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5화 - 강화? 현질?(2)
빰빠라밤!
《강화 성공!》
담백한 팡파레 소리와 담백한 알림창이 떠올랐다.
그와 함께 시안의 눈앞으로 보이는 한 자루의 검.
다름 아닌 SSS등급의 검이었다.
그렇게 얻고자 했고.
또 바라마지 않던 SSS등급의 검이었건만.
“하아···.”
시안은 저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나왔다.
“대체 얼마를 썼지···.”
시안은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들겼다.
처음 15%였던 모르크루의 기운은 100%가 되었다.
도합 17번의 시도였고 각 시도마다 15만 골드였으니 255만 골드.
거기에 방금 한 번 더 강화했으니 추가로 15만 골드.
순수 강화 비용으로만 쓴 골드가 270만 골드.
해서.
[현재 보유 중인 골드 - 2,100,000 G]
“하아아···.”
시안은 정말로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뮤리엘의 유적에서 200만 골드가 조금 넘는 돈을 얻었다.
아리아에게서 1,310만 골드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받았다.
아멜리아가 600만 골드가 조금 넘는 크나큰 돈을 벌어왔다.
그렇게 시안의 수중에 대략 2,110만 골드가···.
2,110만 골드가··· 존재했‘었’다.
그 어마어마하다 못해 천문학적이며.
실로 말조차 새어나오지 않는 금액이.
[현재 보유 중인 골드 - 2,100,000 G]
일순간에 사라져버렸다.
사라지다 못해 증발해버렸다.
210만 골드라는 10분의 1토막이 나버리며 훨훨, 날아가버렸다.
이게··· 이게 맞는 걸까?
정말 이게 맞는 거라고?
아니, 이게 진짜 현실이라고?
시안은 절대 그럴 리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심지어.
띠링!
《진행을 하다 막혔을 땐, 현질을 해보세요!!》
.
.
모바일 영주는 여전히 깐족거리고 있었다.
어째, 강화 실패로 인한 골드 소모는 인과에 들어가지 않는 모양인 듯 싶었다.
정확히는 모바일 영주가 감당하는 인과가 아닌 모양인 듯 싶었다.
그렇게 시안은
모든 것을 잃었다.
“하아아아···.”
한숨이 끊이질 않았다.
시안의 시선이 천천히 SSS등급의 검으로 향했다.
검신에는 짙고도 짙은 칠흑의 어둠이 깃들어 있었다.
마치 어둠으로 벼려낸다면 저러할까.
그 어떠한 마력도 느껴지지 않았건만.
검 안에는 마치 요악한 힘이 들끓는 것만 같았다.
실로 마검(魔劍)이라 칭해도 부족하지 않았다.
“이, 이, 이건···!”
세미르의 두 눈이 부릅, 떠졌다.
경악과 놀람.
그것을 뛰어넘는 감정이 세미르의 표정에 깃들어 있었다.
“어, 어찌 이런 무구가···!”
세미르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SSS등급의 검을 살폈다.
눈앞에 보고, 만지고 있음에도 믿을 수 없다는 충격이 느껴졌다.
그만큼 뛰어난 검인 것이리라.
“내, 내 수준으로는 이건 도저히··· 가히 선조께서 만드신 것이 아닐까 싶구려···!”
신장(神匠) 모르크루의 후손인 세미르.
세미르가 모르크루의 이름까지 언급하는 것을 보면 SSS등급의 검이 어떤지 대번 알 수 있었다.
뭐, 시안이 보기에도 범상치 않아 보였다.
범상치 않은 정도가 아니라 엄청났다.
하지만 시안은 별 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느낄 수가 없었다.
“하아아아···..”
짙은 한숨만 새어나올 뿐.
바로 그때.
띠링!
《업적: 단 한 번의 시도! 단 한 번의 성공! (달성!)》
[달성 조건: 모르크루의 기운을 100%를 채운 상태에서 강화 성공.]
.
.
꽈드득!
시안은 주먹을 부서져라 움켜쥐었다.
뭐? 단 한 번의 시도?
단 한 번의 성공?
“······ 내다버릴까 진짜.”
정말로 내다 버릴까 싶은 생각에 시안은 진지하게 고민을 했다.
아마.
띠링!
《업적: ‘최고의 무기를 위하여!’ (달성!)》
[달성 조건: SSS등급의 장비 1개 보유 혹은 강화 20번 실패.]
추가로 떠오르는 업적 달성이 없었다면.
《이제 ‘엘로디의 연구소 Lv.1’에서 [모르크루의 야금술] 을 연구하실 수 있습니다!》
이로써 S등급의 장비들을 양산할 수 없었더라면.
설령 내다버리는 것까지는 아니겠으나.
최소한 똥통에 스마트 폰을 넣었을 것 같았다.
“하아···.”
시안은 다시 한 번 짙은 한숨을 내뱉었다.
인생을 살아갈 용기를 잃어버린 지금.
“켄드릭이 병사들이랑 있으려나···.”
SSS등급의 검이 그만한 값어치를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었다.
#
사아아아아─!
정면으로 덮쳐오는 어둠. 시안은 양 손으로 검을 쥐고서 마기를 끌어올렸다.
칠흑의 마기가 움켜쥔 검신 위로 소용돌이 쳤다.
마치 어둠으로 벼려낸 듯한 시안의 검.
어둠과 어둠이 뭉쳐지며 심연과도 같은 칠흑이 쏟아져나왔다.
시안은 호흡을 크게 삼키며 검을 크게 휘둘렀다.
꽈아아아앙─!
덮쳐오는 어둠이 찢겨지며 길이 열린다.
그 길의 끝에는 켄드릭이 검푸른 안광을 크게 일렁이고 있었다.
-어, 어찌 이런···!
그 사이로 느껴지는 경악과 놀람.
시안은 타닥, 땅을 박차며 뛰어들었다.
마혼무영보를 펼치며 몸을 일순간 어둠으로 흩어버렸다.
켄드릭이 몸을 움직인다. 어둠으로 뭉쳐진 검을 휘두른다.
카앙─!
휘두른 검 끝으로 충돌음이 들려왔다.
충돌이 터져나온 곳으로 시안의 검이 비쳐보였다.
마혼무영보의 움직임으로 아직 켄드릭의 눈을 현혹시킬 순 없었다.
켄드릭의 전신으로 어둠이 휘몰아쳤다.
요악한 마기가 들끓며 마주댄 시안의 검을 짓눌렀다.
내리찍는 힘이 몸을 짓누른다. 그러나 견딜만하다.
강화된 검의 힘이, 증폭된 마기가 그것을 가능케했다.
켄드릭의 안광이 다시 한 번 크게 일렁였다.
이윽고 더욱 끔찍한 마기가 폭사한다. 어둠이 터져나간다.
사방에서 쏟아져오는 살기가 시안을 노린다.
시안의 몸이 다시 한 번 어둠으로 흩어지며 땅으로 스며들었다.
켄드릭의 검이 시안의 어둠을 쫓아온다.
피할 수 없다.
시안은 몸을 비틀며 휘두를 수 있는 모든 방향으로 검을 휘둘렀다.
캉! 카캉─!
쩌정─!
충격음이 들려오며 사방으로 어둠이 비산했다.
터져나가는 어둠 속에서 시안은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지금··· 지금 무슨 일이···?”
“켄드릭 단장님과 저렇게까지 싸우실 수 있다고···?”
“영주님 진짜 대단하시잖아···.”
주위로 병사들의 감탄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퍼펑─!
나지막한 소리가 들려왔다. 켄드릭의 검이, 어둠이 부서진다.
주춤, 켄드릭의 발걸음이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
‘지금!’
시안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사아아아악─!
전신의 마기가 들끓는다. 근원의 힘이 요동치며 복종을 강요한다.
포악한 힘이 검신으로 스며든다.
짙고도 짙은 어둠이 뚜렷한 형체를 지닌다.
시안의 검 끝에서 불길한 검은빛이 쉬지 않고 터져나온다.
검은 스며드는 마기를 집어삼키며 부르르, 떨려온다.
공간 전체가 시커멓게 물든다.
터져나오는 검은빛은 그 자체만으로 밤을 만들어내었다.
흉포하게 부르짖는 맹수의 포효가 들려온다.
바로 그때.
시안의 뒤쪽으로 섬뜩한 살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시안이 무얼 대응할 틈도 없이, 척.
시안의 목덜미로 섬뜩한 예기가 느껴졌다.
시야 앞으로 튀어나온 칠흑의 검.
“······ 쳇.”
시안이 끌어오린 마기를 흩어버렸다.
드리운 어둠이 일시에 소멸했다.
“와···.”
“와···.”
그와 동시에 사방에서 병사들이 탄성을 터트렸다.
모두 놀란 표정으로 시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군···! 어찌 이리 단숨에···?
켄드릭 또한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난 번과 시안은 딱히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 시안은 켄드릭의 어둠을 찢어발기고 있었다.
물론 켄드릭의 수준에는 아직 멀었으나.
그래도 그 짧은 시간에 이룬 장족의 발전.
-어찌 이런···.
켄드릭의 검푸른 안광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시안은 가만히 SSS등급의 검을 바라봤다.
어둠으로 벼려낸 듯한 검.
SS등급에 비해 한 단계 강화된 것 뿐이이었다.
그런데 그 성능은 족히 몇 단계가 상승되어있었다.
‘미쳤는데?’
이건 돈값을 하는 정도가 아니라 미친 수준이었다.
그래, 이거다.
바로 이거다.
역시 이 맛에 현질하는 것 아니겠는가!
시안은 다시 인생을 살아갈 용기가 생긴 기분이었다.
“좋아 좋아.”
시안은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곧장 스마트 폰을 꺼내들었다.
무기 강화의 효력을 본 지금.
정확히는 역시 템빨이라는 생각을 한 지금.
루벤의 병사들에게도 그에 따른 장비를 입혀주기 위함이었다.
다름 아닌 S등급의 검과 갑옷.
시안은 곧장 【연구 목록】 항목에 들어갔다.
그리고는 [모르크루의 야금술]을 찾았다.
[모르크루의 야금술] - 500,000 G.
50만 골드나 하는 어마어마한 가격이었다.
하지만 이로써 S등급의 장비들을 양산할 수 있었으니, 결코 비싸다고 볼 수 없었다.
S등급으로 무장한 병사들과 기사단.
거기에 S등급의 무공과 켄드릭의 가르침까지.
루벤의 전력은 순식간에 강화될 터였다.
시안은 고민도 없이 야금술 연구를 눌렀다.
꾹.
《연구 시작!》
가벼운 터치와 함께 연구가 시작되었다.
시안은 흡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때.
띠링!
《[모르크루의 야금술]을 연구 중입니다.》
《연구 완료까지 D - 150》
“······ 어라?”
시안은 순간 멈칫, 거렸다.
“아 맞다.”
생각해보니 연구는 단숨에 되는 것이 아니었다.
각종 건물들을 건축하는 것처럼 그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연구 완료까지 걸리는 시간은, 무려 150일이었다.
자그마치 5개월에 달하는 기간.
“잠깐, 이러면···.”
문제는 현재 시안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정확히는 듀라크에게서 번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현재 4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간.
그런데 연구 완료 기간은 150일, 5개월.
그리고 떠오르는.
또 하나의 알림창.
[즉시 완료권] - 1,500,000 G
띠링!
《연구 속도가 답답하시면, 현질을 해보세요!》
.
.
“개─.”
시안은 순간 목구멍에서 튀어나오는 욕지거리를 가까스로 억눌렀다.
참아야 한다.
지금 주변에서 감탄하고 있는 병사들.
병사들이 보고 있는데 그런 추태를 보일 수 없기는 개뿔!
“야이─!”
시안은 할 수 있는 모든 울분을 토해냈다.
있는 욕은 물론, 없는 욕까지 창조해가며 스마트 폰 화면 위로 내뱉었다.
그렇게 얼마 간의 울분을 토했을까.
“······ 젠장.”
시안은 이를 뿌득, 갈았다.
5개월이라는 연구 시간.
심지어 엘로디의 연구소 Lv.1 버프를 받고도 저 정도였다.
제리의 놀라운 재능을 빌리고도 저 정도였다.
원래는 몇 십년이 걸리는 연구라는 뜻이리라.
하기사, 아르나이트 모르크루의 야금술이었으니 뭐.
‘제리말고 다른 연구원들이 더 있었으면···.’
그럼 5개월이 아니라 1개월.
어쩌면 1주일이었으면 되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연구원은 아무나 할 수 없었다.
마도학자 혹은 마법사들.
그러나 그들은 굉장히 귀한 이들이다.
제리를 구할 때도 꽤나 고생하지 않았는가.
지금 당장 어찌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이건 별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아무리 비싸도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시안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들어보였다.
그리고 수많은 고민 끝에 즉시 완료권을 구매했다.
꾸···구국.
손이 덜덜 떨리는 탓에 터치가 여러번 번졌다.
《[모르크루의 연구]가 즉시 완료 되었습니다!》
그렇게 떠오르는 알림창과 함께.
[현재 보유 중인 골드] - 100,000 G
시안은 또 다시.
인생을 살아갈 용기를 잃어버렸다.
시안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병사들이 슬금슬금, 시안의 눈치를 보며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시안은 다시 한 번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터덜터덜.
“······ 아무나 가서. 아멜리아한테 내 집무실로 좀 오라고 해줘.”
시안은 영주성 Lv.2로 걸어갔다.
#
영주성 Lv.2에 위치한 시안의 집무실.
“상행을 또 가라고요?”
아멜리아가 기겁을 하며 소리쳤다.
아멜리아의 눈가엔 짙은 다크써클이 드리워져있었다.
시안은 슬며시 눈을 피하며 말했다.
“골드가 좀··· 부족해서 말이지.”
“고, 골드가 부족해요? 그게 무슨···?”
아멜리아가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냐며 물어왔다.
하지만 시안이 아무런 말도 없자.
“설마 그 돈을 전부···?!”
아멜리아의 정신이 다시 한 번 아찔해졌다.
심각한 현기증이 일며 아멜리아의 몸이 흐느적거렸다.
이윽고 털썩, 아멜리아가 의자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아멜리아의 파르르, 떨리는 눈빛이 시안에게 향한다.
시안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입이 천 개라도 진짜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얼마가··· 남으셨는데요?”
“········· 10만 골드.”
“맙소사.”
아멜리아가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 현실에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려왔다.
밑 빠진 것도 정도가 있지.
아니, 밑이 박살난 것도 정도가 있지.
이 정도면 밑이 없는 수준 아닌가!
아멜리아는 멍하니 시안을 바라봤고.
시안은 정말, 정말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렇게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저··· 저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었는데요···?”
아멜리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한 달이 넘는 상행을 끝마친 아멜리아.
제국 서부까지 향해 물건을 팔아 600만 골드를 벌어왔다.
그런데 말이 600만 골드였지.
그 돈을 벌기 위해서 얼마나 뛰어다녀야 할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심지어 아멜리아는 상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시안의 부탁으로 재료를 구하고자 루치아로 향했다.
그리고 루치아에서 다시 돌아온 지 정말 얼마 되지 않았다.
얼마 되지 않은 수준이 아니라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다.
재료를 수급 받자마자 강화를 시도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바로 상행을 떠나라는 건 시안이 생각해도 상당히 무리였다.
게다가.
“상행을 나가기엔 문제도 있어요.”
아멜리아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상단 호위 병력들을 차출하는 게 어렵거든요.”
상단을 호위할 루벤의 병력들.
현재 루벤의 기사단이 될 인재들을 켄드릭이 차출해간 상황이었다.
그 때문에 병사들의 수가 급감했고.
하루에 시도때도 없이 마수들이 습격하는 루벤.
루벤의 치안을 책임질 최소한의 병력은 항시 있어야했다.
그 때문에 상단 호위 병력들을 차출하는 게 어려운 상황.
심지어.
“작업량이 생산량을 따라가질 못해요.”
루벤에서 생산되는 각종 물품들.
그것의 어마어마한 생산량을 작업량이 따라가질 못하고 있었다.
농업, 목축, 양조 등등.
시안의 업그레이드로 인해 어마어마한 생산량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 생산을 창출해낼 작업량이 너무도 부족했다.
지금도 영지민들이 밤낮을 새가며 작업하고 있는 상황.
설령 그 생산량을 따라가더라도.
아멜리아가 그것들을 전부 처리하는 데 무리를 해야한다는 점이었다.
상단원을 뽑기는 했으나 아직 많이 부족했다.
지금은 아멜리아의 손을 거들어 주는 정도에 그치고 있었다.
직접 상단을 꾸리고 나가는 수준은 아니었다.
말로는 쉬워보여도 상단을 꾸리고 상행을 나가는 건 보통의 경험과 지식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한 명의 상인을 키우기 위해 사수가 상행 때마다 데리고 다니며 수 개월을 가르쳐야했다.
시스템은 갖춰졌는데 그 안의 내용이 텅 비어있는 상황.
한 마디로.
“지금 인력이 너무도 부족해요.”
루벤에 인력이 부족해도, 너무 부족한 상황이었다.
“음···.”
아멜리아의 말에 시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멜리아의 말이 틀린 것이 없었거니와.
애초에 시안도 인지하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무엇보다 방금 전.
연구원이 부족해서 150만 골드에 달하는 즉시 완료권을 현질하지 않았는가.
그렇기에 시안도 염두해두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일이 이 지경까지 된 이유는 단순했다.
‘영지민을 대체 어디서 구해오냐 이거지.’
쉽게 처리할 문제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영지민 문제는 모바일 영주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골드가 아무리 많다 한들.
어찌할 수 있는 바가 아니었다.
물론 영지민 자체를 구하는 것이야 어렵진 않았다.
지금도 떠도는 화전민들을 데려다 쓰면 되니까.
그러나 그런 식으로 마구잡이로 영지민을 받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받으면 결국 트러블이 생긴다.
그리고 그들 중 나쁜 마음을 먹은 이들이 있을 줄 누가 아는가.
외부의 적보다 내부의 적이 더 무서운 법이다.
‘그래도 사람들을 더 받긴 해야하는데···.’
시안의 생각은 깊어져만 갔다.
바로 그때.
똑똑.
-도련님. 저 한스입니다.
집무실 문을 두들기며 한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달칵.
시안의 허락과 함께 한스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 어딘가 알쏭달쏭한 한스의 표정.
“무슨 일 있어?”
“그것이···.”
한스가 품 속에서 한 장의 편지를 꺼내며 말했다.
“엘란두르에서 편지가 하나 도착했습니다.”
“엘란두르에서?”
시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한스가 건네는 편지를 받아 들었다.
하얀 늑대의 인장이 찍힌 편지.
시안은 편지의 내용을 확인했다.
주저리주저리 기나긴 내용들.
시안은 쓰윽, 편지의 내용을 확인했고.
그 내용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러했다.
“할 이야기가 있으니 가문으로 잠시 돌아오라고?”
시안은 인상을 팍, 찡그렸다.
보아하니··· 완전히 가문으로 돌아오라는 뜻은 아닌 것 같았다.
6개월의 시간을 준다 했으니.
설마하니 그 말을 바꾸지는 않을 터.
말 그대로 할 이야기가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할 이야기가 있으면 편지에 적어놓으면 될 것 아닌가.
왜 귀찮게 오라가라 하냐는 말이다.
가뜩이나 영지민 문제로 골치가 아프거늘.
엘란두르까지 왔다 갔다할 시간이 없었다.
‘그냥 가지말까.’
순간 이런 생각이 드는 시안이었다.
가문의 명을 거역한 셈이지만 뭐 어쩌란 말인가.
어차피 4개월 뒤면 전쟁을 해야할 사이인데 말이다.
아마 어쩌면.
띠링!
정확히는 스마트 폰 화면 위로 떠오른 하나의 알림창이 아니었다면.
시안은 정말로 진지하게 고민을 했을 터였다.
바라본 화면.
『[영지 퀘스트] - ‘다크 엘프가 부릅니다. 우리는 악마가 아니얏!’』
“······?”
시안의 표정이 일순간 벙쪄버렸다.
멍해지는 정신.
“······ 뭔데?”
시안은 정말 뭔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