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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이 능력을 숨김-94화 (94/301)

94. 해결사 (1)

덜컹!

지혁이 회의실에 먼저 들어간 뒤, 조 팀장은 따라 들어왔고. 회의실 문을 거칠게 닫았다.

마주 보고 앉은 두 사람.

조 팀장은 얼굴이 벌게져 있었다.

“사람들 앞에서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회의실로 들어오기 전 지혁이 한 말이 거슬렸다.

“제가 거짓말을 했나요?”

“정원피케이 사위라니! 어디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릴!”

조 팀장은 버럭 소리를 질렀고, 지혁은 피식 웃은 후 말했다.

“그 전에 한 말은요? 그것도 내가 없는 말 한 건가요?”

“······.”

조 팀장은 입을 다물고 지혁을 노려봤다.

“신발 상품기획 팀장이 의류 생산팀 권한에 관여한다는 게 웃기잖아요. 조 팀장님이 뭔데 박스, 폴리백 업체에 관여하는 건데요?”

“······.”

“의심할만하지 않나요? 사위일지 아니면 친척일지.”

“이봐요!”

조 팀장은 또 버럭 소리를 질렀고.

이번엔 지혁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러니까, 헛짓거리하지 말라고요.”

지혁의 눈빛이 맹수처럼 달라졌고.

조 팀장은 흠칫 놀랐다.

그는 지혁을 잘 알고 있었다.

부서가 같은 구역에 있기에, 지혁이 심 부장과 매일 싸우던 모습을 기억한다.

‘생 또라이······.’

지혁이 어떤 돌발 행동을 할지 몰랐고.

방안에 단둘이 있으니, 그의 행동에 더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조 팀장은 목소리를 죽이고 물었다.

“생산팀장이 말하던가요?”

“출처가 중요합니까?”

“중요하죠.”

조 팀장은 피식 웃고는 중얼거렸다.

“생산팀장 겁 없네.”

지혁이 물었다.

“조 팀장님 말을 전하면 겁 없는 건가요?”

“······.”

“뒷배가 아주 든든하신가 봅니다?”

조 팀장은 대꾸하지 않고, 피식 웃었는데.

“대표님 정도······ 되시는 분이 뒤에 계시기라도 하나?”

이 말에 조 팀장의 얼굴이 확 굳어졌다.

지혁은 빙글거리며 말했다.

“조 팀장님 상당히 정직한 분이네. 얼굴이 다 말하네. 하하.”

조 팀장은 머리를 굴렸으나, 달리 대꾸할 말을 찾지 못했다.

지혁에게 완전히 허를 찔린 것이다.

***

“대표님과는 상관없어요.”

조 팀장의 말에 지혁은 웃으며 답했다.

“에이~ 방금 놀라는 표정 다 봤는데.”

조 팀장의 얼굴이 일그러졌고, 지혁은 개의치 않고 말했다.

“이쯤 되면, 솔직해집시다. 정원피케이 대표님과 연관된 거 맞죠?”

하지만, 조 팀장도 보통내기는 아니었다. 어느새 차분한 얼굴로 돌아와 말했다.

“증거 있어요?”

“······.”

“심증만으로 사람을 몰아가도 되는 겁니까? 갑자기 여기서 대표님이 얘기가 왜 나오는 건데요?”

“그럼 조 팀장님이 박스, 폴리백 업체 선정에 관여한 이유 좀 들어보죠. 이건 명백한 사실이니까.”

조 팀장은 뻔뻔하게 말했다.

“정원피케이가 좋아서요.”

“네?”

“그 업체를 좋아해서 그런다고요. 오랫동안 거래해 온 곳이고, 회사지정업체니까. 다른 업체에는 쉽게 신뢰가 안 가서요.”

지혁은 어이가 없어서 웃었지만, 조 팀장은 꿋꿋이 말했다.

“박스와 폴리백이 신발에 얼마나 중요한지 아세요?”

“폴리백이 신발 포장하는데도 쓰이나요?”

“어쨌든!”

조 팀장은 당황하여 말했다.

“확대해석하지 마세요. 전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제 개인 기호로 인한 의견 전달이라고.”

지혁은 조 팀장의 태도를 보며 생각했다.

‘순발력 좋네. 오래 살겠어.’

배후가 홍 대표일 거라고 짐작은 하지만, 확인이 필요했다.

하지만, 조 팀장의 태도를 보니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여기까지만 하자.’

무리하게 밀어붙이다간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요. 그런 의미셨다면······.”

지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업체선정 관련해서 계속 생산팀장님께 푸시 할 건가요?”

“글쎄요.”

조 팀장은 빙글거리며 말했다.

“새로운 팀장님은 굳이 요청하지 않아도 지혜롭게 잘 하실 것 같아서요.”

“네?!”

지혁은 놀라서 조 팀장을 바라봤고.

그는 피식 웃고는 말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란 게 있습니다.”

“······.”

“오 팀장님은 능력은 참 좋으신데. 아직 경험이 부족해. 경험이.”

지혁은 얼어붙었다.

‘생산팀장을 바꾼다는 거야? 빨리 움직였네.’

조 팀장은 먼저 회의실을 나섰다.

“바빠서 먼저 일어납니다~”

***

저벅. 저벅.

빠른 걸음 소리에 인사팀 직원들은 일제히 복도를 바라봤다.

덜컹!

지혁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모두 자동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녕하십니까!

-오지혁 팀장님 오셨습니다!

인사팀장은 하던 업무를 멈추고, 한달음에 지혁 앞으로 다가왔다.

“오 팀장님, 어서 오십시오. 하하. 커피 한 잔 드릴······.”

지혁은 그의 말을 끊었다.

“지금 그럴 시간 없습니다.”

“네?”

“저랑 얘기 좀 하시죠.”

“아, 네. 그럼 이쪽······.”

지혁은 대답도 듣지 않고, 회의실로 들어가 버렸다.

인사팀장은 고개를 갸웃하고는 지혁을 따라 들어갔다.

지혁은 굳은 얼굴로 앉아 있었고.

인사팀장은 그런 지혁의 모습을 보는 게 의아했다.

‘웬만해선 표정 변화가 없으신 분이······.’

지혁의 이런 심각한 얼굴을 본 건 인사팀장 기억엔 없었다.

지혁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조력자가 위험에 처하도록 두는 건 말이 안 되지.’

지혁을 돕겠다고 생산팀장이 위험을 무릅썼는데, 강등 조치를 당하게 둘 수는 없었다.

“인사팀장님.”

“네, 팀장님. 말씀하세요.”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네.”

지혁은 인사팀장의 눈을 바라봤다.

“인사팀장님은 누구 사람입니까?”

“네?”

인사팀장은 눈을 끔뻑거렸다.

‘갑자기 뭔 소리지?’

“무슨 말씀이신지 정확히 이해가 잘······.”

“괜찮으니까. 사실대로 얘기해주세요. 인사팀장님은 누구 사람입니까?”

지혁은 괜찮다며 말하라는데, 인사팀장은 당혹스러울 따름이었다.

‘누구긴 누구야. 그냥 회사 사람이지.’

지혁은 인사팀장 정도 되면, 세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사팀장은 청정지역이었다.

‘혹시 오 팀장님의 사람이 되어달라고······.’

인사팀장은 고민하다가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 드디어 자신에게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 것이다.

“오 팀장님.”

인사팀장은 표정을 굳혔고.

지혁 또한 약간 긴장했다.

‘홍 대표 사람은 아니어야 할 텐데.’

“저······ 오 팀장님의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네?!”

전혀 생각지 못한 대답에 지혁은 놀랐다.

“예전부터 흠모해 왔습니다. 제가 나이는 좀 있지만, 회사와 오 팀장님을 위해 최선을 다할 열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

“절 써주신다면······.”

지혁은 인사팀장의 말을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혹시 기만전술은 아니겠지.’

그의 표정을 자세히 살폈는데. 아무리 봐도 그냥 하는 말 같지는 않았다.

‘진짜 아무 세력 없다고? 의외네. 인사팀장이라 연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다들 안 건드린 건가?’

정말 아름다운 여성은 애인이 없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있을 거라는 생각에 남성들이 접근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인사팀장이 청정지역인 이유가 그와 같다고 생각했다.

“좋습니다. 함께 하시죠.”

얼떨결에 지혁은 이렇게 괜찮은 세력이 하나 생겼다.

“감사합니다. 오 팀장님. 제가 잘 모시겠습니다.”

“제가 잘 부탁드립니다.”

복직 시부터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왔던 두 남자.

이렇게 연결되었다.

***

“생산팀장님이요? 하재웅 팀장님 말씀이시죠?”

“네.”

“아······.”

인사팀장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엊그제 대표실에서 인사명령 내리라는 지시가 있었거든요. 인선까지 마친 상황인데.”

“······.”

“왜 상품지원실장도 아니고, 대표실에서 팀장직 인사조치를 신경 쓰는지 의아하긴 했어요.”

인사팀장은 숨김없이 말했고.

여기서 지혁은 다시 한번 확신할 수 있었다.

‘대표실에서 내려온 인사조치 명령.’

원인까지 확인되면 더 확실해지겠지만.

조 팀장이 언급한 일을 대표실에서 움직인 정황을 봤을 때.

어느 정도 명백해졌다.

‘확실히 홍 대표 짓이야.’

이제 이 인사명령을 막고, 증거만 확보하면 된다.

“하재웅 팀장님은 강등되면 안 됩니다. 저를 돕느라 그러신 거거든요.”

“그래도 대표실 지시사항을······.”

인사팀장은 난감했다.

선도물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 지시한 일이다. 거부할 명분도 없었다.

지혁이 말했다.

“대표보다 높은 사람이 누굽니까?”

“네?”

“이 회사 오너 아닙니까?”

“아······.”

인사팀장은 지혁이 오너일가라고 믿고 있다.

지혁이 직접 밝힌 적도 없고, 아직 드러나지 않은 오너일족이지만, 지혁은 오너일가가 분명히 맞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인사팀장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말했다.

“제가 지혜롭게 잘 밀어붙여 보겠습니다.”

평소엔 인사팀장의 이런 태도가 부담스러웠지만.

지금은 든든하게 느껴졌다.

***

대표실.

홍 대표와 조 팀장이 함께 있었다.

“오 팀장이 찾아왔다고?”

“네.”

“흠······.”

홍 대표가 걱정스러운 낯빛을 보이자, 조 팀장은 안심하라는 듯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아무것도 모릅니다. 대표님 관련 얘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쉽게 생각하지 마. 방심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야.”

전 상품본부장 송 상무를 쫓아내고자, 임원들 다 있는 회의실에서 열변을 토해내던 지혁의 모습을 떠올렸다.

‘어째 불길하네.’

똑. 똑.

[인사팀장입니다.]

“들어오게.”

덜컹.

인사팀장은 들어온 후, 홍 대표에게 깍듯이 인사했다.

“어쩐 일인가?”

“네, 대표님. 보고 드릴 사항이 있어서 왔습니다.”

그리고 인사팀장은 조 팀장의 눈치를 살짝 보았다.

자리를 비켜달라는 의미였다.

조 팀장이 일어나려 하자, 홍 대표가 말렸다.

“조 팀장은 괜찮네. 얘기하게.”

“흠!”

인사팀장은 헛기침을 한번 하고 말했다.

“하재웅 팀장 인사조치 건은 인사팀 내부 회의 결과, 합당하지 않음을 말씀드립니다.”

.

.

.

.

“뭐?!”

홍 대표는 자신이 지금 잘못 들었나 싶었다.

“조 팀장, 방금 인사팀장이 뭐라 그랬나?”

“······.”

조 팀장 또한 황당하긴 마찬가지라서 뭐라 대꾸하지 못했다.

홍 대표는 눈알을 굴리다가, 인사팀장에게 말했다.

“이봐. 나 이 회사 대표야.”

“······.”

“대표가 내린 인사명령인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홍 대표는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인사팀장은 조곤조곤 말했다.

“아무리 대표님이라 하셔도, 부당한 인사조치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생산팀원들 모두 하 팀장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하고 있고요, 외부 협력사에서도 평판이 좋습니다. 팀장으로 있는 동안 조그만 비리 하나 저지른 적이 없고, 하 팀장 본인도 자리 유지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봐. 꼭 문제가 있어야 인사명령을 내리나? 적재적소에 인원 배치를 위해 내릴 수도 있는 거지.”

인사팀장은 고개를 갸웃하고 말했다.

“생산팀장을 물류 팀원으로 보낸다는 게 적합한 인사조치 입니까?”

“······.”

홍 대표는 할 말이 없었다.

이 인사조치만 봤을 때, 누가 봐도 목표가 뚜렷했기에.

‘강등’

말 그대로 강등이었다.

그리고 인사팀장은 홍 대표가 거부할 수 없는 말을 했다.

“오너께서 이 사실을 아셨습니다.”

“······!”

홍 대표는 눈을 부릅떴다.

“그분의 지시사항이기도 합니다.”

“그분이 누, 누군데?!”

홍 대표는 무의식중에 말을 더듬었다.

인사팀장은 시종일관 침착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건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이 또한 지시사항이라서요.”

“······.”

홍 대표는 손을 덜덜 떨었고.

인사팀장은 잠시 기다리다가 말했다.

“그럼 더 하실 말씀 없으시면, 가보겠습니다.”

***

[생산팀장 인사조치 철회되었습니다.]

지혁은 인사팀장이 보낸 메시지를 확인한 후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일 잘하네.”

옆에 함께 있는 사람에게 지혁이 말했다.

“팀장님.”

“네.”

“괜찮으시겠어요?”

“물론입니다. 정원피케이라고 하셨죠?”

“네.”

“지금 바로 가시죠.”

개발팀 고승윤 팀장은 앞장서서 갔고.

지혁은 그의 뒷모습이 든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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