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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하는 영주님!-255화 (255/322)

255화 - 유산(2)

벌러덩, 드러누운 시안의 모습.

견인족 마냥 배를 까뒤집은 모습이 정말이지 참···.

저게 인간인지 아니면 진짜 견인족인 건지 구분이 가질 않았다.

물론 견인족의 그것과는 의미가 남달랐다.

[······]

카르제는 정말이지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대저 무슨 할 말이 있을까.

농담이나 과장 하나 섞지 않았다고 맹세할 수 있었다.

천 년의 세월을 살아오면서 지금 이 상황은 처음 겪어보는 상황이라 말 수 있었다.

“아, 몰라요. 배째요.”

세상 어떤 미친 놈이 드래곤 앞에서 저런 강짜를 부린 단 말인가!

“상속세 안 주시면 이대로 눌러붙을 겁니다.”

그것도 상속세라는 말 같지도 않은 명분을 들먹이면서 말이다.

아니, 말이 나와서 하는 것이다만 상속세는 대저 뭔 놈의 상속세란 말인가!

카르제는 어처구니 없는 눈빛으로 시안을 바라봤다.

무슨 상속세를 말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시안이 왜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인지는 모르지 않았다.

“딱 2억 골드. 그 이상은 바라지도 않겠습니다.”

골드. 그러니까, 돈을 달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이게 맞는 건가?

빚쟁이가 이렇게 역으로 강짜를 부려도 되는 건가?

벌러덩.

“저 안 나가요. 아니, 못 나가요.”

진짜로···.

진짜로 미친 게 아닐까?

카르제는 저도 모르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미쳤다는 말로는 온전히 이 상황을 표현할 수가 없었다.

카르제는 견인족 마냥 드러누운 시안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리고 카르제는 저 행동이 단순 농담이 아님을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보다 여기 꽤 쾌적하네요.”

시안은··· 아니, 저 새끼는 보물을 받을 때까지 진짜로 나갈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내쫓는 방법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렇다고 죽여버리자니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카르제에게 인간들은 벌레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정도로 앵앵거리면 그냥 죽여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벌레도 급이 있는 법이었다.

시안은 천 년전, 세상을 오시한 존재의 후예.

비록 그에 비하면 처참하나 그렇다고하여 쉽게 짓밟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시안을 상대하려면 카르제도 진심으로 힘을 발휘해야했다.

헌데, 그것이 대저 무슨 의미가 있으랴.

어차피 모두 필멸(必滅)의 운명을 맞이하거늘.

[내가 왜 네게 보물들을 나눠줘야 하지?]

카르제는 잠시 시안과 대화를 해보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어이가 승천하며 일말의 분노가 일긴 했지만 지금은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가진 바 보물들이 많으시잖아요. 필요한 사람한테 좀 나눠주시면 안됩니까?”

[많다고 하여 나눔이 강제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긴 한데··· 어차피 곧 죽으실 때 되셨잖아요. 설마 무덤까지 보물들을 같이 가져가실려고요?”

[그러면 안되나?]

“욕심도 그득하시지.”

그냥 죽여버릴까?

카르제는 저도 모르게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필멸(必滅)의 운명이고 나발이고.

당장 저 앵앵거리는 시안··· 아니, 저 새끼를 짓눌러 죽여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카르제는 금방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역시나 쉽게 되는 일도 아니었을 뿐더러.

카르제는 이런 일에 격분하기엔 너무도 많은 세월을 겪어왔으니까.

“그런데 카르제님은 무덤이 없지 않아요?”

일순간 들려온 시안의 물음.

시안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황궁의 도서관에서 조사한 드래곤에 관한 정보에 따르면, 드래곤은 무덤이 존재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시체가 남지 않는다고 할 수 있겠다.

일반적인 생명체는 수명이 다하면 존재를 구성하는 혼(魂)이 사라진다.

그리고 세상에는 혼(魂)을 담고 있었던 그릇, 백(魄)만이 남게 된다.

쉽게 말해 시체가 남는다는 뜻이었다.

이 시체를 매장하여 고인을 추모하는 것이 현세의 죽음에 대한 관념이다.

그러나 드래곤은 달랐다.

드래곤은 혼(魂)과 백(魄)이 따로 존재하지 않고, 하나로 일체되어있었다.

따라서 죽음의 때가 되면 드래곤은 존재의 근원, 마나로 환원되어 흩어진다.

쉽게 말해 시체가 남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하여, 드래곤은 자신들의 죽음을 ‘자연으로 돌아간다.’ 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이는 카르제 또한 그렇게 표현한 바 있었다.

이 때문에 대륙에는 드래곤과 관련한 흔적이 존재하지 않았다.

천 년전에 드래곤은 분명 실존했으나, 관련한 부산물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간단히 예를 들어 드래곤의 뼈로 만든 검.

드래곤의 피부로 만든 갑옷.

만들 수만 있다면 말도 안되는 성능을 발휘할 무구들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역시나 드래곤은 그 시체를 남기지 않았으니까.

뭐, 아무튼.

“그런데 무슨 무덤까지 보물들을 가져가신다는 겁니까?”

드래곤인 카르제가 보물들을 무덤까지 가져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한 마디로 주기 싫다는 말을 돌려서 말한 것이었다.

“아니, 그리고 지금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입니다만. 진짜 좀 나눠주시면 안됩니까?”

시안은 그러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마침 이야기 잘 꺼냈다는 듯, 카르제에게 쏘아붙이듯 말했다.

“수인족들의 수호자시면서 방관만 하시는데, 그러실 거면 보물들이라도 나눠주시면 안 됩니까? 그리고 아니, 수인족들의 수호자시기 이전에 카르제님은 성물의 수호자 아니십니까?

일순간 카르제의 두 눈동자에 놀람이라는 감정이 스쳐지나갔다.

“그런데 성물이 빼앗기는데도 방관만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방관만 하실거면 저 좀 도와주시면 안됩니까?”

카르제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것이 너와 무슨 상관이지.]

그건 어디까지나 이 쪽의 사정이었다.

그러니까 인간인 시안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이었다.

아마··· 수인족들이 저런 말을 했다면 조금 고민을 했을 터였다.

하지만 시안은 어디까지나 인간.

이 쪽의 사정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제 3자였다.

어머나 그런데 웬걸.

“왜 상관이 없습니까. 지금 제가 성물을 가지고 있는데.”

그러면서 시안이 등에 단단히 매고 있던 성물을 앞으로 내밀었다.

이번엔 카르제의 두 눈으로 뚜렷한 놀람의 감정을 비쳐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에서야 알았다.

그러니까 지금 에서야 성물의 존재를 인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게 말이 되나···?

성물의 기운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

카르제는 이상함을 감지했으나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저 놈팽이가 이상한 헛소리를 하는 바람에 신경을 쓰지 못한 것 같았으니까.

“성물을 수호해야하는 카르제님의 의무를 제가 대신하고 있지 않습니까.”

무엇보다 연이은 시안의 말.

카르제는 이상함을 길게 고민할 여유도 없었다.

“천 년전에 뮤리엘님과 노에미님으로부터 약속하신 거 아니십니까? 아니, 어느 분과 약조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성물을 지키겠다 약속하신 거잖습니까.”

수인족들의 수호자이자 성물의 수호자, 카르제.

카르제는 오랜 맹약에 따라 성물을 수호해야하는 의무를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방관만 하시면 어쩌자는 겁니까? 이거 계약 위반입니다. 아니, 잠깐. 생각해보니까 그러네요?”

그렇기에 이 또한 부정할 수 없는 말이었다.

숱한 세월 속에 젖은 타성으로 인해 그 의미를 잃어버린 것일 뿐.

카르제는 성물을 수호해야하는 의무를 지니고 있었다.

그것은 천 년전에 행해진 맹약.

따라서 지금 방관하는 카르제의 행동은 맹약을 어기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래, 알고 있었다.

그 점은 충분히 카르제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체 왜.

“계약 위반! 지금 이건 명백한 계약 위반입니다!”

그걸 시안이··· 아니, 저 새끼가 어떻게 알고 있냐는 말이다.

그건 아르나이즈 노에미와 한 맹약이었다.

그러니까 무려 천 년전에 행해진 맹약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시안··· 아니, 저 새끼··· 아니.

30년도 안된 인간 수컷.

“제가 지금 그 일을 카르제님 대신해서 해준 거 아닙니까?”

저 인간 수컷 따위가 알 수 있는 사실이 절대 아니었다!

“진짜 생각해보니까 그러네요? 취소! 2억 골드 취소!”

시안은 갑자기 표정을 바꾸며 소리쳤다.

아니, 정확히는.

“5억! 그 이하는 절대 안돼요!”

벌러덩.

“아, 몰라요. 배째요!”

견인족 마냥 다시 한 번 배를 까뒤집고 드러눕기 시작했다!

“보물을 주기 싫으시면 계약에 따라 저를 도와 악마들을 때려잡으시든지. 그게 싫으시면 수임비를 지불하시든지! 둘 중 하나는 하셔야죠! 어떻게 날로 드실려고! 심지어 상속세까지 남겼다?”

벌러덩.

“나 절대 못 나가요!”

시안은 정말로 배째라는 듯이 그 자리에 드러누워있었다.

어쩌면 배를 내놓은게 아니라 간을 내놓은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시안을 지켜보던 카르제.

천 년의 타성 따위는 생각나지 않았다.

딱 2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2대만 치고 싶었다.

부위는 명치랑 머리.

그 두 군데를 온 힘을 다해 쳐버리고 싶었다.

그런데 염병.

[······]

카르제는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시안의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뭐라 반막할 말이 없으니까!

벌러덩.

여전히 견인족 마냥 배를 까뒤집고 있는 시안.

[······]

카르제의 어이가 다시 한 번 하늘로 승천했다.

#

쿠우웅···! 쿠우웅···!

동굴 전체로 크나큰 떨림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것은 지진과 같은 땅의 움직임 때문이 아니었다.

‘누워있을 때도 크긴 컸다만···.’

다름 아닌 카르제의 움직임.

100M에 달하는 고룡의 움직임은 그 자체만으로도 지진을 유발시키고 있었다.

쿠우우웅···!

시안은 카르제를 따라 동굴 안쪽으로 향했다.

그렇게 도착한 곳.

그곳은 넓디 넓은 공동이었다.

넓다··· 라기 보다는 광활하다. 라고 표현함이 바람직 했다.

카르제가 10명? 10마리?

아무튼 10 카르제가 들어가도 널널할 정도로 큼지막했다.

그리고 시안은 이때서야 카르제의 둥지가 쓸데없이 깊고 넓은 진정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처음엔 카르제의 크나큰 덩치 때문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그 생각이 바뀌었다.

10 카르제가 들어가고도 널널한 공동.

그 안을 수많은 보물들이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다!

“와···!!!”

진짜 어마어마어마어마하게 많았다.

태어나서 처음 봄은 물론, 이 이상의 보물들을 볼 수 있을까 싶었다.

천 년 동안 보물이란 보물은 모두 쟁여놓은 것만 같았다.

농담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보물들을 쟁여놓아도 이렇지는 않을 것 같았다.

띠링!

《이게 다 뭐시라요오오오옷!!!!》

오죽하면 모바일 영주가 저리 까무러칠까.

《아, 안돼요···.! 저, 저런 게 들어오면 저는···!》

띠링! 띠리리리링!

모바일 영주는 발작을 하며 진동을 해보였다.

[5억 골드다.]

그리고 들려온 카르제의 목소리.

시안은 순간 멈칫 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정도로 많을 줄 몰랐으니까.

이 정도로 많은 줄 알았으면 10억 골드를 부를 걸.

혹시 지금이라도?

“그···.”

[안된다.]

“저 아직 아무런 말도 안 꺼냈습니다만.”

[그 이상으로 가져가는 것은 허락하지 않겠다.]

시안은 입을 꾹, 다물었다.

하여간, 치사하기도 하지.

누가 욕심 그득한 드래곤 아니랄까봐.

시안은 카르제를 바라보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도 5억 골드를 얻은 게 어디냐.’

시안은 천천히 보물들을 살폈다.

루비, 사파이어, 다이아 등등. 이런 보석들은 기본이었다.

여기에 각종 범상치 않은 무구들로부터 시작해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들까지.

아마 천 년전에 존재했던 아이템인 것 같았다.

당연하게도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초희귀 아이템들.

어쩌면 아르나이즈들이 사용한 아이템일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게 다 얼마야?’

최소 가치만 따져도 수 십억은 가뿐했다.

그야말로 정신이 아찔해지는 금액.

시안은 다시 한 번 욕심이 일었지만 꾹, 눌러 참았다.

시안은 신중히 5억 골드에 달하는 보물들을 선별했다.

그도 그럴 것이 희대의 보물들이라고는 하나.

모바일 영주에서 인정하는 인과와는 조금 개념을 달리했다.

현재 습득해야하는 극마지체(極魔肢體)와 소울 오브 드래곤(Soul of Dragon).

도합 2억 골드가 필요한 지금.

단순히 값어치가 나가는 보물들로만 골라서는 안 되었다.

해서 시안은 모바일 영주를 확인하면서 보물들을 선별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르고.

시안은 모바일 영주가 인정하는 2억 1천만 골드.

그리고 나머지 2억 9천만 골드에 달하는 보물들을 인벤토리에 챙길 수 있었다.

‘다행히 상속세는 채웠네.’

그렇게 도합 5억 골드를 챙기고 나자 쌓인 보물들이 어느 정도 줄어들어 있었다.

어마어마하게 쌓인 보물이었지만 5억 골드 또한 실로 어마어마했으니까.

물론 약간 생채기 정도가 나있는 수준이었다.

그렇기에 시안은 상당히 아쉬웠다.

눈앞에 희대의 보물들이 있는데 이대로 가야한다니.

“그··· 진짜, 진짜로 그냥 드리는 말씀이니까 오해하지 말고 들으세요.”

시안은 간절한 눈빛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정말로 돈 빌려주실 생각 없으십니까? 제가 진짜 꼭 갚겠습니다.”

[······]

카르제의 어이가 다시 한 번 승천했다.

물론 카르제는 스스로가 인정하고 있었다.

드래곤이 욕심 많은 종족임은 부정하지 않았다.

“어차피 자연으로 돌아가시는데. 욕심 부리시지 마시고 좀 빌려주심이···.”

그런데 이 새끼가 그런 소리를 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카르제는 지금 이 순간 인간이라는 종족에 대해 개념을 수정할 필요성을 느꼈다.

정확히는 이 새끼를 뭐라고 정의해야할지 난감했다.

천 년의 세월 속에서도 차마 경험하지 못한 신종족.

일단 인간은 아니었다.

[갚을 능력은 되더냐.]

“어···.”

카르제의 물음에 시안은 차마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못 갚을 것 같았으니까.

이게 한 두푼이어야지 수 십억에 달하는 골드를 어찌 갚는단 말인가.

“할부로 하면 어찌 가능할지도···?”

시안은 정말 좋은 생각이라는 듯 재차 말을 이었다.

“말이 나와서 드리는 데 혹시 몇 개월까지 가능합니까? 아, 저희 인간들과는 달리 드래곤이시니까··· 몇 년 단위로 할부가 가능하시지 않을까요?”

않을까요?

그걸 왜 나한테 상담하는 걸까.

카르제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어떻게 100년 할부까지는··· 가능하시지 않을까요?”

카르제는 그게 되겠냐는 듯한 눈빛으로 시안을 바라봤다.

“그럼 한 50년까지는 어떻게···?”

카르제는 진짜 이 새끼를 어떻게 해야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시안이 내뱉은 말.

할부라는 별 말 같지도 않는 수작을 부리는 이유.

그 말 속에는 이러한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한 50년 뒤면 어떻게 수명이 다해 죽어있으시지 않으신가요?

그럼 빌린 돈을 갚지 않아도 되니까!

물론 시안은 그런 말을 내뱉지 않았다.

그러나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법이었다.

지금 보이는 시안의 표정만 보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저 표정은 분명히 그러한 의미를 삼키고 있었으니까!

하, 나···.

진짜 마음 같아선 죽여버리고 싶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쉽게 할 수 없었고, 여러모로 번거롭다는 사실이 원통할 뿐이었다.

무엇보다 의미도 없었고.

[나가라.]

카르제는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단호하다 못해 냉혹한 카르제의 태도에 시안 또한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

여기서 더 말을 꺼냈다간 정말로 화가 날 것 같았으니까.

솔직히 지금도 카르제가 많이 봐주고 있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목표한 2억 골드를 넘어 5억 골드를 얻지 않았는가.

“그럼 수임료도 받았으니, 다시 일하러 가보겠습니다!”

아쉽지만 여기서 끊어야할 때였다.

시안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카르제의 둥지를 떠나갔다.

그렇게 완전히 시안이 떠나가고나서야 둥지는 잠잠해졌다.

카르제는 다시 거처로 돌아와 몸을 드러누웠다.

그리고 다시 눈을 감아 평온을 즐기려던 그 순간.

“저···.”

또 다시 시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카르제에게 타성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카르제는 분노를 터트리며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천만 다행인 것인 걸까.

이번엔 생각한 그 용건이 아니었다.

“여기서 어떻게 나가죠?”

시안은 굉장히 난감한 표정으로 재차 말을 이었다.

“카르제님이 쫓아내시기만 했지. 제 발로 나가본 적이 없어서···. 하하하.”

그러면서 멋쩍게 뒷머리를 긁적였다.

들어올 때처럼 검으로 공간을 찢고 나간다는 생각은 안 해보나?

카르제는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굳이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저 새끼랑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렸으니까.

따악─!

들려오는 청량한 소리.

그때서야 비로소 시안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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