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하는 영주님!-139화 (139/322)

§ 139화 - 북부의 영웅(2)

“네? 영주님이요?”

“그렇다. 예일을 배웅하고 오니 어느샌가 보이지 않더군.”

되묻는 아멜리아의 말에 오슬리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2m에 달하는 거구.

북부의 변경백, 오슬리 바텐베르크.

아멜리아는 오슬리에 대해서 익히 들은 바가 있었다.

상인으로서 유명 인사에 대해 빠삭한 점도 있었지만.

제국에서 오슬리를 모르는 이가 몇 명이나 될까.

그리고 과연, 그 위명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곧장 알 수 있었다.

검술 실력이나 오러의 경지가 아니더라도, 사람 자체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이 예사롭지 않았다.

“어··· 글쎄요? 저도 아까부터 본 적이 없어서요.”

“그런가.”

“음··· 대충 예상가는 곳이 있기는 한데, 제가 안내해드릴게요.”

“그럴 필요는 없다만.”

“아뇨. 저도 막 영주님을 찾으려던 찰나여서요.”

웃음 짓는 아멜리아의 모습에 오슬리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멜리아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안이 있는 곳.

아멜리아도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

그런데 아마 다크 엘프들과 함께 있는 것이 분명했다.

시안에게서 자세한 사연을 들은 아멜리아.

떠날 준비를 마친 다크 엘프들과 함께 이제 곧 루벤으로 항하려던 찰나였으니, 아마 시안도 그곳에 있을 터였다.

아멜리아는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몇 걸음을 걸었을까.

“고맙다. 네가 가져온 물자 덕분에 북부인들이 굶주리지 않을 수 있었다.”

뒤쪽으로 오슬리의 말이 들려왔다.

“아뇨. 저는 딱히 한 게 없는걸요. 전부 영주님이 시킨대로 한 것밖에는···.”

“물자를 배급하는 것에 네 도움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 네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빠르게 또 적재적소에 배급을 받지 못했겠지.”

“그렇게 말씀해주신다면야···.”

아멜리아는 괜시리 멋쩍은 마음에 발걸음을 더욱 빨리했다.

그렇게 도착한 장소.

그곳엔 수많은 다크 엘프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아멜리아는 그들 틈에서 시안의 모습을 찾았다.

하지만.

“어라, 여기에도 안 계시나.”

어쩐 일인지 시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두리번두리번, 계속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 시안의 모습.

“아멜리아다.”

시안 대신 세라가 아멜리아 쪽으로 성큼, 다가올 뿐이었다.

“아, 세라. 혹시 영주님 어디에 계신지 아세요?”

“영주? 움···.”

세라가 아멜리아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시안을 말하는 거야?”

“네.”

“응. 알아.”

세라는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쪽 어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아멜리아의 시선이 세라의 손가락을 따라 이동했다.

그곳은 다크 엘프들에게서 멀리 떨어진 구석이었다.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잘 알아차릴 수 없는 구석진 곳.

그리고 그 구석진 곳에.

“아아아아아아···.!!!”

시안이 몸을 파들파들, 떨어대고 있었다!

띠링! 띠링!

《꾸에에에에엑···!!!!!》

그리고 어디선가 희미하게 들려오는 알림음까지.

아멜리아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엔 또 왜 저러시는 걸까.

이제는 슬슬 익숙해질법 하건만.

도무지 익숙해질래야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그 순간.

“대단해.”

세라가 아멜리아 옆에 붙으며 말했다.

맑디 맑은 세라의 검은 눈동자는 정말로 대단하다는 듯한 기색으로 시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단해요? 저게요?”

대체 어딜 봐서?

괴랄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지 않나?

설마 엘프들에겐 저 모습이 대단한 일인가?

엘프들의 생태를 잘 모르긴 하다만···.

“응. 어떻게 저렇게 떨어댈 수 있는거지?”

“아.”

아멜리아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난 따라하라 해도 못 하겠는데.”

이윽고 세라가 몸을 파르르, 떨어보였다.

그러자 유려한 세라의 몸매가 마치 벨리 댄스를 추듯 떨려왔다.

순간 넋을 놓고 보게 되는 움직임.

과연 미(美)의 종족은 미(美)의 종족인가··· 싶은 생각과 동시에.

“확실히···.”

시안에 비해 바이브가 조금 부족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전기가 전신을 관통하는 듯한 떨림.

신의 부름을 받는 듯한 움직임.

세라의 떨림은 그런 감성이 부족했다.

이렇게 보니 시안이 조금 대단하기도 했다.

“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

정말 어떻게 몸을 저렇게 떨어댈 수 있는 걸까.

저건 정말 접신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움직임이었다.

“이렇게 보니 대단하긴 하네요.”

“정말 대단하다니까.”

아멜리아와 세라는 시안의 움직임을 보며 감탄했다.

그리고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오슬리.

“······”

오슬리는 뭐라 할 말을 잃어버렸다.

정말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끄아아아아아아···!!”

저걸 보고 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나도 배우고 싶어.”

“저걸 굳이요? 그리고 배운다고 되는 건 아닐걸요?”

게다가 저 모습을 당연하게 여기는 아멜리아와 세라까지.

“······”

오슬리는 정말이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렇게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후우···! 후우···!”

정신을 차린 것인지 시안이 호흡을 크게 내뱉었다.

그러다 퍼뜩.

자신을 향하는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묘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아멜리아와 세라.

그리고 뭐라 설명할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오슬리.

시안은 헛기침을 한 번 해보였다.

그리고 슬쩍, 오슬리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 언제 오셨습니까?”

“좀 되었다만.”

“그렇군요.”

시안은 다시 한 번 헛기침을 반복해보였다.

그렇게 내려앉은 어색한 침묵.

“그런데 어쩐 일로···?”

“빨리도 물어보는 군.”

오슬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제 떠난다고 들었다.”

“네. 얼추 북부의 상황이 모두 정리가 되었으니까요.”

무엇보다 뜯어낼 돈도 다 뜯··· 아니.

현질할 돈도 충분히 받았으니까.

“돌아 가야죠.”

“그렇군.”

오슬리는 별 다른 말없이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리고는 살며시 시선을 돌려 옹기종기 모여있는 다크 엘프들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저마다 떠날 채비를 마친 채 기다리고 있는 다크 엘프들.

오슬리는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러다 문득, 다크 엘프들 가장 앞쪽.

아스란디즈와 오슬리의 눈이 마주쳤다.

둘은 잠시간 서로를 바라봤다.

이윽고 오슬리가 아스란디즈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주한 둘.

둘은 한동안 서로를 마주 바라봤고, 침묵은 꽤나 오랫동안 이어졌다.

북부를 수호하는 변경백, 오슬리.

다크 엘프를 수호하는 숲지기, 아스란디즈.

각자의 자리에서 어쩔 수 없는 악연으로 시작된 둘.

“숲지기 자리를 내려놓았다고 들었다.”

먼저 오슬리가 나지막히 말을 내뱉었다.

“더 이상의 자격이 없으니까. 나보다 더 자격이 있는 이에게 맡겼다.”

아스란디즈의 말과 함께 오슬리의 시선이 시안에게 잠시 향했다.

이윽고 다시 시선을 돌린 오슬리는 아스란디즈를 천천히 훑어봤다.

초췌한 모습.

8위계(位界)에 닿아있던 그 강대했던 마력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오슬리는 담담히 말을 내뱉었다.

“힘을 모두 잃었다고.”

“보다시피.”

“대가를 치렀다고 생각하나.”

이번에는 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그리고 오슬리 또한 그 답을 재촉하지 않았다.

다시 이어진 침묵.

한참의 시간이 지나 오슬리가 입을 열었다.

“북부는 여전히 다크 엘프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알고 있다.”

아스란디즈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크 엘프가 북부에 남긴 상처.

가족과 친우를 죽인 이를 어찌 용서할 수 있을까.

아스란디즈는 다크 엘프의 죄를 덮을 생각이 없었다.

그 일환으로 이렇게 쫓겨나듯, 북부를 떠나고 있지 않은가.

아스란디즈는 시선을 살며시 아래로 내렸다.

오슬리는 그런 아스란디즈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오슬리가 아스란디즈에게서 등을 돌렸다.

2m가 넘는 거대한 몸집.

“하지만 모든 북부인들이 그러한 건 아니다.”

그 커다란 등 너머로 오슬리의 말이 나지막히 들려왔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술이나 한 잔 했으면 좋겠군. 북부의 방식으로.”

오슬리는 터벅, 걸음을 옮겼다.

아스란디즈는 멍하니 오슬리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걸음을 옮기던 오슬리가 이내 시안의 앞을 스쳐지나갔다.

“표현이 참 서투십니다. 그게 북부의 방식인 겁니까?”

“시끄럽다. 헛소리 내뱉을 시간에 빨리 가기나 하거라.”

시안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고보니 파나트님은 어디 계십니까?”

“먼저 떠났다. 가문에서 급히 불러 인사도 못하고 떠나서 미안하다고 전해달라더군.”

어쩐지 모습이 안 보이더라니.

뭐, 가문에서 급히 불렀다니 어쩔 수 없다만은.

“그럼 저도 이만 가보겠습니다!”

오슬리는 대답 없이 그저 묵묵히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그 모습이 참 오슬리답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오슬리 답지 않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하여간···.”

“곰 아저씨는 곰 아저씨야.”

시안은 세라의 말에 백번 공감했다.

뭐, 어쨌든.

이제는 떠나야할 시간이다.

시안은 시선을 들어 앞을 바라봤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다크 엘프들.

그들의 표정에는 일말의 두려움이 깃들어있었다.

평생을 살아왔던 터전을 떠나야만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그 이유 또한 썩 좋지 못했다.

사실 상 쫓겨나는 것이나 다름 없는 셈.

그 심정이 어찌 좋을 수 있을까.

“가시죠.”

시안은 그런 다크 엘프들을 달래듯,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시안의 뒤로 가장 먼저 아멜리아와 세라 그리고 루벤의 기사단과 병사들이 따라붙었다.

그 뒤를 이어 아스란디즈와 수많은 다크 엘프들이 따라붙었다.

그렇게 시안은 일행들을 데리고 백작성 밖으로 향했다.

북부의 모든 상황이 마무리 되고 루벤으로 향하는 첫걸음.

그 복잡한 심정과 함께 한 걸음, 두 걸음.

백작성의 정문을 향해 가던 그 순간이었다.

“오셨다!”

갑자기 앞쪽으로 커다란 외침이 들려왔다.

바로한 시야.

시안은 시야를 까마득히 메운 인파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사람들의 외침.

“시안 공자님! 그리고 루벤의 기사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를 외면하지 않아주셔서. 저희를 도와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언제고 또 놀러와 주실 거죠?!”

그들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시안과 그 행렬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또한 다크 엘프들을 바라봄에도 그들은 증오와 분노를 피어올리지 않았다.

“여러분들의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는 여러분들을 미워하지 않습니다!”

“비록, 이렇게 헤어지지만 가시는 곳에서는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되려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이해해주었다.

방금 전, 모든 북부인들이 그러한 것이 아니라는 오슬리의 말.

그건 어쩌면 본인을 포함한 이런 이들을 말했던 것일까.

“그, 그게···.”

“우리는···.”

다크 엘프들은 어쩔 줄 몰라하며 크게 당황해보였다.

그렇게 시안과 루벤의 기사들.

다크 엘프들은 멍한 표정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런 발걸음이 지나는 곳마다.

눈길이 스치는 곳마다.

사람들의 진심 어린 인사가 끊임없이 보이고 또 들려왔다.

이윽고 시안은 저 앞으로 질서정연하게 서있는 인파를 볼 수 있었다.

다름 아닌 북부의 병사와 기사들.

북부에 드리운 위기에 맞서 함께 싸워온 이들이었다.

그들은 시안의 일행이 지나감에 오른손을 주먹 쥐어 왼쪽 가슴에 대보였다.

척! 척!

그럴때마다 갑옷이 부딪히는 소리가 뜨겁게 울려퍼져왔다.

척. 처척.

그 소리는 시안과 일행들이 모두 지나갈때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행렬의 맨 마지막 인원이 병사들 사이를 빠져나왔을 때.

“전원 도열!!”

병사들 중심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정갈한 제복 복장을 한 사내.

다름 아닌 오슬리의 아들, 벤딩턴 바텐베르크.

벤딩턴은 허리에 찬 검을 뽑아 높게 치켜들었다.

그와 함께 수많은 북부의 기사와 병사들이 벤딩턴을 따라 검을 높게 치켜들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항상 명심하거라!!”

한 쪽에서 우레와도 같은 외침이 들려왔다.

마치 흉포한 짐승이 포효하는 듯한 목소리.

뒤를 돌아보자 그곳엔 2m에 달하는 커다란 덩치.

다름 아닌 떠난 줄 알았던 오슬리가 어느샌가 거대한 대검을 치켜든 채 서 있었다.

“그 언제고. 그 어디에서도.”

그리고 이어지는 오슬리의 외침.

“우리 북부는 언제나 너의 방문을 환영할 것이다!”

그와 동시에.

“은인께 대하여어어!!!”

벤딩턴이 오슬리의 말을 받으며 소리쳤다.

“경례!!!”

처척!!

일제히 터져나오는 절제된 소리.

그것은 백작성의 공기를 뜨겁게 달구었고.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하늘을 뒤덮는 어마어마한 함성이 백작성을 넘어 북부 전역으로 가득히 터져나갔다.

#

샤를롯 제국.

천 년전, 악마들의 침공에 맞서 세상을 구원한 6인의 영웅, 아르나이즈(Arnaiz).

그런 아르나이즈의 리더였던 샤를롯 대제가 건국한 국가.

대륙에서 내로라하는 천재들이 모이는 곳이자.

모든 인류 문명의 최고점.

누군가 대륙의 명운을 묻거든.

고개를 들어 샤를롯 제국을 바라보게 하라.

천 년이 넘는 유구한 세월 동안 샤를롯 제국은 명실상부 대륙 최고의 국가로 자리매김 하고 있었다.

대륙의 사람이 모이는 만큼 수많은 사건과 사고가 일어나고.

또 무수히 많은 기변이 일어나는 곳.

그렇기에 보통 일로는 사람들의 관심사에 오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

“자네. 그 이야기 들었어?”

“응? 그 이야기라니?”

샤를롯 제국 전역이 한 가지 사건으로 떠들썩해 있었다.

“이번 북부에서 일어난 사건 말이야.”

다름 아닌 북부 전역을 뒤집어놓은 사건.

또 북부를 넘어 제국 전체를 뒤집어놓을 뻔했던 대사건.

그동안 황궁 내부에서 쉬쉬하고 있었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한계는 있었다.

황궁에서 새어나간 이야기는 곧 수도로 퍼져나갔고.

수도에서 퍼져나간 이야기는 다시 제국 전역으로.

“당연하지 이 사람아. 지금 제국에서 그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있어?”

발 없는 말이 천리, 만리를 가는 건 순식간이었다.

“듣자하니 정말 북부가 발칵, 뒤집힐 뻔했다는데?

“말도 마. 내 사촌이 북부 사람인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걸 정말 뭐라 표현해야할지···.”

“그 정도란 말이야?”

“북부를 넘어 제국 전체가 뒤집힐 뻔 했다니까. 지금도 북부는 그 피해가 막심하다고 하니···.”

“소문으로는 악마의 부활이라는 말도 있던데?”

“그런 소문도 돌긴 했는데, 그건 아니었더라고. 흑마법을 사용하는 다크 엘프들의 소행이었다나봐.”

제국 어딜 가나 북부 사건의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다크 엘프들의 소행이었다니···.”

“듣자하니 파나트님과 아르카닉 마법 병단으로도 역부족이었다고 하던데.”

“로르실트의 최정예로도 속수무책이었다고?”

“정말 큰일 날뻔 했잖아.”

그렇기에 자연스레 나오는 존재.

“그런 사건을 시안 공자님이 해결하셨다는 거지?”

시안 엘란두르.

“정확히는 루벤의 기사들도 함께였지. 루벤의 기사들도 활약이 대단했다고 하던데?”

그리고 루벤의 기사단.

사람들은 시안과 루벤의 공로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러한 것은 또 아니었다.

“시안 공자님이라면··· 시안 엘란두르를 말하는 거요? 그 후작가의 망나니?”

후작가의 망나니.

무능력한 놈팽이.

시안을 수식하던 소문들.

그 소문들이 남아 공로를 깎아먹고 있었다.

“에이, 잘 못들었겠지. 시안 엘란두르가 아니라 카이 엘란두르 아니야?”

“그래 그런 것이겠지.”

일부 사람들은 헛소문이라며 부정해보이기까지 했다.

그리고 예전이라면 다른 사람들도 수긍했을 터.

하지만.

“예끼! 이 사람. 그 무슨 망발인가.”

“그 소문을 아직도 믿고 있단 말이야?”

이제는 달랐다.

“시안 공자님은 망나니가 아니야!”

“서부의 영웅이자 북부의 영웅!”

“거기에 다크 엘프들의 죄까지 끌어안는 대범함까지!”

“그야말로 제국의 영웅!”

더 이상 시안을 수식하던 소문들은 힘을 발하지 못했다.

북부의 사건은 제국 전역을 강타했고.

그에 따라 시안의 활약 역시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널리 퍼져나갔다.

그리고 본디 소문이라는 것은 한 번 퍼지고 나면 생명을 얻어 겉잡을 수 없는 것.

“이거 새로운 제국의 별이 탄생한 게 아닌가 몰라!”

단순히 천재를 넘어 초신성을 지칭하는 제국의 별.

제국에서 이 칭호를 받은 이는 오직 둘뿐이었다.

카이 엘란두르.

파나트 로르실트.

시안은 그 둘에 이은 세번째 새로운 제국의 별이라는 말까지 얻기 시작했다.

물론 제국 모든 이들에게 인정받은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아직 제국의 별이라는 칭호를 얻은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지난 서부에서 일도 그렇고···.”

“참으로 대단하셔. 참으로.”

그렇게 제국에는 시안과 루벤.

이 둘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제국 동부, 엘란두르 후작령에 위치한 엘란두르 저택.

그 저택 중에서도 듀라크의 집무실.

“······ 이상, 북부 사건에 대한 전말입니다.”

말을 끝 마친 에런은 차분히 고개를 숙여보였다.

하얀 늑대 기사단의 단장, 에런.

그리고 그런 에런의 보고를 받고 있는 당사자.

엘란두르의 가주이자.

제국 제 1의 검임과 동시에 명실상부 대륙 제 1의 검.

듀라크 엘란두르.

“······”

듀라크는 아무런 말을 내뱉지 않았다.

그저 집무실 의자에 앉아 검지 손가락을 탁탁, 두들길 뿐이었다.

집무실 전체로 묵직하게 내려앉는 침묵.

듀라크는 잠시 과거의 기억을 회상했다.

‘만일 가주께서 만족하실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할 시, 4개월을 기다릴 것 없이 바로 가문에 복귀하겠습니다.’

시안이 북부로 떠나기 전에 내걸었던 조건.

사실 원래라면 카이를 보내는 것이 옳았다.

이번 북부의 사건은 황제가 직접 도움을 요청할 정도로 중대했으니까.

그렇기에 후작가의 망나니가 아니라.

제국의 별을 보내는 것이 옳은 판단이었다.

그럼에도 듀라크는 시안을 보냈다.

변경백의 노여움과 황제의 질책은 예상되었다.

그것이 가져올 파급력 또한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정도는 감내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로써 시안을 빠르게 복귀시킬 명분을 얻을 수 있다면 말이다.

그런데 지금.

일이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당연히 실패할 것이라는 예상이 산산히 깨져버렸다.

아니, 깨져버린 정도가 아니었다.

“······ 일부 지역에선 새로운 제국의 별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뚝.

이어진 에런의 말에 탁자를 두들기던 듀라크의 손가락이 멈추었다.

그와 동시에 집무실의 공기가 다시 한 번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그 무거운 침묵 속.

듀라크는 생각을 이어나갔다.

손해본 것은 없다.

아니, 손해는 커녕 이득만이 존재한다.

새로운 제국의 별.

그로써 엘란두르의 이름은 드높아졌으니까.

또 시안을 가문으로 복귀시키고자하는 생각에 확신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일은 더없이 잘 흘러가고 있었다.

이 이상으로 잘 흘러갈 수가 없었다.

그런데 뭔가··· 뭔가 이상하다.

어딘가 방향이 틀어진 느낌이 든다.

무언가 놓치고 있는 이 기분.

그런데 그것이 무엇인지, 듀라크는 알 수가 없었다.

“······”

듀라크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시안은 북부의 사건을 훌륭히 해결했다.

이건 여타부타할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시안이 내건 조건은 다름 아닌 듀라크의 ‘만족’이다.

그리고 만족은 어디까지나 주관의 영역이다.

듀라크가 억지를 부린다면, 시안은 그대로 따라야한다.

하지만 듀라크가 마냥 억지를 부릴 수 없는 것도 있었다.

다름 아닌 시안이 황제의 눈에 들었다는 것.

정확히는 황제 마저 시안의 공로를 치하했다는 것.

만일 시안이 황제를 들먹인다면 듀라크도 어쩔 수 없다.

그럼 억지를 부렸다는 모양새만 빠질 뿐이다.

그러니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옳았다.

어차피 약조한 기한은 이제 2개월 남짓.

2개월 정도야 기다려도 큰 문제가 없었다.

헌데··· 무언가 걸린다.

이대로 기다리자니 무언가 걸린다.

“······”

억지를 부려야할까.

아니면 기다려야할까.

듀라크의 고민은 상당히 길어졌다.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침묵이 이어졌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흘러.

“······ 가서 시안에게 전하거라.”

닫혀있던 듀라크의 입이 열렸다.

#

다크 엘프들과 함께 루벤으로 향하는 여정.

그 과정이 쉽다고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크게 어려운 과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많은 인원이 이동을 하다보니 생기는 문제점들.

그것들 말고는 딱히 어려운 점이 없었다.

한 마디로 어둠의 숲 영역까지 오는데 별 다른 문제가 없었다.

다만, 한 가지.

이상한 일은 하나 있었다.

띠링!

《제국 전역에 당신과 루벤의 이름이 끊이질 않고 퍼져나가고 있습니다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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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이건 또 뭔데?”

시안은 연이어 떠오르는 알림창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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