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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질하는 영주님!-312화 (312/322)

312화 - 최후의 전투(1)

쾅! 콰콰쾅!!

전장을 뒤덮는 끔찍한 폭음이 이어진다.

“끄아악!”

“사, 살려줘!!”

끔찍한 비명은 폭음을 뚫고 터져나왔다.

그리고 그 비명은 오롯이 한 곳에서만 들려왔다.

푸슈슈슈슉!

“화, 화살 소나기다!!”

“모두 피해!!!”

신성 제국의 병사들.

자그마치 100만의 대군에게서 터져나오는 비명은 그야말로 하늘 전체를 드리웠다.

콰콰콰콰콰쾅!!!!

꽈아아아앙!!!

화살 소나기가 내리꽂힌 지역이 초토화가 되어 스러졌다.

그리고 신기전의 화살을 장전하는 이 찰나의 틈.

신성 제국에게 있어서 전황을 정비할 달콤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루벤은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다.

“어둠 속의 진홍을 더할지니···.”

“홍염의 혼돈이 빛을 발하여···.”

키이이잉─!

마법 병단의 영창이 들려오며, 찢어지는 듯한 이명이 터져나왔다.

이윽고 사방으로 무수한 마법진이 생성되며 화르륵!

수 천의 화염이 한데 타오르며 태양처럼 이글거렸다.

치이이이익─!

어마어마한 열기에 대기 중의 수분이 모조리 증발하기 시작했다.

대지 속에 깃들어 있던 수분 또한 증발하며 쩌저적, 갈라지기 시작했다.

이내 태양과도 같은 화염이 신성 제국의 본대로 직격했고.

콰아아아아아아앙!!!

신기전의 화살 소나기보다 더한 위력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을 불살라버렸다.

비명조차 들려오지 않는 홍염의 대지.

작렬하는 화염은 모든 것을 불살라버렸다.

“무, 무슨···!”

그 비현실적인 광경에 신성 제국의 전사들이 주춤거렸다.

실로··· 실로 믿기지 않을 위력이었으니까.

마법의 위력이 강하다고는 하나 저 정도는 아니었다.

대륙 최고라 불리는 아르카닉 마법 병단.

그들도 이렇게는 할 수 없었다.

대륙 최강의 대마법사 에그리트 로르실트가 있어야 어찌 가능할까.

그 말은 즉.

8위계(位界)의 대마법사와 견준다는 뜻이었따.

또한 루벤의 마법 병단 수준이 아르카닉 마법 병단을 뛰어넘었다는 뜻이었다.

드래곤의 장비로 업그레이드 된 루벤의 마법 병단.

“마, 말도 안된다!”

이들은 실로 대륙 최강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최강이라한들 대규모 마법에는 뚜렷한 약점은 있었다.

다름 아닌 기나긴 캐스팅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어쩔 수 없는 공백기가 필요하다는 것.

하지만 그 공백기는 반대로 신기전의 화력이 채워주었다.

푸슈슈슈슉!

마법의 시전이 끝나면 신기전의 화살 소나기는 어김없이 날아들었고.

반대로 신기전의 화살이 끝나면 어김없이 마법이 날아들었다.

물론 그럼에도 공백기 없는 것은 아니었다.

찰나의 틈이나 틈이 아예 없는 것은 또 아니었다.

그러나 마도학 병기조차 통하지 않는 루벤의 방벽.

루벤의 방벽은 그 찰나의 틈을 철통같이 막아내고 있었다.

“끄아아아악!”

“커허허헉!!”

그에 따라 신성 제국의 100만 대군은 루벤을 흠집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누가 봐도 승부가 뻔한 전쟁이었다.

이 압도적인 전력 차의 행방은 뻔히 정해져있었다.

“돌격! 돌격하라!!”

“사특한 이단의 무리들을 처단하라!”

그러나 신성 제국의 전사들은 멈추지 않았다.

죽음 앞에서도 망설임 없이 뛰어들었다.

눈앞에서 동료들이 죽어나감에도 공포에 떨지 않았다.

“모든 것은 신의 뜻대로!”

화아아아악!!

되려 자기 자신을 더욱 불사르며 달려들 뿐이었다.

실로 참혹하기 그지 없는 광경.

“정말···.”

그 광경에 엘레나는 저도 모르게 인상이 찡그려졌다.

물론 전쟁은 원래 참혹하다.

허나, 아무리 그래도 저들은 과했다.

불나방과 같이 뛰어드는 맹목적인 광신도들.

하루밖에 살지 못하는 하루살이도 저 정도는 아니리라.

푸화하하학!

일순간 사지가 절단되며 신성 제국의 병사가 쓰러졌다.

새빨간 선혈이 사방으로 뿜어지며 잘려나간 사지가 바닥에서 팔딱팔딱, 움직였다.

“험한 곳입니다. 안 쪽으로 드시지요.”

보다 못한 루카스가 엘레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아니요. 괜찮아요.”

하지만 엘레나는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모두가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전쟁이었다.

그런 전쟁에서 혼자 편하자고, 고작 험한 광경을 보게 된다고.

속 편하게 뒤로 빠져 있을 수는 없었다.

물론 직접 검을 들고 싸우는 것은 아니었다.

“여기서 병사분들과 같이 싸우고 싶어요.”

그러나 이렇게나마 같이 싸워야만 했다.

이것이 엘레나가 같이 싸우는 방법이었으니까.

“······ 알겠습니다.”

확고한 엘레나의 의지에 루카스는 그 이상으로 설득하지 않았다.

-하여간, 누굴 닮아서 그리 고집이 센 건지.

그 순간,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

바라본 그곳엔 레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다.

엘레나는 살짝, 놀란 눈과 함께 곧장 레아에게 물었다.

“어떻게 되었나요? 이사벨 후작 부인은···.”

-못 잡았어.

레아가 아쉽다는 눈빛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거의 다 잡긴 했었는데··· 성기사들이 어찌나 득달같이 달려들던지.

그러더니 레아가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연이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잔챙이들이긴 했는데. 숫자가 많아도 너무 많아서 말이지.

“그렇군요.”

엘레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쉽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일단 레아는 천 년의 원귀로서 사념(死念)을 다루었다.

반면에 성전사들과 성기사들은 신성력을 다루는 이들.

여러모로 레아와 상성이 썩 좋지 않았다.

특히나 이사벨이 있던 곳은 적진의 한복판이었다.

협상의 틈을 노리기는 했다만 그럼에도 적진의 한복판인 것은 변함이 없었다.

한 마디로 100만 대군의 사이로 레아 홀로 들어간 격.

형체가 없는 레아였기에 조용히 침투할 수 있었지.

레아가 아닌 다른 이였다면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이사벨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면야 더할나위 없이 좋았다.

-그래도 내 사념에 스치긴 했으니, 당분간 정신을 차리지 못할거야.

그러나 아주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레아의 사념은 평범한 사념이 아니었으니까.

무려 천 년의 세월 동안 축적되어온 원한.

웬만한 신성 기사조차 레아의 사념을 버티지 못한다.

이사벨이야 말해 무엇할까.

사로잡진 못해도 제압은 할 수 있었고.

그로써 이사벨은 이 전쟁에서 완전히 제외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한 마디로 총사령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격이었다.

어쩐지, 신성 제국군이 불나방처럼 달려든다 싶었다.

별 다른 지휘 체계 없이 무작정 돌진만 해온다 싶었다.

머리 역할을 할 총사령관이 없으니 저들은 그저 맹목적인 광신도들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정말 고생하셨어요 분관조님.”

실로 어마어마한 공로라 할 수 있었다.

-이 언니만 믿으라고 했지.

우쭐대는 레아의 말에 엘레나는 작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대로라면 승리는 따놓은 당상이었다.

현재 쏟아지는 100만 대군의 총력전이 매섭기는 했다.

그러나 오래 지속될 것은 아니었다.

저들은 급하게 전쟁을 준비했고.

그렇기에 이 총력전은 하루를 넘기지 못한다.

물론 그 하루를 버티는 것이 관건이긴 했었다.

그러나 지금 상태라면 충분히 버틸 수 있었다.

특히나 이사벨이 전쟁에서 제외된 지금.

버티는 것을 넘어 압도할 수 있었다.

절대로 뚫리지 않는 철통의 방벽.

충분하다 못해 넉넉한 루벤의 보급품들.

루벤의 생산 시설에서 제조한 화살은 창고에 가득 쌓여있었고.

드래곤 장비로 업그레이드 한 마법 병단의 마력 또한 여유로웠다.

시안이 돌아올 때까지 버틸 수 있었다.

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엘레나는 고양된 마음을 진정시키고자 호흡을 크게 들이쉬었다.

천천히 심호흡을 내뱉으며, 앞선 전장을 바라봤다.

그리고 엘레나는 볼 수 있었다.

압도하는 루벤의 전력.

확실한 승리를 보장하는 풍경.

사아아아아아아─!

그 사이로 느껴지는 어떤 기이한 힘.

기이함.

그건 그렇게밖에 표현할 길이 없었다.

어쩌면 엘레나가 힘이라는 것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영향일 수도 있었다.

엘레나는 별 다른 수련을 하지 않은 여인이었으니까.

그렇기에 평범한 여인으로서 엘레나가 느낀 감정은 기이함이었다.

-피해!!!

일순간 레아가 엘레나의 손을 홱, 잡아 당겼다.

잡아 당김과 동시에 레아가 가진 바 사념을 모조리 폭사시켰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콰아아아아아아앙!!!

엘레나가 서 있던 방벽 위로 어마어마한 충격이 터져나왔다.

#

갑작스럽게 터져나온 충격.

커다란 굉음을 동반한 충격은 주변의 전장을 장악해버렸다.

일순간 침묵이 내려앉았다.

모두가 싸움을 멈추고 충격이 터져나온 곳을 바라봤다.

충격으로 인해 먼지 안개가 자욱히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한치의 앞도 보이지 않는 먼지 안개는 방금 전, 그 충격의 정도가 어떠했는지를 여과없이 알려주고 있었다.

사람들은 멍하니 서서히 가라앉는 먼지 안개를 바라봤다.

그리고 조금의 시간이 지나 먼지 안개가 가라앉을 때쯤.

“바, 방벽이···.”

누군가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그것은 작디 작은 소리였다.

그러나 침묵하는 전장을 가로지으며 울려퍼져나갔다.

하여, 끝내 먼지가 안개가 모두 가라앉았을 때.

“마, 말도 안돼···!”

“바, 방벽이···!”

사람들 사이에서 경악이 터져나왔다.

정확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루벤의 병사들과 영지민들.

오로지 그들에게서만 경악이 터져나왔다.

먼지 안개가 완전히 사라진 풍경.

“방벽이 무너졌다고···?”

루벤의 방벽이, 처참히 무너져내려있었다.

착각이 아니었다.

의심할 여지 없이 루벤의 방벽은 무너져있었다.

“어, 어떻게···.!”

경악은 충격을 더해가며 루벤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루벤의 방벽은 그야말로 철통이었다.

지난 날의 모든 일을 통틀어 한 번도 무너지지 않았던 방벽이었다.

그 어떤 누구도 뚫어내지 못했으며.

그동안 아무도 뚫어내지 못한 방벽이었다.

그런데··· 그런데···.

무너졌다.

무너진 루벤의 방벽 안으로 루벤의 풍경이 훤히 비쳐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무너진 잔해 속.

“황녀님!!”

엘레나가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있었다.

전신에 피가 낭자한 채, 생사조차 불분명한 모습이었다.

아니, 솔직히··· 저 모습은 죽었다고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

도무지 엘레나가 살아있을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다만 이곳은 루벤의 영역.

세계수, 인스티즈의 축복과 더불어 <뮤리엘의 성소> 효과가 적용되고 있었다.

엘레나가 목숨만은 잃지 않았음에 안도할 수 있을 뿐이었다.

“치료사! 치료사를 데려 와! 어서!”

루벤의 사람들이 다급히 엘레나에게 달려들었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 한편.

“대, 대체 누가···.”

사람들의 시선이 약속이라도 한듯 돌아갔다.

루벤의 방벽을 무너뜨린 기이한 힘.

그 장본인을 찾아 시선들이 마구잡이로 사방을 훑었다.

하지만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두리번두리번, 둘러봄에도 특징있는 누군가를 찾을 수가 없었다.

“하늘!”

하늘?

그 순간 들려온 누군가의 외침.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위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보인 하늘 위.

그곳엔 한 사내가 서 있었다.

서 있다··· 라는 표현은 맞지 않았다.

사내는 말 그대로 하늘 위에 있었으니까.

그 자세가 단지 서 있는 자세였을 뿐.

실상을 논하자면 ‘떠있다.’ 라고 표현함이 정확했다.

사내는 하늘에 떠있음에 시선을 아래로 굽어보았다.

마치 이 세상 전체를 발아래로 굽어보는 듯한 시선었다.

군림하는 절대자의 눈빛.

그와 동시에 털썩, 털썩.

100만에 달하는 모든 신성 제국의 전사들이 모두 무릎을 꿇어보였다.

저마다의 성호를 그리며 하늘 위의 사내를 바라보며 읊조렸다.

“신이시여···.”

“신이시여···.”

100만에 달하는 사람들이 외치는 기도는 실로 경이로운 광경이었다.

경이로운 기도의 염원은 하늘에 닿아 오롯이 사내에게로 흘러들어갔다.

그리고 그런 광적인 기도를 바라봄에.

루벤의 사람들은 저 사내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엘란두르의 장자이자.

한때는 시안의 맏형이었던 자.

또 한때는 제국의 별이었던 자.

그러나 지금은 교만의 끝에서 신(神)이 되려는 자.

“카이 엘란두르···.”

현 시대에서의 교만, 카이 엘란두르.

카이는 하늘 위에 떠 군림하고 있었다.

그 또한 오만의 일종인 것일까.

카이는 아무런 말도, 아무런 행동도 내보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신성 제국의 신도들에게는 아니었던 걸까.

저들에게는 무언의 계시가 내려졌던 것일까.

“신께서 말씀하셨다.”

신을 향해 기도하던 이들이 하나 둘씩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치 거대한 물결처럼 100만의 대군들이 차례차례 일어났다.

그렇게 일 어난 이들은 모두가 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무너져 내린 루벤의 방벽.

도합 200만 개의 눈빛이 오롯이 무너진 방벽으로 향했다.

그 안에 훤히 비치는 루벤의 풍경과.

벌벌, 떨고 있는 루벤의 영지민들에게 향했다.

“간악한 이단의 무리들을 처단하라!!”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100만의 전사들이 무너진 방벽을 향해 물밀듯이 쏟아져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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