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화 - 시안 vs 로즈웰, 네이슨(2)
한순간에 사라져버린 숲의 풍경.
그 괴이스러운 현상에 사람들의 움직임이 뚝, 하니 멈춰섰다.
“이, 이게 무슨···?”
“갑자기 뭐가···?”
한스와 돌풍 용병단의 단원들은 물론.
“뭐···야···?”
그들을 상대하던 로즈웰까지 움직임을 멈추고 눈앞의 광경을 바라봤다.
숲의 풍경 자체가 베어지며 사라진 압도적인 현상.
이건 도무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괴기스러움을 담고 있었다.
“끄악, 끄으윽···! 이 씨발···!!”
이윽고 욕이 뒤섞인 비명이 들려왔다.
베어지고 사라진 풍경 속.
그 사이로 네이슨이 거친 숨을 내뱉고 있었다.
바닥을 나뒹군 것인지 온몸이 먼지로 뒤덮여있었다.
비틀거리는 몸과 입가로 번져있는 피는 어떤 내상을 입은 것처럼 보였다.
그래도 크게 다치진 않아보였다.
그러나 멀쩡하다고 말할 정도는 또 아니었다.
하기사, 이 압도적인 풍경을 연출한 위력.
이 위력 앞에서 어찌 멀쩡할 수 있을까.
저 정도로 끝난 것이 다행이라 말할 수 있었다.
그 때문일까.
로즈웰의 시선이 자연스레 한쪽으로 향했다.
다름 아닌 이 풍경을 연출하고 또 네이슨을 저렇게 만든 당사자.
터벅.
이윽고 어둠을 가르며 누군가 걸음을 내딛어보였다.
다리부터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한 사내.
“시안···?”
그건 다름 아닌 시안이었다.
시안은 계속해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바닥에 주저앉아 몸을 떨고 있는 여인, 아멜리아 앞에 이르러서야 그 걸음을 멈추었다.
아멜리아는 떨리는 눈빛으로 시안을 올려다봤다.
지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시안은 아무말 없이 아멜리아의 상태를 살폈다.
크게 다친 곳은 없어 보였다.
다만 네이슨의 우악스러운 손길 때문일까.
아멜리아의 새하얀 볼과 목의 피부가 새빨갛게 올라와 있었다.
길게 내려앉은 아멜리아의 적발처럼 피부가 달아올라 있었다.
일부분은 시퍼렇게 멍이 들어있었다.
“괜찮아?”
시안이 묻자, 아멜리아가 그때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천천히 위아래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저, 저는··· 괜찮아요···! 저보다 그레이슨님이···!”
아멜리아가 한껏 걱정스러운 눈으로 한쪽 어귀를 바라봤다.
시안은 그런 아멜리아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바라본 그곳.
그곳엔 그레이슨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었다.
정확히는 쓰러져 움직임을 내보이지 않고 있는 그레이슨이었다.
시안은 순간 심장이 덜컹, 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천만다행히도.
“끄으으윽···!”
그레이슨에게서 얕은 신음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들리지도 않을 미세한 신음이 새어나고 있었다.
시안은 걸음을 빨리하여 그레이슨에게 다가갔다.
“끄으윽···! 하윽···!”
가까이서 본 그레이슨의 상태는 꽤나 심각했다.
새하얗게 질리다 못해 창백해진 얼굴.
길게 베어진 옆구리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얼굴은 뭐에 얻어맞은 것인지 한쪽이 뭉개져있었다.
하지만 아직 생명의 끈이 끊어지지 않았다.
부상이 심각하지만 치료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시안은 황급히 인벤토리에서 치료약과 포션을 꺼내들었다.
루벤의 특산품이자 루벤의 치료사, 엘리가 만든 특제 치료약.
그리고 마수인 트롤의 피로 만든 포션이자 루벤의 연구원이자 연금술사인, 제리가 만든 특제 포션.
죽은 이를 살리지는 못했다.
그러나 죽지 않게 끔은 만들어줄 수 있는 최상의 치료 물품들이었다.
시안은 치료약을 아끼지 않고 사용했다.
포션 또한 아끼지 않고 그레이슨에게 쏟아부었다.
그 때문일까.
그레이슨의 호흡이 점차 안정되어갔다.
끊임없이 새어나오는 피 또한 어느덧 잠잠해졌다.
“죄, 죄송합니다··· 영주님. 쿨럭···!”
그리고 들려온 그레이슨의 말.
시안은 그런 그레이슨의 말에 비로소 안심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긴장을 늦출 정도는 아니었다.
상태는 호전되었으나 그저 응급처치만 한 수준이었으니까.
루벤이었다면 모르겠으나 이곳은 아니었다.
아니, 루벤이었어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괜찮아. 억지로 말할 필요 없으니까 쉬고 있어.”
시안은 그 말과 함께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시선을 들어 주변을 살폈다.
놀란 눈을 뜨고 있는 위고와 보니타.
어떻게 된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막심과 토마.
안심과 걱정의 복합적인 눈빛을 하고 있는 한스까지.
그런 그들의 주변으로 수많은 이들이 바닥에 널브러져있었다.
아벤느가의 병사로 보이는 이들.
시안은 앞선 상황을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묘한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로즈웰.
로즈웰이 왜 여기에 있는지 또한 짐작할 수 있었다.
시안은 로즈웰에게 시선을 멈추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여기서 뭐하고 계십니까 누님.”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시안의 말에 로즈웰이 되물어왔다.
그도 그럴 것이 시안은 여기에 있으면 안되었으니까.
백작성에서 되도 않는 소렌을 찾고 있어야 했다.
그것도 아니면 백작성의 감옥에 붙잡혀있어야했다.
그런데 버젓이 눈앞에 보이는 시안.
그리고 펼쳐진 압도적인 광경.
“이 개새끼가···! 쿨럭···!”
마지막으로 들려오는 네이슨의 욕지거리.
네이슨은 이를 까득, 씹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목구멍까지 비집어 나오는 핏덩어리를 거칠게 바닥으로 내뱉었다.
만신창이가 된 몸.
하지만 치명적이라 말 할 정도는 아니었다.
허를 찌르는 기습이었고.
또 말도 안되는 위력이었다.
그러나 네이슨은 충분히 반응했다.
또 충분히 대응했다.
“이 씨바알···!”
하지만 네이슨은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기습이라는 비겁함에 대한 분노가 아니었다.
압도된 자신.
네이슨, 스스로에 대한 분노였다.
갑작스레 전신을 강타한 시안의 기세를 느낀 네이슨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느낀 순간은 정말이지 찰나였다.
그러나 네이슨은 순간적으로 압도되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그 찰나의 순간에 네이슨은 ‘공포’라는 감정을 느꼈다.
그 사실이, 그 상황이.
“네 새끼 따위가···!”
네이슨은 너무도 화가 났다.
네이슨은 몸을 일으켜 세우며 시안을 향해 분노를 표출했다.
로즈웰은 묘한 눈빛으로 시안을 가만히 바라봤다.
시안은 각기 다른 둘의 시선을 받으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둘 따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시안은 한스를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한스. 그레이슨이 많이 다쳤어. 응급 처치를 해두긴 했지만··· 치료를 받아야 해.”
그리고 그레이슨은 지금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러니 누군가 그레이슨을 데리고 가야한다.
아멜리아에게 맡길 수 있겠지만···.
부상 당한 그레이슨을 들쳐업고 이 험한 산길 내려가기엔 무리가 있었다.
여인이 부상당한 사내를 들쳐매고 움직이기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암스베르크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몰랐다.
현재 시안이 백작성을 뒤집어 엎어버린 지금.
아벤느가의 병사들은 모두 적이라 봐야했다.
그러니 최소한의 무력을 갖춘 이가 그레이슨을 데려가야만 했다.
그런 시안의 생각을 알아챈 것일까.
“제가··· 제가 가겠습니다.”
위고가 바로 답을 해왔다.
위고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저도··· 상태가 썩 좋지 않습니다. 괜히 있어봤자 동료들에게 방해가 될 겁니다. 제가 그레이슨을 데리고 내려가겠습니다.”
그의 말마따나 위고의 상태는 썩 좋아보이지 않았다.
용병왕이라는 칭호를 거저 딴 것이 아니라는 듯.
어떻게든 참고 버티고 있었을 뿐.
위고 또한 지금 당장 치료가 필요해보였다.
시안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위고라면 걱정이 없을 터.
시안은 재차 시선을 돌려 한스에게 말했다.
“한스, 너는 지금 동료들과 도망친 소렌을 쫓아줘. 상황이 이렇게 되었지만··· 그래도 움직여야만 해.”
일이 꼬이고 꼬였지만 그래도 돌이킬 수 없지는 않았다.
지금이라도 쫓는다면 충분히 추적이 가능했다.
그걸 한스라고 모르지 않았지만.
“하지만···.”
한스는 쉽사리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정신을 놓은거야? 아니면 못 본 척 하는 거야?”
로즈웰과 네이슨.
“우리가 그걸 가만히 두고 볼 것 같아?”
그 두 사람이 그걸 내버려두지 않을 테니까.
당연히 시안이라고 그 사실을 모르지 않을 터였다.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였다.
“어서 가.”
그럼에도 시안의 의지는 확고했다.
그런 시안의 의지에 한스는 끝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몸을 돌려 동료들에게 말했다.
“위고는 바로 그레이슨을 데리고 내려간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나와 같이 도망친 소렌을 추적한다.”
이윽고 한스는 소렌이 도망친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멍청한 건지, 어리석은 건지.”
그 순간 들려온 로즈웰의 말.
그와 동시에 로즈웰의 신형이 사라졌다.
“뭐, 둘 다인 것 같지만. ”
그리고 곧, 한스의 앞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눈에 보이지도, 감각에 잡히지도 않는 빠른 속도.
쐐애애액!
로즈웰의 검이 한스의 시야 가득히 덮쳐왔다.
한스가 반응하기엔 너무도 빠른 속도였다.
그 순간.
사아아아─!
한스의 앞으로 짙은 어둠이 피어올랐다.
카앙─!
이윽고 뭉쳐진 어둠 사이로 새빨간 불꽃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걷히는 어둠 사이로 보이는 시안의 모습.
“······!”
일순간 로즈웰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어느 틈에···?”
인지하지 못했으니까.
방금 전까지 시안이 있던 곳과 지금 이곳.
그 둘 사이의 거리는 제법되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의 검을 막아서고 있는 시안의 모습.
로즈웰은 시안의 움직임을 전혀 인지할 수가 없었다.
“뭐하고 있어 한스! 어서 가!”
시안이 고함을 지르듯 한스에게 소리쳤다.
그런 시안의 외침에 한스는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로즈웰.
꼴에 자신의 발목을 붙잡으려는 생각인 모양인데.
솔직히 로즈웰은 우습지도 않았다.
시안 따위가 발목을 붙잡다니.
그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일까.
무엇보다 이쪽은 한 명이 아니었다.
“네이슨!”
“말 안해도 알아!”
로즈웰의 외침과 함께 네이슨이 몸을 움직였다.
아니, 로즈웰의 말이 있기도 전에 네이슨은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로즈웰은 조소를 흘리며 다시 시선을 바로했다.
그리고.
“······?”
로즈웰의 표정이 일순간 멍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눈앞에 보이는 시야.
“없··· 어?”
그곳에 시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방금 전까지 검을 맞대고 있던 시안이 사라져있었다.
잠시 시선을 돌린 사이 시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시안이 사라졌다는 사실조차 로즈웰은 인지하지 못했다.
“움직임을 또 놓쳤다고···?”
내가?
···라는 생각이 들던 찰나.
카앙─!
한쪽 어귀에서 둔탁한 굉음이 터져나왔다.
“이 개새끼가 어느 틈에···!”
그리고 들려오는 네이슨의 외침.
캉! 카캉!
카카칵─!
그와 동시에 쇠와 쇠가 맞부딪히는 소리가 연이어 터져나왔다.
섬뜩한 불꽃이 사방으로 튀며 어둠이 잠시나마 밝혀졌다.
얼핏 보이는 시안과 네이슨의 얼굴.
퍼억─!
이윽고 얻어맞는 듯한 소리가 터져나오며 한 신형이 허공을 부웅, 날았다.
콰당탕!
허공을 날아오른 신형이 로즈웰의 옆으로 거칠게 쳐박혔다.
“크하학!”
그리고 터져나오는 비명섞인 신음.
그건 다름 아닌 네이슨의 목소리였다.
“······”
로즈웰은 지금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멍한 로즈웰의 정신.
“이렇게 두 분과 검을 맞대니···.”
그 사이로 들려오는 시안의 목소리.
“옛날 생각나네요.”
로즈웰은 여전히 이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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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한 정신.
로즈웰은 정말이지 멍하니 시안의 모습을 바라봤다.
시안은 칠흑의 검을 늘어뜨린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숲에 드리운 어둠보다 더 짙은 칠흑의 검.
기분 탓일지 모르겠지만, 그 안에서 흉측한 불길함이 느껴졌다.
“쿨럭···! “
일순간 옆에서 네이슨의 격통이 터져나왔다.
네이슨의 입가로 진득한 피가 쏟아져내렸다.
복부를 얻어 맞은 건지 네이슨의 배 부근에 선명한 발자국이 남아있었다.
여전히 멍한 정신.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하하.”
로즈웰은 가볍게 웃음을 흘려보였다.
이 정도면 인정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저 시안은 로즈웰의 기억 속에 있는 시안이 아니라는 것을.
카이와 대적했다던 사실이 마냥 거짓이 아님었음을.
로즈웰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그러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인정은 했다만 여전히 믿기지 않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상관 없었다.
“그래서 어쩔건데?”
딱 그 뿐이었다.
예전의 시안과는 다른 모습이라고는 하나 달라지는 사실은 없었다.
지금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시안.
이것이 어줍잖은 객기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로즈웰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짙은 적막만이 가득한 산 속의 풍경.
소렌과 아벤느가의 병사들은 이미 도망쳤다.
한스와 돌풍 용병대는 그들을 쫓아 사라졌다.
지금 이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시안을 비롯한 로즈웰과 네이슨.
“참 인적이 드물어. 누구 하나 죽어나가도 모를 만큼.”
그리고 죽어나간 시체들만이 있을 뿐이었다.
“이런 산 속에서 뒤지면 누가 알아나 줄까 싶네.”
로즈웰은 싱긋,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시안 또한 인정하는 바였다.
이곳은 백작성이 아닌 인적이 드문 산속.
백작이라는 신분은 아무런 방패막이가 되어주지 못한다.
시안은 백작성을 두 발로 멀쩡이 걸어나갔다.
그 순간부터 백작이라는 이름은 허울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로즈웰과 네이슨.
할 수 있을까.
시안의 머릿속으로 자연스럽게 의심이 솟구친다.
네이슨을 어찌 억압하기는 했다지만 치명상을 준 것은 아니었다.
행동에 약간의 제약을 가했을 뿐.
그 이상의 의미를 얻어내지는 못했다.
그러니 솔직히 말하면··· 어렵다.
한 명이라면 모를까, 둘 모두를 상대할 수는 없다.
현재 시안의 수준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높은 확률로 이길 수 없다.
하지만··· 해야한다.
이곳에서 이 둘을 막아야만 한다.
애초에 저 둘이 곱게 보내주지도 않을 뿐더러.
막지 못하면 모든 것이 끝이다.
저 둘을 이곳에서 막아야만 소렌을 잡을 수 있다.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시안, 자신밖에 없다.
‘뮤리엘의 축복을 사용할 수 있었더라면···.’
시안의 신체 능력을 증폭시켜주거나.
아군의 신체 능력을 증폭시켜줄 수 있는 아르나이즈 특전 버프, <뮤리엘의 축복>.
그러나 그건 불가능했다.
모바일 영주가 점검 중인 지금.
<뮤리엘의 축복>을 사용할 수 없었으니까.
카이와의 격돌 때도 그러한 이유로 <뮤리엘의 축복>을 사용하지 못했다.
카이와의 격돌과 비슷한 상황.
그러나 그때와는 달리, 지금은 시안을 도와줄 켄드릭과 레아가 없었다.
루벤의 병사들과 기사들도 없었다.
오로지 시안, 본연의 힘으로 막아서야한다.
시안은 SSS등급의 검을 꽈득, 움켜쥐었다.
아까 전, 네이슨에게 날렸던 일격 때문일까.
SSS등급에 새겨진 균열이 조금 더 심해져있었다.
한계 치를 맞이한 SSS등급의 검.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은 버텨주기를 바랄 수밖에.
시안은 기세를 끌어올리며 앞을 바라봤다.
로즈웰은 작은 미소를 지으며 시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덧 자세를 바로 한 네이슨은 죽일 듯한 기세로 시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주치는 눈빛.
그 사이로 서로 간의 기세가 충돌한다.
기세가 충돌하며 대치가 이어졌다.
그리고 영원할 것처럼 이어지는 대치 속.
로즈웰의 얼굴에서, 일순간 미소가 사라졌다.
차갑게 가라앉은 두 눈.
온다.
···라는 생각과 동시에, 로즈웰의 신형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꽈아아앙!
공간이 떨리는 듯한 착각.
꽈앙! 하고 터진 충격은 일순간 시야를 뒤흔들었으나.
시안의 검은, 이미 앞으로 내질러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