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하는 영주님!-219화 (219/322)

219화 - 행운(2)

시안은 한동안 멍하니 그 자리에 박혀있었다.

머릿속이 텅 비어버린 듯,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 멍한 시선으로 보이는 것은 두 가지.

화아아아아아아아악!

환한 빛무리를 터트리고 있는 검.

[착용자의 인과에 맞는 초월(超越) 장비를 제작 중입니다.]

그리고 화면 가득히 떠오르는 시스템의 알림창이었다.

시안은 멍한 시선을 내려 화면에 떠오른 알림창을 바라봤다.

착용자의 인과에 맞는 초월(超越) 장비.

기존의 장비와는 다르게 초월(超越)장비는 맞춤으로 제작되는 것 같았다.

확실히 초월(超越)은 초월(超越)인 모양.

그 이름 값은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가리키는 바는 하나.

“진짜··· 성공했다고?”

정말로 장비 강화가 성공했다는 뜻이었다.

《마, 마, 마, 마, 마, 말도··· 말도··· 안대···!!》

경악과 충격으로 물든 모바일 영주의 알림창이 떠올랐다.

그리고 시안 또한 그런 모바일 영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1%··· 였는데?”

그도 그럴 것이 말이 안되었으니까!

기존 확률 0.5%.

세계수의 부산물을 치적치적 발라 끌어올린 확률 1%.

이론 상 100번 시도에 한 번 성공할 확률이었다.

그리고 말이 100번 시도에 한 번이었을 뿐.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은 시도를 해야할 수도 있었다.

확률은 어디까지나 확률이었으니까.

100번 시도에 성공하지 않을 수도 있었고.

화아아아아아아악!

단 한 번에 성공할 수 있었다!!

“미친!!!!!”

시안은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말 그대로 소리칠 수밖에 없었다.

《거, 거짓말하지마요! 1%였다고요! 1%였다고요!!》

그에 따라 모바일 영주 또한 소리쳐왔다.

《1%의 확률이 어떻게 단 한 번에!》

《게다가 무려 초월(超越) 등급의 강화였다고요!!!》

《전 차원에 이 초월(超越) 장비를 만들려는 존재들이 얼마나 마, 많은 줄 아세요?!》

《수없이 도전하고 또 도전하지만 매번 실패하고 좌절하는 존재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아시냐고요!!》

《그런 초월(超越) 등급의 장비를 어떻게 단 한 번에···!!》

《애초에 성공 확률이 1%인 것도 말이 안된다고요!》

《다른 차원의 사람들이 본다면 당신은 진짜··· 진짜 나쁜 놈이라고요!!》

모바일 영주는 방언이라도 터진 듯 수없이 알림창을 떠올렸다.

보아하니 초월(超越)등급의 장비가 상당히 귀한 장비인 것 같았다.

게다가 강화 확률 또한 시안처럼 1%도 아닌 것 같았다.

시안에게는 어떤 특이한 사항이 적용된 모양.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딱히 상관없었다.

“나는 천하의 나쁜 놈이다아아아아!!”

나는 이미 강화를 성공해버렸으니까!

시안은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내질렀다.

그에 따라 모바일 영주가 띠링! 띠링! 수없이 알림창을 떠올렸다.

마치 강화 성공에 배가 아파 욕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시안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나는 개새끼다아아아아!”

되려 그 욕을 즐기며 받아들일 뿐이었다!

그렇게 한껏 기쁨을 누리고 있자니.

띠링!

《강화 대성공으로 초월(超越) 스킬이 개방됩니다.》

초월 스킬이 개방되었다는 알림창이 떠올랐다.

기존의 성공과는 달리 대성공으로 떠올랐던 알림창.

처음엔 뭔가 싶었건만.

“초월 스킬?”

일반적인 성공과는 다르긴 다른 것 같았다.

아니면 초월(超越) 등급에만 적용되는 어떤 시스템이라든지.

시안은 곧장 개방된 스킬을 확인했다.

『<멸살(滅殺)>

[효과] - 시전 직후, 단 한 번. 착용자가 주는 피해가 +200% 증가합니다.』

-해당 효과는 24시간 마다 한 번 사용 가능합니다.

.

.

“······ 미친.”

시안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스킬 효과가 미쳤으니까!

주는 피해 +200%라 함은 무려 3배의 효과였다.

심지어 아무런 조건이 없이 3배의 위력을 더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사기적인 효과.

물론 단 한 번밖에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조금 아쉽긴 했다.

하지만 이 증폭된 효과에 아수라(阿修羅)를 시전한다면···?

여기에 <뮤리엘의 축복>까지 더한다면···?

“······”

그 위력이 어떠할 지 도무지 상상이 되질 않았다.

게다가 초월 스킬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불멸(不滅)> - 사용 불가

[효과] - 시전 시, 5초 간 착용자에게 가해지는 모든 피해를 무효화 시킵니다.』

-해당 효과 적용 시, 착용자가 주는 피해 또한 모두 무효화 됩니다.

-해당 효과는 24시간 마다 한 번 사용 가능합니다.

-해당 효과는 초월(超越) 등급의 갑옷이 있어야만 발동 가능합니다.

.

.

“······”

시안은 정말이지 뭐라 할 말을 잃어버렸다.

저 효과를 보고 무슨 할 말이 있을까.

물론 이 역시 아쉬운 점은 있었지만 활용도는 무궁무진했다.

무궁무진하긴 무슨, 그냥 사기였다!

“이거···.”

그렇기에 문득 떠오르는 생각.

“듀라크를 나 혼자 상대할 수 있겠는데···?”

이 초월 등급의 장비가 있으면 듀라크를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장 스킬 효과만 봐도 사기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리고 초월 등급의 장비, 그 자체만의 성능도 괴랄할 터였다.

이 정도면 시안 혼자서 듀라크를 충분히 대적해봄직 했다.

대적은 무슨, 그냥 압도해버릴지도 몰랐다.

“불멸 효과는 지금 사용할 수 없긴 하다만···.”

물론 ‘사용 불가’ 라 떠있는 것이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스킬이었다.

부가 설명을 보아 초월 등급의 갑옷이 갖는 스킬인 것 같았다.

한 마디로 초월 등급의 갑옷을 만들어야 사용할 수 있는 스킬.

“갑옷도 만들어버릴까···?”

자연스레 고민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일단 검 강화를 한 번에 성공해버리지 않았는가.

인벤토리에 남아있는 골드는 아직 넉넉했다.

게다가.

《초월(超越)등급의 장비 2개 이상 보유 시, 세트 효과가 적용됩니다.》

“세트 효과가 있어?”

세트 효과까지 있단다.

초월 등급의 장비를 모두 착용하면 따로 적용되는 세트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초월은 초월인가···.”

정말 이런 소리가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시안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아니야··· 이건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야아아아!!!》

어째서 모바일 영주가 저리 발작을 하는지 말이다.

시안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화아아아아아악!

그런 시야로 환한 빛무리를 터트리며 제작되고 있는 초월 등급의 검이 보였다.

단 한 번의 시도로 성공한 초월 등급의 장비.

시안은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그리고 입고 있는 SSS등급의 갑옷이 비쳐보였다.

“확률은 똑같잖아.”

소모되는 예상 비용도 다르지 않았다.

무엇보다 확률은 어디까지나 확률이었다.

1%든 10%든.

성공만 하면 그저 숫자에 불과한 것이 바로 확률이었다.

방금 전, 강화가 대성공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고민할 것이 무얼까.

“세미르! 이제 검 말고 갑옷으로 만들어주세요!”

시안은 곧장 SSS등급의 갑옷을 벗어던졌다.

#

샤를롯 제국의 수도, 다르칸.

그 다르칸에 위치한 제국의 심장 중에서도 심장, 황제의 알현실.

알현실에는 적막한 침묵이 내려앉아있었다.

정확히는 어처구니 없는 황제, 발루아가.

슬금슬금, 눈치를 보고 있는 황태자, 콘라드가 있을 뿐이었다.

콘라드는 발루아가의 시선을 피하며 서 있었다.

발루아가는 그런 콘라드를 책하지 않았다.

그저 다시 시선을 돌려 손에 들린 서신을 바라볼 뿐이었다.

간단하다 못해 정말 요점만 딱 적혀있는 내용.

그런데 그 요점의 내용이 정말이지 기가 막혔다.

“엘란두르에게 선빵을 친다?”

일단 엘란두르에게 선빵을 친다는 내용.

“선빵?”

이건 또 뭔 개소리란 말인가.

“맥락상, 루벤에서 먼저 엘란두르를 공격하겠다는 의미의··· 은어인 것 같습니다.”

발루아가의 되뇌임에 콘라드가 넌지시 말을 덧붙였다.

발루아가는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콘라드를 바라봤다.

누가 그걸 모른단 말인가.

물론 발루아가는 선빵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봤다.

식빵, 크림빵, 모닝빵은 숱하게 들어왔지만 선빵은 처음 들어왔다.

수많은 상소문을 봐왔지만 선빵이라는 단어는 처음 봤다.

하지만 맥락상 선제 공격을 의미함은 모르지 않았다.

“그러니까 왜?”

그런데 대체 왜?

왜 엘란두르에게 선제 공격을 한단 말인가.

엘란두르는 엘란두르였다.

황제인 발루아가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오죽하면 황제인 자신조차 엘란두르르 함부로 할 수가 없을까.

솔직히 말하면 약간의 눈치는 봐야했다.

제국을 떠받치는 두 기둥.

수 백년의 역사 동안 자리를 지켜온 거대 세력.

해서 발루아가를 비롯한 콘라드가 약간의 힘을 실어주었다.

계속해서 더해져가는 엘란두를 견제하고자 시안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엘란두르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날 명분을 제공했다.

다가올 엘란두르의 침공에 대비할 시간을 벌어주었다.

“선빵을 쳐?”

절대 선빵을 치라고 만들어준 빌미가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엘란두르는 선빵을 칠 수 있는 세력이 아니었다.

단순히 엘란두르와 척을 진다는 것 자체가 자결한다는 것과 같았다.

그러니 시안은 눈치나 슬금슬금, 보면서 쥐죽은 듯이 있어야했다.

그런데 뭐가 어쩌고 저째?

선빵을 쳐?

“이거 미친 거 아니냐?”

역시나 발루아가는 이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심지어 서신의 내용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샤를롯 대제의 검술 복원에 관해 긴히 할 말이 있다?”

수 백년 전 소실된 샤를롯 대제의 검술.

그 검술의 복원에 대해 할 말이 있단다.

물론 발루아가는 이와 관련하여 콘라드에게 들은 바가 있었다.

그러니까 1억 5천만 골드에 대해서 들은 바가 있었다.

하여 지금 서신에 적혀있는 내용.

말이야 샤를롯 대제의 검술이었지.

실상은 그 골드에 관해서 할 말이 있다는 것과 다름 없었다.

한 마디로 샤를롯 대제의 검술을 삥을 뜯는다는 것.

엘란두르에게 선빵을 치는 것도 모자라 황가를 상대로 삥을 뜯는다?

“내 심히 궁금해서 묻는 거다만.”

정말이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거 미친놈 아니냐?”

발루아가는 이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콘라드는 여전히 발루아가의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입은 꾹, 다문 채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다.

“······”

콘라드도 발루아가와 생각이 다르지 않았으니까!

콘라드의 모습에 발루아가는 어이가 승천하는 기분이었다.

이런 놈팽이에게···.

아니, 이건 놈팽이도 아니었다.

이런 정신 나간 놈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맞는건가?

거기에 엘레나의 짝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도 맞는건가?

아무래도 이번엔 콘라드가 실수한 것 같은데.

발루아가의 생각은 복잡해져만 갔다.

알현실에는 알 수 없는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렇게 얼마 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발루아가는 콘라드에게 말했다.

“진행 중인 모든 일을 멈추고, 지금 당장 작위식을 앞당겨 준비하거라.”

아무래도 이 미친놈···.

아니, 이 새끼의 면상을 좀 보면서 이야기를 해봐야할 것 같으니까.

#

“하하···.”

시안은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멍한 표정은 마치 정신과 영혼이 빠져버린 듯 해보였으며.

남은 육체는 빈 껍데기 마냥 힘없이 떨구어져있었다.

그리고 그런 시안의 모습을 지켜보던 세미르.

“······”

세미르는 정말이지 아무런 말도 꺼낼 수가 없었다.

괜찮냐는 흔한 걱정의 안부도 물을 수가 없었다.

“내가 미쳤지··· 내가 미쳤지···.”

저 모습은 결코 괜찮아 보이지 않았으니까!

마치 세상을 살아갈 용기를 잃어버린 듯한 모습.

뭐라 용기라도 복돋아주고 싶었지만 세미르는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내가 왜 그랬을까···? 난 왜 그랬을까?”

저 상태에선 그 어떤 긍정의 확언도 들리지가 않을테니까.

그리고 실제로도 시안은 그런 상태였다.

“하하하···.”

허탈하다 못해 영혼이 빠져버린 웃음만이 새어나온다.

띠링!

《도박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랍니다!》

그 사이로 모바일 영주의 깐족거림이 터져나왔다.

시안은 뭘 반응할 여력도 없었다.

행운은 어디까지나 행운이었다.

요행은 어디까지나 요행이었다.

그 행운에, 요행에 정신이 잠깐 나가버렸나보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을까?”

그러고보니 엘로디가 시간 마법을 사용할 수 있지 않았나?

마침 <엘로디의 마탑>도 지어놓았겠다.

어찌 세라도 시간 마법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많이 되돌릴 필요도 없었다.

딱 1시간. 아니, 딱 30분만 되돌릴 수만 있어도 충분했다.

[현재 보유 중인 골드] - 122,000 G

그럼 이 정신 나간 화면을 보지 않아도 될텐데 말이다!

“이런 개─!”

시안은 저도 모르게 버럭, 소리쳤다.

하지만 이내 푸욱, 한숨을 내쉬며 마른 오징어 마냥 털썩, 주저앉았다.

순식간에 증발해버린 1억 1,800만 골드.

그리고 남아있는 SSS등급의 갑옷.

확률은 어디까지나 확률이었다.

1%든 10%든.

성공만 하면 그저 숫자에 불과한 것이 바로 확률이었다.

《모르크루의 기운 32.93%》

그리고 실패해도 그저 숫자에 불과한 것이 바로 확률이었다!

멍해지는 시선.

“조졌다···.”

머릿속으로는 이런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건 강화가 성공하지 않았기에 드는 생각이 아니었다.

솔직히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이미 초월 등급의 검을 하나 만들었으니까.

이미 목표치는 달성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랐다.

띠링!

《강화를 하고 싶으시면, 현질을 해보세요!》

그도 그럴 것이 강화는 모바일 영주에게 영향을 끼치지 못했으니까.

강화로 인해 소모되는 골드는 모바일 영주를 기절시키지 못했다.

그로써 모바일 영주는 점검에 들어가지 않았고.

또 그로써 즉시 완료권을 받아낼 수가 없었다.

이 부분을 시안은 간과하고 있었다.

오래 전에 강화를 했던 터라 이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콰콰콰콰쾅!

쿠르르릉···!

뚝딱뚝딱.

루벤은 여전히 발작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즉시 완료권을 구매하지 않은 지금.

저 발작은 최소 한달이 지나도록 멈추지 않을 터였다.

한달은 무슨 거의 반년 동안은 멈추지 않을 터였다.

“조졌다···.”

그야말로 조져버린 상황.

또 그야말로 도박으로 인해 패가망신해버린 상황.

“하, 하하···.”

시안은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시안의 고개가 힘없이 떨구어졌다.

떨구어진 시선으로 바닥에 널브러진 스마트 폰이 보였다.

보유 중인 골드의 알림창과 함께 띠링! 거리며 떠오르는 모바일 영주의 알림창.

그런 화면 위로 깜빡깜빡, 생소한 글귀가 문득 시야에 스쳐지나갔다.

다름 아닌 【고객 센터】라 쓰여진 글귀였다.

모바일 영주 한쪽 구석에 자리하고 있던 고객 센터.

지난 날에 한 번 확인해본 바 불만 사항 같은 것을 적어내는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그 동안 딱히 불만 같은 것은 없었기에 기억 속에서 잊혀두고 있던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만.

띠링!

《업적: 제 골드를 좀 많이 드셨더라고요? (달성!)》

[달성 조건: 강화에 소모된 골드, 1억 골드 초과]

《깨끗하게! 맑게! 어마맛?!》

《대실패!!》

오늘 따라 불만이 가득 터져나오는 건 왜일까.

시안은 이를 까득, 깨물었다.

그리고는 스마트 폰을 확, 낚아채며 【고객 센터】 항목을 터치했다.

꾹.

[문의하고자 하는 인과를 선택해주세요.]

①모바일 영주.

.

.

.

그러자 떠오르는 생소한 알림창.

시안은 바로 ‘모바일 영주’ 탭을 터치했다.

어차피 항목도 모바일 영주밖에 없었다.

꾹.

터치와 함께 화면이 바뀌었다.

이윽고 ‘문의 내용을 적어주세요.’라는 백지와 함께 대륙어로 되어있는 자판이 떠올랐다.

처음 보는 형태의 자판.

그러나 글자를 하나하나 조합하여 문장을 완성할 수 있어보였다.

시안은 손가락을 바삐 움직이며 내용을 작성했다.

다다다다다다.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점검 보상에 대한 내용이 없어서 문의드리고자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여기까지 문장을 완성했을 그때.

띠링!

《점검 보상 드렸잖아요!!》

갑자기 화면 위로 모바일 영주의 알림창이 떠올랐다.

《긴급 점검 직후에 즉시 완료권 드렸잖아요! 그런데 보상을 못 받았다니요!!》

그리고 억울하다는 듯 떠오르는 모바일 영주의 알림창.

뭐, 이건 시안도 인정하는 바였다.

크라우드 백작으로부터 뜯어낸 골드.

그 골드에 대한 현질로 모바일 영주는 긴급 점검에 들어갔었고.

그에 대한 보상은 즉시 완료권으로 확실히 받았었다.

그렇기에 또 보상을 달라는 건 억지나 다름 없었다.

그러니까 아벤느가에서 겪었던 피해 인과를 보상으로 요구하는 건 솔직히 억지였다.

하지만.

[이번 연장 점검에 대한 보상은 아무런 이야기가 없어서 말입니다.]

연장 점검에 대한 보상은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다.

제국 남부, 베니아 마을에서 멋대로 연장 점검에 들어갔던 모바일 영주.

물론 그 뒤의 연장긴급 점검인지 뭐시기는 개수작이었다.

하지만 앞선 연장 점검은 진짜였다.

[그때 제가 받은 피해가 얼마나 막심했는지 아십니까?]

시안은 묵묵히 손가락을 움직여 문장을 완성했다.

《피, 피해요? 대체 무슨 피해를 받았다고 그러시는 거예요!!》

[정신적 피해가 너무도 막심했습니다.]

《저, 정신적 피해···?》

[현질을 하고 싶은데 하지 못했습니다. 그 애통한 심정을 차마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게 정말 안타까울 뿐입니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예욧!!!!》

모바일 영주는 어처구니가 없는 어투로 소리쳐왔다.

하지만 시안은 전혀 개의치 않고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리고 루벤에 와서도 그렇습니다. 점검이 끝났으면 끝났다. 공지를 해줘야하는데 모바일 영주는 입 꾹, 닫고 모른 척 했습니다.]

《그, 그건···!》

[제가 재빨리 알아차렸기에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애통한 마음만 삭히고 있지 않았겠습니까.]

《아, 아니 그러니까···.》

[심지어 저는 지금 현질이 시급한 상황이었습니다. 엘란두르라는 가문에 선빵을 쳐야하는데, 모바일 영주는 그런 저를 방해한 것 아니겠습니까? 이건 확실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 아니··· 그게··· 그게요···.》

[그리고 말이 나와서 드리는 말씀인데. 긴급 점검의 보상도 알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네, 네···?》

[요점만 말해서 로즈웰과 네이슨. 그 둘과의 전투에서 <뮤리엘의 축복>을 사용했으면 손쉽게 끝나는 싸움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죠. 왜? 모바일 영주가 기절해있었으니까요!]

《그거야 앞선 과분한 인과 때문에···.》

[왜 그런 인과를 버티지 못한 겁니까? 그리고 그 피해를 고객인 왜 제가 받아야합니까? 무엇보다 어떻게 된 게 중요한 순간마다 모바일 영주는 기절해있는 겁니까?]

[대체 <뮤리엘의 축복>이 왜 있는 겁니까? 쓰라는 겁니까 말라는 겁니까? 이럴 거면 그냥 환불해주세요.]

《······》

[해서 제가 받은 정신적인 피해! 인과적인 피해! 그리고 부적절한 보상까지! 모두 더해서 다시 한 번 점검 보상을 받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양아치 아니세요?!》

[여기에 모바일 영주의 모욕적인 언행에 대한 정신적인 피해도 더해서···.]

《알게 뭐예욧!!!!》

이어지는 모바일 영주의 외침.

시안은 꿋꿋이 손가락을 놀려 마지막 ‘전송’ 버튼 까지 눌렀다.

[문의 내용이 정상적으로 접수되었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답변을 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화면 위로 시스템의 알림창이 떠올랐다.

《아니, 당신 진짜 제정신이세요?》

《이게 정말 될 거라고 생각하신─.》

그 순간.

띠링!

[문의주신 내용에 답변이 등록되었습니다.]

경쾌한 알림음과 함께 시스템의 알림창이 떠올랐다.

“벌써?”

시안은 저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떠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빨리 답변이 달릴 줄 몰랐으니까.

시안은 곧바로 답변의 내용을 확인했다.

그리고 확인한 답변의 내용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인정]

그저 딱 두 글자.

《에···?》

“응···?”

시안과 모바일 영주의 표정이 동시에 떠버렸다.

《무, 무, 무, 무슨···!》

당황하는 모바일 영주.

[현 시간 이전에 구매하신 모든 시설 및 연구에 대한 즉시 완료가 진행됩니다.]

이윽고 새로운 시스템의 알림창이 떠오르더니.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루벤 전역으로 거대한 폭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순식간에 즉시 완료되는 현질의 시설들.

《진짜아아아아!! 지랄하지마요오오오!!!!!》

모바일 영주가 절규 가득한 비명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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