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질하는 영주님!-280화 (280/322)

280화 - 진정한 대륙 제 1의 검(2)

듀라크를 중심으로 일렁거리는 공간이 모조리 깨져나갔다.

깨져나간 공간의 파편. 그것은 수많은 검격이 되어 온 사방을 할퀴었다.

단순히 검을 휘둘러 만들어낸 검격과는 다르다.

공간 자체가 참격으로 바뀌어 덮쳐오는 괴현상.

실체가 없는 무형의 기운이 느껴진다.

-시안!!

-주군!!

레아와 켄드릭이 놀라며 소리쳤다.

레아는 짙은 사념을 터트리며 달려들었고.

켄드릭은 칠흑 같은 어둠이 쇄도하는 참격에 대항했다.

“오지마!”

하지만 시안은 기세를 터트리며 그 둘의 접근을 막았다.

콰아앙!

기세에 담긴 마력이 폭발하며, 레아와 켄드릭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둘이 당황하는 것도 잠시.

콰콰콰콰콰콰─!!

공간의 참격이 레아와 켄드릭이 있던 공간을 할퀴었다.

시안은 그 앞을 가로막으며, 쇄도하는 참격을 모조리 튕겨내고 있었다.

-······!

-······!

레아와 켄드릭의 두 눈이 크게 떠진다.

공간을 찢어발기는 참격의 위력.

이건··· 레아와 켄드릭조차 감당하기 힘들었으니까.

헌데 시안은 그 참격을 모두 튕겨내고있었다.

참격의 위력이며, 그 참격을 받아내는 시안하며, 둘 모두가 ‘경이롭다.’ 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할퀴어진 땅거죽이 모조리 비산한다.

바닥에 널브러져있던 잔해들이 산산히 쪼개어진다.

“듀라크는 내가 상대할테니 신경쓰지마!”

그 위로 시안의 거친 외침이 재차 들려왔다.

그 순간에도 시안은 멸살의 검을 휘두르는 것을 멈추지않았다.

듀라크는. 오롯이 혼자서 감당해야만한다.

듀라크를 내 손으로 직접 처리해야한다, 와 같은 어줍잖은 생각이 아니다.

그런 객기 어린 생각 따위는 추호도 하고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시안이 레아와 켄드릭을 막은 이유는 간단했다.

“둘은 가서 병사들과 기사들을 도와!”

이 전쟁의 양상이 레아와 켄드릭, 둘에게 달려있으니까.

멀리 갈 것 없었다. 자그마치 100배에 달하는 전력 차.

세상 사람 모두가 루벤의 패배를 점치는 압도적인 전쟁이었다.

지금 이렇게 대적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다.

전쟁이라는 것이 성사되고 있는 것 자체가 하나의 기적이었다.

만일 드래곤의 장비로 무장하지 않았더라면.

시안이 앞서 15억에 달하는 현질을 하지 않았더라면.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기적.

그 기적은 끝내 엘란두르를 압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엘란두르의 병력은 많아도 너무 많았다.

루벤의 병사들에게도 한계란 존재한다.

모바일 영주의 점검으로 <뮤리엘의 축복>을 사용할 수 없는 지금.

병사들에게는 레아와 켄드릭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다.

무엇보다 지금 느껴지는 듀라크의 기세.

참격마다 느껴지는 끔찍한 힘.

‘레아와 켄드릭이 감당할 수 없어.’

이건 둘이 감당할 수 없는 힘이다.

본디 레아와 켄드릭은 듀라크와 비견될 존재였다.

듀라크와 1:1로 맞붙는다 한들, 레아와 켄드릭은 쉬이 당하지 않을 존재들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었다.

지금 듀라크는 평소의 듀라크가 아니었으니까.

듀라크 안에서 엿보이는 악마 군주의 힘.

듀라크는 지금, 악마 군주의 힘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착각일 수도 있었다.

시안조차 의심이 드는 느낌이자 생각이다.

‘하나가 아니야.’

한 명의 악마가 아니다.

듀라크 안에 내재된 악마 군주는, 무려 둘이다.

여기에 듀라크가 펼치지는 저 검 또한 심상치 않았다.

엘란두르의 비기이자 감추어진 진실.

아르나이즈 샤를롯의 검, 조디악 소드(Zodiac Sword).

지금, 듀라크는 악마 군주와 엑시드(Exceed) 기사의 힘을 사용하고 있었다.

“여긴 나한테 맡기고 병사들을 도와!”

저 힘은 레아와 켄드릭이 감당할 수 없다.

저 아득한 힘에 대적할 수 있는 존재는 오직 한 명.

-하지만···!

“내 말 들어요!”

레아의 주저함에 시안이 일갈하며 소리쳤다.

그럼에도 레아는 상당히 주저해보였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레아는 이를 까드득, 까물었다.

-지지 마! 죽지도 말고 다치지도 마! 알았지 시안!

이윽고 레아가 켄드릭과 함께 전쟁터의 한복판으로 날아갔다.

시안은 그때서야 오롯이 듀라크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콰콰콰콰콰콰─!!

공간의 참격은 끊이질 않고 덮쳐왔다.

듀라크는 여전히 검을 휘두르지 않았다. 휘두르지 않음에도 듀라크 주위로 수많은 참격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마치 듀라크 자체가, 하나의 검(劍)이 된 것만 같았다.

아르나이즈 샤를롯의 검, 조디악 소드(Zodiac Sword).

엑시드(Exceed)의 힘이 무엇인지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것인가.

아니면 힘을 통제할 수 없는 것인가.

어느 쪽인지는 모르겠지만 듀라크는 흔들리고 있었다.

듀라크는 조디악 소드를 완벽히 펼치지 못하고 있었다.

‘여기서 완전히 시전되게 두면 안된다.’

이곳은 루벤의 방벽과 그리 멀지 않은 곳.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져있었지만, 조디악 소드 앞에서는 의미가 없는 거리다.

만일 저 힘이 온전히 시전된다면, 그 충격은 오롯이 루벤의 방벽에 닿을 터.

그럼 루벤의 방벽 안에 있는 이들이 위험하다.

다크 엘프의 마법사들.

공성 병기를 작동하는 드워프들.

그리고 열심히 전쟁 물자들을 나르는 수많은 루벤의 사람들.

방벽이 무너지면 그들 모두가 위험해진다.

더하여 이 전쟁의 양상 또한 크게 달라진다.

콰아아아아아─!!

점점 거세어지는 듀라크의 기세.

시안은 휘두르는 멸살의 검을 달리했다.

두근! 드래곤 하트가 강맹하게 요동치며, 시안의 전신으로 초월의 마력이 폭사했다.

폭사한 초월의 마력은 순식간에 앞선 공간을 장악했다.

공간을 장악한 초월의 마력은 휘몰아치는 참격들을 찍어눌렀다.

듀라크는 그 거대한 힘에 몸을 크게 떨었다.

아까 전, 시안과 검을 섞었을 때 느꼈던 어떤 불길함.

그 불길함이 듀라크의 감각을 자극하고 있었다.

수많은 생각들이 듀라크의 머릿속으로 휘몰아친다.

저 힘에 대항해야하나? 여기서 멈춰야하나?

저 말도 안되는 마력을 억누를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생각들은 모두 불확신에 근간하고 있었다.

듀라크가, 시안을, 이길 수 없을 것 같다는 불확신.

이건 인정할 수 없었다.

지금 듀라크가 가진 힘의 근원이 무엇이란 말인가.

지금 듀라크가 시전하는 검이 무엇이란 말인가.

그 두 가지를 생각하면 말이 안되는 일이다.

지금조차 우위를 점할 수 없다는 생각은 도무지 인정할 수 없다.

듀라크는 끝내 휘몰아치는 초월의 마력 사이로 뛰어들었다.

공간이 억눌리며 찌그러진다. 그러나 그 속에서 듀라크가 느낀 것은 광활함이었다.

끝도 없는 광활함 속, 느껴지는 지배.

듀라크의 힘이 공간을 찢어발겼다면.

시안의 힘은 공간을 장악하고 또 지배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 공간 또한 찢어발겨주는 수밖에.

듀라크의 전신으로 무형의 참격이 쏟아져나왔다.

콰아아앙!!

폭발이 뒤섞인다. 그 속에서 일그러진 건 듀라크의 얼굴이었다.

사방으로 쏟아졌던 무형의 참격이 힘을 잃고 사라진다.

참격의 힘이 아무런 의미조차 갖지 못했다.

그렇다고 힘을 회수하자니 그럴 수가 없었다.

온 사방의 공간이 시안의 지배 하에 놓여있었으니까.

그것은 듀라크가 존재하는 공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만일 이 힘을 회수한다면 지배된 공간에 억눌려 온몸이 그대로 찌그러질 터.

처음부터 이 초월의 격류에 뛰어들어서는 안되었다.

그러나 이미 한 번 뛰어든 순간, 벗어날 수 없는 올가미가 매어져있었다.

콰콰콰콰콰콰─!!!

뒤엉킨 마력과 힘이 폭발한다. 듀라크는 멈추었던 검을 휘둘렀다.

듀라크의 전신으로는 여전히 무형의 참격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무형과 유형의 일격.

그것은 듀라크를 중심으로 거대한 검격을 만들어내었다.

그리고 꽈르르릉!

뇌명의 폭발과 함께 사라진다.

공간을 지배하는 초월의 마력이 듀라크의 그 어떠한 행도도 허락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뛰어넘는 초월의 마력.

힘을 잃은 듀라크의 몸이 휘청, 거렸다.

크나큰 틈을 보인 듀라크가 황급히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시안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어째서···? 라는 의문이 들던 찰나

뻐어억─! 하는 굉음과 함께 듀라크의 몸이 허공을 날랐다.

#

캉! 카캉─!

어지러이 얽히는 검격들의 향연.

그리고 푸화확! 터져나오는 선혈.

털썩.

하얀 늑대 기사단의 단장, 에런이 끝내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지금 당장이라도 일어나야했다.

검을 들어 다가오는 일격을 막아야한다.

그 사실은 그 누구보다 에런이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에런은 차마 할 수가 없었다.

파르르, 떨리는 손.

몸은 이미 말을 듣지 않는다.

아무리 명령을 내려도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전신에 낭자한 상흔과 혈흔.

이제는 감각조차 희미해져 느껴지지 않는다.

에런은 그때서야 끝이 다가왔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에런은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막상 다가온 죽음에 계속해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제국 제 1의 기사단, 하얀 늑대 기사단의 단장.

마스터 중급에 달하는 대륙에 손 꼽히는 실력자.

에런은 패배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다.

얼마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까.

얼마나 빨리 이 전쟁을 끝낼 수 있을까.

에런의 생각은 오롯이 승리의 방향으로만 흘러갔다.

그렇기에 지금 상황은···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그러나 눈앞에 다가온 현실은, 차마 부정할 수가 없었다.

에런은 천천히 시선을 들어보였다.

피로 얼룩진 시야. 한 사내가 에런 앞으로 다가왔다.

자신에게 패배라는 것을 안겨준 루벤의 기사.

루벤의 경비 대장, 루카스.

분명 자신보다 한 수 아래의 기사였거늘.

에런은 끝내 루카스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물론 어디까지나 에런, 한 명의 패배였다.

수많은 전투 중 하나에 불과한 패배.

전투와 전쟁은 다르다.

에런은 패배했을지언정, 엘란두르는 승리할 수 있었다.

전투에서는 패배했지만, 전쟁에서는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조차도 아니었다.

“에런 단장님!”

“이것들이 감히··· 커허헉!”

하얀 늑대 기사단들의 전투 또한 패배했다.

제국 제 1의 기사단은 끝내 루벤의 기사단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고 말았다.

“고작 수 천의 병사들일 뿐이다! 무려 100배의 전력 차란 말이다! 그런데 왜 뚫지 못하는─ 커헉!”

“자작 각하!!”

병사들의 전투 또한 패배했다.

27만에 달하는 엘란두르의 병력은 여전히 루벤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수많은 전투에서의 패배.

그것은 곧 전쟁에서의 패배나 다름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 당장이라도 후퇴를 해야했다.

수 백년의 아성. 제국을 지탱하는 두 기둥.

그딴 자존심 따위는 벗어던지고 남은 병력이라도 보존해야만 했다.

어떻게든 후일을 도모해야만 했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었다.

에런은 지금 여기에 무릎을 꿇고 있었고.

뻐어억─!

엘란두르의 총사령관은 지금 명령을 내릴 여건이 되지 않았으니까.

실로 완벽한 패배.

에런은 다시 한 번 헛웃음을 흘렸다.

루카스가 어느덧 에런의 앞에 서 있었다.

에런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들의 악연도··· 여기서 끝인가.”

“······”

루카스는 아무런 말을 꺼내지 않았다.

루벤과 엘란두르가 대적할 때면 매번 검을 맞대어온 두 사람.

그런 악연도 하나의 인연이라는 것일까.

“투항하라. 지금이라도 전쟁을 멈추고 루벤에 항복해라.”

루카스는 에런에게 일말의 자비를 내보였다.

에런은 그런 루카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보고··· 쿨럭! 루벤의 밑으로 기어들어가라는 이야기인가? 더 나아가 엘란두르가 루벤의 속국이 되라?”

“이미 승패는 정해졌다. 이 이상의 싸움은 무의미한 일.”

루카스는 에런의 두 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목숨은 구해야하지 않겠나.”

루카스는 말을 삼키듯 내뱉었다.

그런 루카스의 말에 에런은 일그러진 미소를 지어보였다.

“실로 위험한 자비로군. 이유가 뭐지?”

“별 다른 이유는 없다. 굳이 이유가 필요하다면··· 변덕이라고 해두지.”

“악연도 인연이라는 건가.”

에런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러다 쿨럭! 목구멍으로 치솟는 피를 한움큼 토해냈다.

“나는 하얀 늑대 기사단의 단장이다.”

그리고 이어진 에런의 말.

“늑대가 어찌 사자 무리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에런은 피로 젖은 눈으로 루카스에게 말했다.

“죽여라.”

그리고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루카스는 그런 에런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러나 에런의 확고한 의지에, 루카스는 끝내 검을 들어보였다.

서로 다른 진영에서 비슷한 위치에 있던 두 사람.

루카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금 와서 말하지만··· 한 명의 기사로서 당신은 내 목표이자 우상이었다.”

“그거 참 영광이군. 늑대 따위가 새끼 사자의 우상이 될 수 있었다니.”

지어지는 웃음.

서걱─!

그것이, 에런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

듀라크의 생각이 하나로 이어지지 못한다.

드문드문, 사고가 끊어지며 흐름이 이어가질 않는다.

그저 허공을 부유하고 있다는 감각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그리고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땐.

콰당탕!

듀라크의 몸이 거칠게 땅에 박히며 튕겨올랐다.

전신을 후드려패는 통증에 듀라크는 그때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황급히 몸의 균형을 잡고, 시야를 바로했다.

그리고 보인 것은 온통 숲의 풍경이었다.

마기로 가득찬 어둠의 숲.

저 멀리서 전쟁의 소리가 희미하게나마 들려온다.

아무래도 루벤에서 상당히 거리가 떨어진 어둠의 숲 부근인 것 같았다.

이윽고 듀라크의 시야로 터벅, 시안이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듀라크는 그때서야 생각의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거리를 벌린 것인가.”

듀라크의 일격에 루벤의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까봐.

그것이 두렵고, 걱정되어 이렇게 거리를 벌린 것이었다.

듀라크의 힘과 경지가 충분히 위협적이었다는 뜻이다.

시안조차 감당하기 힘든 힘이었다는 것의 방증이다.

그렇기에 스스로를 희생하고자.

정확히는 스스로만 희생하고자 이렇게 거리를 벌린 것.

허나, 전쟁에 희생은 불가피한 일이다.

영지민들 따위는 전쟁의 도구로서 쓰면 그만이거늘.

참으로 나약한 정신 상태라 할 수 있겠다.

“고작 그런 마음가짐으로─.”

“아니요.”

시안이 듀라크의 말을 끊으며 입을 열었다.

“저 때문입니다.”

당신 때문이 아니라.

나지막히 들려오는 시안의 마지막 말.

그게 무슨···? 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전.

콰아아아아아─!!

시안의 전신에서 칠흑의 어둠이 피어올랐다.

흉측하다, 끔찍하다, 요악하다···.

이 세상의 모든 불길함의 개념들이 덩어리 지어져 끓어오르는 것만 같았다.

인지의 영역을 아득히 넘어서는 힘, 초월(超越).

저것은 그렇게밖에 설명이 불가하다.

듀라크의 두 눈에 잠시 이채가 서렸지만 금방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리고는 듀라크 또한 힘을 폭사시켰다.

내재된 악(惡)의 힘.

엑시드(Exceed)의 검.

시안의 힘은 분명 초월적이다.

그러나 듀라크가 가진 힘 또한 그에 버금가는 힘이다.

아니, 그를 뛰어넘는 힘─.

흠칫.

순간··· 듀라크의 몸이 저도 모르게 떨려왔다.

그리고 이유를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어떤 본능적인 경고?

치명적인 위협?

알 수 없다. 그러나 듀라크는 어떤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천천히 시선을 들어 바라본 시야.

그곳엔 이미, 시안의 검이 휘둘러져있었다.

삐이···.

소리조차 터져나오지 못하는 참격.

그로써 이어지는 단 한 번의 베기(斬).

그것은 이 세상을 담고 있는 풍경을 베어내었다.

마혼수라검(魔魂修羅劍).

제 1식(第 一式).

극(極) - 수라천살(修羅天殺).

.

.

.

퍼뜩.

끊어진 듀라크의 정신이 돌아온··· 정신이 끊어졌다고?

듀라크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봤다.

바라본 그곳엔 세상 전체가 사선으로 베어져있었다.

베어져있다, 라는 개념이 아니었다.

찢어졌다, 라고 표현함이 정확했다.

그 풍경 속에 담겨있는 듀라크의 형상 또한 베어져 찢어져있다.

“······!”

듀라크의 얼굴이 일순간 경악으로 물들었다.

사출되는 듀라크의 광기와 악의가 대항하며 피어오른다.

그러나 이 역시 베어지고 찢어져 소멸한다.

듀라크는 황급히 검을 들어보였다.

이를 까드득, 깨물며 가진 바 모든 힘을 폭사시켰다.

잠시나마 방심하면, 힘을 끌어내는 것을 조금이라도 멈춘다면. 찢어진 풍경에 휩쓸려 듀라크의 몸이 찢겨질 것이다.

그런 생각과 동시에 번쩍─!

한줄기 묵빛 섬광이 듀라크의 몸을 스쳐지나갔다.

마혼수라검(魔魂修羅劍).

제 2식(第 二式).

초(超) - 멸천수라(滅天修羅).

.

.

.

“커허헉···!”

듀라크의 입에서 붉디 붉은 피가 왈칵, 쏟아져나왔다.

부릅, 떠진 두 눈. 생각은 이어지지 않는다.

믿을 수··· 없다.

듀라크의 힘은 절대적이다.

내재된 악(惡)의 힘은 과거, 대륙 전체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사출되는 검의 힘은 과거, 신화 속에나 존재하던 기사의 힘이다.

그러나 지금 시안의 이 힘. 저 경지.

도무지··· 가늠이 되질 않는다.

보다 높은 경지. 아득한 너머.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건 천 년전의 악(惡)을 뛰어넘는 힘이라는 뜻이니까.

엑시드(Exceed), 그 너머의 경지를 의미하는 것이니까.

그렇기에 인정··· 할 수 없다.

핏발이 선 두 눈동자에 분노가 담긴다.

듀라크의 기세가 첨예하게 벼려진다.

하지만.

꽈르르르릉!!

뇌명이 터지며, 세상이 뒤틀렸다.

설명할 수 없는, 인지할 수 없는 일들이 터지고 반복한다.

이건 이 세상의 그 어떠한 개념으로도 설명이 불가하다.

두 눈으로 보고 있음에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반복된다.

혼란한 듀라크의 의식 속.

언젠가, 그 언젠가.

‘그동안 대륙 제 1의 검이라는 칭호를 받은 자가 몇 명이나 있었을까요?’

레이첼이 했던 말이 스쳐지나간다.

‘대륙의 역사만큼이나 있었어요. 그리고 대륙의 역사는 굉장히 길죠.’

그러나 오직 한 명이다.

과거와 현재.

고금(古今)이라는 모든 시간을 통틀어, 제 1이라 손꼽을 수 있는 존재는 단 한 명.

헛소리라 생각했다.

‘진정한 대륙 제 1의 검은 오직 한 명 뿐이었어요.’

말도 안되는 일이라 여겼다.

그런데 대체 왜.

‘시안이라는 자는, 그 존재가 걸어간 길을 걷고 있어요.’

머릿속에서 떨쳐내지지 않는다.

떨쳐내려해도 점액처럼 진득히 달라붙어 늘어진다.

천 년전, 세상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악마들조차 감히 어찌할 수 없었던 존재.

악마들의 악마이자 악몽.

엑시드(Exceed), 그 너머의 경지에 닿은 절대자.

그 진정한 대륙 제 1의 검이.

“······!!”

듀라크의 눈앞에 현신하고 있었다.

마혼수라검(魔魂修羅劍).

제 1형(第 一形).

진(眞) - 아수라(阿修羅).

.

.

.

삼켜지는 무(無)의 세계.

땡그렁.

듀라크의 검이 아래로 떨어진다.

듀라크의 시선이 천천히 아래로 향했다.

시안의 검은 듀라크의 복부를 관통하고 있었다.

그리고 인지하지 못했다. 반응조차 할 수 없었다.

복부에 박혀있는 시안의 검.

그것을 바라보는 듀라크의 두 눈이 쉼없이 떨려왔다.

떨리는 듀라크의 두 눈이 앞으로 향하며, 시안을 바라본다.

“너는···.”

듀라크가 비틀거리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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