의 충격들.

바닥에 꽂은 SS등급의 검으로 지탱하고 있던 시안의 몸이 기울어졌다.

-주군! 괜찮으십니까!

다행히 켄드릭이 황급히 다가와 붙잡아 주었다.

그 덕에 쓰러지는 불상사는 면할 수 있었다.

시안은 켄드릭의 부축을 받으며 겨우 몸을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

‘뮤리엘의 기적 - 신화’의 버프로 가진 바 능력의 +1,000,000%를 발휘한 시안.

그 어마어마한 능력의 반동이 일시에 몰려왔으니.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용한 지경이었다.

다행히 버프의 효과가 ‘모든’ 신체 능력이었기에 가능했다.

신체 능력 전체가 상승되었었기에 ‘극(極) - 수라천살(修羅天殺)’ 자체에 대한 반동은 받아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끔찍한 충격이 있었지만 기절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충격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시안의 인지 영역 밖.

시안이 평생을 걷는다 한들, 닿을 수 있을까 싶은 까마득한 영역.

시안의 손으로 직접 펼친 힘이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시안은 그 묘리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해하지 못한 영역에 강제로 끌려간 충격이 머릿속을 헤집고 있었다.

솔직히 지금 ‘극(極) - 수라천살(修羅天殺)’ 을 다시 시전하라하면 할 수가 없었다.

뭘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는데 무얼 하란 말인가.

그래도 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과 한 번이라도 그 경지에 닿아본 것.

그것에는 실로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었다.

아득한 너머에 닿은 것만으로도 시안은 깨달은 바가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아흑···!”

지금은 죽을 맛이었지만.

시안은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에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3천 마리 정도 되는 좀벌레가 뇌 속을 갉아먹는 것 같다하면 어느 정도 설명이 될까.

도무지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

아리아한테 치료라도 받아야 하나 싶을 정도로 끔찍했다.

시안은 힘겹게 고개를 들어 아리아를 찾았다.

그리고 그리 멀지 않은 곳.

힘없이 바닥에 쓰러져있는 아리아를 볼 수 있었다.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새근새근, 가슴 부근이 들썩거리는 것을 보니, 단순히 기절한 것 같았다.

아무래도 루슈리아가 본연의 힘을 터트릴 때.

폭사하는 광기를 버티지 못하고 기절해버린 것 같았다.

치료는 커녕 되려 아리아를 챙겨야할 판이었다.

그래도 뭐.

일이 잘 해결되었으니 천만 다행이었다.

그렇게 시안은 지끈거리는 두통을 달래었다.

바로 그때.

철컥.

시안의 앞으로 철컥, 거리는 갑옷 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힘겹게 시선을 들자, 어둠으로 물든 갑옷을 입은 기사, 데스 나이트.

검은 사자 기사단의 기사들이 시안 앞으로 도열해보였다.

이윽고 시안을 향해 모두 한쪽 무릎을 꿇었다.

-검은 사자 기사단의 앤드류, 주군을 뵙습니다.

-검은 사자 기사단의 이안, 주군을 뵙습니다.

-검은 사자 기사단의 브래던, 주군을 뵙습니다.

-검은 사자 기사단의 벤자민, 주군을 뵙습니다.

.

.

.

그렇게 30명의 검은 사자 기사들이 각자의 이름을 말하여 예를 보였다.

그리고 방금 시안이 보인 힘 때문이었을까.

처음 마주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검은 사자 기사단의 찰스, 주군을 뵙습니다.

그렇게 30의 기사들이 모두 소개를 끝마치고.

마지막으로 시안을 부축하고 있던 켄드릭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도열한 기사들 가장 앞으로 나서며 무릎을 꿇었다.

-검은 사자 기사단의 단장, 켄드릭. 주군을 뵙습니다.

시안은 가만히 검은 사자 기사단을 바라봤다.

어딘가 달라진 듯한 느낌이었다.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진정한 주군을 만나뵌다는 느낌이 아니었다.

그런 느낌도 있었으나 근본적인 느낌은 아니었다.

뭔가··· 뭔가···.

-검은 사자 기사단, 켄드릭 외 30. 주군께서 하달하신 임무를 모두 완수하였습니다.

켄드릭이 나지막히 말을 내뱉었다.

그와 동시에 30의 검은 사자 기사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아···.”

그 모습에 시안은 깨달을 수 있었다.

죽음의 기사, 데스 나이트(Death Knight).

데스 나이트는 살아 생전의 기사가 원한에 사무쳐 부활한 마(魔)의 존재다.

사실 말이 마(魔)의 존재일 뿐.

원래는 그냥 광기에 사로 잡힌 언데드다.

죽어서도 잊지 못할 정도로 원한으로 사무친 존재들이다.

그 원한에 제 정신을 유지하기란 쉽지 한다.

하물며 그 시간이 천 년동안 지속되었다면야.

하여, 본디 이들은 모두 마(魔)에 삼켜져 광기만을 추구하는 언데드가 되어있어야만 했다.

그렇기에 사실 원한은 계기일 뿐.

본래라면 끝없는 죽음을 갈망하다 끝내 공허로 사라질 뿐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카일을 따르던 마(魔)의 기사단.

검은 사자 기사들은 광기에 삼켜지지 않았고.

그렇기에 뚜렷한 이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 말은 즉.

자신들이 부활한 원한이 풀리면, 그에 따라 존재할 근거 또한 잃게 된다는 뜻이었다.

화아아아악─!

검은 사자 기사단의 기사들의 몸에서 검은빛이 번쩍였다.

이윽고 하나 둘, 몸이 빛으로 화해 사라지기 시작했다.

방금 전, 뮤리엘이 사라지던 모습과 비슷하게 말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시안.

“······”

시안은 차마··· 뭐라 말을 내뱉을 수 없었다.

아니, 말을 내뱉고는 싶었는데···.

“아··· 아으···.”

차마 목구멍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았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시안은 이렇게 소리치고 싶었다.

‘가지마!!! 아직 임무 안 끝났어! 교황청의 사람들은 아직 수두룩하다고!’

라며 이미 속으로 계속해서 외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까웠으니까!

저들 전부가 모두 마스터에 이르는 기사들이었다.

심지어 카일의 마(魔) 또한 다루고 있으니.

대륙 어디에 이런 기사들이 있을까.

검은 사자 기사단은 천 년전에도, 지금도!

대륙 최강의 기사단이라 불러도 전혀 모자람이 없었다.

엘란두르의 하얀 늑대 기사단?

하! 웃기지 말라지!

농담이 아니라 하얀 늑대 기사단 전체가 달려들어도 안된다.

지금 저기 널브러져있는 신성 기사단을 보라.

루슈리아에 의해 증폭된 저들 또한 뚝딱이었거늘.

하얀 늑대 기사단은 뚝딱은 커녕, 뚝─하면 끝이었다!

그렇기에 시안은 당장이라도 ‘가지마!! 가지 말라고!!’ 라며 소리치고 싶었다.

아니, 이미 속으로는 수 백번도 더 소리치고 있었다!

하지만 차마 입 밖으로는 꺼낼 수가 없었다.

아마··· 시안이 남아달라한다면 저들은 남아줄 것이다.

저들은 검은 사자 기사단 중에서도 카일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이들이었다.

천 년전의 수행하지 못한 임무가 한(恨)이 되어 데스 나이트로 부활할 정도였다.

그러니 시안을 진정한 주군이라 생각하고 있는 지금.

시안이 남아달라 한다면 아마 남아줄 것이었다.

그러나··· 시안은 차마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무려 천 년이었다.

이들이 원한에 사무쳐 지내온 세월이.

그 어두컴컴한 지하에 갇힌 채, 고통으로 지내온 나날들이.

그렇게 천 년의 세월이 지나 드디어 원한을 풀고 해방될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어떻게···.

어떻게 저기다 대고 남아달라 할 수 있을까.

“아··· 아아으···.”

시안은 그 충돌되는 심정에 이런 말밖에 할 수가 없었고.

“크흡···!”

끝내 울음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괜시리 두 눈이 붉어지며 몸이 떨려온다.

그런 시안의 모습에 검은 사자 기사들이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투구밖에 보이지 않는 얼굴이건만.

분명 미소를 짓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검은 사자 기사단의 기사들의 형체가 흐릿해진다.

끝내 검은빛으로 흩날려 사라진다.

-마지막으로··· 주군을 만나뵙게 되어 무한한 영광이었습니다.

아득한 목소리.

사아아아아···.

검은 사자 기사단들이 검은빛으로 화해 사라져갔다.

“아흡···!”

시안은 끝내 울음과도 비슷한 울분을 터트렸다.

아니, 정확히는 가슴 속에서 끓어넘치는 아쉬움과, 울분과, 안타까움과, 부아와, 성화와, 역정과, 노염과, 서운함과, 애틋함과, 유감스러움과, 원통함과··· 또··· 또···

막··· 막··· 막···.

막 뭐라 할 수 없는 그 복잡하고도, 번잡하면서, 어지럽고, 혼잡하고, 뒤숭숭하며, 난해하면서도 또 어수선하고, 싱숭생숭하며 심란한 이, 이 감정들을···.

막··· 막··· 소용돌이치는 감정들을 도저히 어찌할 수가─.

-너무 서글퍼 마십시오 주군.

“······ 응?”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

시안의 정신 세계가 일순간 뚝, 멈추었다.

서서히 고개를 돌려 바라본 그곳.

그곳엔··· 켄드릭이 짙푸른 안광을 일렁이며 서있었다?

검은 사자 기사단의 단장, 켄드릭.

시안의 정신 세계가 다시 한 번 멈추었다.

“······ 왜···?”

-왜 떠나지 않은 것인지, 그 이유를 여쭙는 것입니까.

시안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켄드릭이 검푸른 안광을 일렁이며 말했다.

-사실··· 저는 수행하지 못한 임무 때문에 데스 나이트가 된 것이 아닙니다.

시안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윽고 켄드릭이 곧장 말을 이었다.

-뮤리엘 성녀님 때문이었습니다.

“뮤리엘 때문··· 이라고?”

-그렇습니다.

켄드릭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켄드릭의 모습에 시안은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웃거렸다.

뮤리엘 때문에 데스 나이트가 되었다···?

설마···.

켄드릭이 뮤리엘을 좋아했다거나 그런 이유로?

잠깐.

이렇게 듣고보니 조금 이상한 게 하나 있었다.

다름 아닌 켄드릭의 말.

생각해보면··· 켄드릭은 뮤리엘을 뮤리엘 ‘성녀님’이라 불렀다.

그러니까 꼬박꼬박 존칭을 사용했다.

비록 뮤리엘이 세상을 구원한 아르나이즈라고는 하나.

켄드릭의 입장에선 천 년동안 자신을 가둔 못된 년이었다.

그렇기에 뮤리엘 그 년.

혹은 뮤리엘 망할 년.

이렇게 불러도 솔직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생각해보라 무려 천 년동안 뮤리엘 때문에 갇혀있었다.

그런데 켄드릭은 뮤리엘 성녀님, 이라며 그녀를 존칭했다.

시안은 놀란 눈으로 켄드릭을 바라봤다.

그런 시안의 의문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켄드릭이 다시 말을 이었다.

-저희들이 교황청을 습격했을 당시. 뮤리엘 성녀님은 저희들을 막아섰습니다. 그리고 지하 깊숙한 곳에 저희들을 가두어 두었죠. 그렇게 저희들은 죽어갔습니다.

시안은 가만히 켄드릭의 말을 들었고.

켄드릭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저 또한 그 지하 깊숙한 곳에서 서서히 죽어갔습니다. 그렇게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뮤리엘 성녀님이 저희를 찾아오셨습니다.

당시 켄드릭 이외에 모든 검은 사자 기사들이 죽었다고 한다.

그리고 켄드릭 또한 곧 죽음을 앞둔 상황.

희미한 생명의 불씨만이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뮤리엘은 켄드릭이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죽어있는 검은 사자 기사들을 보며 하염없이 울었다고 한다.

‘미안해요. 정말로··· 미안해요.’

솔직히 켄드릭은 가증스러웠다, 라고 고백했다.

뮤리엘이 악마에 현혹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고 한다.

그게 아니면 악마와 관련이 있는 교황청.

그들을 위해 이렇게 자신들을 막아서지 않았을 테니까.

켄드릭은 뮤리엘이 배신을 한 것이라, 그리 생각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만이··· 유일한 방법이었어요. 정말··· 정말로 미안해요.’

뮤리엘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뮤리엘 성녀님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습니다.

“뭐라고?”

시안은 놀라 소리쳤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띠링!

『[스토리 돌발 퀘스트] - ‘진실 속에 감춰진 진실’ (클리어!)』

스마트 폰의 경쾌한 알림음과 함께 스토리 돌발 퀘스트가 클리어 되었다.

<보상: 켄드릭>

이윽고 ‘???’로 되어있었던 보상이 ‘켄드릭’으로 바뀌며 떠올랐다.

그리고 다시.

띠링!

『[스토리 연계 퀘스트] - ‘계속되는 진실을 찾아서’』

새로운 스토리 연계 퀘스트 알림창이 화면 위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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