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화 - 역전(2)
시안은 곧장 발걸음을 옮겨 루벤 안쪽으로 들어갔다.
오우거들이 무리 짓는 이상 현상하며.
엘란두르가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것하며.
그리고 엘란두르에게 선빵을 칠지 말지 고민해봐야하는 것하며.
멍하니 그 자리에 서있기엔 여러모로 할 일도, 생각할 것이 많았다.
끊이질 않는 일과 업무.
영주로서 당연히 해야하는 것이라 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나 지금 막 루벤에 돌아왔는데···.”
조금의 쉴 틈도 없는 건 너무하지 않은가.
언제 쯤 과한 업무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어쩌면 평생토록 이렇게 살아야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도 많은 인재들이 교육되고 있으니까.”
지난 번에 신설한 ‘뭐든지 가르쳐 드려요! 아카데미 Lv.1’.
조금만 지나면 인재들이 우수수 배출 될 터.
그러면 모든 일을 혼자 처리하지 않아도 되었다.
시안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며 루벤 안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도달한 영주성 Lv.4
무려 Lv.4로 업그레이드 된 영주성은 가히 황궁보다 뛰어나다 말할 수 있었다.
웅장했던 아벤느가 백작성은 이 영주성 Lv.4 앞에서 작은 집에 지나지 않았다.
시안은 곧장 집무실로 향했다.
그렇게 영주성 Lv.4에 위치한 시안의 집무실.
“음···.”
시안은 집무실 책상에 앉아 깃펜을 끄적거렸다.
“일단 전력부터 객관적으로 파악해야해.”
루벤의 전력과 엘란두르의 전력.
시안은 그 둘을 낱낱이 분석하여 저울질할 필요가 있었다.
“현재 엘란두르의 전력이라면···.”
시안은 기억을 되짚어 엘란두르의 전력을 종이에 적어내려갔다.
“일단 엘란두르의 병사들.”
가장 먼저 엘란두르의 병사들을 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제국을 지탱하는 두 기둥답게, 그 병사들의 수준은 정예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었다.
“여기에 엘란두르의 가신들도 생각해야해.”
또한 가신들도 전력에서 뺄 수 없었다.
후작위를 지닌 듀라크 엘란두르.
백작위보다 고위 귀족이자 사실상 귀족 중에서 가장 높은 직위, 후작.
후작은 산하의 귀족들을 임명할 수 있었다.
행정관들과 같은 허울 뿐인 귀족들은 논외로 친다해도.
순수 영지를 가진 가신들만 따졌을 때, 엘란두르의 산하로 16명의 남작과 9명의 자작이 있었다.
모두 엘란두르에게 충성을 바치는 귀족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을 포함하여 엘란두르의 세력이라 칭했다.
엘란두르를 적으로 돌린다 함은, 이들 또한 같이 적으로 돌린다는 것과 같았다.
“하얀 늑대 기사단도 빼놓을 수 없고.”
로열 나이츠와 더불어 제국 제1의 기사단으로 꼽히는 하얀 늑대 기사단.
시안의 기억으로 하얀 늑대 기사단은 무려 13개의 기사단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단장인 에런과 카이 그리고··· 듀라크.”
엘란두르의 최정예 전력이라 할 수 있는 이들.
“일단은··· 여기까지인가.”
시안이 알고 있는 정보는 이 정도였다.
“반면에 루벤은···.”
이윽고 시안은 루벤의 전력을 엘란두르와 비교하며 저울질했다.
“엘란두르의 병사들은 문제가 되지 않아.”
아무리 정예라 불리는 엘란두르의 병사라 한들.
솔직히 말하면 루벤의 병사들에겐 안 되었다.
루벤의 병사들은 단순한 병사들이 아니었으니까.
하나하나가 거의 준 기사급에 이르는 이들.
심지어 지난 번 로열 나이츠와의 대련을 통해 많은 성장을 했다.
지금은 거진 기사급에 올라왔다 볼 수 있었다.
여기에 루벤에는 다크 엘프들의 마법 병단까지 더해져있었다.
“하지만 가신들의 전력이 합세하면··· 아무래도 힘들겠지.”
16명의 남작과 9명의 자작.
엘란두르의 세력들이 모조리 투입된다면 솔직히 힘들었다.
수준이 뛰어난다한들 루벤의 병사들은 그 수가 적었다.
어디까지나 백작령 하나의 전력이었으니까.
솔직히 말하면 백작령도 아니었다.
규모만 본다면 자작령에 조금 못 미치는 정도.
반면에 엘란두르는 수 백년의 역사를 쌓아온 거대 세력.
“여전히 인구가 문제인가···.”
다른 걸 다 떠나서 인구는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도 신기전과 오룡거를 활용하면 어찌될 거 같은데.”
하지만 못 해볼 싸움은 또 아니었다.
적진을 초토화 시켜버리는 신기전(神機箭).
한 대로 능히 1만의 군대를 감당할 수 있다는 전차, 오룡거(五龍車).
물론 오룡거는 말 그대로 5마리의 용.
그러니까 5마리의 드래곤을 매달았을 때의 효능이었다.
하지만 드래곤은 현재 대륙에 존재하지 않는다.
드래곤은 천 년전, 악마와의 싸움에서 모조리 멸종했으니까.
그래도 루벤에서 사육하고 있는 마수를 매달면 1만은 몰라도 500정도는 능히 감당할 수 있을 터였다.
“그런데 드래곤 5마리면 굳이 매달지 않아도 1만의 병사는 아무것도 아니지 않나?”
5마리는 무슨 1마리면 될 것 같은데.
1만의 병사가 아니라 기사여도 어찌할 수 없을 것 같은데.
물론 신화 속, 드래곤의 강함이 사실이라면 말이다.
뭐, 어쨌든.
두 전략 병기를 사용하면 이 정도 수 적 차이는 뒤집을 수 있었다.
“하얀 늑대 기사단은···.”
루벤의 기사단이 대적해야할 터였다.
하지만 이 역시 문제가 있었다.
수준 자체만 놓고 본다면 큰 차이가 없을 터였다.
그러나 숫자에서 너무도 많은 차이가 있었다.
하얀 늑대 기사단은 무려 13개의 기사단.
반면에 루벤의 기사단은 고작 1개.
이제 막 2개로 늘어나려던 찰나였다.
“여기도 신기전과 오룡거를 활용하면···.”
어찌 우위를 점할 수는 있을 터였다.
두 병기는 말 그대로 전략 병기였으니까.
“그런데 여기에 에런과 카이, 듀라크까지 합세한다면···.”
엘란두르의 최정예라 할 수 있는 전력.
“으음···.”
시안은 쉽사리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물론 두 전략 병기의 화력은 결코 가벼이 여길 수준이 아니었다.
그런데 마냥 만능은 또 아니었다.
신기전은 200발의 화살을 장전하여 목표한 바를 초토화시키는 전략 병기였다.
오로지 목표한 공간을 초토화 시켜버리기에 백병전과 같은 난전에서는 활용할 수가 없었다.
화살은 피아를 식별하지 않았으니까.
무엇보다 한 번 쏘고 나면 장전하기까지 시간이 상당히 걸렸다.
그 과정에서 하얀 늑대 기사단들과 에런, 카이.
그리고 듀라크가 난입하여 신기전을 부숴버리면 끝이었다.
그나마 시안이 로즈웰과 네이슨을 없앴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더 어려운 싸움이 되었을 터였다.
“이 셋을 제압할 수 있다면 문제가 없는데···.”
이에 대항할 수 있는 루벤의 최정예 전력 또한 모두 셋.
마스터 상급의 켄드릭.
천 년의 원귀 레아.
“그리고 나인데···.”
마지막으로 시안이라 할 수 있었다.
“문제는 레아가 루벤을 벗어날 수 없단 말이지.”
하지만 레아는 논외로 쳐야했다.
말마따나 레아는 루벤을 벗어날 수 없으니까.
그렇다면 루벤의 최정예 전력은 시안과 켄드릭, 둘 뿐이었다.
“켄드릭이 듀라크를 상대할 수 있을까.”
어찌 상대할 수는 있을 터였다.
하지만 제압할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쉬이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아무리 켄드릭이라도 듀라크는 쉽지 않을 테니까.
대륙 제 1의 검, 듀라크 엘란두르.
대륙 제 1의 검이라는 칭호는 아무에게나 붙는 것이 아니었다.
“그럼 나까지 붙어야해.”
그럼 결국 시안까지 합세해야만 했다.
듀라크를 확실하게 제압하려면 켄드릭과 더불어 시안까지 합세해야했다.
“그럼 에런과 카이를 누가 상대하냐 이거지.”
마스터 중급의 경지인 에런과 카이.
이 둘을 상대할 수 있는 전력이 루벤에는 없었다.
“아스란디즈가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다크 엘프의 전 숲지기이자 8위계(位界)에 닿았던 대마법사.
그러나 아스란디즈는 그 힘을 모두 잃었다.
“세라도 힘들테고.”
아스란디즈의 딸인 세라도 힘들었다.
현재 세라의 경지는 5~6위계(位界) 사이.
기사로 비유하자면 마스터 직전의 단계였다.
“아니면 켄드릭이 에런과 카이를 동시에 상대할 수 있으려나.”
아마 가능할 터였다.
이길 수는 없겠지만 발을 묶거나 억압할 수는 있을 터.
중급과 상급의 차이였으나 마스터는 한 단계, 한 단계가 어마어마한 격차가 있었으니까.
“그런데 카이가 마스터 중급인지도 확실하지도 않단 말이야···."
솔직히 카이가 지금도 마스터 중급인지 확실하지 않았다.
지난 날에 직접 검을 맞대어 본 바, 중급을 조금 넘어서고 있었으니까.
어쩌면 상급에 걸쳐있을지도 모를 노릇.
무엇보다.
“그러면 듀라크를 나 혼자 상대해야하잖아.”
현재로서 시안 혼자서 듀라크를 상대하기도 어려웠다.
시안이 마스터의 경지에 발을 디뎠으나.
혼자서 듀라크를 상대하기엔 여러모로 무리가 있었다.
“결국 듀라크가 문제네···.”
대륙 제 1의 검, 듀라크.
그 듀라크를 어찌할 수가 없었다.
“으음···.”
깊어지는 생각.
“불리해.”
시안은 끝내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객관적으로 전력을 비교하고 따져본 결과.
루벤은 엘란두르를 넘어설 수 없었다.
절대적인 인구의 부족도 있었고.
최정예 전력의 부재도 부재였거니와.
수비의 이점을 포기해야한다는 점이 컸다.
공성과 수성은 차원이 다르다.
엘란두르가 쳐들어오는 입장이라면야 이것저것 따질 필요가 없었다.
루벤을 둘러싼 철통 같은 방벽.
6위계의 마법, 익스플로전도 견디는 방벽을 활용하면 무궁무진한 방법이 있었으니까.
여기에 레아까지 전력에 더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역으로 공격해들어가는 입장에서는 이런 이점을 모두 포기해야만 했다.
그렇기에 상당히 불리한 싸움.
“하지만 할 만해.”
그러나 못 해볼 싸움은 또 아니었다.
“이건 엘란두르가 전성기일 때의 전력이니까.”
그러니까 맛탱이가 가기 전의 엘란두르.
그리고 전쟁이라는 것은 단순히 이런 전력만으로 승패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보급부터가 문제가 될 터였다.
마스터고 나발이고 밥은 먹어야 싸울 것 아닌가.
거기에 각종 장병기들과 소모되는 물자들.
그것을 보충하는데 어마어마한 자금이 들어갔다.
그러나 엘란두르는 그럴 여력도, 상황이 없었다.
시안이 8,200만 골드를 횡령함과 동시에 5억에 달하는 비자금을 모조리 강탈해갔으니까.
따라서 엘란두르는 저 수많은 전력들을 온전히 보존할 자금과 여력이 없었다.
반면에 루벤은 달랐다.
[현재 보유 중인 골드] - 521,345,000 G
천문학적인 자금과 더불어 루벤의 압도적인 생산량.
식량은 풍족하고 각종 물자 보급 또한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럼에도 힘든 싸움인 건 변함없었지만.
“꿍꿍이를 꿍쳐두고 있는데 가만히 내버려둘 수도 없고.”
적이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 뻔히 보이는데.
그 준비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는 건 바보 같은 일.
예전이야 루벤 쪽에서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야했지만.
이제 상황은 역전되었다.
“이쪽에서 먼저 친다.”
시안은 끝내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결정을 내린 시안은 곧장 스마트 폰을 꺼내들었다.
선빵을 치기로 결심 했으면 제대로 쳐야 했으니까.
그러니까 지금보다 루벤의 체급을 키울 필요가 있었다.
“일단 루벤의 전력을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끌어올린다.”
가능하다면 에런과 카이를 대적할 최정예 전력.
듀라크와 맞설 수 있는 최정예 전력을 육성할 수 있다면 더욱 좋았다.
시안은 모바일 영주를 곧바로 실행시켰다.
띠링!
《혀, 현재 연장긴급점검이 진행 중 입니다요.》
그런데 모바일 영주의 경고창··· 아니, 알림창이 떠올랐다.
시안은 떠오른 알림창을 가만히 바라봤다.
아까 전 연장인지 긴급인지 모를 점검에 들어간 모바일 영주.
하지만 시안은 어떤 이상한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이윽고 화면 너머로 슬금슬금, 눈치를 보는 듯한 모바일 영주의 기척이 느껴졌다.
착각일 것이 분명했지만 시안은 그런 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마냥 착각만은 아니었을까.
《저, 정말입니다아···.》
돌연 화면 위로 새로운 알림창이 떠올랐다.
“역시.”
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긴급연장 점검인지 뭐시기는 개수작이었다.
제국 남부, 베니아 마을에서 했던 연장 점검은 진짜였던 것 같았다.
하지만 루벤에 온 뒤의 점검은 개수작이었다.
일단 알림창의 형태부터가 달랐으니까.
시안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흘렸다.
고민할 것도 없이 알림창의 X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현질할 목록들을 정리하려던 찰나.
“아, 참. 모르크루의 단철장부터 지어야했지.”
마일리지 샵에서 구매한 <모르크루의 단철장>.
영지 내 모든 생산 물품들에 대한 1+1 파격 행사를 할 수 있는 사기적인 시설이었다.
시안은 지난 날에 마일리지 샵에서 <모르크루의 단철장>을 개방한 적이 있었다.
『<모르크루의 단철장> (50,000,000 G)』
그러니까 ‘개방’만 한 적이 있었다.
시설을 짓는데 드는 비용은 무려 5천만 골드.
말도 안되는 가격이었지만 그 효과를 생각하면 마냥 그렇지도 않았다.
그리고 엘란두르에게 선빵을 치기로 결심한 지금.
1+1 파격 행사는 식량과 물자 보급에 어마어마한 효과가 되어돌아올 터.
띠링! 띠리링!
《혀, 현재 점검이 진행 중입니다. 그래서 모바일 영주를 이용할 수 없습니다··· 요!》
그 순간 모바일 영주의 알림창이 떠올랐다.
역시나 알림창의 형태부터가 달랐다.
시스템이 아닌 모바일 영주가 보내오는 알림창의 형태.
시안은 가볍게 무시하며 <모르크루의 단철장> 시설 구매 버튼을 눌렀다.
《아직 점검이 진행 중─!》
꾹.
《입니다아아아아악!!!!》
#
“이, 이게 영지··· 라고?”
보니타는 저도 모르게 말을 내뱉었다.
“영지··· 영지···.”
“말도 안돼···.”
비단 보니타 뿐만 아니라 막심과 토마 또한 마찬가지였다.
한 번 루벤에 와 본 위고 또한 역시나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다름 아닌 지금 눈앞에 보이는 루벤의 풍경.
그 풍경이 도무지 말이 되지 않았으니까.
어느 누가 이 광경을 보고 경악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건 단언할 수 있었다.
제국에 이런 영지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용병으로서 수없이 제국을 누볐으나 루벤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지상의 낙원.
혹은 천상의 유토피아.
위고가 루벤을 왜 이렇게 표현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보티나와 토마, 막심 그리고 위고까지.
한스의 옛 동료들은 그렇게 경악 어린 시선으로 루벤의 풍경을 바라봤다.
그리고 정확히 말하면.
이들이 경악하고 있는 것은 비단 루벤의 풍경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지상의 낙원이자 천상의 유토피아라 불리는 풍경 때문에 경악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건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루벤에 오면서 위고와 브라헤 영애인 아멜리아에게 수없이 들어왔으니까.
놀라지 말라고, 여타 다른 영지를 생각하면 안된다고.
그런 말을 수없이 들어온 터라 어느 정도 충격을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예상을 벗어나고 놀랄 수밖에 없는 풍경이었다만.
그래도 그것 때문에 경악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그건 어떻게든 이해할 수 있었다.
상식이란 범주를 5배쯤 확장시켜서 어떻게든 이해의 범주 안에 집어 넣을 수 있었다.
그런데 저건 아니었다.
꽈꽈꽈꽝!!
뚝딱뚝딱!
쿠구구구궁···!
다름 아닌 루벤 전역이 뒤집어지는 풍경.
저절로 도로가 깔리고.
저절로 건물들이 지어지며.
새로이 공간이 확장되고, 다듬어지는 장엄한 풍경.
“건물들이··· 스스로 지어져?”
“저, 저게 무슨···!”
저건 도무지 이해할래야 이해할 수가 없는 풍경이었다!
저건 상식의 범주를 확장시킨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막심과 토마의 부릅, 떠진 두 눈이 한스에게로 향했다.
보니타는 물론 위고 또한 경악하며 한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시안과 함께 루벤에서 살아온 한스.
한스라면 이 현상을 설명해줄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대체 왜일까.
“하아···.“
한스가 한숨을 푸욱, 쉬며 루벤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비단 한스 뿐만이 아니었다.
“저저, 또 시작이네···.”
“어째 영주님이 나갔다 돌아오시면 이러는 거 같어.”
루벤의 영지민들.
루벤에서 살아가는 영지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지금 루벤의 풍경이 익숙하다기 보다는···.
“다들 루벤 밖으로 나갔다 오자고.”
“오늘 일은 다 글렀으니, 맥주나 한 잔 어때. 걸치다 보면 끝나 있겠지.”
그냥 생각하기를 포기한 것 같았다.
멍한 시선.
“도대체···.”
여긴 뭐하는 영지일까.
아니, 영지가 맞기는 한 걸까.
정말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
《꾸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발작을 하듯 들려오는 모바일 영주의 비명.
시안은 X버튼을 누르고는 지금까지 축적된 마일리지를 확인했다.
[현재 보유 중인 마일리지] - 1,450,120 M
145만 하고도 120가 더해진 마일리지.
이걸 다시 말하면 1억 4,501만 가량의 현질을 했다는 뜻이었다.
“역시 버티네.”
그럼에도 모바일 영주는 기절하지 않았다.
긴급 점검과 더불어 연장 점검까지 하더니 확실히 강해지긴 한 모양이었다.
띠링!
《꾸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물론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처럼 까무러치고 있었지만.
꾹.
시안은 대수롭지 않게 X버튼을 눌렀다.
“그보다··· 엘로디의 마탑을 구매할 마일리지가 조금 모자르네.”
다름 아닌 마일리지 샵의 『특수시설』.
그 중에서도 <엘로디의 마탑>을 구매하기 위한 150만 마일리지가 조금 부족했다.
그리고 <엘로디의 마탑>을 구매하려는 이유는 단순했다.
“세라의 수준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으니까.”
현재 루벤의 최정예 전력이 될 가능성이 있는 건 역시나 세라.
물론 <엘로디의 마탑>의 효과는 세라와 크게 연관이 없다고 볼 수 있었다.
[<엘로디의 마탑> 건설 효과] - 영지 내, 마법 훈련을 수료한 마법사들은 ‘3위계(位界)’의 경지부터 시작합니다.
이미 3위계(位界)를 넘어선 세라에게는 그다지 필요가 없었다.
그럼에도 <엘로디의 마탑>을 구매하려는 이유는 역시 단순했다.
“엘로디의 마탑에 엘로디의 마법이 있으니까.”
물론 확인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안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르크루의 단철장>을 지어본 바.
그 안에 모르크루의 비법들이 남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
같은 이치로 <엘로디의 마탑>에도 엘로디의 마법이 남아있을 터.
엘로디의 마법이라면 세라의 경지를 보다 끌어올릴 수 있을 터였다.
“부족한 마일리지가··· 5만 마일리지인가.”
골드 가치로 약 500만 골드.
여기에 <엘로디의 마탑>의 비용인 5천만 골드까지 생각하면 무려 5,500만 골드가 필요한 셈이었다.
손발이 벌벌 떨리는 금액이었지만···.
뭐, 시안은 딱히 개의치 않았다.
[현재 보유 중인 골드] - 371,835,000 G
아직 3억 7천골드가 남아있었으니까!
띠링! 띠리리링! 띠링!
일순간 모바일 영주가 까무러쳤으나 역시나 개의치 않았다.
그렇게 다시 현질을 하려던 그때.
“잠깐, 이렇게 된 거 샤를롯의 전당도 지어버릴까?”
<엘로디의 마탑>과 비슷한 효과를 지닌 <샤를롯의 전당>.
원래는 <샤를롯의 전당>은 현질 목록에서 제외했었다.
그건 콘라드에게 독촉할··· 아니, 뜯어낼···.
아무튼 콘라드의 돈으로 지을 수 있었으니까.
굳이 시안의 돈을 써가며 지을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마냥 그렇지도 않았다.
“샤를롯의 검술만 주면 되는 거 아닌가?”
콘라드와 약조한 건 샤를롯의 검술, 조디악 소드(Zodia Soward).
그 검술을 복원해주는 조건으로 1억 5천만 골드를 내걸었었다.
그 검술이 <샤를롯의 전당>에 있을 거라는 추측만 했을 뿐.
미리 <샤를롯의 전당>을 미리 지어놓는건 큰 상관이 없었다.
그러니 콘라드에게서 1억 5천만 골드를 받아낸 직후.
‘짜잔, 여기 샤를롯의 검술입니다!’ 하고 주면 그만.
물론 샤를롯의 검술이 있어야했다.
하지만 <모르크루의 단철장>을 지어본 바.
<샤를롯의 전당>에는 샤를롯의 검술이 있는 것이 거의 확실했다.
그러니 미리 지어놓으면 그 기간 동안 루벤의 병사들과 기사들의 수준을 크게 올려놓을 수 있지 않은가.
“이러면 루카스의 경지도 끌어올릴 수 있겠는데?”
루벤의 경비대장이자 로열 나이츠의 부단장과의 대련에도 승리를 거두었던 루카스.
세라에 이어 새로운 루벤의 최정예 전력이 될 가능성이 충분했다.
“개꿀이잖아?”
고민할 것이 무얼까.
시안은 스마트 폰을 내려놓고는 다시 한 번 깃펜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콘라드에게 짤막한 서신을 작성했다.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지나.
“이 정도면 되겠지.”
시안은 작성한 서신을 곱게 접어 품 속에 갈무리 했다.
그리고는 다시 스마트 폰을 들어보였다.
“이러면 필요한 마일리지가··· 155만 마일리지네”
골드 가치로 약 1억 5,500만 골드.
실로 말도 안되는 금액이었지만.
꾹.
《아니야아아아아아아아아악!!!!》
시안은 거침없이 현질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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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롯 제국의 수도, 다르칸.
그 다르칸에 위치한 제국의 심장, 황궁.
그리고 황궁 중에서도 가장 심장부라 할 수 있는 곳, 황제의 알현실.
황제, 발루아가는 손에 든 서신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다름 아닌 콘라드가 가져온 서신이자, 시안에게서 온 서신이었다.
서신에는 뭐라뭐라, 길게 내용이 적혀있었다.
아니, 솔직히 그렇게 길지도 않았다.
그냥 딱 요점만 적혀있었다.
그렇기에 그 내용을 읽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발루아가는 천천히 시선을 들어보였다.
앞선 시야로 황태자, 콘라드가 슬금슬금 눈을 피했다.
발루아가는 다시 한 번 시선을 내려 서신의 내용을 살폈다.
요점만 적혀있는 서신의 내용.
정말 말 그대로 요점만 적혀있었다.
『제가 엘란두르에게 선빵을 치려하는데 골드가 좀 필요한 터라.
샤를롯 대제의 검술 복원에 대해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정말 요점만 적혀있었다.
발루아가는 다시 시선을 들었다.
앞선 시야로 콘라드는 여전히 발루아가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멍한 정신.
“이거 미친놈 아니냐?”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