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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하는 영주님!-119화 (119/322)

§ 119화 - 루벤의 기사단(2)

“마, 말도 안돼···.”

벤딩턴은 눈앞으로 보이는 광경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건 비단 벤딩턴 뿐만이 아니었다.

“마, 맙소사···.”

“어찌 이런···!”

벤딩턴과 그 기사들.

심지어 주둔지의 병사들과 사람들까지.

모두가 그 자리에 굳어 멍하니 눈앞의 장면을 바라볼 뿐이었다.

사람들을 대피시키라는 벤딩턴의 명령은 잊어버린지 오래였다.

그리고 벤딩턴 또한 그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콰직─!

퍼서서석!

그저 쓸려나가는 야만족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이런 장면을 만들어내는 이들.

고작··· 20명이었다.

칠흑의 갑옷을 입은 기사 20명.

고작 20명의 기사들이 야만족들을 휩쓸어버리고 있었다.

시안까지 더해진다 해도 21명이었다.

그러나 주둔지를 습격한 야만족들은 못해도 수 백.

눈대중으로만 대충 계산해도 족히 200은 넘었다.

무려 10배의 차이가 나는 전력이었다.

심지어 무슨 이유에서인지, 어째서 그럴 수 있는지.

야만족들은 모두 오러의 힘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 말은 즉, 200의 야만족들 하나하나가 최소 기사급이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콰직─!

퍼서석!

쓸려나가고 있었다.

그런 야만족들이 맥을 못추고 추풍낙엽처럼 쓸려나가고 있었다.

고작 21명에 불과한 이들에게 말이다.

“어, 어떻게 이런···!”

벤딩턴은 믿을 수가 없었다.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벤딩턴은 단언할 수 있었다.

확신할 수 있었다.

제국 제 1의 기사단이라 불리는 로열 나이츠.

그리고 하얀 늑대 기사단.

그들도 불가능하다.

물론 야만족들을 몰아내는 것 자체는 가능할 터였다.

전원 엑스퍼트의 실력자들.

그들은 제국을 넘어 대륙 제 1기사단이라 불리는 최강의 기사단이었으니까.

하지만.

서걱─!

콰콰쾅!

이런 식은 아니었다.

이렇게 압도적으로는 불가능했다.

루벤의··· 기사단이라고 했던가.

기사단의 이름을 듣지 못해 알 수 없었다.

칠흑의 갑옷과 검으로 무장한 기사들.

야만족들의 붉은 오러는 그런 기사들에게 범접할 수가 없었다.

괴악한 힘을 지닌 야만족들의 힘은 기사들의 어둠에 삼켜져 사라져갔다.

불가능하다.

로열 나이츠도, 하얀 늑대 기사단도.

이런 식으로 야만족들을 쓸어버리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벤딩턴을 비롯한 주둔지의 모든 사람들은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지나.

더 이상 멀쩡히 서있는 야만족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 시간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이게 대체···.”

벤딩턴은 도무지 지금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

“하달하신 임무를 모두 완수했습니다.”

시안의 앞으로 루벤의 기사단들이 도열했다.

시안은 차분히 도열한 기사들을 바라봤다.

다행히 부상자는 없어보였다.

딱히 부상을 입은 이들도 없었다.

하기사, 지금 입고 있는 장비가 어떤 장비인데.

그러니까 얼마짜리 장비인데 부상을 입는 단 말인가.

지금이야 시안이 개고생으로 해서 양산이 가능해서 그렇지.

원래라면 S등급의 검 하나 당 30만 골드.

그리고 S등급의 갑옷 하나당 30만 골드.

도합 60만 골드에 달하는 장비 세트였다.

그런 장비 세트를 20명 모두가 착용하고 있으니.

그 가격만 합치면 무려 1,200만 골드.

말 그대로 골드로 치덕치덕, 바른 현질의 기사단이었다.

‘응? 현질의 기사단?’

나쁘지 않은데?

솔직히 틀린 말도 아니었고.

하지만 시안은 금방 고개를 흔들어 털어버렸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기사단 이름이 현질의 기사단이 뭔가, 현질의 기사단이.

시안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비단 현질의 효과만은 또 아니었다.

야만족들이 사용하는 마(魔)의 힘.

정확히는 마(魔)에 삼켜져 광기의 힘을 사용하고 있었다.

‘음···.’

어찌된 이유인지 야만족들은 마의 힘을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안과 루벤의 기사단이 사용하는 힘 또한 마(魔).

그것도 근원의 마(魔)를 다루는 힘이었다.

광기에 물든 힘이라고는 하나 그 본질은 결국 마(魔).

기사단들이 쓰는 힘은 마혼제법의 하위호환이었던지라 걱정은 좀 되었지만···.

역시 마혼제법은 마혼제법이었고.

켄드릭이 교육 또한 잘 시킨 모양이었다.

야만족들의 힘은 시안과 루벤의 기사단들에게 감히 범접할 수가 없었다.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 아니었다.

쪽을 쓰지 못함은 물론, 그 힘이 흩어져 사라졌으니 말이다.

게다가 몬스터가 아닌 사람을 상대하는 첫 전투였다.

그럼에도 기사들은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이 역시 켄드릭이 교육을 잘 시킨 모양.

“수고했어.”

시안은 도열한 기사단과 더불어 팔찌에 있는 켄드릭.

그 둘 모두에게 말했다.

“이, 이게 대체 어찌···.”

그 순간 옆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바라본 그곳엔 벤딩턴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안은 터벅, 벤딩턴의 앞으로 다가섰다.

“대체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 예?”

벤딩턴은 순간 뭔가 싶었다.

정확히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그건 이쪽이 물어봐야하는 게 아닌가?

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그러니까 뭘 어떻게 하면 야만족들을 이렇게 쓸어버릴 수 있는지?

벤딩턴은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금방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벤딩턴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급격하게 어두워지는 표정.

“보다시피 지금 북부는 야만족들에 의해 점령당한 상태입니다.”

점령 당했다, 라는 벤딩턴의 말.

단순히 야만족들을 몰아내기 어려운 상황인 줄 알았건만.

생각보다 북부의 상황이 심각한 것 같았다.

하기사, 지금 상황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주둔지가 습격을 당할 정도면 말 다한 수준이었지.

그것도 평범한 주둔지가 아니었다.

변경백의 대공자, 벤딩턴이 있는 주둔지.

그런 주둔지가 습격을 당할 정도면 사태가 심각하다 못해 처참한 수준이라 봐야했다.

괜히 황제의 귀에까지 흘러들어간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리고 상황이 이 지경까지 흘러가게 된 이유.

“야만족들이 붉은 오러를 사용하기 때문입니까?”

“역시··· 느끼신 모양이군요.”

벤딩턴이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시안은 대충 어떻게 되먹은 것인지 금방 이해할 수 있을까.

야만족들이 사용하는 붉은 오러.

한 명이라면 모를까.

야만족들 전부가 저런 힘을 사용한다면 막기 힘들었다.

여기까지 버틴 것만해도 용할 지겨이었다.

그리고 그 힘의 정체는 마(魔)에 삼켜진 광기였다.

벤딩턴은 모르는 것 같았으나, 시안은 알 수 있었다.

문제는.

‘대체 어떻게?’

어떻게 야만족들이 마의 힘을 다루냐는 것이었다.

‘혹시 다크 엘프의 흑마법이?’

그럴 가능성이··· 있기는 있었다.

벤딩턴은 다크 엘프가 관련 되어있음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비단 벤딩턴 뿐만 아니라 알고 있는 이가 없었다.

오직 시안만이 알고 있는 사실.

만일 그렇다면 다크 엘프가 이런 일을 주도했다는 건데···.

그렇다는건 설마, 다크 엘프도 마(魔)에 삼켜졌다는 뜻?

‘음···.’

생각과 고민을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알 수가 없었다.

시안은 벤딩턴에게 물었다.

“제가 듣기로 흑마법의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렇습니다. 해서 아버님께서 로르실트와 함께 현재 조사 중에 있으십니다.”

시안의 물음에 벤딩턴이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벤딩턴의 아버지라 함은 북부의 변경백, 오슬리 바텐베르크 백작.

“아, 그것이···.”

순간 벤딩턴이 멋쩍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오슬리가 로르실트와 함께 있다는 것 때문인 것 같았다.

보아하니···.

오슬리는 로르실트에 파견 나온 파나트와 아르카닉 마법 병단쪽으로 마중 나간 것 같았다.

뭐, 이해는 했다.

로르실트는 최고의 전력을 보냈으나.

엘란두르는 시안을 보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흑마법의 흔적을 조사하려면 엘란두르보다는 로르실트인 것도 있었다.

흑마법도 마법의 일환이었고.

당연히 기사의 가문인 엘란두르 보다는 로르실트가 더 확실했다.

게다가 파나트는 제국의 별이자.

무려 6위계(位界)에 닿은 대마법사.

“괜찮습니다. 신경쓰지 마시죠.”

시안은 그런 것에 딱히 신경쓰지 않았다.

한 두번 받아온 괄시도 아니고.

애초에 이건 당연한 것이지 괄시라 부를 것도 아니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벤딩턴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지금 루벤의 기사단이 보인 저력을 확인한 지금은 더더욱.

시안은 손을 휘휘, 내저어보였다.

그리고는 다시 벤딩턴에게 말했다.

“다만, 그 흑마법의 흔적이 발견되었다는 곳 말입니다. 그곳에 지금 가보고 싶습니다만.”

“예? 그곳에 말씀이십니까?”

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흑마법의 흔적은 아마 다크 엘프의 것이 분명했다.

다만, 지금 야만족들이 사용하는 광기의 힘.

이것이 흑마법과 관련되어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만일 흑마법과 관련이 있다면.

이 모든 일은 다크 엘프가 사주한 것이라 봐야했다.

그리고 그 말은 즉.

다크 엘프는 결국 흑마법이 갖는 어둠의 마나를 이겨내지 못했다는 뜻.

그리고 정말 그렇다면···.

다크 엘프를 영지민으로 받아들이려는 생각은 곱게 접어야할 것 같았다.

광기에 물든 이들을 영지민으로 받을 수는 없으니까.

『[영지 퀘스트] - ‘다크 엘프가 부릅니다. 우리는 악마가 아니얏!’』

퀘스트는 이렇게 말했으나.

퀘스트를 거절할 수 있다는 것도 그렇고.

필시 관련된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니 대체 이 상황이 어찌 흘러가고 있는지.

그곳에 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흑마법의 흔적으로 뭘 어떻게 할지는 몰랐다.

시안은 기사였고, 마법에 대해서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하지만 흑마법은 결국 마(魔)에 기반했을 뿐더러.

‘엘로디의 기록을 볼 수 있으니까.’

시안은 스마트 폰으로 엘로디의 기록을 볼 수 있었다.

아무리 대륙 최강의 아르카닉 마법 병단.

제국의 별이라 불리는 천재, 파나트라고는 하나.

10위계(位界)에 닿은 엑시드(Exceed).

대마도사 엘로디에 비하면 그냥 하룻강아지였다.

특히 흑마법이라면 더더욱.

그러니 뭐.

일단 가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시안은 어깨를 으쓱이며 벤딩턴의 말을 기다렸다.

“그것이···.”

그런데 벤딩턴은 주저하듯 말이 없었다.

“어려운가요?”

“아닙니다. 그런 의미가 아니라···.”

벤딩턴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곧 면목이 없다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실은··· 그곳까지 가는 길목이 모두 야만족들에게 점령된 상황입니다.”

“아···.”

시안은 작은 탄성을 내뱉었다.

주둔지가 습격될 때부터 알아봤다만은.

정말 북부의 상태가 심각한 것 같았다.

“음···.”

시안은 잠시 고민했으나 그 시간은 길지 않았다.

“잘 되었네요.”

시안은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잘 되었다니. 그게 무슨···?”

벤딩턴이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안은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시안이 북부에 온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다크 엘프의 퀘스트를 해결하기 위함이었고.

두 번째는 루벤을 독립시키기 위한 압도적인 명분.

“싹 다 쓸어버리면서 가보죠.”

그것을 쌓기 위함이었다.

#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기사님들 아니었으면 저흰 모두···.”

“살려주셔서··· 살려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벤딩턴은 연신 감사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의 모습에 정신이 멍해졌다.

지금 이게 맞는 건가?

“대, 대공자님··· 지금 루벤의 기사분들이 레스벤 영지를 점령했던 야만족들을 궤멸시켰다고 합니다.”

“지금 추가로 잡혀있던 사람들을 모두 구출했다고···.”

이게 정말 맞는 거라고?

벤딩턴은 연이어 들려오는 승전보를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광기에 물든 야만족들은 너무도 강력했다.

심지어 야만족이라는 말처럼 성정 또한 포악했다.

학살, 약탈.

야만족들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아있는 전부였다.

그 과정에서 제국민들이 받는 고통까지.

여기에 혹독한 겨울의 땅 북부.

환경 자체가 야만족들의 편이었다.

작정하고 숨으면 찾을 도리가 없었다.

소탕하려해도 꼬리를 자르며 도망가던 이들이었다.

그 과정에서 지쳐가는 건 병사들뿐.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야만족들이었다.

가진 바 모든 수를 써도 버티는 것이 고작이었다.

심지어 그것도 이제 슬슬, 밀리려던 찰나였다.

그런데 지금은 무슨···.

“지, 지금 루벤의 기사분들이 데른 영지를 점령한 야만족들을 몰아내었다고 합니다.”

“그··· 내가 기억력이 안 좋아서 묻는 거네만.”

벤딩턴은 멍한 얼굴로 보고한 기사에게 물었다.

“거긴 방금 출정하시지 않으셨나···?”

“그, 그렇습니다.”

“그런데 지금 시간이 얼마나 지났다고?”

“한··· 30분 정도 되었습니다.”

벤딩턴은 순간 할 말을 잃어버렸다.

이게 정말 맞는거라고?

“이번엔 이상한 수레 같은 것을··· 사용하셨습니다.”

“수레?”

“신기전··· 이라며 성··· 뭐시기 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저도 처음 보는 것이었습니다.”

신기전?

“그게 뭔···.”

벤딩턴은 지금 이게 맞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벤딩턴은 시안과 루벤의 기사단.

그들이 뚫어내는 길을 따라 오슬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야말로 파죽지세요.

속된 말로 뚝딱.

그렇게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고.

“얼마나 더 가야합니까?”

“거, 거의 다 왔습니다. 아, 마침 저 앞으로 보이네요···?”

벤딩턴은 말 끝에 물음표를 찍어버렸다.

그리고 입을 꾹, 다물었다.

왜지?

왜 벌써 눈앞에 보이는 거지?

이런 생각이 들었으니까.

원래라면 눈앞에 보이기는 커녕 출발도 못했어야했다.

들이치는 야만족들에 발이 묶여 이도저도 못했어야했다.

어쩌면 중간에 갇혀 그대로 동사했어야만했다.

하지만 발이 묶여 동사하기는 커녕.

지나치는 길목의 모든 야만족들이 휩쓸려나갔다.

그 덕분에 숨통이 확, 트였다.

야만족들이 점령한 이 길목은 북부 전선의 허리와도 같은 곳이었으니까.

북부에 드리운 모든 야만족들을 몰아낸 것은 아니나.

이것으로 상황은 급변했다고 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구출된 사람들은 두말 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 눈앞으로 보이는 마을.

“생각보다 조금 늦었네요.”

들려오는 시안의 목소리.

“······”

벤딩턴은 뭐라,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벤딩턴은 완전히 생각을 고쳐먹었다.

고쳐먹은 수준이 아니라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카이 엘란두르가 아니라.

하얀 늑대 기사단이 아니라.

시안 엘란두르.

루벤의 기사단.

이들이 와준 것에 대한 안도와 무한한 감사를 느꼈다.

#

띠링!

《차디찬 겨울의 땅 북부. 그곳에 당신과 루벤의 이름이 따뜻하게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명성 포인트 + 5,000 P》

《명성 포인트 + 3,000 P》

《명성 포인트 + 4,000 P》

.

.

스마트 폰 화면 위로 명성 포인트가 올랐다는 무수한 알림창이 떠올랐다.

시안은 알림창을 대충 확인하고는 스마트 폰을 다시 집어 넣었다.

눈앞에 보이는 중소 규모의 마을.

‘확실히···.’

흑마법의 흔적이 발견된 마을이라고 하더니.

조금 거리가 있음에도 느껴지는 마(魔)의 힘이 상당했다.

그런데.

‘광기에 물들지는 않았는데?’

야만족들과 같은 광기의 힘은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 루벤의 기사단이 다루는 마(魔)의 힘.

되려 그것과 상당히 유사했다.

“제가 바로 가서 아버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벤딩턴이 시안 옆으로 다가오며 말을 꺼냈다.

그리고는 곧장 마을 안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바로 그때.

“네 이놈들!!!!”

갑자기 마을 안 쪽에서 성난 고함이 터져나왔다.

쩌렁쩌렁, 울리는 외침에는 지독한 분노가 담겨 있었다.

건물들에 가려 시야는 보이지 않았지만.

“아버님?”

벤딩턴이 놀란 눈을 뜨며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오슬리 백작의 목소리인 모양.

“이 자들을 모조리 죽여라!!”

분노가 담긴 오슬리 백작의 고함이 재차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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