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하는 영주님!-135화 (135/322)

§ 135화 - 새로운 숲지기

메마른 입술로 새어나오는 아스란디즈의 목소리는 갈라져있었다.

딱히 고문이나 형벌을 받은 흔적은 없건만.

아픔과 고통이라는 것은 육체적인 것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좀 괜찮으십니까.”

시안은 말을 내뱉고는 곧바로 후회했다.

아내와 아들을 스스로의 손으로 죽여야만 했던 아스란디즈.

심지어 본인조차 광기에 물들어 딸과 제국 북부의 모든 이들을 말살시키려했었다.

그 상태가, 그 죄가 어떻게 괜찮을 수 있겠냐만은.

“괜찮다.”

아스란디즈는 괜찮다, 그리 말하고 있었다.

시안은 아스란디즈를 가만히 바라봤다.

초췌한 얼굴 속, 검은 두 눈동자는 유난히 밝게 빛나고 있었다.

“······ 고맙다. 네가 아니었다면, 난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저질렀겠지.”

아스란디즈가 시안을 향해 고개를 숙여보였다.

시안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힘을 모두 잃으셨다 들었습니다.”

“대가치고는 싸게 먹힌 것이지.”

8위계(位界)의 대마법사.

마법사와 기사의 경지는 다르게 분류되나 8위계(位界)는 마스터 상급과 비견된다.

쉽게 말해 대륙 최강의 자리를 논하는 경지이자.

평생에 걸친 노력을 한다 한들 쉬이 닿을 수 없는 경지.

아스란디즈는 그런 힘을 모두 잃어버렸다.

“오히려 다행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럼에도 아스란디즈는 담담하기만 했다.

“더 이상··· 그 광기와 싸우지 않아도 되니.”

충분한 대가를 치렀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물론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보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동족의 아이들이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군.”

다크 엘프들을 수호하는 숲지기.

“그래도 견뎌내야겠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이윽고 아스란디즈가 다시 한 번 시안을 바라봤다.

“나를··· 구해주어서. 그리하여 동족들을 지킬 수 있게 해주어서 정말 고맙다.”

아스란디즈의 두 눈빛은, 그 어떤 때보다 진심이 담겨 있었다.

시안은 그런 아스란디즈에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잠시간 이어진 정적.

“세라가 숲지기님을 많이 보고 싶어합니다.”

“세라는···.”

세라의 이야기에 아스란디즈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아내와 아들을 잃고 이제 하나밖에 남지 않은 딸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가족.

“······ 세라는 잘 이겨낼거다. 순수해보여도 그 누구보다 강한 아이니 말이다.”

“그래도 아직 어립니다. 듣자하니 성인이 된 지 얼마 되지 않다고 하던데요.”

물론 인간과 엘프의 성인 나이가 다르다.

그러나 성인이라는 개념은 크게 차이가 없었다.

자신의 인생을 선택하고 책임지는 시기.

동시에 이제 막, 세상을 배우고 나아갈 자격을 갖춘 시기.

그렇기에 아직 어리고, 또 부족했기에.

“누군가 세라를 앞에서 이끌고, 가르쳐줄 이가 필요합니다.”

그 역할은 대부분 부모라는 존재가 도맡는다.

비록 아스란디즈는 가진 바 모든 힘을 잃었다고는 하나.

부모라 함은 힘이 강하다고하여 부모가 아니었다.

“······”

아스란디즈는 답이 없었다.

자신의 죄를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자신의 운명 또한 직감하고 있었으니까.

아스란디즈는 그 역할을 자신이 할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아스란디즈의 고개가 천천히 아래로 향했다.

시안은 그런 아스란디즈를 바라보다 피식,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아스란디즈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 가지 기억이 겹쳐 떠올랐다.

아주 오래 전, 자신을 바라보던 세실의 모습이 말이다.

시안의 어머니, 세실.

세실은 하루 아침 사이 목숨이 끊어진 채 발견되었다.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엘란두르에서는 의문의 사고라며 쉬쉬 넘겼을 뿐이었다.

하지만 시안은 알고 있었다.

어린 시안은 알지 못했지만, 지금의 시안은 알고 있었다.

그건 갑작스러운 사고가 아니었음을.

어쩌면···.

세실도 그때 당시 자신의 운명을 직감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세실도 죽기 전.

지금의 아스란지와 같은 모습을 보였을까.

글쎄, 잘 모르겠다.

시안은 누군가의 자식이었으나, 아버지였던 적은 없으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아스란디즈의 심정을, 세실의 심정을.

시안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세라에겐 숲지기님이 필요합니다.”

세라의 심정은 이해할 수 있었다.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홀로 남아야만 하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 외로움과 죄책감을 시안은 그 누구보다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과거.

시안은 둘 모두를 지킬 수 없었다.

비참하게 죽어갔던 세실과.

쓸쓸히 남아야만 했던 어린 시안을.

과거의 시안은, 둘 모두를 지키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시안은 작은 미소를 지으며 품 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아까 전, 간수장에게 건네받은 열쇠를 꺼내들었다.

철컥.

둔탁한 소리가 들려오며 감옥의 문이 맥없이 열렸다.

“······?”

아스란디즈의 고개가 옆으로 기울어졌다.

지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지 멍한 표정만이 시안을 향할 뿐이었다.

시안은 감옥 안으로 들어가 호현을 묶고 있는 사슬 또한 풀어주었다.

철컥. 철컥.

“이, 이게 무슨···?”

아스란디즈의 부릅 떠진 눈으로 시안을 바라봤다.

시안은 살짝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현재 숲지기님은 황태자 전하의 하인 신분입니다.”

하인(Servent).

누군가에게 고용되어 잡일을 하는 사람.

그리고 하인이라 함은, 노예 제도를 부정하는 샤를롯 제국에서 유일하게 노예라 불리는 이들이었다.

고용인 신분인 시종과 시녀와는 달랐다.

하인은 그들보다 밑의 신분.

말 그대로 일만 하는 노예였다.

당연히 기본적인 숙식만 제공될 뿐.

봉급은 일절 제공되지 않았다.

아스란디즈는 평생 제국을 위해 봉사하는 노예의 신분이 되어버렸다.

“······?”

시안의 말에 아스란디즈의 표정은 더욱 당황으로 물들었다.

앞선 상황은 물론 시안의 이야기가 이해가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스란디즈의 형벌은 본디 참형이었다.

그 사실이 아스란디즈에게 알려지진 않았으나 이미 짐작하고 있던 일이었다.

무엇보다 사실 말이 하인이고, 노예일 뿐이었다.

콘라드의 명을 따르는 노예.

아스란디즈가 무얼하든 콘라드가 허락만 해주면 그만이었다.

쉽게 말해 형식상으로만 벌을 준 격이요.

눈 가리고 아웅이었다.

실질적으로는 죄를 사해준 것이나 다름 없는 것.

‘좀··· 의외긴 했지.’

참형만은 면할 생각으로 내지르긴 했다만···.

솔직히 좀 의외였다.

그래도 징역형 정도는 처할 줄 알았으니까.

역시 황제 다운 배포인 것일까.

‘아니면 다른 생각이 있으신 것 같기도 한데···.’

뭐, 아무튼.

“해서 아스란디즈님의 신분은 노예민입니다만, 딱히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미 전하께 허락을 받아놓았거든요. 그리고 말은 제 영지민으로 해놓았는데···. 원하신다면 원래 살아가시던 곳에서 살게끔 자유롭게 해드리겠습니다.”

아스란디즈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떨리는 눈빛으로 시안을 바라볼 뿐이었다.

“대체 왜···?”

갈라진 아스란디즈의 목소리에서 얕은 떨림이 느껴졌다.

지금 상황이 무얼 의미하는지.

어째서 이런 상황이 펼쳐졌는지.

아스란디즈는 모르지 않았으니까.

“그냥 뭐···.”

시안은 그저 멋쩍게 뒷머리를 긁적일 뿐이었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이어진 시안의 물음.

그러나 아스란디즈는 쉽사리 답을 하지 못했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 정확했다.

이번 북부의 일로 제국에 다크 엘프의 존재가 널리 알려졌다.

아직은 황가에서 쉬쉬하는 탓에 제국 전역으로 퍼진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알만 한 이들은 아는 상황이었다.

자연스레 엘프에 관심을 갖는 인간들이 생겨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무수한 억압과 핍박이 휘몰아칠 것은 분명할 터.

허나, 다크엘프를 수호하는 숲지기는 모든 힘을 잃었다.

그리고 숲지기가 모든 힘을 잃었다 함은, 다크 엘프들에게 가장 강력한 방벽을 잃어버린 셈.

이들은 냉혹한 야생의 세계로 덩그러니 내던져진 격이었다.

이들 앞에 기다리고 있는 건, 밝디 밝은 희망 따위가 아니었다.

“······”

그렇기에 아스란디즈는 쉽사리 입을 열 수가 없었고.

“막막하시다 싶으시면··· 당분간 제 영지에서 지내셔도 되고요.”

그걸 시안이라고 모르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시안의 말에 아스란디즈가 퍼뜩, 눈을 치켜들었다.

“네 영지라면···?”

“루벤이라는 영지인데. 어둠의 숲에 위치한 영지이지만··· 다크 엘프와 정말 잘 어울릴 것 같기도 하네요.”

멍한 아스란디즈의 시선.

“게다가 루벤에는 인간들 뿐만 아니라 드워프들도 있어서 이종족에 대한 거부감도 딱히 없을 겁니다.”

“······”

아스란디즈는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다.

그저 파르르, 떨리는 눈빛으로 시안을 바라볼 뿐이었다.

황제의 특명으로 아스란디즈의 죄는 사해졌다.

그러나 다크 엘프들에 대한 제국민의 증오.

그리고 다크 엘프들을 향한 인간들의 탐욕.

그것들까지 사라진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자신을, 다크 엘프들을 영지민으로 받아준다는 것.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스란디즈는 모르지 않았다.

“우리들을··· 보호해주겠다는 뜻인가?”

떨리는 아스란디즈의 물음에 시안은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루벤의 영주입니다. 루벤의 영지민들을 보호하는 건 영주의 의무죠. 다크 엘프의 숲지기처럼요.”

숲지기.

그 단어에 아스란디즈의 눈가가 다시 한 번 파르르, 떨려왔다.

잠시 간의 정적.

“숲지기는··· 단순히 다크 엘프를 지키는 수호자를 의미하지 않는다.”

아스란디즈는 살짝 시선을 내리며 나지막히 말을 내뱉었다.

“나는 비록 모든 힘을 잃었으나, 우리 동족들은 여전히 어둠의 마나를 사용한다. 그리고 보다시피··· 언제고 광기에 사로잡힐 수 있는 일이지.”

다크 엘프들이 세상으로부터 배척을 받게 된 이유.

어둠의 마나를 사용하는 이들의 광기.

그리고 그것은 마냥 오해만은 아니었다.

언제고 제 2의, 제 3의 다이슨이 나올 수도 있는 일.

“만일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난다면···.”

“막아드리겠습니다.”

시안의 말에 아스란디즈가 시선을 들었다.

그리고 그런 아스란디즈의 시야로 보이는 한 사내.

“다른 다크 엘프들이 아스란디즈님처럼 광기에 사로잡힌다면 제가 그들을 막아서겠습니다. 아스란디즈님을 막아섰던 것처럼요.”

“······”

아스란디즈의 표정이 일순간 멍해졌다.

입은 무언가를 내뱉고자 뻐금거렸으나 아무런 말도 새어나오지 않았다.

멍한 시선만이 시안을 향할 뿐이었다.

그런 시선 속, 아스란디즈의 머릿속으로 얼마 전의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다름 아닌 아스란디즈가 인스티즈의 광기에 사로잡혔 당시.

최강이자 최흉의 악 앞에서 모두가 좌절하며 주저앉아있을 당시.

“제가 반드시 막아드리겠습니다.”

비적비적, 일어나던 한 인간의 모습을.

세상으로부터 배척받아온 다크 엘프.

아스란디즈는 그런 다크 엘프의 숲지기로서 참으로 많은 고통과 아픔을 겪어왔다.

그렇기에 사실, 아스란디즈는 다이슨의 타락을 어느 정도 이해했다.

세상에게 배척받은 다크 엘프들.

그로써 받아야만 했던 억압과 핍박.

아스란디즈는 그것을 다크 엘프의 운명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허나, 내심 그런 운명에 대한 억울함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또 그렇기에.

아스란디즈는 사실 자신이 인스티즈의 광기에 사로잡힌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쩌면 아스란디즈의 내면 깊숙한 어둠.

그것이 인스티즈의 힘을 일깨운 것이 아닐까.

아스란디즈는 그리 생각도 했었다.

다크 엘프들이란 그런 종족이었으니까.

어둠의 종족.

내재된 광기와 평생토록 싸우다 결국 삼켜지는 운명.

다크 엘프들의 성격이 순수한 이유 또한 여기에 기반한다.

세상 사람들은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탓에 그러했을거라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실상은 내재된 광기와 싸우기 위해 택한 다크 엘프들만의 생존 방식이었다.

그럼에도 다크 엘프들은 하나 둘씩 광기에 미쳐갔다.

운명에 저항하지 못하고 끝내 사라져갔다.

그렇기에 단 한 명도 없었다.

어느 누구도 없었다.

아무런 편견없이, 아무런 대가없이.

“저희와 함께 하시죠.”

있는 그대로 다크 엘프들을 받아주는 이는 처음이었다.

“왜··· 왜··· 대체 왜···?”

아스란디즈의 목소리가 심히 떨려왔다.

아무런, 아무런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많은 이들에게 죄를 지닌 다크 엘프.

다이슨은 인간들이 저지른 과오에 대한 보복이라 일갈했다.

하지만 반대로 다크 엘프들 또한 인간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다.

당장 이번 북부의 사건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다크 엘프는 죄인이다.

설령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제고 죄인이 될 운명을 타고났다.

그렇기에 죄인이 맞이해야할 운명은 마땅히 정해져있건만.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건만.

“그냥 뭐···.”

눈 앞의 사내는 그저 멋쩍은 웃음만 지어보일 뿐이었다

어색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시안과 아스란디즈는 그 침묵 속에서 한참의 시간을 서 있었다.

그렇게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일순간 아스란디즈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기력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후, 불면 날아가버릴 것 같았다.

그러나 시안을 바라보는 검은 두 눈빛만은, 유난히 밝게 빛나고 있었다.

스윽.

이윽고 아스란디즈가 초췌한 몸을 들어 한쪽 무릎을 꿇었다.

“다크 엘프의 숲지기이자···.”

이어 시안을 향해 다붓이 고개를 숙인다.

“루벤의 영지민. 아스란디즈.”

그리고 나지막히 들려오는 아스란디즈의 목소리.

“새로운 숲지기님을 뵙습니다.”

그런 아스란디즈의 말과 동시에.

띠링!

《전설 업적, ‘다크 엘프의 수호자, 숲지기’ 달성!》

품 속에서 경쾌한 스마트 폰의 알림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다시.

띠링! 띠리링!!

살짝 오류가 난 듯한 알림음이 연이어 들려오더니.

《우와아아아악!! 숲지기요?!》

《숲지기요오오오욧?!!?!?!》

까무러치는 모바일 영주의 알림창이 그 위로 떠올랐다.

#

‘······ 응?’

갑자기 들려온 스마트 폰의 알림음.

시안은 품 속에서 스마트 폰을 꺼내 떠오른 알림창을 확인했다.

《당신! 뭡니까! 숲지기라뇨! 숲지기라뇨!!》

《어떻게 숲지기의 업적 달성할 수 있는 거죠?》

《그것도 엘프들 중에서 가장 뛰어나고, 또 강직한 이만이 얻을 수 있는 업적을요!》

《당신 대체 뭡니까! 인간입니까! 엘프입니까!》

《아니면 기사입니까! 마법사입니까!》

《대체 정체가 무엇입니까아아앗!!!》

《말도 안돼! 말도 안돼애!!!》

띠링!

《이건 버그가 분명해요옷!》

.

.

‘······ 뭔데?’

뭔데 갑자기 이리 호들갑인데?

그리고 버그는 또 뭔데?

시안은 정말이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띠링!

《전설 등급 업적 달성으로 특별 항목이 추가 개방됩니다!》

이윽고 떠오르는 알림창.

“아스란디즈, 잠시만요.”

시안은 아스란디즈에게 잠시 양해를 구한 뒤, 떠오른 알림창을 확인했다.

【아르나이즈의 축복】

④【<엘로디의 탐구>: 참된 진리란, 진리 답지 않은 것입니다.】

[효과 1] - 연구소의 연구 속도가 +20,000% 상승합니다!

[효과 2] - 영지 소속 마법사의 성장 속도가 +1,000%만큼 상승합니다!

[효과 3] - 마력증폭(魔力增爆)의 효과가 상시 적용됩니다!

[해금 조건: 숲지기와 관련된 전설 업적 달성.]

.

.

새로이 개방된 아르나이즈 특전, <엘로디의 탐구>.

이로써 <샤를롯의 긍지>, <모르크루의 불꽃>, <뮤리엘의 기도>.

그리고 <엘로디의 탐구>까지.

도합 4명의 아르나이즈 특전을 얻은 셈이었다.

시안은 새로 개방된 <엘로디의 탐구>의 효과를 확인했다.

역시나 아르나이즈 특전은 특전인 것인지 그 효과가 상당했다.

그러다 문득.

‘마력증폭?’

시안은 [효괴 3]의 생소한 문구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의문도 잠시.

시안은 깜빡거리는 ‘마력증폭’의 글씨를 터치했다.

꾹.

『《마력증폭(魔力增爆)》

▶업적 보유자의 마력 효율을 +10% 증폭시킵니다.』

.

.

간단하고도 명료한 설명.

그러나 설명과는 달리 그 효과는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마력 효율 10% 증가?’

한 마디로 마력의 효율을 +10% 높여준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마력이라 함은 주로 마법사들이 다루는 힘을 의미한다.

그러나 조금 더 정확한 개념으로 말하자면 ‘마나에 깃든 힘’을 의미했다.

즉, ‘마력’이라는 개념이었다.

그리고 기사들이 사용하는 오러 또한 결국 마나에 기반한 힘이다.

마나는 존재를 구성하는 근원.

마(魔) 또한 결국 그런 마나의 일환이었으니.

‘마혼제법의 효율도 +10% 증가한다는 뜻?’

쉽게 말해 시안이 가진 바 마기의 힘이 +10%가 된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지속 시간이 있는 것이 아닌 ‘상시’ 적용이었다.

한 마디로 패시브였다.

이건 지난 날, 시안이 아리아에게 선물로 주었던 뮤리엘의 장신구.

신성력을 2배로 늘려주었던 그 장신구와 비슷한 효능을 지닌 패시브라 할 수 있었다.

‘미친!!!’

실로 미쳤다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물론 뮤리엘의 장신구에 비하면 그 효율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만일 여기에 업적 강화까지 한다면···!’

뮤리엘의 장신구와는 달리, 아르나이즈 특전은 업적 포인트를 통해 강화를 할 수가 있었다.

그럼 마력 효율은 10%에서 20%, 30%···.

현질을 하면 할수록 그 수치는 끊임없이 증가한다.

물론 강화 한 번에 1만 업적 포인트.

골드 가치로 100만 골드가 소모되기는 했다.

하지만.

‘확률 운빨이 아닌 확정 현질 강화!’

이것이 진정한 현질 강화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아아···!’

시안은 저도 모르게 떨려오는 몸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엘로디의 탐구> 특전을 개방하시겠습니까?》

‘고민하고 자시고가 아니지!’

시안은 곧장 <엘로디의 탐구>를 활성화 시켰다.

꾹.

《Error: 오류로 인해 특전 개방이 불가합니다.》

그런데 화면 위로 떠오르는 경고창.

‘응?’

뭐지 싶던 찰나.

《오류 사유: 결제 금액 부족.》

새로운 알림창이 다시금 화면 위로 떠올랐다.

‘결제 금액 부족···?’

시안은 곧장 인벤토리의 금화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중인 금화] - 82.000G

8만 2천 골드.

특전 개방에 필요한 골드는 50만 골드였다.

하지만.

‘300만 골드가 있지 않았나···?’

시안은 북부에 오기 전.

듀라크에게 300만 골드를 뜯어··· 아니, 지원받은 적이 있었다.

‘그 많던 돈이 다 어디에···?

아, 맞다.

‘뮤리엘의 축복을 강화하는데 전부 써버렸지.’

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광기에 사로잡힌 아스란디즈를 막는다고 가진 돈을 전부 <뮤리엘의 축복> 강화에 때려박았다.

‘그런데 그걸 제하고도 10만 골드가량이 남아 있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영지 시설의 유지 관리비로 인해 야금야금 지출된 모양인 듯 싶었다.

그 말은 즉.

띠링!

《진행을 하다 막혔을 땐, 현질을 해보세요!》

“하아···.”

시안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뱉었다.

이 놈의 현질은 어떻게 된 게 끝도 없는 지.

‘뭐, 모바일 영주가 한 두번 이랬던 것도 아니고.’

시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쨌거나 현질할 돈을 벌어야 했다.

그리고 지금 당장 돈 나올 구석은 하나.

바로 엘레나를 한 번 만나보는 조건으로 골드를 주기로 한 황제의 약속.

‘지금쯤이면 돌아왔을라나···.’

시안은 스마트 폰을 품 속으로 집어 넣었다.

#

제국 수도의 중심, 황궁.

시안은 테라스에 앉아 탁자에 놓인 것들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각종 다과와 더불어 찻잔에 놓인 따끈한 차(茶).

척 보기에도 귀한 것들이 탁자 위에 즐비해있었다.

티타임, 다과시간 등등.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리는 이 시간.

저 잘난 귀족들이 사교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는 시간이었고.

그렇기에 시안은 딱히 경험해보지도, 관심 갖지도 않은 시간이었다.

시안은 슬며시 시선을 돌려 테라스 밖의 풍경을 바라봤다.

황궁 안 쪽으로 로열 나이츠들이 경계 근무를 서는 모습들이 비쳐보였고.

여러 대신들이 바삐 움직이는 모습 또한 비쳐보였다.

또한 그 너머로 수도, 다르칸의 전경이 훤히 보였다.

척 봐도 이곳이 황궁에서도 평범한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렇기에 평범한 이들은 올 수 없는 곳.

“오랜만이네요.”

시안의 맞은 편으로 맑디 맑은 미성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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