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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이 능력을 숨김-298화 (298/301)

< 외전40. 천지 작전 (1) >

남 단장은 시안에게 연결된 마이크로 내부 상황을 듣고 있었는데.

은빛광장에 모인 목자와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 기괴해 보였다.

“이건 너무 특이한데.”

옆에 특임대원들도 한마디씩 했다.

- 정신병자들 같습니다.

- 이 사람들 싹 다 처단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 몇 명이나 있는지를 알 수가 없으니까.

종교집회 같은데, 종교는 아닌 듯한 묘한 분위기.

[물러가라아~!]

마이크로 전해 들어도, 날카로운 쇳소리는 소름을 돋게 했다.

“종교화된 것 같습니다.”

옆에서 잠자코 있던 심우민이 말했다.

“종교화요?”

“네.”

심우민은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청주 쉘터를 막 빼앗겼을 때 추 이사 옆에 있던 자에요.”

시안의 앞가슴 단추 하나가 소형 카메라인데, 화질이 좋지는 않지만 내부 상황을 볼 수 있었다.

심우민은 목자의 얼굴을 알아봤고,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추 이사 보면서, 회사생활이나 하던 사람이 이상하게 선동을 잘한다 싶었는데······ 저 목자라는 사람 보니까 이해가 되네요. 옆에서 코칭해 준 거였네.”

심우민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아무래도 최근에 추 이사가 저자한테 밀린 게 아닐까 싶네요.”

“왜요?”

“쉘터 최고 직위자가 위험한 바깥으로 작전하러 나온다는 게 이상하지 않았습니까.”

“······.”

“아, 우리 회장님 또한 그러하시지만, 워낙 전투력이 출중하시니 번외로 두고요.”

추 이사가 속리산에 모습을 드러낸 걸 모두 의아해 했었다.

“아무래도 추 이사가 저자한테 밀리면서, 무리하게 존재감을 보이려다가 그랬던 게 아닌가 싶네요.”

남 단장은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심 대리 얘기대로라면, 진짜 머리는 따로 있다는 거잖아요? 섬멸 작전으로 변경해야 할까요?”

심 대리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나중에 가서 우두머리가 바뀐 거죠. 우리에게 엿먹였던 건 추 이사가 맞아요. 추 이사한테 볼 일은 끝났고, 이들의 내부 사정엔 관여할 필요가 없어요.”

“······.”

“지금 목적은 청주 쉘터 탈환 아닙니까? 최소한의 출혈로 내쫓기만 하면 됩니다.”

남 단장은 볼수록 심우민이 참 냉정하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보통 사람은 아니야.’

시안은 무사히 전 구역에 연막탄 설치를 완료하였고, 남 단장은 복귀 지시를 내렸는데.

[여기서 뭐 하냐?]

웬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남 단장은 눈이 커져서 화면을 보았는데.

청주 쉘터에 막 진입했을 때 만났던 남성이었다.

“젠장. 잘 끝났나 싶었는데.”

[아저씨 자주 뵙네요.]

의심 사지 않으려고 시안이 노력했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도망치라고 해야 하나.’

의심을 돌릴 수 있다면 그게 좋겠지만.

의심을 피할 가능성은 적어 보였다.

지금 상황에서는 아무도 모르게 처리하는 게 최선이다.

‘남성이 너무 큰데. 시안이는 작고.’

시안이 과연 이 남자를 처리할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단장님, 지금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뻔하잖아요.”

남 단장은 고민했지만, 심우민은 차분했다.

“공격해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방심하고 있을 때 움직여야 성공확률이 높습니다. 타이밍 놓치면 안 됩니다.”

“······.”

“어차피 잡히면 끝입니다. 오시안 대원에게 맡겨보시죠. 본인 힘으로 선발된 대원입니다.”

꿀꺽.

남 단장도 지금 최선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에······.

오래 고민할 시간은 없었다. 곧바로 마이크를 잡았다.

***

[오시안 대원, 과감하게 해라.]

시안은 이어폰으로 남 단장의 작전 지시를 들었고.

스륵- 스륵-

온몸을 긴장한 채 남성과의 거리를 조금씩 좁혔다.

“어? 얘 봐라?”

공격할 자세를 갖추며 다가오는 시안을 보며, 남성은 석궁으로 조준하고 물었다.

“너 진짜 정체가 뭐냐? 너무 이상한데?”

시안은 남성의 석궁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정석적인 방법으로는 안 되겠어.’

시안은 자세를 풀고 대답했다.

“밖에서 왔어요.”

“뭐?! 밖에서? 어떻게?”

어깨를 으쓱하고는 대답했다.

“궁금하시면 생포하셔야 하지 않을까요? 이 자리에서 말하긴 싫은데.”

“······.”

남성은 시안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보다가 말했다.

“두 손 앞으로.”

시안은 순순히 두 손을 내밀었고.

남성은 허리춤에서 끈을 꺼내려고, 석궁을 잡았던 손을 잠시 풀었는데.

그 순간.

파파박!

시안은 남성의 앞으로 튀어 올랐다.

눈 깜짝할 새에 오른쪽 허벅지에서 단검을 빼 들었고.

아이스픽 자세로 고쳐잡고, 남성의 목을 향해 내리찍었는데.

탁!

남성도 보통은 아니었다.

왼손을 들어, 칼날이 목에 닿기 직전에 시안의 오른 손목을 잡았다.

“이 자식이?!”

석궁은 발밑으로 떨어졌고.

시안은 손목을 남성에게 잡힌 채 허공에 떴다.

남성은 곧바로 오른 주먹을 들어, 시안의 턱을 가격하려 했는데.

스릉-

시안은 매달린 상태에서, 왼손으로 허리춤에서 단검을 빼었다.

‘나를 지키는 운동’의 기본은 쌍검이다.

왼손과 오른손 모두 검을 잘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지혁의 지침이 있었고.

시안은 그걸 잘 따랐다.

푹!

시안은 남성의 심장을 조준하여 찔렀다.

남성이 방검복을 입진 않았지만, 매달린 상태에서 힘을 싣기가 어려워 깊이 박지 못했고.

시안은 여전히 남성의 손에 매달려 있었다.

“젠장!”

시안은 눈을 부릅뜨고, 젖 먹던 힘을 다해 칼을 다시 뽑아냈다.

찍-

칼이 박혔던 자리에서 피가 튀어 올랐다.

시안은 일격을 가하기보다는, 빠르게 찌르고 빼기를 반복했다.

“으아악!”

푹! 푹! 푹!

남자가 쓰러질 때까지 칼질은 계속됐고.

“커컥······.”

남자는 어느새 흰자위를 드러내며, 고목 넘어가듯 뒤로 푹 쓰러졌다.

시안은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고 배웠다.

쓰러진 남자의 두 눈부터 칼로 찌른 후.

“후-!”

칼을 두 손으로 잡고, 몸의 무게를 실어 심장에 깊숙이 박아 넣었다.

부르르-

남자는 온몸을 비틀며 떨더니, 축 늘어졌다.

시안은 남자의 목 위에 손을 대고 맥박을 확인했다.

‘죽었다.’

5분도 안 되는 시간.

이 짧은 시간 안에 벌어진 일이었다.

시안은 피범벅이 된 자기 손을 바라봤다.

부들부들.

손이 떨리고, 이빨이 부딪혔다.

사람을 죽여본 건 처음이었다.

몸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고,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오시안 대원.]

남 단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후우-

시안은 정신을 차리려고 한숨을 크게 쉰 후 대답했다.

“네.”

[잘했다. 다친 데 없나?]

잡혔던 손목이 욱신거리는 것 외에 다친 곳은 없었다.

“네, 없습니다.”

[살인 아니야. 전투를 벌인 것뿐이다.]

“······.”

[여러 생각하지 마라.]

***

시안은 몸에 묻은 피부터 닦았다.

특수 제작된 옷이라, 피는 쉽게 닦였다.

‘괜찮아. 괜찮아. 정신 차리자.’

시안은 마음속으로 되뇌며, 자신을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적당히 닦고, 어서 복귀하라.]

남 단장은 시안이 있는 곳에 누군가 올 수 있기에, 빨리 자리를 피하길 바랐다.

어차피 환기구로 이동할 것이니, 옷에 피 묻은 걸로 문제 될 건 없으니까.

“플랜 B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뭐?!]

시안은 CCTV를 바라봤다.

사각지대로 다니며 잘 피해 다녔었지만, 전투를 벌인 곳은 CCTV 사각지대가 아니었다.

“CCTV에 찍혔습니다.”

[······.]

“곧 점거자들이 알게 될 텐데, 환기구로 탈출하는 건 무리일 것 같습니다.”

점거자들은 시안이 환기 통로로 탈출한 걸 알게 되면, 통로를 폐쇄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환기 통로 안에 갇히게 될 가능성이 큰데.

만약 작전이 길어지거나 실패라도 하게 된다면, 좁은 통로 안에서 말라 죽을 수 있다.

그야말로 가장 끔찍한 죽음이었다.

[흠······ 괜찮겠나?]

남 단장은 시안의 뜻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걱정되어 다시 한번 물었다.

플랜 B는 환기구가 아니라, 점거자들이 청주 쉘터를 빠져나갈 때 그 틈에 섞여서 탈출하는 것이다.

즉, 청주 쉘터의 내부 위협을 함께 겪어야 한다.

연기를 오래 쐬면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B-72 연막탄’을 마셔야 하는 것이다.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지금 환기 통로로 탈출하는 건 너무 위험합니다.”

[본대 도착까지 3일은 대기해야 한다.]

“CCTV 사각지대와 은폐할만한 공간을 숙지하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버텨 보겠습니다.”

[알겠다. 플랜 B로 진행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에, 남 단장은 시안의 요청을 수락했다.

3일 뒤.

영문 모를 살인 사건으로 쉘터 내부는 뒤숭숭했으나, 시안은 잡히지 않았다.

본대가 도착하여 준비가 끝난 뒤.

플랜 B 작전에 따라, 남 단장은 명령을 내렸다.

[쉘터 입구 가까이 위치한 뒤에, 신호 보내라. 연막탄 개시하겠다.]

“알겠습니다.”

시안은 머릿속에 설계도를 완벽히 숙지하고 있기에, 이동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쉘터 입구 쪽에 위치한 뒤, 보고했다.

“플랜 B 포인트로 이동 완료.”

[양호.]

남 단장은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

[천지 작전 2단계, 개시.]

***

[우리의 결속은 강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민족이 되어,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것입니다. 서로 사랑하십시오. 나쁜 것들을 향해 외치십시오.]

집회는 자주 하는데, 내용은 항상 비슷하다.

[시기 질투하는 마음! 내 안의 모든 탐욕! 결속에 대한 의구심! 배우자에 대한 불신! 혼자 살고 싶은 마음!]

목자의 마지막 외침은 항상 똑같았다.

[모두! 물러가라아~!]

“물러가라아~!”

[물러가라아~!]

“물러가라아~!”

콜록. 콜록.

어디선가 기침 소리가 들렸다.

- 너무 소리 질렀다.

- 왜 이렇게 목이 칼칼하지.

콜록. 콜록.

군중들 사이에 기침 소리는 점점 커졌고.

은은한 연기가 시야에 보일 때쯤엔, 기침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어디선가 외쳤다.

- 불이다!

- 불이야~!

연기가 보이니, 막연히 불이 났다고 생각한 것이다.

- 으악~! 눈 따가워!

- 콜록!

연기가 짙어지자, 은빛광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고.

사람들이 이리저리 날뛰었다.

- 죽을 것 같아!

- 도대체 연기가 어디서 나는 거야!

룸에서 TV로 집회를 보던 사람들도 집 밖으로 뛰쳐나왔다.

[여러분, 당황하지 마십시오. 화재 지점을 곧 발견하여······.]

쉘터 중앙 방송이 나왔지만, 점거자들은 그 말을 들을 정신이 아니었다.

- 살려줘!

- 도대체 뭐야!

얼굴이 가렵고, 호흡은 가빠지며, 눈물과 콧물이 줄줄 흐르고.

점거자들은 죽을 것 같았다.

어떻게 된 건지 환풍기를 돌려도, 연기는 빠지지 않았다.

밖에서 특임대가 모든 환기구를 틀어막고 있었으니까.

- 문 열어!

- 어서 열어!

죽을 것 같은 고통에 이르자, 점거자들은 이성을 잃었고.

우르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쉘터 입구를 향해 모여들었다.

- 문 열라고!

- 숨 막혀! 제발 좀!

- 안에서 죽게 할 셈이야?!

입구 쪽으로 사람들이 계속 쌓여갔는데.

입구는 열리지 않았다.

- 케켁!

- 밀지 마! 밀지 마!

수천 명이 사람들이 입구로 몰리면서, 인파로 인한 압력으로 정신을 잃는 사람도 생겼다.

그래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 이 사람 죽은 거 아니야?!

- 문 빨리 열라고!

- 밀지 좀 마!

밀지 말라고 했지만, 사람들은 점점 쌓이면서 압력은 더욱 심해져 갔고.

쉘터 입구는 아비규환이 되었다.

‘젠장.’

입구 가까이 있던 시안도 죽을 맛이었다.

최대한 벽 쪽에 붙어서, 양손으로 가슴을 막고 버텼지만, 점점 정신이 혼미해져 갔고.

점점 눈이 감겨 갈 때쯤.

목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선택받은 여러분.]

- 목자님! 제발 살려주세요!

- 진짜 죽을 것 같아요!

[문 열겠습니다.]

- 우와아~!

- 제발 빨리요!

[멀리 가지 마세요. 이곳이 가장 안전하답니다. 주변에 있다가 다시 들어오는 겁니다.]

- 알겠습니다!

- 알겠으니까! 빨리 열어줘요.

[이곳이 가장 안전하답니다.]

위이잉-

쉘터 입구가 열렸고.

- 우와아~!

점거자들은 밀물처럼 쏟아져 나갔다.

문 가까이 있던 사람들이 많이 넘어졌는데.

- 우와아.

뒷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고, 막 밟고 지나갔다.

[모두 대기해.]

특임대원들은 쉘터 입구 근처에 은폐하여, 다 쏟아져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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