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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이 능력을 숨김-299화 (299/301)

< 외전41. 천지 작전 (2) >

- 우와아~!

남 단장은 쉘터 입구에서 터져 나오는 사람들을 보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굉장하네.’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입구로 삐져나오는 모습은 끔찍해 보일 정도였는데.

마치 그물망에 한가득 담긴 멸치떼가 쏟아져 나오는 것 같았다.

‘시안이 괜찮으려나.’

눈에 불을 켜고 지켜보았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나오니 시안을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단장님, 아무래도 들어가서 찾아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

“오시안 대원이 문 개방되기 전에도 힘들어하지 않았습니까.”

개방되기 직전에 인파로 인한 압력으로 시안은 많이 힘들어했고, 신음소리를 스피커로 똑똑히 들었었다.

그 때문에 남 단장과 지휘부는 문을 부수는 등 다른 조치를 취해야 할지, 열리기 직전까지 고민했었다.

“생각 중이야. 잠깐 대기해 봐. 지금 나서면 혼란만 가중돼.”

입구에서 멸치떼처럼 쏟아져 나오는 상황.

지금 섣부르게 진입했다가는 이도 저도 안 될 것 같았다.

‘시안이가 너무 안 보이는데.’

남 단장은 계속 고민하다가, 좋은 수를 생각해냈다.

“부단장.”

“네!”

부단장이라 불린 특임대원이 큰 소리로 대답했다.

“지금 당장, 특임대원 20명 사복으로 갈아입혀서, 안으로 진입하라.”

“사복은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남 단장 인상을 쓰고, 큰 소리로 말했다.

“상의만 탈의해서 군복처럼 안 보이게 하든가, 지금 나온 점거자 일부 제압해서 사복을 벗겨내든지, 어떻게든 준비를 해! 내가 이런 것까지 설명해줘야 하나?”

“아, 알겠습니다.”

잠시 후, 부단장과 함께 사복 차림의 20명의 대원이 섰고.

남 단장이 말했다.

“지금 점거자들이 밖으로 나오는 흐름이 너무 과격하다. 그 때문에 속도가 너무 더뎌.”

B-72 연막탄의 효과는 시간제한이 있다. 한도 끝도 없이 연기를 뿜어내는 건 아니다.

점거자들이 다 나오기 전에, 연막탄이 소멸되어 혼란이 진정된다면 작전은 실패로 돌아간다.

남 단장은 눈을 부릅뜨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준비된 특임대원들은 안으로 진입하여, 점거자들이 빨리 나올 수 있도록 질서 통제하라.”

부단장이 선뜻 이해가 안 되어 눈을 동그랗게 뜨자, 남 단장은 부연 설명을 했다.

“나오려다가 쓰러진 사람들이 입구에 쌓이고, 그 위에 또 쌓여서 원활하게 못 나오고 있잖아.”

“······.”

“아래 깔린 사람들 빼내고, 뒷사람들이 빨리 빠져나올 수 있도록 통제하란 말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나?”

즉, 원활한 작전 수행을 위한 안전요원이 되라는 거였다.

부단장은 남 단장의 지시를 곧바로 이해하고, 큰 소리로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거.”

남 단장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오시안 대원의 안전부터 확보해. 그게 첫 번째야.”

“네!”

***

특임대원들은 안으로 진입했다.

점거자들처럼 보여야 하기에 방독면은 쓸 수 없었고, 고통스러워도 꾹 참았다.

‘꼬마 애가 작전 수행했는데.’

특임대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데는, 시안의 영향이 컸다.

아이가 가장 위험한 일을 해냈는데, 성인 특임대원이 위험하다고 머뭇거릴 수는 없었다.

특임대원들은 입구를 막 빠져나가려는 점거자를 붙잡고 말했다.

“아래 사람들부터 빼냅시다.”

“······.”

“뒤에 사람들도 생각해야죠. 이러다가 사람들로 입구 쌓여서 뒷사람들 다 죽습니다.”

대부분은 특임대원의 말을 무시하고 밖으로 뛰쳐나갔으나.

일부는 특임대원의 말을 따라서 입구 정리를 도왔으며, 그 수는 점점 늘어갔다.

- 하나~ 둘!

쉘터 입구가 정리되면서, 쉘터 탈출은 한결 원활하게 진행되었고.

점거자들은 빠른 속도로 쉘터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빨리 찾아!”

“네!”

어느 정도 입구 소통이 원활해지자, 특임대원들은 입구 주변을 샅샅이 살피기 시작했고.

“오시안 대원!”

오래 가지 않아, 벽 쪽에 붙어 가쁜 숨을 몰아쉬는 시안을 발견했다.

섹- 섹-

다행히 숨이 붙어있었고, 눈도 뜨고 있었다.

“오시안 대원! 괜찮나? 구하러 왔다!”

“······.”

“내 말 들리나?!”

시안은 희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들립니다······.”

“살아줘서 고맙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특임대원 중 한 명이 바로 시안을 들쳐메고 밖을 향해 뛰었다.

“출구 확보해!”

나머지 특임대원들은 입구에 몰린 사람들을 양옆으로 밀어 통로를 만들었다.

- 어?! 왜 이래!

- 밀지 마세요!

- 아악! 아프잖아!

확보된 공간으로 시안을 들쳐멘 특임대원은 빠르게 빠져나갔다.

“카악-! 우웩!”

시안은 연기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으로 나오자, 막힌 숨을 뱉어내며 구역질을 했다.

“오시안 대원!”

남 단장은 시안에게 달려왔다.

“남 단장님, 임무 완료 보고······.”

시안은 남 단장 얼굴을 보자, 잘 가누지도 못하는 몸으로 거수경례하며 보고하려는데.

와락-!

남 단장은 시안을 꼭 끌어안았다.

“고생했다. 오시안 대원.”

시안의 눈가에 살짝 물기가 맺혀 있었는데.

토닥토닥.

남 단장은 시안의 등을 두들기며 말했다.

“다 끝났다. 고생했어.”

“······.”

남 단장은 시안의 얼굴을 살피며 물었다.

“어디 다친 데는 없고? 괜찮은 거야?”

“살아 있으니, 괜찮은 것 같습니다.”

시안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고, 남 단장도 웃으며 말했다.

“첫 임무지만, 훈장이라도 받아야겠는데?”

“하하.”

남 단장은 오토바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네 임무는 다 끝났으니까, 먼저 복귀해라.”

더 이상 시안을 위험한 곳에 두고 싶지 않았다.

“운전사 배치해 놨으니까······.”

“싫습니다.”

시안은 결연한 얼굴로 말했다.

“작전 중에 어딜 갑니까.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위험하다니까. 이 상태로 뭘.”

“다친 곳도 없고, 심호흡 좀 했더니 괜찮아지고 있습니다.”

남 단장은 착잡한 얼굴로 시안을 바라봤다.

본인 임무를 잘 마쳤는데, 이 위험한 곳에 끝까지 있겠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저 지금 멀쩡하고, 작전 중에 혼자 돌아갈 이유는 없습니다.”

“······.”

“제가 회장님의 아들이기에 더욱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시안은 자신의 위치와 그로 인해 감당해야 할 무게를 잘 알았으며, 피하고 싶지 않았다.

남 단장은 순간 지혁을 떠올린 뒤, 시안을 바라봤다.

‘확실히 달라. 이 집안은 유전자가 특별한가.’

시안은 도리어 웃으며, 남 단장을 안심시켰다.

“멀찍이서 안전하게 회복하고 있을 테니, 저는 염려 마시고 작전 수행하십시오.”

***

위장한 특임대원들이 통제한 이후, 점거자들이 쉘터 입구를 빠져나오는 속도는 훨씬 빨라졌다.

거의 다 나왔는지, 나오는 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와······ 꽤 오래 걸렸네.”

남 단장은 혼잣말한 뒤, 옆의 특임대원에게 물었다.

“인원 체크하고 있지?”

점거자 규모를 확인하기 위해. 열화상 특수장치를 활용하여 인원 체크 중이었다.

“하아······ 네. 그게.”

특임대원은 고개를 갸웃하고는 대답했다.

“장비는 분명 멀쩡한 거 같은데.”

“왜 그러는데?”

“2만 명이 좀 넘는 걸로 나옵니다.”

“······ 뭐?!”

남 단장은 황당한 얼굴로 특임대원을 바라봤고.

특임대원은 본인이 잘못한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장비에 찍힌 숫자를 보여주었다.

“보십시오. 전 나온 대로 읽었습니다.”

‘21,721’

남 단장은 눈을 끔뻑이며 생각했다.

‘뭐 이렇게 많아?’

인원수가 불어났을 가능성이 있으며, 일만 명이 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2만 명까지는 예상 못 했었다.

‘일부러 사람들을 끌어모은 건 아니겠지?’

또한, 그 많은 점거자들은 멀리 가지 않고 쉘터 주변을 맴돌았다.

남 단장은 독가스로 오인하여 탈출한 사람들의 행동치고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곰곰이 그 이유를 생각하다가.

‘멀리 가지 마세요. 이곳이 가장 안전하답니다.’

시안의 마이크를 통해 들었던, 목자의 말이 떠올랐다.

‘설마, 겨우 그 당부 때문에?’

남 단장은 열화상 장비를 담당하는 특임대원에게 물었다.

“혹시 빨간 양복 나왔나?”

목자를 말하는 거였는데, 특임대원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저 또한 유심히 살폈는데, 안 나온 것 같습니다.”

“안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네.”

최고 리더가 이 정도 위기를 못 피했을 리는 없고.

방독면을 사용하거나 내부에 안전한 장소가 있는 걸로 추측할 수 있었다.

점거자들은 거의 다 나왔고, 이제 다음 단계를 시작해야 할 시점.

‘뭔가 좀 싸한데.’

머릿수는 너무 많고.

빨간 양복은 보이지 않고.

시안을 통해 내부 상황을 확인했기에, 특이사항은 없는 거로 알지만.

남 단장은 왠지 망설여졌다.

힐끔.

옆의 심우민을 한번 보았는데, 그는 굳은 표정으로 상황을 주시할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방아쇠는 당겨졌어.’

지금까지 작전대로 잘 되고 있다.

실체를 알 수 없는 불길함 때문에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천지 작전 3단계, 개시하라.”

“알겠습니다!”

***

완전무장한 회색 군복 무리가 쉘터 주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났고.

질서정연하게 청주 쉘터 안으로 진입했다.

- 저거 뭐야?

-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지?

- 우리 집을 왜 들어가?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

점거자들은 황당한 눈으로 특임대원들이 청주 쉘터 안으로 들어가는 걸 지켜보다가.

- 당신들 누구야!

- 뭐해?! 어서 가서 막아!

일부가 달려들었다.

탕! 탕!

두 발의 총소리로 주변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허공에 발사한 경고사격이었다.

[불법점거자들에게 알린다.]

고요한 가운데, 남 단장의 목소리가 확성기를 통해 퍼졌다.

[청주 쉘터는 선도그룹의 소유물이다. 현 시간부로 불법점거자들의 청주 쉘터 퇴거를 집행한다.]

청주 쉘터 주변에 운집한 점거자들은 멍한 얼굴로 남 단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과거의 일은 묻지 않겠다. 다만, 지금 퇴거 조치에 불응할 경우, 사유재산을 지키기 위한 강력한 조치가 시행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그게 무엇일지는 좀 전의 두 번의 총소리로 예상할 수 있었다.

점거자들은 얼어붙어서 꼼짝도 못 하고, 특임대원들이 진입하는 것만 지켜보는데.

- 으악!

- 뭐해! 쏴!

탕! 탕!

쉘터 내부에서 총소리가 들렸고.

특임대원 일부가 몸에 화살이 꽂혀, 부축받으면서 나왔다.

곧이어, 방독면을 쓴 남자들이 쉘터 위에 나타나, 입구 주변의 특임대원들을 향해 무작위로 석궁을 쏘기 시작했다.

[드디어 적들이 왔습니다.]

온 주변이 다 울릴 정도의 커다란 소리가, 청주 쉘터에서 밖으로 퍼져나왔다.

목자의 목소리였다.

[우리의 안식처를 뺏으려는 자들이 왔습니다.]

목자의 목소리를 듣고, 겁에 질려있던 점거자들의 눈빛에 독기가 들기 시작했다.

[지키십시오! 싸우십시오! 우리는 선택받은 자들입니다!]

- 가자~!

- 다 죽여!

- 피 흘리자!

[후손을 위해 싸우십시오!]

점거자들은 허리춤에서 칼을 빼 들었는데.

훈련된 듯, 그 동작이 익숙해 보였다.

일촉즉발의 상황.

[적들은!]

목자의 쇳소리 같은 목소리가 날카롭게 울려 퍼지며.

[물러가라아~!]

- 우와아~!

점거자들은 눈을 까뒤집고 일시에 달려들었다.

“발포하라!”

탕! 탕! 탕!

특임대원들은 총으로 응사했으나, 죽을 각오로 달려드는 수많은 머리를 막아낼 수는 없었다.

- 죽여!

곧, 양측은 엉켰으며.

쉘터 입구를 중심으로, 서로를 죽고 죽이는 아비규환 상황이 되어버렸다.

[물러가라아~!]

한편, 쉘터 입구 떨어진 곳에서 몸을 추스르던 시안도 소름 끼치는 소리를 들었는데.

우웅-

수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움직이니, 지축이 흔들렸다.

- 오시안 대원, 잠깐 기다려. 처리하고 올게.

함께 있던 특임대원 4명이 적들의 소리가 나는 곳으로 움직였는데.

- 으악!

머지않아 비명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칼을 든 사람들이 달려오는 게 보였고.

시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신 바짝 차리자.’

아직 회복이 덜 되어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눈을 부릅뜨고 양손에 검을 말아쥐었다.

“고개 숙여.”

“네?”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시안은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는데.

낯익은 얼굴이 자동소총을 들고 서 있었다.

‘아빠?’

“빨리!”

휙-

시안이 고개를 숙이자마자.

다다다다!

지혁은 전방을 향해 사정없이 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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