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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이 능력을 숨김-282화 (282/301)

< 외전24. 굴 밖으로 나온 뱀 >

[탕! 탕! 탕!]

- 어이구 야······.

- 저거 말려야 하는 거 아니에요?

지휘통제실에서는 심우민의 폭주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이미 죽은 적을 향한 사정없는 총격.

심우민의 총탄에는 감정이 실려 있었다.

“이상한 친구네.”

급기야 오진원은 고개를 돌려버렸다. 너무 끔찍해서 도저히 볼 수가 없었다.

유일하게 지혁만이 아무렇지 않게 지켜봤다.

[한번 쏜다고는 안 했잖아. 이 개새끼야.]

“하하.”

이 말에 지혁은 빵 터져버렸다.

“하하. 저 친구 잘하는데요?”

남들은 이 끔찍한 상황에 눈쌀을 찌푸렸지만, 지혁은 심우민의 기지에 집중했다.

오혜빈을 자연스럽게 빼내기 위해, 좋은 수를 써서 통쾌하게 끝내버렸다.

“구미 쉘터 활약이 운이 아니었네.”

세크 위원들은 미친놈처럼 총을 쏘는 심우민이나, 이 상황에 웃는 지혁 모두 이상해 보였다.

[후우- 상황 정리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방금 본 모습 때문일까.

특임대원들은 심우민의 지시에 바짝 긴장하여 큰 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 한 대원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심 대리님, 상황 종료됐으니까 소총 안전장치부터······.]

[아, 네.]

현장 상황은 심우민 헬멧에 달린 캠으로 실시간 중계 중이었다.

심우민은 소총 안전장치 후에 오혜빈을 바라봤고, 그의 헬멧 방향에 따라서 지휘통제실 화면에 오혜빈의 모습이 잡혔다.

부스스한 머리에 초췌한 얼굴.

지혁을 포함한 지휘통제실의 모든 사람은 얼굴이 굳어졌다.

모두 혹시나 싶은 마음에 긴장한 모습이었다.

[오혜빈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선도그룹에서 왔습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아 잠깐만요.]

심우민은 텐트 안 어디선가 모포를 가져와서, 오혜빈의 몸에 둘러주었다.

오혜빈은 침착한 얼굴로 대답했다.

[고맙습니다.]

그녀가 대답하는 걸 보며, 지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안전합니다. 저희와 함께 가족들에게 돌아가실 겁니다.]

그녀의 얼굴이 화면에 가까이 잡혔다.

“아······.”

한쪽 눈두덩에 멍이 들고, 입술이 터져있다.

지혁은 그녀의 얼굴을 보고 탄식을 뱉어냈다.

‘저항했구나.’

화면에 자세히 잡힐수록, 상처와 멍으로 엉망진창의 얼굴 모습이 보였다.

죽을 각오로 저항한 것이다.

“어쩌다 얼굴이 저렇게······ 괜찮아지겠지? 지혁아?”

오진원은 친동생이 너무 걱정되었다.

누구한테 맞아본 경험은 없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꽤 아파 보였다.

“······.”

지혁은 오진원의 말에 대답하지 못했다.

지금 그가 걱정하는 건 외상이 아니었다. 견뎌내었다 하더라도, 과정에서 생긴 무력감과 공포심이 더 큰 상처로 남았을 것이다.

[남편분은요?]

[······.]

심우민의 물음에 대꾸가 없다.

기다리다가 한 번 더 물었다.

[이곳에 계십니까?]

[그 인간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캠핑장에서 정 사장의 흔적은 찾지 못했었다.

이대로 작전을 마쳐야 하는지 고민이 됐는데.

[여기 없으니까, 가면 돼요.]

심우민은 문득 드는 생각이 있어서 다시 물었다.

[혹시······ 도망갔습니까?]

[얘기하고 싶지 않다니까요.]

[알겠습니다.]

‘도망갔네.’

‘본인도 무서웠겠지.’

‘아무리 그래도 아내와 딸을 두고.’

이 작전을 통해 인간성의 끝을 봤다.

작전은 무사히 끝났지만, 착잡한 기분이 가시지 않았다.

[회장님.]

“듣고 있다.”

[작전 완료 보고드립니다.]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으나, 심우민의 목소리는 밝지 못했다.

“수고했다. 복귀해라.”

지혁 또한 무겁게 대답했다.

***

“엄마아~”

정아윤은 오혜빈을 보자마자, 달려가서 안겼다.

“흑흑.”

오혜빈은 정아윤을 안은 채로 눈물만 흘렸고, 정아윤도 울면서 말했다.

“엄마 걱정했잖아. 얼굴이 왜 그래?”

정아윤은 오혜빈의 얼굴 상처를 어루만지며 물었고.

“그냥 넘어졌어.”

“뭐야, 맨날 나보고 앞 잘 보고 다니라면서.”

두 여자는 부둥켜안고 울었고.

심우민은 잠시 기다려주었다.

어느 정도 진정되었을 쯤.

“오 사장님.”

“네.”

그녀가 어떻게 폭행을 당했는지 알아야 응급처치라도 해줄 텐데, 물어보기가 조심스러웠다.

“말씀하세요.”

심우민이 머뭇거리자, 오 사장이 도리어 되물었고.

그는 고민하다가.

“당장 불편한 곳은 없으십니까.”

“······.”

“어차피 오토바이로 이동할 거니까, 다리가 불편한 경우 큰 영향이 없겠지만.”

오혜빈은 심우민을 뚫어지게 보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물었다.

“여기서 과천 쉘터까지 얼마나 걸리죠?”

“넉넉히 3시간 정도는 걸릴 겁니다.”

“그럼 제 몸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도착해서 진료 받을게요.”

그녀의 말끝이 왠지 싸늘했다. 심우민은 그럴만하다고 생각하여 더 묻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심우민은 갈 준비를 하려고 뒤돌아섰는데.

“대리님이라고 하셨죠?”

“네 맞습니다.”

심우민이 돌아보자, 오혜빈은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인사했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잊지 않을게요.”

“네? 아, 네.”

오너일가의 깍듯한 인사에 심우민은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재빨리 허리를 숙였다.

잠시 후.

심우민은 이동할 준비를 마친 뒤, 오혜빈을 오토바이 뒷자리에 앉혔다.

“불편하지 않으세요?”

“네 괜찮아요.”

심우민은 오혜빈이 잘 앉았는지 뒤돌아 확인하다가.

원피스 밖으로 나온 그녀의 매끈한 다리에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갔다.

‘누가 이런 분을 사십 대로 봐. 이런 시대에는 너무 예쁜 것도 탈이야.’

재빨리 시선을 돌려서, 전방을 바라봤다.

‘부릉-‘

오토바이 4대가 엔진음을 내었고.

심우민은 옆 오토바이 뒷자리에 앉은 정아윤에게 물었다.

“아윤아, 괜찮지? 불편한 거 없지?”

“없어요!”

꼬마라 그런지, 처음 오토바이를 탄다는 생각에 마냥 신난 얼굴이었다.

“중간에 안 쉬고 곧장 갈 거니까. 힘들어도 좀 참자.”

“알겠어요.”

부아앙-!

심우민을 선두로, 작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선도그룹 특임대는 과천 쉘터를 향해 출발했다.

***

1시간 정도 달렸다.

청주 인근. 산성로 10km 지점.

고갯길을 따라 내려가고 있는데.

‘부우웅-’

길 아래쪽에서 거친 엔진음 소리가 들렸다.

‘어? 웬 차가?’

‘그날’ 이후로 도로에 차가 다니는 걸 보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주인 잃은 차들이 도로에 쌓여 있는 것만 보다가, 차 소리가 너무 생소하게 들렸다.

‘잠깐······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지. 이대로 가면 마주칠 거 아니야.’

앞서가던 심우민은 재빨리 뒤에 정지신호를 보냈다.

‘끼이익-’

오토바이가 일제히 멈춘 뒤.

“대원들! 빨리 오토바이와 같이 옆에 수풀 속에 은폐하세요. 오 사장님, 아윤이도 어서!”

심우민의 지시에 다들 빠르게 움직였다.

상대방이 누군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노출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지금은 전투원 외에 일반인인 오혜빈과 정아윤이 함께 있다.

‘뭔지 모를 때는 피하는 게 좋다. 목적도 달성했고.’

수풀 속에 숨어서 기다리는데.

‘부우웅-’

엔진음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렸다.

잠시 후.

조그만 트럭이 보였는데.

길가의 세워진 차들을 피하며 움직이느라, 속도가 느렸다.

‘부웅-’

첫 번째 트럭이 지나갔다.

짐칸에 건장한 청년들이 각목, 야구 배트 등을 들고 빽빽이 앉아 있었다.

‘설마?’

심우민은 곧바로 ‘청주 쉘터’가 떠올랐다.

‘조금만 늦었으면 마주칠 뻔했네.’

다행이란 생각이 들면서도, 이 사람들이 헛걸음할 생각을 하니 통쾌한 기분도 들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트럭이 이동하는 걸 지켜봤다.

하나, 둘씩 트럭이 지나가고.

마지막 다섯 번째 트럭.

‘어?!’

조수석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추 이사?!’

음울한 눈빛에 새치가 많이 보이는 반삭발 머리.

분명 청주 쉘터에서 사람들을 동요시켰던 그 추대웅 이사였다.

‘추 이사가 밖으로 나왔다.’

심우민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재빨리 헬멧 마이크를 켜서, 지혁을 찾았다.

“회장님! 심우민입니다. 급히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

- 아우, 졸려 죽겠네.

- 일 잘 끝나서 다행이죠. 뭐.

- 진짜 전광석화 같았네요. 하하.

늦은 밤에 집합하여, 다음 날까지 지휘통제실에 있었던 지혁과 세크 위원들.

이제 쉬러 가려는데.

[회장님! 급히 보고 들릴 게 있습니다!]

지휘통제실에 심우민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렸다.

지혁과 세크 위원들은 가던 걸음을 멈추었다.

심우민은 현재 오혜빈, 정아윤과 함께 있다.

모두 바짝 긴장했고, 지혁은 바로 응답했다.

“무슨 일인가?”

[추 이사를 발견했습니다.]

“뭐?!”

지혁의 눈이 번쩍 떠졌다.

오혜빈을 발견했을 때보다도 더 놀란 얼굴이었다.

“자세히 얘기해 봐.”

[산선로 10km 지점에서 반대 방향으로 향해가는 소형 트럭 5대를 발견했는데, 그중 한 트럭의 조수석에 추 이사가 앉아 있었습니다.]

“확실한 거야?”

[네, 확실합니다. 제가 어떻게 그 인간을 못 알아보겠습니까.]

지혁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런 기회가!’

추 이사는 청주 쉘터에 틀어박혀 꼼짝 안 할 것으로 생각했었다.

윤 사장이 웃으며 말했다.

“추 이사가 많이 쫄리나본데요? 직접 나온 거 보면.”

황 실장도 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시가 안 먹히니까, 직접 나온 거겠죠. 일주일 넘게 청주 쉘터에서 부족한 식량으로 버텼을 테니.”

절호의 기회.

지금은 등짝 스매싱을 무서워할 때가 아니었다.

‘트럭 5대면 못해도 수십 명은 되겠지.’

“심 대리.”

[네, 회장님.]

“작전 수정한다.”

[말씀하십시오.]

“심 대리는 특임대원 한 명과 함께 오 사장, 정아윤 데리고 과천 쉘터로 오고, 나머지 특임대원 두 명은 추 이사 따라붙으라고 해.”

[······.]

“본부에서 출동할 거야. 따라붙어서 수시로 상황보고 하고, 우리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해라.”

[불가합니다.]

“뭐?!”

심 대리는 다른 목적이 있어서 명령에 불복하는 게 아니었다.

[제가 추 이사 따라붙겠습니다.]

“······,”

[허락해 주십시오.]

지혁은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

“추 이사는 내 꺼라는 말 기억하나?”

[네 기억합니다.]

“그럼 너가 따라붙는데, 내 허락 없이는 나 올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마라. 이 말도 거역하면 넌 내 손에 죽는다.”

[······!]

꿀꺽.

살 떨리는 협박에 지휘통제실은 얼어붙었고.

심우민은 위압감에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알아들었나? 대답해야지.”

[네, 알겠습니다.]

“그래, 그럼 빨리 움직여.”

지혁은 마이크를 끄고, 곧바로 나갈 채비를 했다.

윤 사장이 말리려 했지만······.

“회장님께서 직접 출타하는 건 안 됩······.”

지혁은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막았다.

“다른 말씀 마세요. 빚진 건 받아야 합니다.”

지혁은 무시무시한 안광을 쏟아내고 있었다.

“······.”

아무리 윤 사장이라도, 이런 지혁에게 더 얘기할 수는 없다.

“트럭 5대라고 했지······.”

지혁은 혼잣말로 중얼거린 후, 황 실장에게 지시했다.

“황 실장님.”

“네, 회장님.”

“손정진이 오라고 해주시고요.”

“네.”

“화성 쉘터에 있는 특임대 남규혁 팀장 통화연결 해주세요.”

혼자서 6명을 처리했던 손정진.

청주 쉘터 이주민들을 성공적으로 화성 쉘터로 이동시켰던 남규혁 팀장.

이 두 인물을 함께 작전을 펼칠 키맨으로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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