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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이 능력을 숨김-283화 (283/301)

< 외전25. 그물 (1) >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남규혁입니다.]

화면에 늠름한 외모의 남 팀장이 나타났다.

“잘 지냈나?”

[네, 잘 지내고 있습니다.]

“내가 임무를 하나 줄까 하는데.”

[······.]

“최근에 위험한 일을 한번 했었으니, 이번엔 선택권을 줄게. 특임대에 자네만 있는 것도 아니고 공평해야 하니까.”

지혁은 청주 쉘터민 이주 작전에서 성공을 거둔 남 팀장에게 믿음이 갔지만.

목숨을 걸고 해야 하는 일이라, 선택권을 주려 했다.

“다만, 이 일을 마치고 나면 과천 쉘터로 돌아올 수 있다.”

[하겠습니다.]

과천 쉘터로 돌아올 수 있다는 말에 남규혁은 듣지도 않고 수락했다.

작전 투입으로 인해 가족들과 생이별하여, 계속 그리워했었다.

“어떤 임무인지 들어보지도 않고?”

[하겠습니다.]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시대.

남 팀장으로서는 가족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지혁은 살짝 입꼬리를 올리고는 말했다.

“그래. 남 팀장이 해야 할 임무는······.”

지혁은 간략하게 설명한 후.

“전체 지휘는 내가 할 거야.”

[회장님이 직접 가십니까?]

“그래.”

말 그대로 전투 작전.

작전 설명을 듣고, 예상보다도 꽤 위험한 내용에 남 팀장은 약간 후회하고 있었는데.

지혁이 전체 지휘한다니, 안심되었다.

[회장님, 근데 제가 자동소총은 써본 적이 없습니다.]

“출발하기 전에 연습하고 와.”

각 쉘터에는 사격 연습장이 있다.

“단, 시간이 없으니까 오래는 하지 말고. 작동 방식 익히는 것과 표적지 사격만 간단히 해.”

[알겠습니다.]

이번 작전에서 남 팀장이 이끄는 특임대 2팀의 화력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약간 늦더라도 연습을 한번 하고 오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그럼 서둘러라. 접선 장소는 속리산 인근이야. 지도 찍어서 폰으로 보내줄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팟!

화면이 꺼졌다.

지혁은 나갈 채비를 하는데.

위이잉-

지휘통제실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손정진이 들어왔다.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저 왔습니다.”

과천 쉘터의 유일한 전투경험자.

지혁은 최근 위험한 경험을 많이 한 손정진을 부르기가 미안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때문에 그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전투는 스킬보다도 경험이 우선한다.

아무리 강도 높은 훈련을 받은 사람이라도, 목숨 걸고 실전 경험을 해본 사람에겐 못 당한다.

“어서 와라. 지금 바로 출발할 건데. 괜찮지?”

손정진은 이미 완전 무장한 상태였다.

“네!”

“제수씨가 뭐라 안 해?”

손정진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회장님 지시라고 하니, 긴말 안 하고 다녀오라고 했습니다.”

손정진의 아내는 지혁에게 많은 빚을 졌다는 생각에, 그의 지시라면 무엇이든 따르겠다고 했었다.

“그래, 좀 위험한 일이긴 한데, 너만 한 전투력을 가진 사람이 과천에 없어서.”

“하하, 황송합니다. 최선을 다해 보필하겠습니다.”

지혁은 싱긋 웃으며, 나가려고 헬멧을 들었다.

그 또한 완전 무장한 상태였다.

“아, 정진아. 오토바이 운전할 수 있지?”

“뭐, 자전거와 비슷하지 않겠습니까?”

‘빨리 달리지는 못하겠네.’

두 발로 가는 건 자전거와 비슷하지만, 꽤 다르다.

“일단, 가자. 서둘러야겠다.”

“네!”

세크 위원들과 오진원은 과천 쉘터 앞까지 두 사람을 배웅해주었다.

***

손정진이 오토바이 운전에 서툴러서 처음엔 천천히 갔지만, 곧 익숙해졌고.

경기도를 빠져나갈 무렵부터는, 사정없이 악셀을 밟았다.

‘습득력이 좋네.’

지혁은 손정진이 꽤 빠르게 오토바이에 적응하는 걸 보며 생각했다.

‘예전에 같은 팀에 근무할 때는 여리고, 샌님으로만 봤는데.’

물론 그때보다 지금은 나이가 많이 들었지만, 손 쓰는 것도 과감하고 몸으로 익히는 습득력이 좋았다.

의외로 손정진은 회사생활보다 바깥 생활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번쩍.’

앞서 달리던 지혁이 속도를 줄이라며 손을 들었고.

손정진은 속도를 늦추어, 지혁의 옆 가까이 다가갔다.

“무슨 일이십니까?”

“멀리 흙먼지가 보여서.”

손정진은 눈을 찌푸리고 봤지만,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뭐가 보인다는 거지.’

“총 꺼내. 사격 자세 취해라.”

“네? 아, 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길옆에 오토바이를 세웠고.

손정진은 지혁의 지시대로 소총 들고 사격 자세를 취했다.

그 상태로 잠시 기다렸는데.

‘헉! 뭐야?!’

지혁의 말대로 진짜 흙먼지가 보이기 시작했고, 고요한 가운데 엔진 소리가 은은하게 들렸다.

“장전해.”

“네!”

찰칵!

손정진은 마른침을 삼키며 장전했고.

지혁 또한 소총을 든 채로 우뚝 서서 정면만 바라봤다.

‘맞을 것 같은데.’

지금 다가오는 사람이 누굴지 짐작이 되지만, 혹시 모르니 경계했다.

‘어?’

손정진은 눈을 크게 뜨고 봤다. 맞은 편에서 오던 물체도 오토바이였다.

잠시 후.

멀리 오토바이가 멈추는 모습이 보였고.

그 뒤에 한 여자와 아이가 보였다.

지혁이 소리쳤다.

“선도그룹 오지혁 회장이다!”

“······.”

“특임대원이면 가까이 다가와라.”

신원확인을 하기 전이라, 특임대원은 경계하며 다가왔고.

“안녕하십니까!”

지혁의 얼굴을 확인한 후, 큰 소리로 인사했다.

“속리산에서 오는 길이지?”

“네! 맞습니다!”

“뒤에 있는 사람들도 오라고 해.”

멀찍이 뒤에서 지켜보던 다른 특임대원에게 오라고 손짓했고.

그는 오혜빈과 정아윤을 데리고 왔다.

“삼촌~!”

정아윤은 지혁을 보자마자 울면서 달려왔다.

덥석!

지혁은 그녀를 꼭 안고서 토닥여 주었다.

“삼촌!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다친 데 없니?”

‘흑흑.’

정아윤은 대답 대신 지혁에게 안겨서 펑펑 울었다.

지혁은 그녀를 달래주며, 뒤에 서 있는 오혜빈을 보았다.

“누나.”

“······.”

지혁은 정아윤을 옆에 안은 채로, 오혜빈에게 다가갔다.

“고생 많았어요.”

실제로 보니, 얼마나 저항을 한 건지 얼굴 상태가 엉망이었다.

오혜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와줘서 고맙다.”

“이제 집에 돌아가기만 하면 돼요. 다들 누나 기다리고 있어요.”

“그래.”

지혁은 한숨을 쉬었다.

‘분위기가 많이 바꼈네.’

애써 차분한 척하지만, 오혜빈이 경계하는 게 느껴졌다.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테니,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이럴 때는 달리 방도가 없다. 시간이 필요하다.

지혁은 오혜빈에게 더 다가가지 않고, 특임대원을 돌아봤다.

“추 이사 일행 만난 지 얼마나 됐지?”

“1시간 정도 됐습니다.”

‘트럭으로 이동 중이라 빠르진 않겠지만, 그래도 서둘러야겠네. 캠핑장 당한 거 확인하면 오래 머무르지 않을 테니까.’

“아윤아.”

지혁은 무릎을 꿇어서, 정아윤과 눈높이를 맞추고 말했다.

“삼촌 급한 볼일 끝내고 갈 테니까, 먼저 가 있어.”

“······.”

“엄마 많이 아프니까, 아윤이가 잘 돌봐드리고.”

“알았어.”

지혁은 정아윤의 머리를 쓰다듬은 후, 손정진과 함께 오토바이를 향해 걸어가는데.

“삼촌!”

정아윤은 큰 소리로 말했다.

“다치지 마!”

***

속리산 인근부터는 천천히 이동했다.

윙-

위성폰의 진동소리에, 지혁은 곧바로 받았다.

“오지혁입니다.”

[회장님, 심우민입니다. 어디십니까?]

지혁은 위성지도를 확인한 후 말했다.

“지금 막 속리산 진입했다. 앞으로 20분 정도면 도착할 거야.”

[아······.]

심우민은 한숨을 쉬었다.

“왜? 무슨 일 있어?”

[다름이 아니라, 추 이사 일행이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벌써?”

[네, 야영장 참상을 확인하고는 이상함을 느낀 모양입니다.]

“······.”

[아시다시피 저희 인원이 소수인데다가 여성 두 명을 데리고 있어서, 사체 처리까지 하고 올 여유는 없었습니다.]

“어, 알고 있어.”

지혁은 생각했다.

‘추 이사······ 꽤 눈치가 빠르단 말이야.’

캠핑장 분위기를 보고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것이다.

그 안에 밀집해 있을 때, 화력을 집중하여 일거에 다 처단할 생각이었는데.

이대로 가면 타이밍이 늦는다.

“그놈들 경계하고 있지?”

[네, 잔뜩 경계하고 있습니다.]

이동하는데 걸리는 물리적인 시간은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경계 중인 수십 명을 심우민과 특임대원 두 사람이 해결을 볼 수도 없는 일.

[회장님, 저희가 시간을 좀 끌어 보겠습니다.]

“어떻게?”

[모습을 드러내야겠죠.]

“······.”

[마치 이동하지 못한 잔여 세력처럼 보이면, 어떻게든 잡으려고 달려들지 않겠습니까?]

“총을 쓰면 다 도망갈 텐데?”

캠핑장에 쓰러진 사람들을 확인해 봤다면, 뭘로 죽었는지 알았을 것이다.

[총을 안 쓰면 됩니다.]

“그럼 어쩌겠다는 건데?”

[칼로 버텨보겠습니다.]

지혁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심우민이 머리를 쓸 줄 알며 결단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건 알지만, 전투는 다르다.

“둘이서 칼로 20분을 버틸 수 있다고?”

[전면전으로 붙지 않고, 지형지물 이용하여 피해 다니면서 버티면 됩니다.]

가만 들어보니, 아무 생각 없이 하는 말은 아니었다.

“가능하겠어?”

[가능하게 해야죠. 어떻게든 묶어놔야 하지 않겠습니까.]

심우민의 말이 맞았다.

추 이사가 언제 또 쉘터 밖으로 나올지 모른다.

쉘터에 박혀 있으면, 그를 처리하기는 굉장히 어려워진다.

어찌 보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였다.

[20분 정도는 버틸 수 있다고 봅니다. 회장님, 빨리 결정해주셔야 합니다. 지금 차에 오르고 있습니다.]

지혁은 약간 고민이 되었다.

만약 지금 전화한 사람이 심우민이 아니었다면, 고민도 하지 않고 작전을 펼치라고 했을 것이다.

심우민은 아까운 인재였다. 추 이사를 죽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칫하다가 심우민이 죽기라도 하면 선도그룹의 큰 손실이었다.

“그래. 버텨봐라. 근데, 절대로 무리하지 마. 죽음을 무릅쓰지는 말란 소리야.”

[알겠습니다.]

뚝.

심우민은 급한 나머지, 대답한 후 바로 전화를 끊었다.

***

지혁은 남 팀장에게 접선 위치를 캠핑장으로 알려줬다.

원래는 만나서 함께 이동하여 작전을 펼칠 계획이었으나,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었다.

- 개새끼야!

- 으악!

- 그만 찔러!

- 죽어! 씨발!

캠핑장에 가까워져 올수록 비명이 들리기 시작했고.

꿀꺽.

손정진은 마른침을 삼켰으며, 다리가 후들거렸다.

“정진아, 오토바이 이쪽으로 세워라.”

“네.”

수풀 속에 보이지 않도록 숨겼다.

“총도 같이 숨겨놔.”

“네? 총 안 씁니까?”

“총 쏘면 다 도망가.”

지혁은 비명이 들리는 캠핑장을 주시하며 말했다.

“이번 작전은 이기는 게 목표가 아니라, 다 죽이는 게 목표다.”

“······.”

“도망가면 다 못 죽이잖아. 남 팀장 올 때까지 버텨야 해.”

지혁은 몸을 숙이고 캠핑장 가까이 이동했고, 손정진을 그의 뒤를 따랐다.

이동 중에도 계속 다리가 떨리고 숨이 턱턱 막혀왔다.

- 뭐해! 빨리 잡아!

- 생포 못 하면 그냥 죽여!

- 잠깐, 팔에 피 좀.

캠핑장 도착.

헉. 헉.

거친 숨소리가 캠핑장 안에 가득하고.

회색 군복을 입은 두 남자가 몸 여러 곳에서 피를 흘리며, 괴한들을 피해 다니고 있었다.

“다행히 안 늦었네.”

스릉-

지혁은 칼을 뽑아, 양손에 쥐었다.

“정진아, 칼 뽑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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