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화 - 결전의 운명(1)
경악으로 부릅 떠진 이사벨의 두 눈.
이사벨의 두 눈동자가 쉴새없이 떨려왔다.
“어째서···?”
이해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생각이 정지된 것처럼 사고의 흐름이 이어지지 않는다.
정신이 멍하고,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대체 어째서···?”
그저 같은 말만이 입 안에서 맴돌 뿐이었다.
계획은 완벽했다.
그 어느 것 하나 틀어짐이 없었다.
그 무엇 하나 어긋남이 없었다.
그런데··· 그런데···.
“교황 성하가 포로로 붙잡힘에 따라 수 십만의 성전사들 또한···.”
지금 들려오는 보고는 대체 무어란 말인가.
꽈드득!
이사벨의 주먹이 저도 모르게 움켜쥐어졌다.
보고를 이어가던 사제가 놀라 입을 꾹, 다물었다.
이사벨의 주먹이 파르르, 떨려왔다.
쥐어준 주먹 사이로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 들어 붉은 피가 뚝뚝, 흘러떨어져내렸다.
명백한 분노의 감정이,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분명··· 분명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짜놓은 판 자체가 뒤엎어지다 못해 부서져버렸다.
치밀하게 짠 계획이 헝크러지다 못해 박살이 나버렸다.
대체 어디서.
대체 어떻게.
대체 왜.
모든 것이 오리무중이었다.
그리고 지금 상황이 가리키는 진실은 하나.
“내가··· 당했다고···?”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
까드득!
이사벨의 입 안으로 무언가가 무너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
냉기가 느껴지는 침묵 속.
“······”
이사벨은 눈을 감아 가만히 마음을 진정시켰다.
여전히 분노로 들끓는 정신이었다.
그럼에 이사벨은 차분히 이성을 되찾았다.
이성이 돌아옴에 그때서야 손바닥 사이로 통증이 느껴졌다.
천천히 시선을 내리며 주먹을 살며시 펴보았다.
손바닥으로는 손톱이 파고든 상처가 새겨져있었다.
상처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미 손을 타고 바닥으로 흘러내린 피는 어느덧 작은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제가 살펴보겠습니다.”
그런 이사벨의 모습에 앞선 사제가 다가왔다.
피는 많이 흘리긴 했지만 이깟 상처쯤.
신성력을 사용하면 금방 회복될 터였다.
“되었다.
하지만 이사벨은 손을 들어 사제를 물렸다.
이 아리는 듯한 통증이라도 있어야했으니까.
그렇지 않으면 다시 분노로 이성을 잃어버릴 것 같았으니까.
보다 냉정을 유지하려면.
정신을 차디찬 이성으로 유지해야만 했다.
“물러난다.”
이사벨은 나지막히 말을 내뱉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었는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계획이 간파당했다는 것이었다.
루벤은 자신의 계획을 모두 알고 있었다.
모두 알고 있음에 모르는 척, 자신들을 끌어들였다.
자존심은 물론 생각하면 할수록 분노가 치밀었다.
그러나 이사벨은 손바닥의 통증에 기대어 꿋꿋이 이성을 붙잡았다.
“물러나 전황을 정비한다.”
지금은 물러나야 할 때다.
루벤이 모든 계획을 알고 있는 지금.
그에 따른 모든 대비를 하고 있는 지금.
이 이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애시당초 엘란두르의 30만 대군조차 흠집도 못낸 루벤이다.
빈집을 공략한다면 모를까.
완벽한 대비가 되어있는 루벤을 상대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지금보다 더 준비를 해야한다.
루벤을 짓누르려면 더 힘을 끌어모아야 했다.
다른 곳이라면야 꿈도 꿀 수 없었을 터.
하지만 신성 제국은 제국의 반열에 오른 국가였다.
“모든 신민들을 동원하라.”
신성 제국의 힘은 아직 건재했다.
무엇보다 아직 사용하지 않은 최고의 카드가 남아있었다.
“이번엔 카이··· 아니, 신께서도 성전에 참전하실 것이다.”
실재하는 신(神).
허나, 지금은 아직 완벽하지 못한 상태였다.
가진 바 신격(神格)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정확히는 신격(神格)을 이루지 못했다.
그렇기에 신성 제국을 먼저 움직였던 것이었다.
카이가 온전한 신격(神格)을 이룰 시간을 주는 것.
동시에 골칫거리인 루벤을 먼저 처리하고자 했던 것.
해서 이 치밀한 계획을 짜놓았건만···.
판은 완전히 엎어졌다.
그러나 모든 것이 틀어진 것은 아니었고.
그렇기에 지금은 물러나 다시 힘을 모아야할 때였다.
“외람되지만···.”
그 순간 들려온 목소리.
“저희들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요.”
바라본 그곳엔 백합을 닮은 머리색의 여인, 레이첼이 있었다.
이사벨은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이지?”
“카이 도련님은··· 아니, 교만께서는 지금 상태로는 온전한 신격을 획득할 수 없을 거예요.”
이사벨의 눈썹이 와락, 일그러졌다.
싸늘한 시선으로 레이첼을 바라봄에, 눈빛으로 그 이유를 물었다.
레이첼은 살짝,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천 년전, 교만께서는 이 세상의 절대자였어요. 그 어떤 누구도 교만께서 갖는 오만과 자만을 꺾을 수가 없었죠.”
최강의 아르나이즈.
고금제일인(古今第一人).
교만이 잠식했던 카일은 모든 시대를 통틀어 존재하는 단 한 명의 절대자였다.
해서 그 어느 누구도 카일을 막을 수가 없었다.
하늘을 치솟는 교만을 아무도 꺾어내릴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천 년전의 교만께서는 인간이 닿을 수 있는 교만의 끝을 보실 수가 있었죠.”
하지만 결국 발아하지는 못했다.
카일이라는 절대자는 끝내 자신의 교만을 다스렸고.
신(神)을 베어내는 말도 안되는 일을 이루어내었다.
그것은 무려 천 년전의 일.
허나, 천 년의 세월을 거슬러 교만은 다시 부활했다.
그리고 부활한 교만이자 카이.
그는 제국의 별이자 세기의 천재였다.
현 시대에서 그 누구도 카이의 재능을 뛰어넘을 수가 없었다.
대륙 전체를 보아 카이를 넘을 자는 없었다.
그러나.
“현 시대의 절대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어요.”
정작 카이는 이 시대의 절대자가 아니었다.
재능은 범접할 수 없었으나 절대자는 아니었다.
“카이 도련님께서 스스로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압도적인 재능에도 불구하고 카이는 어느 누구도 자신을 막을 수가 없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자신을 막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신의 격을 가짐과 하늘을 치솟는 교만에 그것을 꺾어내릴 자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의 교만을 누군가는 꺾어내릴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카이를 꺾어내리는 그 누군가.
“카이 도련님은··· 시안 루벤을 경계하고 있어요.”
그래서 카이는 교만의 끝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스스로가 신(神)과 대적할 수 있다는 오만함을 품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더 나아가.
“두려움··· 이라는 감정을 품고 있어요.”
카이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품고 있었다.
시안에게 당할 수도 있다는 일말의 두려움이자 공포.
그건 교만한 자가 품어서는 안되는 감정이었다.
신(神)이라는 절대자에게 허락되지 않은 감정이었다.
“해서 카이 도련님께서 완전한 신이 되시려면··· 시안을 죽여야만 해요.”
그리하여 그 누구도 자신을 막을 수 없다는 교만을 품어야만 했다.
그 길의 끝에서 카이는 교만의 끝에 닿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시안 루벤의 성장 속도는 괴이해요.”
실로 말이 안되는 성장 속도였다.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을 터.
현재로서는 도무지 가늠조차 되질 않고 있었다.
하여 만일. 정말로 만일.
시안이 자신이 걷는 그 길의 끝에 서게 된다면.
천 년전, 이 세상의 절대자와 같은 반열에 오른다면···.
“저희는 물러나 준비할 시간이 없어요.”
지금 당장이라도 시안을 없애야 한다.
시안에게 성장할 시간이라는 것 자체를 줘서는 안된다.
“무리를 해서라도··· 모든 것을 걸어야해요.”
레이첼은 그렇게 말을 마쳤고.
이사벨은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아무런 답을 할 수가 없었다.
레이첼의 말이 무슨 말이 충분히 이해했으니까.
그렇기에 뭐라 반박할 말도 없었다.
하여, 이 모든 것들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
판은 뒤집어졌고.
전세는 역전되었다.
꽈드득!
시간이 촉박한 건, 이제 자신이었다.
#
어둠의 숲에 위치한 루벤.
영주성 Lv.4에 위치한 대회의실.
“신성 제국에서 총력전을 준비하고 있단 말씀이신가요?”
“수집한 정보를 취합하면··· 그렇습니다.”
엘레나의 물음에 다이애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다이애나의 모습에 엘레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총력전을···.”
물론 다이애나는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루벤의 정보부장, 다이애나.
엘레나가 본 다이애나의 능력은 굉장히 뛰어났다.
사실상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도 문제가 없었다.
그렇기에 교황을 심문하다 헐레벌떡 달려오지 않았는가.
“대체 왜···.”
엘레나는 솔직히 혼란스러웠다.
이사벨의 모든 계획은 간파되었다.
그로써 교황이 사로잡히는 크나큰 타격까지 입었다.
그래서 한 번은 물러날 것이라 생각했다.
포기는 하지 않더라도, 이번엔 한 번 물러날 것이라 생각했다.
그로써 이사벨은 전황을 정비할 시간을 벌고.
엘레나는 시안이 돌아올 시간을 벌고.
그렇게 서로 하나씩 주고 받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이사벨은 그러지 않았다.
“병력의 규모는 어떻게 되죠?”
“확실한 것은 아니나··· 아무리 못해도 100만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100만!”
다이애나의 말에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이 크게 놀라보였다.
지난 날, 엘란두르가 끌어오면 병력이 30만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규모는 그 3배가 넘었다.
과연 제국의 반열에 든 국가인 것일까.
“허어···!”
“어찌 이런···.”
그렇기에 회의실의 사람들이 모두 놀란 눈을 떠보였다.
오직 엘레나만이 차분한 눈빛을 지어보일 뿐이었다.
엘레나는 깊게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조금의 시간이 지나.
“아무래도··· 후작 부인이 급한 것 같네요.”
엘레나는 이사벨의 판단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다.
무엇이 저들을 급하게 만드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레나는 바로 시안의 존재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할 뿐이었다.
시안의 존재가 이사벨을 급하게 만들었다.
“시안 백작님은···.”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습니다.”
엘레나의 물음에 한스가 살며시 고개를 저어보였다.
엘레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결국 피할 수 없는 전쟁이었다.
신성 제국은··· 아니, 이사벨은 모든 것을 걸었고.
그렇기에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최후의 전쟁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루벤의 패배가 될 수도 있었다.
필시 어려운 싸움이 될 터였다.
“오라버니에게 연락은 없었나요?”
“황녀님의 판단에 따르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성녀님께서도 은밀히 전언을 전해왔습니다.”
“성녀님께서요?”
“그렇습니다. 여기.”
엘레나는 다이애나가 건네는 한 장의 서신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차분히 읽음에.
엘레나는 작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다가오는 최후의 전쟁.
이 전쟁은 분명 쉽지 않은 전쟁이었다.
그러나 루벤은 혼자가 아니었다.
얼핏 보기에 루벤은 한 사람의 영지였다.
시안이라는 영주가 거진 홀로 가꾸고 만들어온 영지였다.
그렇기에 시안이 없는 지금.
루벤은 루벤이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엘레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엘레나는 차분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대회의실에 모인 수많은 루벤의 영지민들을 바라봤다.
이들이 바로.
시안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었다.
피와 비명으로 가득했던 어둠의 숲에 삶을 안착시키고.
멈춰버린 드워프의 시간을 흐르게 했으며.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다크 엘프의 손을 잡아주었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수인족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고통을 부르짖던 서부의 백성들을 위해 검을 들었으며.
차디찬 혹한의 북부민들에게 태양의 따스함을 전해주었다.
역병으로 가득했던 신성 제국.
시안은 희생과 헌신으로 고통받는 신민들을 보듬어주었다.
시안이 걸어온 길은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의지와 희생이 함께하고 있다.
버림받은 자들의 성지, 루벤.
버림 받은 이들을 보듬어 주었던 루벤의 영주, 시안.
그러니 이제는.
“우리는 이곳, 루벤을 수호합니다.”
우리가 시안을 지켜줄 때였다.
#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이름 모를 동굴 속.
“중검(重劍)은 무거움을 담은 검이다.”
시안은 들려오는 카일의 말에 집중했다.
동시에 카일이 휘두르는 검에도 집중했다.
그리고 무거웠다.
휘두르듯 내리치는 카일의 검에는 형용할 수 없는 무게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마치 하늘의 무게를 잴 수 있다면 저 검의 무게와 같을까.
그렇기에 시안은 중검(重劍)을 오러를 담은 검으로 생각했다.
무거움은 곧 힘과 같았기에.
중검(重劍)은 마기(魔氣)의 무게를 담은 검이라 생각했었다.
“그 무거움은 다름 아닌 마음(心)의 무게.”
그런데 아니란다.
“그 어떠한 것에도 흔들리지 아니하는 중(重)의 마음(心)을 일컬어 불가에서는 부처의 마음이요, 부동심(不動心)이라 한다.”
마기(魔氣)는 개뿔이 무슨.
마음(心)의 무게란다.
‘마음에도 무게가 있어?’
아니 뭐, 비유적으로는 그렇게 표현하고는 한다.
마음이 무겁다.
마음의 무게가 내리누른다 등.
그런 식으로 표현하기는 하다만 어디까지나 표현이지 않은가.
현실적으로, 물리적으로 마음의 무게는 없었다.
그런데 그런 마음의 무게를 담는다?
아니, 그래 그건 그렇다 치자.
‘부처의 마음은 뭐고, 부동심은 또 뭔데?’
도무지 알 수 없는 말의 투성이였다.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함의 연속.
‘대체 뭔 말이지 원···.’
시안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아니, 한숨을 넘어 정신이 막막한 지경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 카일의 말 한 마디, 한 마디.
카일의 행동 하나하나. 몸짓 하나하나.
‘한 번 되감기 하는데 무슨 100만골드나 들어.’
저 모든 것들이 죄다 돈이요, 골드였으니까.
카일의 기억을 한 번 되감는데 100만 골드가 들었다.
그리고 지금 카일이 검을 설명하는 이 기억.
이 기억은 대략 13분 정도의 분량이었다.
즉, 13분짜리 영상을 돌려보는데 100만 골드가 들어가는 격이었다.
1분 당 대략 7만 골드.
1초 당 대략 1,100 골드.
이를 다르게 말하면 1초에 4인 가족의 36개월 생활비가 증발하는 격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시안이 돌려본 기억의 횟수는···.
‘이번이 327번 째인가.’
대략적으로 가늠한 횟수가 아니었다.
정확히 327번의 되감기가 있었다.
그리고 횟수를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인벤토리에서 3억 2,700만 골드가 증발했으니까!
해서 황실의 주전관에서 찍어온 10억 골드.
지금 지출된 3억 2,700만 골드.
[현재 보유 중인 골드] - 662,250,000 G
현재 시안의 수중에 남아있는 골드는 대략 6억 6천만 이었다.
원래라면 6천 7,300만 골드가 있어야만 했다.
하지만 유지 관리비니 뭐니 이것저것 지출된 상황.
‘전쟁 준비도 한창일테니까.’
여러모로 빠져나가는 골드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진짜 주전관에서 골드를 찍어와야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정말 아무것도 못할 뻔했다.
아니, 못할 뻔한 게 아니라 아무것도 못했을 거다.
카일의 기억이고 나발이고.
신성 제국과의 전쟁 준비도 전혀 할 수 가 없었을 터.
하지만 다행히 시안은 주전관에서 10억 골드를 찍어왔고.
띠링!
[마혼수라검(魔魂修羅劍) 최상급 진행률 90.1%(+0.1%)]
그 덕분에 마혼수라검의 진행률을 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327번의 되감기를 통해 올린 90%의 진행률.
‘어째 엑시드의 경지를 현질로 구매하는 것 같단 말이지.’
물론 엑시드의 경지가 어찌 고작 3억 밖에 안 하겠냐만.
그래도 왠지 현질로 엑시드의 경지를 사는 것 같았다.
현질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주는 절대적인 마법이지 않은가.
《인과를 소모하여 해당 기억을 다시 시청할 수 있습니다.》
《해당 기억을 다시 시청하시겠습니까?》
이윽고 망막 위로 재차 알림창이 떠올랐다.
그리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거침없이 되감기를 눌렀다.
‘어떻게 할까···.’
하지만 이번엔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는 오르는 진행률이 너무도 더뎠으니까.
지금 당장도 0.1%밖에 오르지 않았다.
물론 13분에 0.1%가 적은 수치는 아니었다.
앞으로 남은 진행률은 약 10%.
따라서 필요한 시간은 대략 1,300분.
약 하루 정도면 100%를 찍을 수 있다는 뜻이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계속 0.1%가 오른다는 보장이 없단 말이지.’
또한 진행률은 어디까지나 수치화 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한 마디로 시안이 깨달은 바를 인과의 기록으로 수치화 한 것.
결국 시안이 직접 깨달아야 진행률이 오른다는 것이었다.
‘이제는 직접 휘둘러서 체득해봐야 알 것 같기도 하고.’
마냥 보는 것만으로는 이제 한계에 닿은 것 같았다.
‘무엇보다 카일의 마지막 말이 걸리기도 하고.’
여기까지가 내가 완성한 마혼수라검(魔魂修羅劍)
그리고 내가 완성하지 못한 검(劍).
카일은 앞선 검을 가르친 뒤, 마지막으로 저런 말을 남겼다.
정확한 의미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최상급 과정이 끝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카일이 완성하지 못한 검(劍)이 남아있다는 뜻이었으니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엑시드(Exceed), 그 너머의 무엇이 아닐까.
시안은 조심스레 추측을 할 뿐이었다.
뭐, 어쨌든.
‘되감기는 여기까지만 하자.’
시안은 고심 끝에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진행률도 진행률이었고 무엇보다 이것.
『[메인 스토리 퀘스트] - ‘다가오는 운명’
▶’DLC 컨텐츠 - 카일의 일지’를 완독하세요.』
-보상: 카일의 유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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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슬슬, 퀘스트를 깨야할 필요성도 있었으니까.
설령 이 기억의 끝에 엑시드의 경지에 발을 딛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카일이 남긴 유산을 얻어두면 큰 도움이 될 터였다.
생각을 마친 시안은 Y가 아닌 N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바로 그때.
《기억의 재꿹 취뚫 &#$니다. 줻듥 할 수 없쭏넵.》
《정※ 뮂억을 취벩 하찓겠습■♣?》
‘뭐야?’
이상한 알림창이 시안의 망막 위로 떠올랐다.
마치 오류를 일으킨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모바일 영주가 또 과부하를 일으킨 건가?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금방 고개를 저었다.
이건 그런 것과는 느낌이 달랐으니까.
말 그대로 시스템 자체에 오류가 난 것 같았다.
‘이랬던 적이 없었는데?’
그렇기에 시안은 당황스러웠다.
그 동안 모바일 영주가 과부하를 일으킨 적은 있었다.
그 때문에 점검에 들어간 적은 다반사였지 않은가.
그러나 이런 경우는 없었다.
시스템 자체가 오류를 일으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라는 생각이 들던 찰나.
“허락된 시간이 많지 않다.”
일순간 카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 바라본 그곳.
그곳엔 카일이 시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농담이 아니라 카일은 시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카일의 손에는 검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들려있었다.
‘스마트 폰?’
카일의 손에는 어느샌가 스마트 폰이 들려있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은 인과에 기록되지 않는 일이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카일의 말에 시안은 저도 모르게 물었다.
가상의 일임을 망각한 채, 시안은 저도 모르게 물었다.
“그렇기에 보여줄 수 있는 건 딱 한 번뿐이다.”
그리고 카일의 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카일은 분명 시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시안의 말을 듣는 것 같지는 않았따.
현실처럼 보이나 이곳은 엄밀한 가상의 공간.
천 년전, 카일의 기억 속이었다.
“두 눈으로 새기고, 감각으로 새겨넣어라.”
시안이 보는 카일은 이미 죽어 사라진 존재였다.
따라서 지금 보이는 카일의 말은 단순한 말이 아니었다.
“내가 안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자, 완성하지 못한 마혼수라검(魔魂修羅劍).”
천 년전, 카일은 할 수 없었던.
끝내 실패해버렸던.
“신(神)을 베어내는 검이다.”
카일이 남긴 유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