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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이 능력을 숨김-292화 (292/301)

< 외전34. 어떻게 할 것인가 (1) >

지혁은 대뜸 주제를 던졌다.

“청주 쉘터를 어떻게 할 것인가?”

청주 쉘터라는 단어에 지휘통제실에 모인 사람들의 표정이 굳었다.

“의견들 얘기해 보세요.”

선도그룹은 ‘그날’ 이후로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단 하나, 계획에서 틀어진 건 ‘청주 쉘터’를 잃은 것이다.

그 주동자인 추 이사는 처단했으나, 무뢰한들이 청주 쉘터를 점거 중인 상황은 그대로다.

윤 사장이 말했다.

“쉘터민들은 다 자리 잡았습니다. 아쉽긴 하지만, 그대로 둬도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

“청주 쉘터를 다시 차지하려면 출혈이 있을 텐데, 훈련이 안 된 사람들을 데리고 지금까지 회장님께서 많은 무리를 해오셨습니다. 때로는 포기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우민이 손을 들었다.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세크 위원들은 심우민을 탐탁지 않은 눈으로 바라봤다.

‘수행원이라며?’

‘어딜 끼어들려고 그래?’

다만, 지혁은 재밌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이 자리에 있으면 누구나 말할 수 있어. 얘기해 봐라.”

심우민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출혈이 있더라도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

“그놈들은 무조건 몰아내야 합니다. 사유재산을 무단으로 점거하고 있는 이들을 가만히 두고 보는 건 호구입니다.”

윤 사장이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

“말을 좀 이상하게 하네? 내가 호구 잡히자고 말했다는 건가?”

“전 현상을 얘기했을 뿐인데, 그렇게 들으셨다면 사과드립니다. ”

심우민은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청주 쉘터에는 자원이 있습니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소중한 자원을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습니다. 쉘터민들은 자리 잡았으나, 앞으로 인구는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별다른 재미가 없고, 본능적 욕구가 강해지는 세상.

새 생명이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듣고만 있던 손정진도 심우민의 의견을 거들었다.

“제 생각도 심 대리와 같습니다. 청주 쉘터의 쉘터민들이 다른 쉘터로 이주했을 뿐, 사라진 게 아닙니다. 자원 확보는 중요합니다.”

지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고.

손정진은 약간 흥분한 어조로 말했다.

“지금 약간의 출혈로 대비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으면, 미래에 큰 출혈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지혁은 손정진과 심우민의 의견을 들으며 생각했다.

‘확실히 바깥을 경험하고 와서 그런지, 겁이 없네.’

끔찍한 상황은 삼자의 시선으로 봤을 때 더 강렬하게 다가오는 법이다.

지금껏 바깥 상황을 화면으로만 지켜본 기존 세크 위원들은 어떻게든 안전하게 가고 싶어 했다.

윤 사장은 지혁이 심우민의 의견에 수긍하는 기색을 보이자, 다급하게 말했다.

“어차피 다 사람 살자고 하는 일인데, 굳이 왜 위험을 무릅쓰자는 겁니까?”

“······.”

“식량은 영구적으로 먹을 수 있게 고 전무가······ 흠! 어쨌든 준비되어 있잖아요?”

이후로 황 실장과 허 부사장은 윤 사장의 의견을 거들었고

손정진과 심우민은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한동안 양측의 의견을 듣던 지혁은.

“자, 이 정도면 됐습니다.”

결정은 지혁이 한다.

“엄밀히 따져보면,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쉘터민 이주해야 했던 상황 외에는 우리 측에 사망자가 발생한 전투는 없었어요.”

오혜빈 구출 작전, 추 이사 참수 작전에서 부상자는 있었으나 사망자는 없었다.

“청주 쉘터는 점유 인원은 많기에, 탈환작전 시 사망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지만. 우리는 지금만 생각하면 안 된다고 봅니다.”

지혁은 남 단장을 바라봤다.

“남 단장.”

“네!”

“작전 준비해 봐.”

“알겠습니다!”

윤 사장은 다급히 막았다.

“회장님! 너무 위험······.”

지혁은 손을 들었다.

“윤 사장님 의견도 알겠는데요. 미래 대비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직 진짜는 시작 안 했으니까요.”

어차피, 도화선에 불이 붙었다.

지금 서로 눈치를 보고 있지만, 머지않아 각국은 핵무기와 생화학 무기를 무차별적으로 쏘아 댈 것이고.

바깥 세상은 사람이 수십 년간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이 된다.

지혁은 조금이라도 시간이 있을 때, 더 확실하게 대비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보았다.

“무뢰한들 몰아내고, 청주 쉘터의 자원은 각 쉘터로 분산합니다. 인원 이동은 안 할 거고요.”

지혁은 남 단장에게 말했다.

“이 작전을 위해, 특임대 조직부터 정비했으면 해.”

***

남 단장이 물었다.

“혹시 요구하시는 복안이 있으십니까?”

“지금 특임대원들 운동 선수 출신이 대부분인데, 다시 뽑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날’ 이후로 특임대의 역할이 많아졌는데, 지금까지 작전 수행 능력을 봤을 때 운동 선수 출신이라 하여 특별히 나은 건 없었다.

남 단장 또한 현장에서 특출난 민간인들을 목격했기에, 지혁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했다.

그는 심우민과 손정진을 힐끔 본 뒤, 지혁에게 대답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준비하겠습니다.”

“그래, 지원받아서 선발해.”

윤 사장이 말했다.

“회장님, 그 위험한 일을 누가 지원하겠습니까? 징집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쉘터 밖으로 나가서 임무 수행하는 건,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상식적으로는 윤 사장의 말이 일리가 있었으나.

“작전 시 외부에 나갈 수 있잖아요.”

“그래서······.”

“그래서 많이들 지원할 겁니다.”

지혁은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지금 쉘터 내부에 답답해하는 사람들 많거든요.”

환경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사람들은 과거와 다른 특수한 위험 상황을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바깥출입 금지’

쉘터민들에게 공통된 규칙이다.

이 규칙에서 예외는 작전 수행 중인 ‘특임대’ 뿐이다.

“남 단장, 분명 지원자들 많을 거거든?”

“네.”

‘세 번째 눈’ 못지않게 ‘그 세계’에서 단련된 능력은 ‘관찰력’이다.

지혁은 쉘터민들을 항상 주의 깊게 관찰하기에, 확신이 있었다.

“테스트 때, 전투 능력과 과감함만 보는 게 좋을 거 같아.”

“······.”

“뭐, 자네가 알아서 하겠지만.”

지혁은 너무 세부적인 지시까지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입을 다물었다.

남 단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저도 동감합니다. 그 외에도 현장에서 중요한 능력이 많지만, 측정하기가 어려우니까요.”

“······.”

“가장 중요하면서 검증할 수 있는 것만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간단하게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니 지혁은 만족스러움에 미소를 지었다.

‘볼수록 괜찮단 말이야.’

지혁은 남 단장에게 말했다.

“그럼 선발전 바로 준비해. 그리고 청주 쉘터 탈환 작전계획도 준비하고.”

“알겠습니다.”

지혁의 눈에 심우민의 얼굴이 들어왔다.

“아, 작전계획은 심우민 대리와 함께 구상해라. 그런 거 잘하더라.”

“알겠습니다.”

지혁은 손정진을 바라보았다.

“손 이사.”

“네!”

“이제 번데기 음식 전개해야 하지 않겠나?”

막 임명되었고, 인계받은 것도 없는 걸 잘 안다.

손정진에게 빨리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뉘앙스를 전하는 거였다.

“네, 바로 확인해보겠습니다.”

***

특임대원 선발전.

지혁의 예상대로 지원자는 많이 몰렸다.

- 쉘터에만 있으니 답답해 죽겠어.

- 작전 중에 사망한 특임대원은 없었잖아.

- 나도 오토바이 타보고 싶어.

쉘터에만 있은 지 꽤 오래되어 바깥 상황이 궁금하였고, 특임대원들의 활약을 부러운 시선으로 보는 쉘터민들이 은근히 많았다.

지원자들은 모두 검은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쉘터민들은 한 공간 안에 살며, 한 다리만 건너도 웬만해선 아는 사이다.

공정한 평가를 위한 장치였다.

“애들은 가라니까!”

“아, 왜요! 애들 아니고, 지원자라니까요?!”

지원자들 한쪽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무리가 있었는데.

“어허! 위험하게 어딜!”

“여기 위험한 거 모르고 온 지원자 있어요?!”

“어려서 안 된다니까!”

“그건 테스트해보면 아는 거죠.”

두 아이가 특임대원에 지원하겠다며 떼를 쓰고 있었다.

아무리 가면을 쓰고 있어도, 체구는 숨길 수 없다.

특임대원이 물었다.

“너희들 몇 살이니?”

“나이는 왜 물어봐요? 블라인드 테스트인데?”

“환장하겠네.”

누가 들어도 애들 목소리였다.

“하아······ 이거 참.”

특임대원은 강하게 쫓아내지는 못하고, 난감해 하는데.

“규칙대로 해.”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남 단장이 다가왔다.

“성별, 나이 상관없는 블라인드 테스트잖아.”

가면을 쓴 한 아이가 남 단장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역시, 단장님이십니다.”

특임대원은 남 단장에게 다가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애들이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시려고요.”

50명씩 이뤄진 각 그룹이 단체 격투를 벌이고, 항복 혹은 쓰러지지 않은 인원이 10명이 될 때까지 진행한다.

“글러브 끼고 할 건데, 별일 있겠냐. 그냥 테스트잖아. 내버려 둬.”

남 단장은 막상 시작하면, 두 소년이 겁에 질려 기권할 거라 생각했다.

***

오픈 핑거 글러브를 낀 선수들이 케이지 안에 섰다.

- 애들부터 내보낼까?

- 에이 됐어. 나중에 내보내도 되지.

- 저기 큰 사람 집중해.

C 그룹 테스트가 시작되었다.

참호격투장과 비슷하게 생긴 원형 케이지. 언제든 도망갈 수 있게, 케이지 외곽은 뻥 뚫려 있다.

[시작!]

체격이 좋은 사람들끼리 자연스럽게 편을 먹었고.

두 아이는 서로를 꼭 붙잡고 한쪽에서 오들오들 떨었다.

어른들은 아이들은 무시하고 경기를 시작했다.

- 우와아!

- 공격해!

- 야이씨! 살살해!

입술이 터지고, 코피도 나고.

간혹가다 실신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선발전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모두 신난 얼굴이었다.

쉘터 안에 갇혀 식물처럼 사느라 억눌려 있던 걸 마음껏 풀어냈다.

[현재 12명 남았습니다.]

사회자가 카운터를 했는데.

이제 성인들은 한쪽 구석에서 떨고 있는 두 아이를 주목했다.

- 끝났네.

- 얘들아, 케이지 밖으로 나가줄래?

- 아저씨가 들어서 내보내 줄까?

그때, 아이들의 떨림이 멈췄다.

“이제 움직이자.”

“그래.”

둘 중, 날씬한 아이가 날카롭게 외쳤다.

“잡아!”

키 큰 아이는 한 남성의 등 뒤에 올라탔고.

남성은 순간 당황하여 떼어내려 하자.

휙-

날씬한 아이가 전광석화처럼 뛰어들어 남성의 목젖을 손끝으로 찔렀다.

“커컥!”

아무리 큰 덩치라도 급소를 맞으면 어쩔 수 없다.

눈을 뒤집어 까면서 쓰러졌고.

“이 자식이?!”

바로 옆에 있던 남성이 두 팔을 펼치고 날씬한 아이에게 달려들려는데.

확!

키 큰 아이가 순식간에 그 남자의 뒤에 매달려 목조르기를 했다.

“켁!”

오래 버티지 못하고, 남성은 얼굴이 새파래지면서 쓰러졌다.

두 아이의 일격.

모두 전광석화와 같았으며, 조금의 망설임 없이 과감했다.

- 저녀석들 일부러 겁먹은 척 했던건가?

- 조그만 녀석들이 손에 사정이 없어.

- 큰일 나면 어쩌려고.

- 어른들 보다 더한 놈들이네.

다들 멍하니 보고 있는데.

두 아이는 경계 자세를 풀지 않고, 케이지 안의 어른들을 노려볼 뿐이었다.

방금 일격을 봤기에, 아무리 아이라도 그 누구도 쉽게 다가오지 못했다.

사회자는 쓰러진 두 남성이 정신을 못 차리는 걸 보고 급하게 소리쳤다.

“의료진! 빨리!”

쓰러진 남성 둘이 실려 나가면서, C그룹의 테스트는 종료되었다.

“C그룹! 테스트 끝!”

두 아이는 C그룹 최종 10인 안에 들었고.

“앗싸! 나이스!”

“하하! 잘했어~ 시안아.”

두 아이는 웃으며 가면을 벗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들을 알아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

지혁의 아들과 황 실장의 아들.

오시안과 황한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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