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하는 영주님!-109화 (109/322)

§ 109화 - 계속되는 의문(2)

시안은 품 속에서 스마트 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떠오른 알림창을 확인하고는 정신이 멍해졌다.

뮤리엘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켄드릭의 말.

그 말과 동시에 클리어 된 스토리 돌발 퀘스트.

그리고 새로이 떠오른 스토리 연계 퀘스트.

“이게 대체···.”

어지러운 정신.

시안은 클리어 된 스토리 돌발 퀘스트부터 확인했다.

꾹.

『[스토리 돌발 퀘스트] - ‘진실 속에 감춰진 진실’ (클리어!)』

▶뮤리엘의 유적에 자리하고 있던 역병의 근원!

천 년전, 뮤리엘은 카일과 오랜 대화를 나누었고.

뮤리엘은 그 비밀에 관련한 무언가를 유적에 숨겨놓았습니다.

그리고 그 비밀은 바로 뮤리엘 본인이자.

악마 7군주. 색욕의 악마, 루슈리아였습니다.

뮤리엘은 언젠가 악마가 부활할 것을 예지했고.

그 끝에 자신의 육체가 세상에 둘도 없을 악(惡)이 될 것을 예견했습니다.

해서 뮤리엘은 그 비밀을 유적 깊숙이 묻어두기로 합니다.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에 스스로를 가두기로 합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방식으로 말이죠.

그러나 천 년의 세월이 흘러 지금.

누군가 그 비밀을 파헤쳐 악마를 부활시켰고.

세상에 다시 없을 악(惡)이 탄생하려던 찰나!

당신은 놀라운 기지로 그 악을 몰아내는 데 성공합니다!

또한 천 년의 세월에 갇혀 고통 받던 뮤리엘을 구원해주기까지!

아아!

이 얼마나 동화같은 이야기랍니까!

당신은 그야 말로 백마 탄 왕자님!

솔직히 말해요!

당신! ‘뮤리엘이 천 년만 젊었으면···.’ 하고 생각하고 있었죠!』

<보상: 켄드릭>

.

.

“······?”

시안은 뭔가 싶었다.

뮤리엘이 천 년만 젋었으면 싶었냐니.

뮤리엘이 천 년만 젊으면 뭐 어쩐단 말인가.

시안은 진짜 뭔가 싶었다.

그리고 그동안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지만.

“미친 거 아니야?”

역시 모바일 영주는 제 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뭐, 아무튼.

시안의 생각대로 뮤리엘은 지금 이 상황을 예견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런데 한 가지.

-뮤리엘 성녀님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실 이유가 없었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이유가 있었나··· 싶었다.

물론 뮤리엘은 색욕의 악마, 루슈리아가 자신을 노리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뮤리엘은 자신의 죽음 이후에, 루슈리아가 쉽사리 지배할 수 없도록 특별한 힘을 남겨두었다.

그로써 루슈리아는 썩어문드러진 뮤리엘의 육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건 말 그대로 뮤리엘의 죽음 이후다.

한 마디로 굳이 그 죽음을 앞당길 필요가 없었다.

살아있는 동안의 다른 방법을 준비할 수도 있었던 노릇.

정 안되면 죽기 직전에 해도 상관없었다.

그런데 뮤리엘은 굳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듯이 말이다.

-그리고··· 전대 주군께서 남기신 명령도 이상했습니다.

켄드릭은 푸른 안광을 일렁이며 말했다.

천 년전, 카일이 검은 사자 기사단에게 내린 명령은 다음과 같았다.

‘교황청의 사람들을 죽여라.’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해 카일은 이렇게 말했다.

‘한 가지 알려줄 수 있는 건, 교황청의 세력이 악마와 관련이 있다는 것뿐.’

-허나, 당시에는··· 이미 악마들은 모두 소멸한 이후였습니다.

천 년전, 악마들이 대륙을 침공하며 혼란에 빠졌지만.

6인의 아르나이즈들에 의해 악마들은 모두 사라졌다.

어둠의 숲에서 펼쳐진 최후의 전투 이후.

대륙에서 악마들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카일의 명령은 그 최후의 전투가 끝나고 얼마 되지 않은 시점.

한 마디로 교황청의 세력은 악마와 관련이 있을 수가 없었다.

헌데 카일은 검은 사자 기사단들에게 저런 명령을 내렸다.

-저도 굉장히 의아했으나 전대 주군께서는 확신을 해보이셨습니다. 그리고 뮤리엘 성녀님의 자결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악마와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순간, 켄드릭의 검푸른 안광이 짙게 타올랐다.

-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제 가족들을 무참히 도륙하던 악마놈들을. 그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저를.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지독한 분노가 느껴졌다.

마스터 상급 수준의 켄드릭이 내뿜는 분노.

그것은 정말 표현할 길이 없이 끔찍했다.

그리고 이 분노가.

-전대 주군께서는··· 제게 악마와 싸울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리고 아직 악마가 사라지지 않았음은, 제 원한 또한 아직 남아있습니다.

켄드릭을 죽음의 기사, 데스 나이트(Death Knight)로 부활시킨 원한이었다.

“······”

시안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지금 피부 끝으로 느껴지는 켄드릭의 분노.

그러나 그 분노 속에 감추어진, 그 분노보다 더 큰 슬픔을 시안은 느낄 수 있었다.

천 년의 세월이 흘렀어도 켄드릭은 잊지 않고 있었다.

그 까마득한 세월을 켄드릭은 어떻게 살아왔을까.

-부디 주군을 따라갈 수 있게 허락해주십시오.

시안은 감히 ‘이해’라는 것을 할 수가 없었다.

시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거부할 이유가 뭐가 있을까.

켄드릭은 마스터 상급에 버금가는 실력자.

듀라크와 싸워도 쉬이 밀리지 않을, 현재로서 대륙 제 2의 검이라 봐도 무방했다.

심지어 시안을 주군으로 따르고 있으니.

더 이상의 이유를 설명하는 건 무의미했다.

시안은 차분히 시선을 내려 스마트 폰 화면을 바라봤다.

새로이 떠오른 스토리 연계 퀘스트.

시안은 화면을 다시 한 번 터치했다.

꾹.

『[스토리 연계 퀘스트] - ‘계속되는 진실을 찾아서’

▶천 년전, 최후의 전투 이후.

대륙에서 악마들은 그 자취를 모두 감춥니다.

하지만 카일은 알고 있었습니다.

악마들이 소멸한 것이 아님을.

언젠가 그들이 다시 부활할 것임을요.

그리고 교황청이 악마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까지요.

그렇기에 카일은 자신을 따르던 기사단들에게 교황청의 사람들을 죽이라 명령했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카일이 교황청이 악마와 관련이 있음을 알았다면.

그것이 정말로 확실하다면.

카일은 대체 왜 교황청의 사람들을 직접 죽이지 않았던 걸까요.

그 편이 더 확실했을텐데 말이죠.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던 걸까요?

아니면 그렇게 하지 못했던 이유가 있었던 걸까요?

그것이 카일이 동료들을 떠나야만 했던, 모종의 진실과 관련이 있는 것일까요?

또한 카일은 뮤리엘을 만나 무슨 말을 했던 걸까요?

그건 또 뮤리엘이 자결한 이유와 관련이 있었던 걸까요?

여전히 계속되는 의문!

계속되는 진실을 찾아~!

렛츠 고고~! 후비고고!!』

<보상:???>

.

.

“······”

시안은 뭐라 할 말을 잃어버렸다.

모바일 영주의 경박함이라 해야할까.

아니면 깐족거림이라 해야할까.

진짜 도무지··· 적응이 되질 않는다.

그리고 어느 정도 진실을 밝혀냈다 생각했건만.

어째, 의문만 더 무성해진 기분이었다.

바로 그때.

“서, 성녀님!!”

한 쪽에서 크나큰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바라본 그곳.

그곳엔 여인으로 보이는 이가 헐레벌떡 뛰어오고 있었다.

순간 누군가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얼굴이 불어터져 일그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안은 금방 그 여인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다름 아닌 아리아를 보좌하는 여사제, 로라였다.

다행히 느껴지는 광기는 보이지 않았고, 그 덕분에 정신이 돌아온 듯 싶었다.

뭐, 역병의 근원인 루슈리아가 사라졌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역병으로 인해 불어터진 얼굴은 조금··· 기괴했다.

하지만 저런 건 뭐.

신성력으로 금방 나을 수 있으니 큰 문제 없었다.

어쨌든.

의문은 계속되나, 이곳의 일은 마무리 되었다.

그러니 일단은 상황을 좀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켄드릭. 일단 안에 들어가 있어.”

-알겠습니다.

켄드릭이 일순간 어둠이 되어 시안의 팔찌 안으로 스며들어갔다.

#

남부를 휩쓸었던 역병.

사제의 신성력으로도 어찌할 수 없었던 역병은 말 그대로 남부를 휩쓸었다.

그간의 역사 속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역병이었고.

그렇기에 그 어느 누구도 역병을 치료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것도 단 한 사람이 말이다.

남부의 성자(聖子), 시안.

시안은 남부를 휩쓸었던 역병을 휩쓸었다.

명망 높은 고위 사제들도 어찌하지 못했던 역병이었다.

뛰어난 치료사들조차 학을 떼던 역병이었다.

허나, 시안이 손만 대면 환자가 벌떡벌떡,일어나니.

그야말로 신의 내린 존재요, 남부의 성자라.

물론 본디 소문이란 한 번 퍼지고 나면 생명을 얻어 제 멋대로 퍼져나가기 마련이었다.

시안은 역병의 씨앗을 제거했을 뿐.

환자가 벌떡벌떡, 일어난 것은 모두 아리아 덕분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그게 그것인지라.

소문은 계속해서 생명을 얻어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심지어 역병의 근원이었던 루슈리아가 사라지면서 남부를 뒤덮었던 역병 또한 전부 사라졌다.

불과 몇 주 사이에 남부를 뒤덮었던 역병을 모두 제거한 격.

“시안 성자님께서 우리 가족들을 살려주셨어···.”

“요즘 우리 아들 내미가 어찌나 활기찬지!”

“성자님이 없으셨으면 우리는···.”

시안의 이름은 남부 전역을 휩쓸다 못해 들끓고 있었다.

다만 한 가지.

남부의 퍼진 역병이 근원이자 색욕의 악마, 루슈리아.

그것에 대한 진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에 대한 진실을 알고 있는 것은 시안, 아리아 그리고 신성 기사단 뿐이었다.

그나마 로라 정도가 있었다.

하지만 로라는 광기로 인해 제대로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신성 기사단들은 모두 죽었고.

색욕의 악마, 루슈리아 또한 사라졌다.

남은 건 시안과 아리아.

둘만 알고 있는 진실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둘만 알고 있다하여 둘만 알고 있으리라는 법은 없었다.

신성 제국의 중심부, 교황청.

교황청 내부의 회의장에는 수많은 사제들이 모여있었다.

모두 대주교급 이상의 사제들이었으며.

교황이 참석하여 신성 제국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회의였다.

“모, 모함입니다!”

“어찌 이런 모함을 하시는 겁니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닙니다!”

그 중 한 무리의 사제들이 목청 높여 소리쳤다.

모두 황혼 교파의 사제들로서 그들은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다.

그 이유는 하나.

“저희가 악마를 추종하고 있다니···!”

“그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까!”

황혼 교파의 사제들이 악마를 추종하고 있다.

그런 말이 회의에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한 당사자.

“아무리 성녀님이라도 이건 아닙니다!”

성녀(聖女), 아리아.

황혼 교파 사제들이 아리아를 향해 목청 높여 소리쳤다.

그리고 그런 사제들을 대면하는 아리아.

아리아가 살며시 앞으로 나서보였다.

도도한 몸짓과 절로 새어나오는 기품.

발걸음에 백금발이 살며시 흘러내리며 그 품격을 더하고 있었다.

그 아우라에 황혼 교파의 사제들이 멈칫, 거렸다.

느껴지는 품격과 기품.

그를 뒷받침 하는 초월적인 미(美)는, 그 자체만으로도 분위기를 압도하는 무언의 힘이 있었다.

아리아는 가만히 시선을 들어 황혼 교파의 사제들을 바라봤다.

솔직히 말하면··· 확실한 증거는 없었다.

증거보다는 증인 두 명, 시안과 아리아가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신성의 사제가 악마를 추종하고 있다니.

이건 솔직히 아리아의 말이라도 쉽사리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억지라 우기면 뭐라 할 말이 없었지만.

“개럿 경이 이끄는 신성 기사. 아니, 경이라는 말도 아깝네요. 개럿과 그 무리들의 시체를 보셨을텐데요.”

마냥 억지라 우길 수도 없는 요소도 있었다.

다름 아닌 개럿과 신성 기사들의 시체.

루슈리아를 추종하던 그들은 죽기 전에 광기에 증폭되었고.

데스 나이트들에 의해 무참히 쓸려나갔다.

비록 죽은 자는 말이 없을지나.

사제라는 작자들이 그 시체에서 보이는 광기와 악의를 느끼지 못할리가 없었다.

무엇보다.

“레이첼 추기경께서 자취를 감추셨다지요?”

레이첼이 사라졌다.

황혼 교파를 이끄는 수장, 레이첼 추기경.

레이첼은 어쩐 일인지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역병의 근원에서 마주한 레이첼.

그것이 아리아가 마지막으로 본 레이첼의 모습이었다.

지금 황혼 교파가 악마 추종자로 몰리고 있는데 해명은 커녕 자취를 감춰버렸다.

무언가 캥기는 것이 있다는 뜻이리라.

“그, 그것은···.”

“잠시 급한 일이 있으신···.”

아리아의 말에 황혼 교파의 사제들은 이렇다 할 말이 없었다.

“아무래도···.”

그 순간 들려오는 노회한 목소리.

그곳엔 신성 제국의 교황이 나지막히 목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황혼 교파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해야할 것 같구만.”

교황의 말에 황혼 교파 사제들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교황은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악마 부활에 관해서는··· 조사가 끝난 다음에 다시 회의를 진행하도록 하겠소. 그리고 그 사실은 아직 알리지 않기를 바라오. 이는··· 단순히 신성 제국만의 문제는 아니니 말이오.”

천 년전에 사라진 악마의 부활.

이는 대륙 전체에 관련된 문제였다.

신성 제국은 물론 샤를롯 제국.

그리고 대륙의 각종 왕국의 사람들과 논의해봐야할 문제였다.

“지금은 황혼 교파에 관련한 사안을 우선시 다루도록 하겠소.”

그렇게 회의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

“후우···.”

아리아는 긴 한숨을 내뱉었다.

긴 시간 동안 이어졌던 회의.

그 과정에서 여러 의견을 피력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조금만 방심하면 황혼 교파 사제들이 튀어나왔고.

교황이라는 작자는··· 아니, 교황은 그냥 고개만 끄덕였으니.

아리아가 가만히 있을 래야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뭐.

다행히 일이 생각보다 잘 끝났다.

아리아는 힘없는 걸음으로 교황청 내부에 있는 자신의 거처로 돌아갔다.

달칵.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안에는 한 쌍의 남녀가 있었다.

다름 아닌 로라와 시안이었다.

“오셨어요?”

“왔냐.”

아리아의 등장에 로라와 시안이 반겼다.

로라는 예전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역병으로 기괴해진 모습이었지만.

아리아가 신성력으로 치료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아리아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적당한 자리에 털썩, 주저앉자 시안이 말을 걸어왔다.

“어떻게 됐어?”

“황혼 교파 사제들을 전면 조사하기로 했어. 그 때문에 조금 바빠질 것 같아.”

아리아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려왔다.

그런 아리아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시안이 고개를 저으며 다시 말했다.

“아니, 그거 말고.”

“그거 말고?”

“내 정산 금액 말이야.”

“아.”

아리아는 저도 모르게 말을 내뱉었다.

그와 동시에 자동으로 한숨이 푹, 새어나왔다.

다름 아닌 시안과 아리아 사이에 있었던 거래.

시안이 아리아를 도와주는 조건으로 돈을 받기로 했던 거래였다.

그리고 그 금액은 후불.

그러니까 일이 어떻게 해결되었냐에 따라 금액을 달리하기로 했었다.

잘 해결되면 많은 금액을.

얼추 해결되면 적당한 금액을.

이런 식으로 말이다.

헌데 지금.

“······”

아리아는 이걸 뭐라 해야지 알 수가 없었다.

일단 시안은 남부를 휩쓸었던 역병을 모조리 없애버렸다.

아리아조차 어찌할 수 없었던 역병을 말이다.

또 그뿐이랴.

레이첼의 비밀을 밝혀내었고.

심지어 색욕의 악마, 루슈리아까지 퇴치했다.

그 과정에서 아리아의 목숨을 구해주기까지.

일이 잘 해결되었다···는 정도로 정의내릴 것이 아니었다.

교황청의 재산을 그대로 뽑아다 주어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막말로 교황청을 비롯한 신성 제국이 통째로 집어삼켜질 뻔한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안 그래도 회의에서 내가 말을 꺼냈어.”

아리아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그 보상을 준비했다.

“지금 레이첼이 갑자기 사라졌거든. 조사를 해봐야겠지만··· 네 말대로 레이첼은 악마 추종자가 맞을거야. 그래서 레이첼의 재산을 몰수할 건데, 그걸 너한테 줄게.”

“레이첼의 재산?”

아리아의 말에 시안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시안은 큰 실망감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레이첼의 재산이 되봤자 얼마나 된단 말인가.

비록 악마 추종자라고는 하나 기본적으로 성직자다.

그것도 추기경이나 되는 고위 성직자.

성직자가 가진 재산이 있어 봤자 얼마나 된다고─.

“현재 추정 재산치가 1,200만 골드 정도 돼.”

일순간 들려오는 아리아의 말.

“뭐··· 라고? 120만 골드?”

“아니, 1,200만 골드.”

아리아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시안의 사고가 잠시 정지하며 표정과 정신이 멍해졌다.

그리고 그런 시안을 바라보던 아리아.

“이 정도로 봐주면 안될까···?”

아리아가 미안한 표정과 함께 꼼지락거리며 말했다.

하지만 시안은 들리지 않았다.

들을 수조차 없었다.

1,200만 골드. 1,200만 골드란다.

120만 골드가 아니라 1,200만 골드란다!

파르르, 거리는 전신의 떨림.

‘미친!!!!!!!’

시안은 그 희열을 억누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그건 비단 시안뿐만이 아니었던 것일까.

띠링!

《미쳤나봐요오오옷!!!!!!!!!》

일순간 들려오는 스마트 폰 알림음과 함께.

모바일 영주 또한 까무러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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