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하는 영주님!-171화 (171/322)

§ 171화 - 마일리지 샵(2)

시안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뭐, 뭐야?

“자네 갑자기 왜···?”

“공자님···?”

그러자 레아와 콘라드 그리고 엘레나가 화들짝 놀라며 시안을 바라봤다.

하지만 시안은 역시나 신경쓰지 않았다.

아니, 신경 쓸 수가 없었다.

“1%가 말이 되냐!”

1%는 해도해도 너무했으니까!

한 마디로 엘릭서를 사기 위한 50만 마일리지.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무려 5,000만 골드를 현질해야만 했다.

또한 <샤를롯의 전당>을 비롯한 특수 시설들을 짓기 위한 자그마치 150만 마일리지에 달했다.

그것을 얻기 위한 현질 금액은 1억 5천만.

1억 5천만.

이게··· 이게 말이 되는 금액일까?

심지어 1억 5천만을 현질해도 고작 1개만 살 수 있었다.

다른 특수시설을 건설하려면 또 다시 1억 5천만 골드를 현질해야만 했다!

그렇게 4개의 특수 시설을 건설하려면 도합 6억 골드가 필요했다.

여기에 훗날 추가로 개방될 노에미와 카일.

그 둘까지 포함하면 자그마치 9억 골드가 필요했다!!

심지어 그동안 현질한 금액은 소급 적용이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쌩돈을 질러야만 마일리지를 얻을 수 있었다.

『특수시설』은 지금부터 1억 5,000만 골드를!

『특수품목』은 지금부터 약 5,000만 골드를!

합쳐서 2억 골드를!

“진짜 지랄하지마!!!”

지랄도 이런 지랄이 따로 없었다!

띠링!

《진행을 하다 막혔을 땐, 현질을 해보세요~!》

죽인다!

반드시 죽인다!

지금 당장 세라에게 말해 블리자드 똥통을 준비할 것이다.

거기에 제리에게 말해 라이트닝 똥통은 물론.

세미르에게도 부탁해 마법 공학의 똥통도 만들 것이다.

띠링!

《현질을 하다 막혔을 땐, 진행을 해보세요~!》

기필코, 반드시, 무조건!

《앗! 그 반대인가?!》

죽여버린다!!

휙!

시안은 고개를 부서져라 돌렸다.

그리고 멍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콘라드와 엘레나를 향해 말했다.

“실례지만! 저 잠시 나갔다 오겠습니다!”

시안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그대로 내뱉었다.

그 당당하면서도 분노에 찬 모습 때문일까.

“그, 그러게나.”

“다, 다녀 오세요.”

콘라드와 엘레나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저게 실례하는 사람의 표정인가 싶었지만···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윽고 시안이 다시 고개를 휙, 돌려 레아에게 말했다.

“레아! 두 분을 부탁드릴게요!”

-어? 어? 아, 알았어.

레아 또한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야기들 나누고 계세요!”

그렇게 시안은 성큼, 영주성 밖으로 나갔다.

#

영주성 밖으로 나간 시안은 곧장 상업 지구로 향했다.

마음 같아서는 블리자드 똥통과 라이트닝 똥통.

그리고 마법 공학 똥통을 준비하고 싶었다.

하지만 말 그대로 마음 같아서 일뿐.

지금 일의 우선 순위는 그것이 아니었다.

어쨌거나 엘란두르와의 전면전을 준비해야겠고.

그를 위해서 마일리지도 쌓아야만 했다.

지랄도 이런 생지랄이 없었다만···.

그래도 어떻게든 골드를 벌 구석을 만들어야했다.

해서 시안은 상업 지구의 중심, ‘쓸어담아 상단 Lv.1’이 위치한 곳으로 향했다.

마을에서 도시 수준으로 발전하면서 새로이 개방된 시설들.

더불어 횡령으로 현질한 신 건물 중 하나였다.

“식자재들은 이쪽! 치료 물품들은 저쪽! 기타 도구들은 저어쪽!”

“빠릿빠릿 하게 움직이라고!”

상업 지구에는 각종 다양한 물자들이 운반되고 있었다.

모두 루벤에서 생산되고 만들어진 제작품들.

외부로 유통될 것과 루벤에서 소비될 것들이 일사분란하게 분류되고 있었다.

확실히 상업 지구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엇. 영주님?”

“어디 가십니까?”

이윽고 시안을 발견한 이들이 하던 일을 멈추며 물어왔다.

시안은 손을 휘휘,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아멜리아 좀 만나려고. 난 신경쓰지 말고 하던 일들 해.”

다름 아닌 엘란두르에서 사진 찍어온 장부들.

그것에 감추어져있는 엘란두르의 비자금을 파헤치기 위해서였다.

마일리지를 쌓기 위해 얻어야만 하는 어마어마한 골드.

그 천문학적인 골드를 단번에 벌 방법은 현재로서 이 방법밖에 없었다.

시안은 그렇게 터벅, 걸음을 옮겨 ‘쓸어담아 상단 Lv.1’이 있는 건물로 향했다.

그 순간.

“영주님. 아멜리아님은 저기, 상업 지구 끝자락에 있습니다.”

시안의 귓가로 들려오는 한 영지민의 말.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리자 한 사내의 얼굴이 비쳐보였다.

기억에 있는 얼굴.

다름 아닌 루벤 브라헤 상단의 상단원, 그란이었다.

“응? 아멜리아가 왜 거기 있어?”

시안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금방 고개를 흔들었다.

무슨 일이 있겠거니 생각하며 그란에게 말했다.

“그럼 가서 이쪽으로 좀 오라고 해줄 수 있어?”

“옙. 바로 가서 전달하겠습니다.”

시안의 말에 그란은 곧장 발걸음을 옮겼다.

시안은 그란을 바라보다 ‘쓸어담아 상단 Lv.1’의 건물로 들어갔다.

그렇게 들어온 ‘쓸어담아 상단 Lv.1’ 건물.

확실히 신설된 건물은 신설된 건물인 것일까.

“오.”

내부 구조가 더없이 깔끔하고 쾌적했다.

그리고 그 구조가 상단의 건물에 최적화되어있었다.

상단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시안이었지만 그래도 수많은 상단을 방문한 바.

지금 이곳보다 좋은 건물을 사용하는 상단은 없었다.

제국 최고의 상업 도시, 루치아.

루치아에 있는 이름 난 상단 건물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비싼 값을 하는 구만.”

시안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차분히 건물의 구조를 주변을 훑어보았다.

역시나 쾌적하고 깔끔한 내부.

다만.

“왜 이렇게 깨끗해?”

어째··· 깨끗한 정도가 너무 과했다.

이 정도면 깨끗한 수준이 아니라 아예 사용하지 않은 수준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깨끗하다고 한들 사용한 흔적은 보이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내부는 그런 흔적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사용하기는 커녕 방치한 것만 같았다.

뭔가 싶은 것도 잠시.

“영주님? 안에 계세요?”

밖에서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아니나 다를까.

긴 적발의 미녀, 아멜리아가 건물 밖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이 건물의 주인이자 상단주면서 왜 저러고 있나 싶었지만··· 뭐, 어쨌든.

“어. 나 안에 있어!”

시안이 크게 소리치자 아멜리아가 그때서야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저를 찾으셨다고···.”

이어진 아멜리아의 말에 시안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다름이 아니라. 아멜리아, 장부 볼 줄 알지?”

“뭐··· 그렇죠?”

아멜리아는 당연하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장부를 작성하고 확인하는 건, 상인으로서 기본 중에 기본이었으니까.

“그럼 장부에서 비자금의 출처를 확인하는 건?”

“음···.”

아멜리아는 잠깐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비자금이 존재한다면야··· 가능해요.”

아멜리아는 문제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한때 서부를 주름 잡던 대상단, 브라헤 상단.

아멜리아는 그런 브라헤 상단의 여식이자 상재로서의 상당한 재능을 지닌 여인있다.

“그런데 그건 왜요?”

“아, 그게 말이야. 비자금을 하나 찾을 일이 있어서.”

시안은 품 속에서 스마트 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저장해둔 엘란두르의 장부 사진을 아멜리아에게 보여주었다.

아멜리아는 시안이 보여주는 스마트 폰 화면을 확인했다.

“아니 무슨 예산이···?”

그리고 장부에 적힌 예산 규모에 두 눈을 크게 떠보였다.

“이거 설마··· 엘란두르 장부예요?”

“응. 맞아. 그런데 어떻게 알았어?”

“예산 규모가 말이 안되니까요. 이 정도 예산을 운용할 수 있는 곳은 제국에 그리 많지 않아요. 무엇보다 예산이 사용된 곳들을 보면 대충 짐작이 가죠.”

이어진 아멜리아의 답에 시안은 조금 감탄 어린 눈빛을 지었다.

장부만 보고도 곧장 엘란두르의 것임을 알아채다니.

역시나.

아멜리아는 아멜리아였다.

“그런데 이걸 대체 어떻게···?”

아멜리아는 동그랗게 뜬 두 눈으로 시안을 바라봤다.

그도 그럴 것이 장부의 내용이 너무도 세세했으니까.

이런 장부는 엄중하고 비밀 리에 관리되었다.

한 마디로 외부로 유출될 수가 없었다.

하물며 엘란두르라면 더더욱 그러했다.

그러니까···.

“훔쳐왔어.”

저렇게 훔쳐왔다는 말로 퉁칠 일이 아니었다!

아니, 그리고 잠깐만.

뭐? 훔쳐 와?

지금 저걸 말이라고···.

아멜리아는 어처구니 없는 눈빛으로 시안을 바라봤다.

하지만 금방 고개를 흔들어 털어버렸다.

지난 날의 경험 상, 시안에게 상식을 들이밀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생각을 포기하면 편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해서 이 장부들을 보고 비자금의 출처를 알 수 있을까?”

“잠시만요···.”

아멜리아는 면밀히 장부들의 내용을 살폈다.

“조금··· 수상한 면이 몇 가지 보이기는 하네요.”

시안은 그런 아멜리아의 말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엘란두르의 비자금.

예산의 규모를 생각하면 일단 억 단위는 갈 것이었다.

만일 그런 비자금을 꿀꺽, 할 수만 있다면···.

어마어마한 현질은 물론.

‘마일리지를 쌓을 수 있다!’

어쩌면 150만 마일리지.

그러니까 1억 5,000만 골드에 달하는 특수 시설 중 하나를 지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시안은 차오르는 희열을 억누르며 아멜리아를 지켜봤다.

그렇게 가만히 아멜리아를 기다리고 있자니.

아멜리아의 모습이··· 어째 조금 이상했다.

자꾸만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왜인지 집중을 못하고 있는 모습.

“아까부터 왜 이렇게 두리번두리번 거려?”

“네, 네?”

아니나 다를까 시안의 말에 아멜리아가 화들짝 놀라보였다.

“아, 그게···.”

그리고 뜸을 들이는 것이 확실히 무언가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뭔데 그래.”

시안은 그런 아멜리아를 재촉했고.

아멜리아는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 여기 건물이··· 너무 좋아보여서요···.”

아멜리아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나지막히 말을 이었다.

“그게 사실은··· 요 앞을 지나칠 때마다 여기서 일하면 정말 좋겠다··· 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응?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런 아멜리아의 말에 시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시안의 심정을 아는 지 모르는 지.

“그, 그러게요. 제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람. 시, 신경쓰지 마세요 영주님. 하하···.”

아멜리아는 부끄러운지 푹, 숙인 고개가 들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그런 아멜리아의 모습에 시안은 더더욱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건물. 네 껀데.”

자기 건물을 보고 부러워하는 건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

시안의 말에 아멜리아가 퍼뜩, 고개를 치켜들었다.

“······?”

그리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래도 시안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네? 지금 무슨 말씀을···?”

아니나 다를까 아멜리아가 시안에게 물어왔다.

시안은 건물의 내부를 한 번 훑어보며 아멜리아에게 말했다.

“이 건물. 네 꺼라고.”

정확히 말하면 루벤 브라헤 상단의 건물이었다.

하지만 아멜리아는 루벤 브라헤의 상단주.

이러나 저러나, 아멜리아를 위한 건물임은 변함 없었다.

우뚝.

그러자 아멜리아의 움직임이 굳어버렸다.

잠깐의 정적.

“네에에에?!??!?!”

아멜리아가 기겁을 하며 소리쳤다.

“저, 저, 저, 정말요?!”

“뭐야. 몰랐어?”

“네! 몰랐어요! 전혀요!”

어쩐지.

사용한 흔적이 없다 싶었다.

“잠깐. 그럼 아까 상업 지구 외곽에 있던 것도 설마 그 때문이야?”

“네!”

아멜리아는 고개를 몇 번이나 끄덕였다.

그 동안 루벤 브라헤 상단은 딱히 이렇다할 건물은 없었다.

상단 건물이 아닌 상업 지구 외곽에 위치한 자재 창고를 상단 건물로 쓰고 있었다.

해서 시안은 이번에 새로운 시설들도 개방되었겠다.

상단 건물의 효과도 좋겠다. 횡령한 돈도 넉넉하겠다.

‘쓸어담아 상단 Lv.1’과 더불어 이 옆에 ‘다모여 교역소 Lv.1’까지 지었건만.

‘그 동안 방치해두고 있었어···?’

하기사, 생각해보면 시안은 현질만 해놓고 마땅한 지시를 내리지는 않았었다.

엘란두르 저택에 있을 때 현질을 했었고, 지금 막 루벤으로 돌아온 참이었으니까.

정확히는 황궁으로 떠날 때 현질했었지만··· 뭐, 아무튼.

그래도 알아서 눈치 껏 쓰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신설된 건물이라 그런가.

그 용도를 잘 몰랐던 것 같았다.

‘이거 마법 공학 제작소도 방치해둔 거 아니야?’

어쩌면 그럴 수도 있었다.

“지, 진짜요?! 진짜 여기 제가 사용해도 돼요?”

“당연하지. 이거 네 꺼라니까?”

애초에 건물 이름부터가 ‘쓸어담아 상단 Lv.1’이지 않은가.

아멜리아가 아니고 대체 누가 이 건물을 사용한단 말인가.

그런 사실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와아!!”

아멜리아가 탄성을 내질렀다.

이윽고 두 손을 가슴 께로 모으며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꿈에서나 바라던 선물을 받은 어린 아이와도 같은 모습.

“와아아아!!”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어린 아이와 같은 순수한 모습이었다.

그런 아멜리아의 모습에 시안은 헛웃음을 흘렸다.

그도 그럴 것이 아멜리아가 저렇게까지 좋아할줄은 몰랐으니까.

뭐··· 생각해보면 아멜리아 입장에서는 그럴 만도 했다.

한때 대상단으로 이름을 날렸으나 몰락한 가문의 여식.

그런 가문을 일으키고자 아멜리아는 수 년간 홀로 싸워왔다.

누구 하나 기댈 곳 없이.

여인의 몸으로 무시받았던 나날 속.

남부럽지 않은 상단 건물이 생기는 지금 이 순간.

과거 브레헤 상단의 영광을 되찾을 첫 걸음이라 볼 수 있었다.

아멜리아에겐 지금 이 순간은 꿈과 같은 순간이리라.

게다가 지금 ‘쓸어담아 상단 Lv.1’은 시안이 보기에도 상당히 좋았다.

아니, 좋은 수준을 넘어 어떤 상단을 찾아봐도 이런 건물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애초에 이 건물 가격만 무려 수 십만 골드에 달했으니 안 좋을 수가 없었다.

해서 아멜리아의 들뜬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만.

“저쪽은 접수 창구로 쓰고, 여기는 물자 창고로 쓰면 딱이겠다! 그리고 또 저쪽은···!”

그래도 그게 저렇게 좋은가.

“그렇게 마음에 들어?”

“네!!!”

힘차게 대답하는 아멜리아의 모습에 시안은 다시 한 번 웃음을 흘렸다.

솔직히 이 건물에 현질한 비용이 적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횡령한 돈을 쓴 것이기도 했거니와.

저렇게 좋아하는 아멜리아의 모습을 보니···.

“지금 바로 짐 옮겨와도 돼요?!”

잘 현질한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아멜리아와 대화를 마친 직후.

시안은 다시 콘라드와 엘레나가 있는 영주성 Lv.3로 향했다.

그리고 아쉽게도 비자금의 출처는 지금 당장 어찌할 수가 없었다.

엘란두르의 장부를 보고 아멜리아가 말하길.

‘수상한 면이 보이기는 한데··· 이게 비자금인지 아닌지는 면밀히 살펴봐야알 것 같아요. 설령 비자금이 맞다고 한들 출처까지 밝히는 건 시간이 걸릴 거예요.’

그도 그럴 것이 무려 4,000장이 넘는 장부였다.

정확히는 4,238장.

그 방대한 분량을 지금 당장 어찌할 수 있을까.

장부를 대조해보고 확인하는 시간은 필요했다.

게다가 사진은 스마트 폰에 저장되어있던 터라 지금 당장의 확인도 어려웠다.

스마트 폰을 맡길 수도 없는 것이 스마트 폰은 아멜리아에게 반응을 하지 않았다.

아멜리아가 터치를 해도 화면이 넘어가지 않았다.

그렇기에 장부 확인을 위해서는 시안이 반드시 있어야만 했다.

“필사를 하든가 해야할 것 같은데.”

아무래도 필사 작업을 해야할 것 같았다.

아멜리아에게 스마트 폰을 맡길 수도 없었거니와.

장부를 비교 대조함에 있어 사진으로 넘겨보는 것보다 월등히 편리했으니까.

아무튼 비자금에 관한 건은 지금 당장 어찌할 수가 없었다.

“지금 당장 방법이 없나···.”

따라서 지금 당장 골드를 벌어들일 방법도 없다고 봐야했다.

물론 루벤의 물품을 판매함으로써 벌어들이는 수익은 있었다.

그리고 그 수익이 적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목돈을, 그것도 마일리지 샵을 이용할 정도의 골드는 아니었다.

“하아···.”

절로 새어나오는 한숨.

시안은 한숨을 꾹꾹, 눌러 삼키며 영주성 Lv.3로 복귀했다.

그렇게 터덜터덜, 걸음을 옮기던 바로 그때.

띠링!

문득 스마트 폰에서 경쾌한 알림음이 들려왔다.

시안은 뭔가 싶었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이 순간 들려올 알림음이야 뻔했으니까.

“또 깐족거리는 거냐···.”

에휴, 그래라.

시안은 스마트 폰의 알림음을 무시하며 계속 걸음을 옮겼다.

띠링!

그러자 다시 한 번 들려오는 알림음.

시안은 이 역시 무시했다.

그런데.

띠링!

알림음은 끊이질 않고 계속 들려왔다.

빠직!

“······ 죽여버린다.”

시안은 영주성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블리자드 똥통을 위하여 세라를 찾아가려던 찰나.

띠링!

다시 한 번 스마트 폰의 알림음이 들려왔다.

“이 놈의 모바일 영주가!”

시안은 거칠게 스마트 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확인한 화면 위의 알림창.

〈긴급 점검에 따른 보상을 측정합니다.〉

“응···?”

그건 모바일 영주가 아닌 시스템의 알림창이었다.

그런 알림창에 시안은 퍼뜩,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긴급 점검에 따른 보상?

“그러고보니···.”

생각해보니까 점검에 따른 보상은 따로 이야기가 없었다.

그리고 모바일 영주의 깐족거림 때문일까.

시안 또한 그것에 대해 미처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상황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서비스 이용 불가 시점부터 산출된 피해 인과를 계산하여 제공합니다.〉

〈피해 인과 측정 중···.〉

“서비스 이용 불가 시점의 피해 인과?”

심지어 이번엔 그 보상이 조금 달라져있었다.

그간 긴급 점검 보상은 점검 전에 구매한 모든 항목의 즉시 완료권이 주어졌으니까.

그리고 그 내용을 대충 살펴보자면···.

모바일 영주가 점검에 들어감으로써 발생한 피해를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점검 때문에 시안이 받은 피해.

그 부분에 대한 피해를 측정하여 보상으로 주는 것 같았다.

“아니, 무슨 이딴 걸 보상이라고···!”

시안은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그도 그럴 것이 이게 무슨 보상이란 말인가!

모바일 영주가 점검에 들어감으로써 시안이 본 피해는 얼마 되지 않았다.

고작해야 일부 서비스 이용 불가에 그쳤으니까.

그에 따른 피해가 발생해봤자 얼마나 발생한단 말인가.

고작해야 마일리지 샵 정보를 확인하지 못한 것?

아니면 명성 포인트를 사용하지 못한 것?

그것도 아니면 점검 때문에 <뮤리엘의 축복>을 사용하지 못한 것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카이를 놓친··· 놓친··· 놓친···?

머릿속을 문득 스치는 생각.

“카이를 놓쳐···?”

시안의 발걸음이 뚝, 하니 멈춰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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