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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하는 영주님!-211화 (211/322)

211화 - 과거라는 이름의 족쇄(1)

뒤흔들리는 시야 속.

카가각─!

맞닿은 검에서 소름끼치는 쇠음이 일어났다.

힘과 힘의 충돌.

소름끼치는 힘의 파편들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꽈드득!

시안은 다리에 힘을 주고서 이를 까득, 깨물었다.

그리고 바로 한 시야로 보이는 로즈웰은 담담했다.

당황 혹은 놀람.

자신의 일격을 시안이 막아섰음에도 로즈웰은 별 다른 감정을 내비치고 있지 않았다.

방심하지 않겠다는 건가.

아니면 지금의 시안을 인정하겠다는 것인가.

카카카칵─!

검 위로 짓눌러오는 힘이 더욱더 거세어져왔다.

시안은 단번에 로즈웰의 수준을 깨달을 수 있었다.

‘강하다.’

강했다.

엑스퍼트 최상급의 로즈웰.

단순히 최상급으로 치부할 것이 안 되었다.

그를 뛰어넘은 마스터(Master)의 경지.

로즈웰은 마스터의 경지에 한 발 걸치고 있었다.

반면에 시안은 그렇지 못했다.

가진 바 힘은 마스터에 닿아있으나 경지 자체는 부족하다.

아직 마스터라 할 수 없는 수준.

나쁘게 말하면 힘만 무식하게 세다고 할 수 있었다.

로즈웰은 현재의 시안보다 한 수 위에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어떤 기억을 끄집어 내었다.

과거, 어린 시절 시안의 기억.

언제나 무시와 괄시를 받으며 괴롭힘을 받았던 기억.

그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어린 시절의 시안.

세월이 흘러 그것은 과거의 일이 되었다.

시안은 그때의 시안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러나 로즈웰은 여전했다.

시안보다 언제나 강했고 또 강했다.

할 수 있을까.

이길 수 있을까.

과거에는 그런 생각조차 할 수가 없었다.

시간이 흐른 지금도 쉽사리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어쩌면···.

시안은 이를 까득, 깨물었다.

잡념을 끊는다.

생각을 하지 않는다.

과거는 과거일 뿐.

지나간 사실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은 눈앞에만 집중한다.

지금의 현실에 맞선다.

카가가각─!!

시안의 검과 로즈웰의 검이 얽혀간다.

그 끔찍한 힘의 충돌에 사방팔방으로 힘의 잔재가 흩뿌려졌다.

그렇게 뻗어나간 힘의 잔재들은 땅거죽을 거칠게 뒤집었다.

‘이 녀석···.’

로즈웰은 눈을 치켜 떠보였다.

방금 전의 일격에 반응한 것도 그렇고.

지금 힘 대결에서도 밀리지 않는 모습까지.

전력은 아니었으나 그럼에도 진심이 담긴 일격이었다.

그럼에도 시안은 밀리지 않았다.

쩌어엉!

묵직한 소리와 함께, 로즈웰의 몸이 크게 뒤로 밀려났다.

힘에 휘말린 몸이 휘청거리며 흔들린다.

가까스로 힘을 주어 균형을 잡았다.

까득, 씹은 이빨 사이로 비릿한 피맛이 느껴졌다.

고개를 홱, 돌려 바로한 시야.

사아아아─!

시안의 몸이 일순간 어둠으로 흩어진다.

흩어짐과 동시에 로즈웰의 뒤로 어둠이 뭉쳐진다.

그리고 쇄도하는 한줄기의 검날.

꽈앙─!

“······!”

이번엔 로즈웰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솔직히 말하면 반응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어둠으로 화하는 시안의 움직임.

저 괴이한 움직임은 감각을 극한으로 끌어올려야 겨우 반응할 수 있었다.

아마 감각을 최대로 끌어올린 것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기척을 놓쳤을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막아내는 것조차 버거웠다.

‘게다가 이 힘.’

단순한 마력의 힘이 아니었다.

순수한 물리적인 힘.

그 힘의 차이에서 로즈웰이 밀리고 있었다.

로즈웰은 그간 지니고 있던 시안의 이미지를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렸다.

그러나 딱 그 뿐.

로즈웰은 진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지금의 시안은 인정하나 거기까지였다.

시안은 시안이었고, 결국 자신을 뛰어넘지 못하는 찌질이일 뿐.

이대로 싸운다면 결국 승리는 자신의 것이겠으나.

괜히 시간을 끌 이유는 없었다.

“네이슨!”

로즈웰은 큰 소리로 네이슨을 불렀다.

시안은 현재 자신 하나도 막기에 급급했다.

여기에 네이슨이 가세한다면 결과야 뻔한 일.

로즈웰은 네이슨을 위한 틈을 만들고자 검을 크게 휘둘렀다.

꽈꽝─!

힘의 충돌에 시야가 일순간 뒤흔들었다.

그로써 보이는 시안의 빈틈.

그런데··· 어째서일까.

네이슨이 움직이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네이슨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네이슨이라고 모르지 않았다.

로즈웰이 시안의 빈틈을 만들어주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빈틈이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지금 당장도 비집고 들어갈 틈이 곳곳이 보였다.

설령 틈이 보이지 않는다 한들 스스로 만들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네이슨은 섣불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상하게··· 자신이 없었으니까.

저 틈을 비집고 들어가 시안을 베어낼 수 있다는, 어떤 확신이 말이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불길함이 느껴진다.

시안의 전신으로 쏟아져나오는 흉측한 어둠.

그 어둠은 숲의 어둠을 다시 새까맣게 칠하며 뻗어나가고 있었다.

이 세상의 모든 끔찍함을 담아낸 듯한 불길함.

악(惡)의 힘인가?

아니, 그러한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보다 근원적인 것.

그렇기에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시안에게서 느껴지는 어떤 불길함.

저 불길함이 무엇에 근간하는지, 네이슨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뭐하고 있어!!”

퍼뜩.

고막을 찌르듯이 들려오는 로즈웰의 외침에 네이슨은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다.

쓸데없는 생각을.

네이슨은 스스로의 생각에 이를 까득, 깨물었다.

예전과는 달라졌다고는 하나 시안은 어디까지나 시안이었다.

과거, 자신에게 두들겨 맞던 그 찌질이.

타닥!

네이슨은 곧장 시안에게로 달려들었다.

그에 맞춰 로즈웰 또한 시안을 향해 몸을 내던졌다.

그와 동시에 두 사람의 손이 움직였다.

아직 거리가 충분하지 않았음에도 둘은 가진 바 무기를 휘둘렀다.

콰콰콰콰콰콰콱─!

소리가 찢어지며, 검격이 휘몰아쳤다.

수 십갈래로 쪼개지며 수 백 갈래의 검격으로.

그것은 다시 쪼개져 수 천 갈래의 검격이 되었다.

전방위를 찢어발기는 소름끼치는 위력.

“이제 그만 죽으렴.”

로즈웰이 싱긋, 웃음을 지어보였다.

#

콰콰콰콰콰콰콱─!

저 멀리서 들려오는 굉음.

숲의 메아리를 타고 들려온 굉음에 한스의 발걸음이 뚝, 하니 멈춰섰다.

멈춰선 한스의 발걸음은 쉽사리 움직이지 않았다.

생각 사이를 파고드는 불길함.

떨쳐버리려해도 자꾸만 머릿속으로 비집어 들어왔다.

“지금이라도.”

그 순간 들려오는 목소리.

“도와주러 가야하지 않을까···?”

바라본 그곳엔 보니타가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비단 보니타 뿐만이 아니었다.

막심과 토마 그리고 아멜리아까지.

모두가 어두운 표정으로 한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한스의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불길함.

그 불길함을 이들 모두가 느끼고 있었으니까.

한스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뒤쪽을 바라봤다.

먼 시야, 어둠으로 뒤덮은 숲의 풍경.

콰콰콰콰콰콰콱─!

그 사이로 끔찍한 굉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숲의 잔해가 무조건적으로 박살나며 피부 끝으로 흉측한 살의가 느껴졌다.

저곳에서 어떤 싸움이 행해지고 있는 지.

솔직히 한스는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시안이 어떤 싸움을 하고 있는 지.

어렴풋하게나마 상상할 수 있을 뿐이었다.

알고 있었다.

지금 시안은 예전의 시안이 아니라는 것쯤은.

하지만 한스는 얼굴에 드리운 어둠을 쉽게 거둘 수가 없었다.

로즈웰과 네이슨.

잠깐이나마 검을 맞대본 바, 둘은 강했다.

인간이라는 범주 내에서 가장 강한 상대에 속했다.

카이만큼은 아니었지만 둘 역시 엘란두르의 핏줄을 이어받은 천재.

아니, 카이가 비정상적으로 강했던 것일 뿐.

로즈웰과 네이슨 또한 천재 중에서도 천재라 할 수 있었다.

시안은 예전의 시안이 아니었다.

비록 로즈웰과 네이슨 또한 예전의 모습이 아니라 한들.

시안은 그들을 대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로즈웰과 네이슨.

과거, 시안을 괴롭히던 트라우마의 장본인들.

물론 어디까지나 과거의 일이었다.

지금은 지나간 일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당사자는 아니었다.

잊고 싶어도 잊지 못하는 기억.

아닌 척, 애써 태연한 척.

시안은 대범하게 대했지만 한스는 알고 있었다.

다른 이들은 모르겠지만 시안과 평생을 함께 해온 한스는 알고 있었다.

시안은 그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잊고 싶어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란.

트라우마란 그런 것이다.

시안은 로즈웰과 네이슨 앞에서 어린 시안에 지나지 않았다.

정확히는 그런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같은 실력이라도, 우위의 실력이라도.

위축되고 움츠러들 것이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도와주러 가야하지 않을까.

한스는 심히, 심히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주저하는 발걸음.

머뭇거리는 마음.

그렇게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터벅.

한스는 끝내, 등을 돌렸다.

믿는다.

지금 이 생각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다.

희망적인 생각에 잘못내린 판단일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믿는다.

시안은 해낼 것이다.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지금의 시안은 루벤의 영주.

한스가 돌봐주어야하는 어린 시안이 아니었다.

시안은 과거에 얽매인 순간들을.

과거라는 이름의 족쇄를 끊어낼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또 앞으로 그래왔던 것처럼.

시안은 반드시 눈앞의 벽을 넘어설 것이다.

“우린 소렌을 계속 추적한다.”

한스는 끝내 발걸음을 재촉했다.

#

빠져나갈 틈이 보이지 않는다.

시안은 검을 꽈득, 움켜쥐었다.

틈도 없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여기서 굴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엘릭서의 힘으로 증폭된 감각.

메긴기요르드로 증폭된 힘과 반사신경.

그것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수 천 갈래의 검격들을 모조리 인지하고 또 반응하게 해주었다.

뚝.

시안의 호흡이 끊어지며, 귀에는 짙은 이명이 들려온다.

잡음은 들려오지 않는다.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고.

시야가 점점 흐려진다.

다만, 로즈웰과 네이슨의 모습만은 선명하게 보일 뿐이었다.

감각을 뛰어넘는 속도.

카──가가──가각!

소리가 끊어진다.

소리가 시안의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듯, 끊어지고 또 베어진다.

카──가─각!

만들어지는 잔상 속에서 이어져서는 안되는 일격들이 이어진다.

튕겨져 나간 힘의 파편들이 사방으로 비산하며 땅거죽을 깊숙이 할퀴었다.

“······!!”

“······!!”

로즈웰과 네이슨의 두 눈이 일시에 크게 떠진다.

압박을 견디면서도 수 천개의 검격들을 하나하나 인지하고 있다는 말인가.

놀라운 컨트롤이자 반사신경이었다.

신체의 활용도가 인간의 범주를 뛰어넘고 있었다.

꽈아아아아앙!

바닥에 내리꽂힌 시안의 검이 대지를 폭사하며 쩌저적.

수십 갈래의 거미줄과 같은 균열이 일어나며 쪼개졌다.

들끓던 마력이 어둠의 파도에 휩쓸려 사라진다.

그것은 힘의 구조과 흐름을 무너뜨리고 거대한 틈을 만들어내었다.

타닥.

그 틈을 비집듯 시안이 앞으로 뛰어들어왔다.

네이슨은 다시 한 번 손을 앞으로 뻗었다.

손에 들린 네이슨의 검에 선명한 푸른빛이 일렁인다.

그리고.

꽈아아앙!

공간이 폭발했다.

그럼에도 물러서지 않는다.

시안은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사각!

섬뜩한 절삭음이 들려오며 네이슨의 어깨에서 붉은 선혈이 튀어올랐다.

아릿한 통증이 일었으나, 깊게 베인 상처는 아니었다.

그러나 네이슨은 통증을 넘어선 어떤 불안감이 느껴졌다.

‘방금 그건···!’

인간이라는 개체가 갖는 한계.

그 범위를 아득히 넘어선 속도와 일격.

사아아아아─!!

다시 한 번 드리우는 어둠에서 그 불길함이 확산된다.

“정신 차려!”

로즈웰의 일갈이 터져나온다.

묵직한 힘을 품은 푸른 마력.

네이슨은 황급히 가진 바 힘을 끌어모았다.

심상치 않은 기운이었지만 시안은 피하지 않았다.

시안은 움직임을 달리하며 검을 길게 뒤로 빼었다.

뒤로 한 번 뺐던 검에 거대한 힘이 응축되었다.

응축된 힘을 중심으로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진다.

단 한 번의 찌르기(衝).

시안은 그 힘을 일시에 터트리며 네이슨에게 쏘아져 나갔다.

그를 마주하며 네이슨에게서 힘이 터져나왔다.

쩌──────엉!

끔찍한 힘의 충돌이 터져나오며 대지가 요동쳐왔다.

결과적으로 시안은 네이슨을 꿰뚫지 못했다.

“이 자식이!”

로즈웰의 개입으로 일격을 완성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카카카칵─!!

맞닿은 시안과 로즈웰의 검.

쿠콰콰콰콰콰콰콰!!!

일순간 시안의 전신에서 끔찍한 기운이 폭사했다.

시안의 전신에서 터져나온 어둠은, 세상의 빛을 뒤바꾼다.

빛이 삼켜진 것처럼, 세상이 순식간에 새까맣게 물들었다.

네이슨은 이 공간 전체가 시안의 영향력으로 잠식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네이슨의 두 눈이 찢어져라 부릅, 떠졌다.

고함을 치듯 내지르는 소리엔 선명한 경악이 서려있었다.

인간이라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마력의 양.

단순 마력의 힘만 따지면 네이슨조차 저 힘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로즈웰과 합세한다해도 쉬이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대륙 제 1의 검, 듀라크 엘란두르.

듀라크라면 가능할까.

글쎄.

네이슨은 그만 그렇게 고개를 젓고 말았다.

그리고 그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

글쎄, 라는 생각조차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감히···!!!”

네이슨은 이를 까득, 깨물었다.

그와 동시에 꽈꽈꽝!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네이슨의 주변으로 끔찍한 마력이 폭사한다.

그와 동시에 주변이 푸른빛으로 물들었다.

“그대로 밀어붙여!”

그 힘을 더하듯, 로즈웰이 시안을 압박해들어갔다.

푸른빛에 푸른빛이 더해지며,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멀어버릴 것만 같은 빛을 발했다.

새까만 어둠과 새파란 빛이 얽히고 섥히며 충돌한다.

그리고 찰나.

콰자자자자자자작─!!

주변의 공간이 모조리 할퀴어져 비산했다.

수 백, 수 천, 수 만.

셀 수도 없는 검격들이 휘몰아치며 공간 자체를 박살냈다.

이 정도의 거리에서 이 참격들을 피하는 건 불가능하다.

또한 반응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역시나 시안은 피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시안은 꽈득, 검을 움켜쥐었다.

전신에서 터져 나온 마(魔)의 힘이 움켜쥔 검 끝으로 모여들었다.

그것은 주위를 맹렬하게 회전하며 그 힘을 증폭하고 또 증폭했다.

그렇게 멈추지 않을 것만 같은 회전이 비로소 멈추었을 때.

뭐라 정의를 내릴 수 없는 요악한 힘이 깃들어 있었다.

시안은 그 힘을 흩뿌리듯, 가볍게 휘둘렀다.

꽈앙!

공간 한 쪽이 터져나가며, 네이슨은 자신이 딛고 있던 지반이 무너지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그 갑작스럽고도 기묘한 감각.

네이슨의 자세가 잠깐이나마 무너졌다.

그 찰나의 틈.

시안은 그 틈을 비집으며 사아아─! 마혼무영보를 밟았다.

공간 자체가 쑤욱, 당겨지듯 시안과의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무엇보다 저 끔찍한 힘이 담긴 검을 보는 순간.

네이슨은 처음으로 죽음(死)이라는 개념을 떠올렸다.

“말도 안된다!!”

네이슨은 크나큰 고함을 내지르며 떠오른 생각을 부정했다.

스파아아아앗!

네이슨은 가진 바 힘을 모조리 폭사시켰다.

로즈웰 또한 가진 바 힘을 모조리 폭사시켰다.

하늘을 뒤덮은 푸른빛의 검격 다발.

검격의 다발들은 주변의 공간을 모조리 박살내며 시안을 집어삼켜왔다.

휘말린다면 전신이 갈기갈기 찢겨질 끔찍한 위력.

하지만 시안은 물러나지 않았다.

차분히 내려앉은 시선.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시안의 검이 휘둘러진다.

아래에서 위로.

천천히, 느리지도 그렇다고 빠르지도 않은 속도.

그리하여 두 끔찍한 힘이 충돌했을 때.

꽈──────────앙!

세상 전체가 짙은 어둠과 새파란 빛으로 뒤덮여왔다.

공간이 무너지는 듯한 착각.

주변의 풍경들이 실제로 무너져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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