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6화 - 의문의 퀘스트(1)
“다크 엘프··· 말씀이시오?”
세미르가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혹시 아는 바가 있으신가요. 아무래도 인간보다는 드워프 분들이 더 잘 아실 것 같아서.”
“다크 엘프라···.”
세미르가 기억을 떠올리듯 잠시 말이 없었다.
그렇게 세미르의 말도 기다릴 겸.
시안은 다시 한 번 스마트 폰의 화면을 바라봤다.
갑작스레 떠올랐던 퀘스트 알림창.
퀘스트 알림창 자체가 떠오른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퀘스트의 내용이 갑작스럽다 못해 뜬금없었다.
『[영지 퀘스트] - ‘다크 엘프가 부릅니다. 우리는 악마가 아니얏!’
▶빛의 엘프가 있다면, 어둠의 엘프도 있다!
이름하야 다크 엘프!
다크 엘프들은 다른 엘프들과는 달리.
어둠의 힘을 주로 사용하고, 그런 특징이 고스란히 외모로 두드러졌죠.
그래서일까요.
그들은 악(惡)의 존재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알잖아요?
어둠의 힘을 사용한다고 악(惡)은 아니라는 것을!
마(魔)는 마(魔)일 뿐.
악(惡)은 아니라는 것을요!
그런 다크 엘프들에게 위기가 닥쳐왔다고 해요!
아무래도 악마로 오해받고 있는 것 같은데···.
마냥 오해는 또 아닌 상황이라나봐요!
세상에나! 세상에나!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요?!』
<보상: 다크 엘프의 호의.>
<본 퀘스트는 거절이 가능하며. 거절 시, 아무런 패널티가 없습니다.>
.
.
‘음···.’
시안은 스마트폰을 다시 집어넣었다.
그리고 엘란두르에서 온 편지를 꺼내들어 내용을 꼼꼼이 확인했다.
하지만 역시나.
편지의 내용과 퀘스트와의 관련성을 일절 찾아볼 수가 없었다.
편지에는 그 어디에도 다크 엘프라는 말이 없었고.
심지어 엘프와 관련된 그 어떤 내용도 없었다.
그저 할 말이 있으니 가문으로 잠시 돌아오라는 내용뿐.
‘자세한 사연은 직접 가서 들어야 하는건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았다.
해서 그 전에.
직접 가서 들을 만한 가치가 있는 지는 알아야할 것 같았다.
세미르는 모르크루의 후손이자, 드워프의 족장.
시안을 비롯한 인간보다는 엘프들에 대해 잘 알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영주께서 어찌 다크 엘프들에 관해 묻는지는 모르겠소만··· 나도 아는 바가 얼마 없다오. 엘프라는 족속들은 우리 드워프들만큼 폐쇄적인 종족들이니 말이오.”
세미르도 그다지 아는 게 많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렇군요.”
시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세미르의 말처럼 엘프들 또한 폐쇄적인 종족들이었으니 말이다.
아니, 사실 드워프들보다 더욱 폐쇄적이라 할 수 있었다.
그 이유는 정말 단순했다.
엘프는 타고난 미(美)의 종족이었기 때문이었다.
엘프하면 미인.
미인하면 엘프.
이런 공식이 절로 성립될 정도로 엘프들은 아름다웠다.
해서 인기가 많았다.
조금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그렇고 그런 노예로서 말이다.
물론 샤를롯 제국은 노예가 엄연한 불법이었다.
그러나 불법이라 하여, 행해지지 않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랬다면 범죄자라는 존재는 없었겠지.
샤를롯 제국을 비롯한 대륙 전역에서 엘프는 귀한 노예였다.
심지어 엘프의 타고난 미모는 남녀를 가리지 않았으며.
수명 또한 길어 그 젊음이 쉬이 늙지 않으니.
탐욕스러운 귀족들, 귀부인들.
여기에 이상 성욕을 가진 이들까지.
엘프는 남녀를 가리지 않고 귀하디 귀한 노예였다.
그렇기에 엘프들은 인간들을 싫어한다.
그것도 매우.
오랜 세월, 드워프는 끝내 인간이 되었으나.
엘프는 세월이 흘러 인간들을 혐오했다.
하여 인간들 한정.
드워프들보다 더욱 폐쇄적인 사회를 지닌 종족이라 할 수 있었다.
시안도 본 적이 없었다.
가문에 있을 적을 통틀어 엘프를 본 적이 없었으니 말 다한 셈.
그렇기에 세미르에게 물은 것이지만···.
어째, 세미르도 딱히 아는 바가 없어보였다.
“다만, 다크 엘프에 대해서는 전해 들은 바가 좀 있소이다.”
“다크 엘프에 대해서는 아신다고요?”
세미르가 주억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영주께서는 다크 엘프에 대해 어느 정도 아시오?”
“어··· 머리색이 검은 엘프··· 라는 것 정도요? 그 때문에 오해를 사고 있다는 것까지요.”
시안의 말에 세미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크 엘프(Dark Elf).
이름만 들어도 어두운 이미지가 연상되는 이들이었다.
그렇기에 ‘다크 엘프’라는 말만 들었을 때.
보통은 피부색이 검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아니었다.
흑발의 머리.
그것도 짙고도 짙은 흑발의 머리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피부색은 일반적인 엘프들과 같았다.
백옥과도 같은 흰 피부.
그들은 단지 머리가 검기 때문에 다크 엘프라 불리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대륙에서 흑발은 흔치 않기 때문이었다.
흔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찾기 매우 힘들었다.
가끔, 아주 가끔.
흑발의 머리를 한 존재들이 있기는 했다.
그리고 그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어둠의 마나를 사용했다.
어둠의 마나 즉, 마기(魔氣).
대륙에 알려진 상식으로 마기는 부정하고 또 사악한 마나다.
한 마디로 부정하고 사악한 존재들은 머리색이 모두 검었다.
그렇기에 다크 엘프는 다크 엘프라 불렸으며.
대륙의 사람들에게 배척받아 숨어 지냈다.
······ 라는 것이 대륙에 알려진 상식이었고 시안이 알고 있는 전부였다.
그렇기에 시안은 고민될 수밖에 없었다.
퀘스트의 보상인 ‘다크 엘프의 호의.’
이걸 얻어도 되는지 말이다.
퀘스트 거절 시에도 아무런 패널티를 주지 않는 것을 보면···.
역시 마냥 사악하지 않은 존재는 아닌 것 같았으니까.
“실은··· 원래 다크 엘프라는 종족은 없었다오.”
이윽고 이어진 세미르의 말.
세미르는 오랜 기억을 끄집어 내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위대한 선조 때부터 이어온 이야기인지라 기억이 가물가물 하오만··· 다크 엘프라는 종족이 처음 생긴 건··· 천 년전이라오.”
“천 년전이요?”
시안은 놀란 눈을 떠보였다.
다크 엘프라는 종족이 원래는 없었다는 것도 그렇고.
그 시기가 천 년전이라는 것도 놀라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세미르는 모르크루의 후손.
무언가 들은 이야기가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오. 영주께서도 아시다시피, 검은 머리를 지닌 이들은 대체로 어둠의 마나와 관련이 있소. 다크 엘프가 검은 머리를 갖게 된 것 또한 마찬가지이오.”
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시안도 알고 있는 이야기.
“즉, 엘프들이 어둠의 마나를 사용한 시점부터 ‘다크 엘프’라는 종족이 탄생했다고 하오. 그것이 천 년전이었던 것이지. 그리고 그 어둠의 마나를 사용한 첫 번째 엘프.”
세미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엘프가 바로 엘로디였다고 하오.”
세상을 구원한 6인의 아르나이즈.
대마도사 엘로디.
세미르가 계속 말을 이었다.
“어렸을 적, 어머니께서 선조의 이야기를 동화처럼 들려주었던지라 확실하진 않다오. 허나, 엘로디의 머리색이 검었다고 하더구려.”
“그 말씀은···?”
“원래는 검지 않았다고 하오. 그러나 어둠의 마나를 사용한 이후, 머리색이 검어졌다고 하더군. 그러나 마법으로 감춘 탓에 잘 알려지지는 않았다고 하오.”
“아.”
이어진 세미르의 말에 시안은 무언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대마도사 엘로디.
그녀는 대마도사라는 별호답게 모든 마법에 통달한 마법사였다.
신화에 따르면 마법의 주종, 드래곤.
그 드래곤들조차 엘로디에게는 한 수 접어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엘로디가 통달한 ‘모든 마법’에는 당연 흑마법 또한 포함되어있었다.
어둠의 마나를 근간으로 하는 흑마법.
그녀의 흑마법 수준은 마왕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았다, 라고 알려져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미치광이가 되지 않았고,
대륙 역사에 아르나이즈로서 이름을 남겼다.
혹자들은 말하길.
엘로디는 어둠의 마나를 통제할 방법을 알고 있었다. 라고 말한다.
하지만 천 년의 세월 동안 그 비밀은 밝혀지지 않았다.
오직.
시안만이 알고 있는 비밀이었다.
본디 엘로디 또한 어둠의 마나를 다루지 못했다.
정확히는 어둠의 마나가 갖는 마(魔)의 힘을 통제하지 못했다.
하지만 카일의 마혼수라검.
그러니까, 마혼제법을 참고하여 어둠의 마나를 다룰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지난 날, 시안이 엘로디의 기록을 살펴본 바.
카일이 다루는 근원의 마(魔).
그것에는 감히 범접할 수 없었다, 라며 엘로디는 고백했다.
아마··· 그 때문인 것 같았다.
시안은 마(魔)를 다룸에 있어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엘로디의 머리는 검어진 이유가 말이다.
뭐, 카일부터가 은발의 머리였으니 아마 맞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다크 엘프라는 말이 생겨났다는 것.
그 말은 즉.
“진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소만, 다크 엘프는 엘로디의 후손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소이다.”
다크 엘프는 엘로디의 머나먼 후손이라는 뜻이었다.
시안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습니다 세미르.”
“무얼 이런 걸 다. 영주께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이오.”
시안의 말에 세미르가 살짝 손사래를 쳐보였다.
“더 여쭐 것이 없으시면, 이만 가 보겠소.”
그리고 집무실을 떠나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집무실에 홀로 남은 시안.
“레아.”
시안은 집무실 한 쪽 벽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시안은 다시 한 번 말했다.
“다 알고 있으니 그만 나와요.”
그러자 불쑥, 레아의 머리가 벽을 뚫고 튀어나왔다.
-아, 알고 있었어···?
그러면서 레아가 멋쩍게 웃어보였다.
그런 레아의 모습에 시안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 전에는 레아가 작정하고 숨기면 기척을 느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마혼제법의 진행률을 올리고.
마혼수라검의 중급 과정을 수료하고 있는 지금.
시안은 레아의 기척이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엘로디 이야기가 나오길래 궁금해서 그만···.
그리고 지금 레아의 모습.
누가 본다면 까무러칠 모습이었으나.
시안은 아무렇지도 않게 레아에게 물었다.
“세미르의 말이 사실이에요?”
레아가 길게 내려앉은 백은색의 머리를 빙글빙글, 꼬며 말했다.
-으, 응··· 엘로디의 머리색이 중간에 한 번 변하긴 했었어. 그런데 그게 어둠의 마나를 사용하고 난 이후에 머리가 검어진 건지는··· 나도 몰랐네.
그러면서 레아도 꽤나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해서 다크 엘프가 엘로디의 후손이라는 말.
그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확실하지 않았다.
또한 레아는 이후, 아르나이즈 전당에 잠들었으니.
엘로디가 어떻게 되었는지.
어떤 삶을 살다 갔는지 알지 못했다.
이건 켄드릭도 지하에 갇혀있었으니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다크 엘프가 엘로디의 후손인지는 확실하지 않았으나.
-그런데 다크 엘프라는 말은, 난 처음 들어봐.
이러면 확실하다고 봐야했다.
레아가 다크 엘프를 모른다는 것.
그건 엘로디 이전에 다크 엘프라는 종족은 없었다는 뜻이었으니까.
“흠···.”
시안은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다크 엘프가 엘로디의 후손이란 말이지··· 응? 잠깐.’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 하나.
‘그럼 켄드릭에게 오러 연공법을 배우면 루벤의 기사들도 머리가 검어지려나?’
켄드릭이 알려주는 오러 연공법은 마(魔)를 다루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켄드릭의 머리가 무슨 색인지.
시안은 투구를 벗겨 확인해보지 못했다.
‘음··· 그래도 마혼제법의 하위호환이니 괜찮으려나?’
카일의 마혼제법에 근간했으니 아닐 수도 있었다.
그런데 뭐.
머리 색 따위가 무에 중요할까.
그래, 머리 색 따위는 말 그대로 머리 색이었다.
그러니.
“확인해볼 가치는 있겠네.”
시안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
제국 동부에 위치한 엘란두르 후작령.
시안은 저 멀리, 웅장한 엘란두르의 저택을 바라봤다.
“오랜만 에 오는 건가?”
지난 날, 듀라크와 대면한 이후.
대략 두달이 조금 넘는 시간이 흘렀다.
오랜만이라면 오랜만이라 할 수 있었고.
얼마 되지 않았으면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었다.
“딱히 변한 것도 없네.”
그리고 역시나 그때와 변한 것도 없었다.
그때도 느낀 바지만 루벤은 대격변에, 몸단장에, 진화에.
심지어 발칵, 뒤집혀버렸거늘.
엘란두르 저택은 예나 지금이나.
하나도 변한 것이 없었다.
“역시 이게 정상이겠지?”
시안은 피식, 웃음을 터트리고는 천천히 저택 정문으로 향했다.
그렇게 정문 앞에 다가서자.
지난 번과 같이 저택을 지키는 병사가 시안의 앞을 가로막았다.
“정지. 신원과 방문 목적을 밝히십시오.”
그리고.
“어라? 당신은···?”
시안의 얼굴을 알아본 것인지 병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해서 시안이 신원과 방문 목적을 밝히려던 찰나.
“여,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갑자기 저 말과 함께 병사가 저택 안 쪽으로 들어갔다.
뭔가 싶어 가만히 서 있자니.
저택 안 쪽으로 들어간 병사가 금방 누군가와 함께 다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정갈한 복장의 노인.
다름 아닌 엘란두르 가문의 총관, 레리트였다.
레리트가 순식간에 시안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
“이쪽으로 오시죠. 가주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시안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바로 듀라크를 만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시안은 가문으로 가겠다는 편지를 따로 보내지 않았다.
그저 편지를 받고 곧장 온 길이었다.
그렇기에 지난 번처럼 또 멀뚱히 세워둘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가주, 듀라크가 기다리고 있다는 레리트의 말.
어째, 지난 번과는 사뭇 다른 대우였다.
그만큼 듀라크가 시안에게 관심을 표하고 있다는 뜻이려나.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뭐, 빨리 만나면 좋으니까.’
시안은 레리트를 따라 저택 안 쪽으로 들어갔다.
#
똑똑.
“가주님. 시안 도련님이 왔습니다.”
레리트가 굳게 닫힌 듀라크의 집무실 문을 두들기며 말했다.
-들어와라.
그러자 익숙하면서도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레리트는 시안에게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시안은 멀어지는 레리트를 바라보다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지난 번의 이후로 마주하는 두 번째 독대.
정확히 횟수로는 세 번째 독대.
괜시리 느껴지는 긴장감과 함께 시안은 천천히 방 문을 열었다.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문 틈으로 듀라크의 집무실 풍경이 비쳐보였다.
그리고 그 집무실 중앙에 서 있는 한 중년의 남자.
한 마리의 우두머리 늑대를 연상케 하는 분위기.
시안은 터벅, 집무실 안 쪽으로 들어가며 예를 보였다.
“가주님을 뵙습니다.”
듀라크의 시선이 시안에게로 향했다.
살짝 숙인 고개로 인해 시안은 그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시안은 듀라크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앉거라.”
그리고 이어진 듀라크의 말.
시안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적당한 자리에 가 앉았다.
그리고 살짝, 시선을 내린 채로 듀라크의 말을 기다렸다.
듀라크는 그때까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저 물끄러미 시안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
서늘한 적막이 내려앉았다.
묵직하게 내리누르는 침묵.
그 순간, 듀라크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그동안 무슨 일을 벌인 거냐.”
이윽고 닫혀있던 듀라크의 입이 열리며.
날카로운 기세가 집무실 전체로 터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