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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이 능력을 숨김-280화 (28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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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전22. 속리산 (2) >

과천 지휘통제실.

지혁, 세크 위원들, 오진원은 심우민의 헬멧에 연결된 캠으로 현장 상황을 보는 중이다.

[정아윤, 확인했습니다.]

짝짝짝.

정아윤의 생사를 확인했다는 사실에 지휘통제실에선 박수가 터져 나왔다.

사망했을 가능성도 꽤 크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기쁨이 컸다.

- 회장님, 다행입니다.

- 이제 구출만 하면 되겠네요.

지혁은 정아윤을 많이 이뻐했다.

하나뿐인 조카인데다가, 딸조카이기 때문이다.

딸에게는 아들과 다른 매력이 있다. 아빠들은 딸이 눈을 마주치고 미소 짓기만 해도 사족을 못 쓴다.

후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조카가 무사한 걸 확인하니, 지혁은 안심이 되어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아직 좋아하긴 이릅니다. 구출까지 해야 끝나는 거니까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를 일. 지혁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그럼, 정아윤 구출 작전 시작하겠습니다. 구출부터 한 뒤에······.]

지혁은 그의 말을 잘랐다.

“즉각 섬멸작전에 들어가라.”

심우민은 방금 지혁의 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잠시 생각했다가 다시 물었다.

[정아윤 구출한 뒤에, 바로 섬멸 작전하라는 말씀이시죠?]

“아니, 섬멸부터 하고 구출 작전 진행해.”

[네?!]

심우민은 당황한 듯 반문했고.

그건 세크 위원도 마찬가지였다.

지혁이 말하는 섬멸작전이라는 건, 자동소총으로 일제히 청소하라는 의미였으니까.

- 회장님, 너무 위험합니다.

- 혹여라도 아윤이가 총 맞으면 어쩌시려고요.

- 당연히 구출부터 하고······.

무슨 생각에서인지, 지혁은 단호했다.

“심 대리, 뭐하나? 내 지시 못 들었나?”

[······.]

“시간이 없어.”

잠자코 지켜보던 오진원도 나서서 말리려는데.

“오 회장님······ 그러지 말고.”

심우민은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현장 지휘자로서 말씀드립니다. 제 생각은 회장님과 좀 다릅니다.]

이 대답만으로도 지휘통제실의 모든 사람은 놀랐다.

감히, 선도그룹에서 오지혁 회장의 지시에 반기를 드는 직원은 없었다.

지혁 또한 살짝 눈이 커졌다가.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

“네 생각은 뭔데?”

***

속리산 사내리 캠핑장.

심우민 헬멧에 연결된 마이크에 대고 지혁에게 대답했다.

“좀 전에 세크 위원님이 말씀하신 것과 같습니다. 너무 위험합니다.”

심우민은 차분하게 자기 생각을 말했다.

“이 작전의 목적이 구출인데, 목표가 위험에 노출된 상태에서 작전을 전개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섬멸부터 하라는 거다.]

“······.”

[적은 지금 우리가 누군지 모른다. 정아윤을 구하러 온 건지, 아니면 위에서 넘어온 적군인지 모른단 말이다. 불시에 공격해도 아윤이가 위험할 일은 없어.]

작전 목적을 적들이 알면 정아윤을 인질로 삼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럴 리가 없다는 얘기였다.

[불시에 빠르게 섬멸하면 된다. 한 놈도 남기지 않고.]

과격하긴 하지만 지혁의 말에 설득력이 있었기에, 심우민은 잠자코 그의 말을 들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속도야. 작전이 끝나기 전에 추 이사 일행이 도착하면, 적들이 다 알게 될 거고. 그러면 오혜빈 가족을 인질로 삼을 수 있다. 무슨 말인지 알지?]

추 이사 일행이 도착하기 전에, 빠르게 섬멸해야 한다는 것.

즉, 망설이지 말고 빨리 다 죽이라는 말이었다.

[이해했으면 빨리 움직여라. 이렇게 대화 나눌 시간 없다.]

오로지 목적만 생각한 작전.

지혁의 말대로라면, 구출작전을 성공할 수 있겠지만 많은 사람이 죽게 된다.

적이라고 간주는 했으나, 아직 적으로 정확히 확인은 못 한 상황.

“회장님, 그래도 확인 과정은 거쳐야 하는 거 아닙니까?”

[······.]

“지금 저희가 확인한 건, 노약자들에게 목줄 채운 거 말고는 없습니다. 물론 그 모습 상당히 문제 있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생명을 뺏는 일인데······.”

[청주 쉘터의 일 잊었나?!]

지혁은 그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잘랐다.

[너무 합리적으로 생각하다가, 타이밍 놓친 거 아니야. 추 이사 대가리에 총알 하나 쑤셔놓고, 피해를 좀 감수하더라도 머릿수로 밀어붙였으면 아무 뒤탈이 없는 거였는데.]

“······.”

[자네도 그때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거 아니었나? 지금 왜 이러는 거지?]

지혁은 당시에는 제일 나은 선택을 했다고 여겼으나, 시간이 지나고 보니 좀 후회가 들었다.

평화 시기에 젖어서, 나약해졌었다고 생각했다.

[단호하게 행동해야 해. 망설이면 안 돼. 지금은 다른 세상이다.]

지혁은 강하게 밀어붙였고, 심우민은 그의 말이 전혀 틀린다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청주와 지금은 다르지. 확인도 안 된 적을 다짜고짜 다 죽이라고?’

청주 쉘터는 추 이사가 직원들을 위협하는 상황을 확실히 확인한 적이었으며, 지금은 정황뿐이다.

“그럼, 오혜빈 사장님과 정 사장님은 어떻게 합니까? 아직 위치 확인이 안 됐습니다.”

[다 죽인 후에 찾는다.]

심우민은 미간을 찌푸렸다.

‘미친 거 아니야? 영화에서도 그런 식으로 인질 구출하는 건 못 본 것 같은데.’

심우민은 고민하다가······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

“회장님, 제가 받은 임무는 오혜빈 가족의 구출입니다.”

[······.]

“회장님께서 주신 의견 참고하여, 작전 진행하겠습니다.”

지혁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자기 뜻대로 하겠다는 걸 완곡하게 말한 거였다.

[후후.]

헤드셋에서 지혁의 음산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너, 보통 아니구나?]

단순한 한 마디인데.

심우민은 이 말을 듣는 순간, 오금이 저렸다.

[실패하면 각오해야 할 거야.]

***

사삭. 사삭.

특임대원 두 명은 정아윤 가까이로 움직였다.

정아윤이 있는 개울가는 캠핑장 외곽이었고, 은밀히 접근할 수 있는 곳이었다.

두 특임대원은 수풀 속에서 타이밍을 보다가.

‘파다닥-‘

주변에 사람이 없을 때, 닭 잡는 것처럼 순식간에 정아윤을 덮쳤다.

그리고, 입부터 막았다.

정아윤은 놀라서 발버둥 쳤는데.

특임대원은 그녀의 귀에 대고 작게 말했다.

“아윤이 맞지? 아저씨들 선도그룹 직원들이거든? 너 구하러 온 거야.”

정아윤은 이 말을 듣고, 발버둥을 멈추었고.

특임대원은 그녀를 들쳐멘 후, 빠르게 언덕을 향해 이동했다.

“헉- 헉-“

언덕에 도착한 후 막았던 입을 떼주자, 정아윤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아저씨 누구예요? 선도그룹에서 왔다고요?”

서 있던 심우민은 정아윤과 눈높이를 맞추려고 무릎을 꿇었다.

“오혜빈 사장님 딸 맞지?”

“아저씨 누구냐니까요?”

정아윤은 잔뜩 경계했다.

그 모습을 보며, 심우민은 생각했다.

‘6살이라고 들었는데, 아주 맹랑하네.’

정아윤은 자신의 신분이 밝혀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는지, 상대방 신원부터 확인하려 했다.

“너 구하러 온 거야. 오지혁 회장님이 보내서 왔어.”

“오지혁? 우리 막냇삼촌이요?”

정확하게는 삼촌이 아니지만, 지혁은 큰아버지댁 사촌들과 친형제처럼 지내고 있어서 정아윤은 그를 삼촌으로 불렀다.

“응? 어어.”

“으앙- 삼촌~!”

정아윤은 울음이 터져나왔다.

“삼촌은 어딨어요!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무서웠단 말이야! 으앙-”

“삼촌은 못 오셔서, 아저씨가 대신 온 거야.”

정아윤은 펑펑 울었고, 심우민은 헬멧 마이크에 대고 물었다.

“회장님, 통화 연결해드릴까요?”

[하지 마라.]

분노로 떨리는 지혁의 목소리를 들은 후, 심우민은 곧바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정아윤은 한동안 ‘삼촌’을 외치며 어깨를 들썩이며 울었고, 심우민은 기다려주었다.

울음이 잦아들 때쯤.

“아윤아,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아저씨들이 구해줄 거니까.”

“흑흑.”

“엄마랑 아빠는? 어디 계시니?”

정아윤은 눈가를 닦으며 말했다.

“아빠는 어느 날 사라졌고요. 엄마는 오늘 나쁜 아저씨들한테 끌려갔어요.”

“······ 아는 대로 얘기해줄 수 있니?”

심우민은 정아윤의 입을 통해, 이들이 진짜 적이 맞는지 확인하려 했다.

“엄마랑 아빠랑 여기 캠핑왔었는데요. 갑자기 폭죽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어른들이 놀라서 막 도망갔구요. 그리고 삐뽀삐뽀 소리가 울리니까 다들 갑자기 막 먼저 캠핑장을 나가려는 거예요. 근데 금방 다 다시 돌아왔어요.”

그날을 얘기하는 거였다.

포탄이 떨어지자 대피하려 했으나, 캠핌장이 도리어 안전하다는 걸 알고 돌아온 것이다.

“그 후로 여기 오래 있으면서요. 배가 많이 고파졌어요. 착한 아저씨들이 무서워지기 시작한 거예요. 그리고 어느날 옆 텐트 언니들에게 목줄을 채웠어요.”

“목줄은 왜?”

“모르겠어요. 낮에는 두는데, 밤에는 목줄과 텐트를 연결시켜요. 처음엔 젊은 언니들한테만 채우더니, 며칠 지나서 아저씨들이 사람들한테 다 채웠어요.”

심우민은 정아윤의 말을 곰곰이 생각했다.

‘도망칠까 봐, 그렇게 한 것 같은데.’

좀 더 자세히 들어볼 필요가 있었다.

“근데 왜 언니들이 처음이었어?”

정아윤은 천천히 말했다.

“잘은 모르겠지만, 목줄 채운 날 언니들이 아저씨들 텐트로 가는 거 봤어요.”

“자진해서 간 거니?”

정아윤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요. 아저씨들 여러 명이 끌고 갔어요. 언니들이 막 울고. 옆에서 보기 슬퍼서, 엄마도 울고, 저도 울었어요.”

정아윤은 똘망똘망한 눈으로 말을 이어갔다.

“그날 이후로 밤마다 언니들 비명이 들렸는데, 제가 많이 무서워하니까 엄마가 귀 막아줬었어요.”

“하아······ 젠장.”

얘기를 들어보니, 무슨 일이 벌어졌었는지 짐작이 되었다.

심우민은 잠시 생각하다가.

‘잠깐, 좀 전에 오 사장님 오늘 끌려갔다고 했잖아.’

“아윤아, 엄마 오늘 끌려갔다고?”

“네.”

“언니들 끌려가던 텐트로 간 거야?”

“맞아요. 아저씨들이 언니들 질린다고, 오늘 아침에 우리 엄마한테 놀자고 찾아왔어요. 엄마는 싫다는데, 여러명이 데려갔어요. 너무 무서웠어요.”

“······.”

“엄마가 막 울었어요. 놀자는데, 우리 엄마 왜 우는 거예요?”

빠득.

심우민은 어금니를 깨물었다.

후우-

‘적 맞네.’

오늘 아침이면 끌려간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서둘러야 한다.’

심우민은 욕이 터져 나올 것 같았지만, 정아윤 앞이라 간신히 참았다.

‘휴우- 개씨발 새끼들 다 죽인다.’

그는 특임대원들에게 서둘러 지시했다.

“전원 소음기 장착! 작전 개시합니다.”

***

한 텐트에서 남자가 바지를 추스르며 나왔다.

“야,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텐트 앞에서 기다리던 남자가 나이프를 만지작거리면서 물었고.

방금 나온 남자는 웃으며 말했다.

“먹는 것도 부실한데, 왜 이렇게 욕구는 넘치는지 모르겠어. 뭐해? 안 들어가?”

기다리던 남자는 텐트를 힐끔 본 후, 웃으며 말했다.

“얀마, 쉴 시간도 좀 줘야지.”

“하하. 그래.”

두 남자는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서 대화했다.

“난 이 생활 아주 마음에 든다.”

“그러니까. 왕이 된 기분이야. 걱정할 것도 없고. 하하.”

“새로 온 이쁜 미시 누나랑도 빨리 놀고 싶은데.”

“순서 기다려야지. 두목부터 하고.”

“아주 풍족하구나~ 하하.”

힘의 논리로 사는 세상.

이 세력의 중심이 된 건장한 남자들은 산속 캠핑장의 왕이었다.

기다리던 남자는 시계를 본 후 일어났다.

“10분 지났네. 이 정도면 많이 쉬었겠지.”

텐트를 향해 걸음을 옮기는데.

팟!

바람 빠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고.

쿵!

텐트를 향해 가던 남자가 뒤를 돌아봤다. 방금 얘기 나눴던 남자가 나무 그루터기 옆에 쓰러져 있었다.

“야? 왜 그래?”

가까이 다가가 보니, 이마에 구멍이 뚫려 있다.

“뭐, 뭐야? 왜 이래?”

상체를 들어 주변을 살폈는데.

팟!

따끔한 느낌에 고개를 숙여서 봤더니.

“피?!”

왼쪽 가슴이 빨갛게 물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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