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2화 (2/211)

00002  第 1 話  =========================================================================

第 1 話 “1일째”

[강화를 시도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

나는 조심스럽게 '예'라는 버튼으로 마우스를 움직였다. 동시에 내 가슴 속에서는 정체 모를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고, 그 감각을 느낀 나는 즉시 '아니오' 버튼으로 바꿔 눌렸다.

[강화를 취소하셨습니다.]

“후, 아직도 안 되네.”

진짜 이놈의 취소 버튼만 5,000번 넘게 누른 거 같았다.

‘오늘도 글렀나?’

지금 내 모니터 안에 있는 아이템을 강화하기 위해 4일이라는 시간을 죽치고 있었으니 다소 조급함이 밀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다시 해보자.”

딸각 딸각-

[강화를 시도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

다시 마우스를 클릭해서 강화하는 창을 띄운 나는 조심스럽게 손을 움직였다. 마찬가지로 '예'라는 버튼에다 커서를 옮긴 나는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감을 기대했지만…….

“어?”

가슴에서 기어오르는 듯한 불안감은 없다. 오히려 뻥 뚫릴 정도로 시원한 감각을 느낀 난 그대로 '예'라는 버튼을 눌려버렸다.

그 결과!

[띠링!~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무기 '드래곤 스태프'가 +18의 화려한 빛을 뽐내기 시작합니다!]

“아싸!! 드디어 성공시켰다!”

덧붙이자면 현재 강화에 성공한 이 드래곤 스태프는 게임 내에서 최고로 좋은 무기였다. 그런 무기에다 서버 최초로 18강을 띄운 것이니 얼마나 대단한가?

뭐, 그렇다고 이 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그럼 왜 강화했냐고? 뻔하지.

“어디보자~ 15강이 110만 원이었으니, 이건 300만 원에 올려야지.”

실제로 계산한다면 300만 원은 엄청 싼 가격이다. 그러나 주저하지 않는다. 어차피 몇 개월 전부터 게임 시세는 계속 떨어지고 있는 추세였고, 또 오늘이 지난다면 이 가격으로도 팔지 못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이 게임도 마지막이네.’

강화에 성공한 아이템을 사진으로 찍어 현금 게시판에 올려둔다. 그리고는 오늘 오픈된 게임을 떠올렸다.

‘가상현실 게임으로 이제 이런 게임은 버려질 테니까.’

그렇다.

오늘은 가상현실 게임이 출시되는 날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가상현실 게임을 기대하며 그곳으로 넘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고,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게임의 재미는 둘째 치더라도 사람들이 모여든다면 그만큼 돈이 된다는 뜻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아~ 빨리 접속기가 도착해야 될 텐데…… 대체 언제 오는 거야?’

오늘 출시일인 만큼, 예약 신청도 끝낸 지 오래였다. 일정대로라면 오늘 접속기가 도착할 테고, 나는 그 게임으로 넘어가서 돈을 벌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는 이유도 간단하다.

‘시세가 떨어지고 있는 게임을 계속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자랑은 아니지만 난 온라인 게임으로 돈을 벌고 있었다. 그런데 그 가상현실 게임이 나온다는 소식에 모든 온라인 게임의 시세가 내려가기 시작했고, 고민 끝에 나도 그들을 따라 가상현실 게임으로 갈아타기로 결심한 것이다.

응? 시세가 얼마나 내려갔냐고?

만일 가상현실 게임이 나오지 않았다면, 방금 강화에 성공한 스태프의 가격은 1천 만이 거뜬할 거라 믿었다.

그런 아이템을 고작 300만 원에 팔아야 되다니?

그렇다고 실망하는 건 아니다. 어차피 게임에도 수명이라는 게 있었고, 그게 조금 더 빨리 찾아왔을 뿐이니 말이다.

‘하지만 내 능력이라면…….’

가상현실 게임에서도 돈을 버는 게 가능할 거 같았다.

내가 지금의 능력을 발견한 건 2년 전.

우연찮게 발견한 능력이었다. 남들 다 하는 강화를 하고 있는 도중에 왠지 모를 이상한 느낌을 받은 나는 그 느낌이 가는 대로 강화를 했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완벽하게 내 능력에 대해 파악할 수 있었다.

대단하지 않은가?

적어도 나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불과 2년 전에 발견한 이 능력으로 현재 내 통장에는 2억에 해당하는 금액이 모였으니까. 일주일에 최소 50만 원에서 많게는 몇백만 원까지 번 적이 있으니, 이런 금액도 어렵지 않게 모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내게 고민이 있다면…….

‘부디 가상현실 게임에서도 강화가 있어야 될 텐데.’

정도?

강화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 뻔하다. 그냥 망하는 거다. 내 직감은 랜덤의 확률에서 최상의 확률을 뽑아내는 것인데, 그 능력을 게임 내에서 가장 명확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강화'였기 때문이다.

직감(直感).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나만의 비밀.

이 능력을 발견한 나는 '설마 로또도 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거기에 대한 실험까지 해봤지만 안타깝게도 로또 같은 건 절대 불가능하다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집중해도 맞는 번호가 단 한 개도 없었던 것이다.

‘직감이 아예 발동조차 되지 않았으니 돈만 날렸던 셈이지.’

로또는 내가 번호를 찍는다고 해서 바로 결과가 튀어나오는 게 아니었기에 직감이 발동되지 않은 듯했다. 어쨌든 로또를 포기한 나는 동전으로 긁어 당첨을 확인하는 즉석복권으로 실험했는데, 의외로 이건 직감이 발동되었다.

문제는…… 동전을 긁기 시작한 순간부터 발동이 되는 탓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가계 주인에게 '이거 조금만 긁어보면 안 돼요?' 라고 말할 수도 없지 않은가? 손대면 돈 주고 사야지.

뭐, 아무튼 그런 실험을 해본 결과, 나는 내가 가진 능력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결과가 아무리 늦더라도 2~3초 뒤에 나타나야만 직감이 발동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아~ 만일 이 능력으로 로또만 됐어도.’

만일 로또만 된다면?

굳이 말해야 되나? 이런 게임은 하지도 않았겠지.

딩동~

“오? 도착했나?”

내 능력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무렵, 갑작스런 벨 소리에 반가워하며 즉시 문을 열었다. 예상대로 접속기가 도착한 것인지, 어떤 직원으로 보이는 다섯 명의 사람들이 커다란 기계를 놓고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여기가 이기원 씨 댁이 맞으십니까?”

“예. 맞아요.”

“신청하신 접속기를 설치하러 왔습니다.”

역시 접속기였다.

“아, 들어오세요.”

기대했던 접속기가 도착하자 나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직원들을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그러면서 잠깐 접속기를 보니, 나머지 직원 4명이 힘겹게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꽤나 무거운 모양이다.

“설치는 어디로 할까요?”

“저기 거실로 해주세요.”

혼자 사는 집이긴 했지만 넉넉한 공간이라고는 거실 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설치는 자연스레 거실이 되었고, 나의 대답을 들은 직원들은 그 커다란 접속기를 옮겨 몇 가지 조작을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보니 접속기가 크긴 크군.’

접속기는 사람 한 명이 충분히 들어갈 정도로 커다란 캡슐 형태였다. 당연히 무게도 상당할 것이다. 일단 바퀴가 있는 거 같으니 움직이는 거야 큰 문제가 없겠지만…….

“다 됐습니다.”

어쨌든 전선을 연결하는 등의 설치를 끝내자 직원 한 명이 내게 끝났다는 말과 함께 한 권의 책을 건네주었다.

“여기 접속기와 게임에 대한 설명서가 있습니다. 접속하시기 전에 한번 읽어보세요.”

“예. 감사합니다.”

“뭘요. 그럼 가보겠습니다.”

“수고하세요.”

설치를 끝낸 직원들은 그렇게 밖으로 나갔고, 나는 설명서를 펼쳤다. 일단 설명서에는 접속하는 방법과 주의사항이 적혀 있었는데 그렇게까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이 없다고 판단한 나는 책을 대충 훑어보는 식으로 넘겼다.

가상현실 게임에 대한 내용이야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기에 나도 어느 정도는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굳이 꼼꼼하게 읽을 필요는 없겠지?

오늘 접속기가 도착하기 전까지 나 나름대로 가상현실에 대해 많이 알아봤다고 판단한 나는 그대로 책을 던지고는 접속기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 접속하는 방법만 알면 됐지, 뭘 꼼꼼하게 읽을까.’

접속기 안으로 들어간 나는 그 안에 있는 헬멧을 쓰고, 팔걸이 끝부분에 있는 장갑에다 손을 끼웠다. 마지막으로 밑에 설치된 신발 같은 곳에도 발을 넣은 나는 음성으로 접속기를 실행시켰다.

“게임 시작.”

팟!-

웅웅!-

내 목소리와 함께 작동을 시작하는 접속기. 오, 신기한데? 그리고 내 귓가로 한 여성의 음성이 들려왔다.

[황혼이 비추는 거리에서 당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를…….]

동시에 내 눈앞에는 뭔가 흐릿한 배경이 보였다. 분명 눈을 감고 있었음에도 흐릿하게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난 당황하지 않으며 그 흐릿한 배경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배경은 점차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배경이 선명하게 보일수록 현실에서의 의식은 멀어졌지만, 이게 설명서에 적힌 정상적인 접속 방식이었다.

“이런 접속 방식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먼저 손을 움직여보았다. 뭔가 감각이 없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움직이는 손에서는 감각이 조금씩 또렷해지고 있었다.

번쩍-

“응?”

그때 내 앞에는 작은 빛이 번쩍이더니 곧 10cm 정도의 크기를 가진 작은 여자아이가 나타났다. 등에 날린 날개가 왠지 모르게 요정이라는 느낌을 주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튜토리얼을 책임지고 있는 요정. 노아라고 해요. 황혼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튜토리얼?”

“예. 튜토리얼이요. 여기서 캐릭터 생성이랑, 기본적인 시스템만 잘 익히신다면 곧장 황혼의 세계에 들어가실 수가 있으세요.”

여기서 황혼은 이 가상현실 게임의 이름이었다. 생각해보니 아직 캐릭터도 만들지 않았구나.

“그럼 캐릭터는 어떻게 만드는데?”

“헤헤, 먼저 '캐릭터 생성'이라 외치시면 돼요.”

“그래? 캐릭터 생성.”

파밧!-

캐릭터 생성을 외치자, 내 앞에는 커다란 전신 거울이 나타났다.

“거울?”

“예. 거울에 플레이어님이 보이죠? 일단 접속기에 있는 스캔 기능으로 플레이어님의 모습을 구현했어요. 하지만 마음에 안 드신다면 원하시는 형태로 수정할 수 있어요. 외모를 고치거나, 머리색을 바꾸거나, 혹은 키를 조절할 수도 있죠.”

“오? 그거 괜찮은데.”

당연하지만 난 내 얼굴로 게임을 할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좋은 얼굴도 아닌 내가 무슨 자신감으로 외모를 내버려둘까? 나는 일단 이것저것 뜯어고치기로 했다.

“키는 조금 더 크게 늘려줘. 한 5cm 정도? 그리고 머리카락을 조금 더 길게 해주고…….”

내 요구에 따라, 거울에 있는 캐릭터는 점점 멋진 미남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거 의외로 재미있다? 보통 온라인 게임에서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몇 분, 길게는 몇 시간 고생한다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는데, 이런 재미가 있었나?

“으음. 대충 이 정도면 되겠지?”

그렇게 완성한 거울 안에는 꽤 멋진 남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썹까지 내려오는 짙은 검은 머리카락과 준수한 외모. 누가 보더라도 못 생겼다는 말은 나오지 않을 얼굴이다.

“좋아. 외모는 이걸로 할게.”

“그럼 캐릭터의 이름을 정해주세요.”

“이름? 이름이라…… 루딘.”

“음…… 중복되는 이름이 없네요. 예, 알겠습니다. 루딘 님.”

팟!-

노아가 루딘이라는 내가 정한 이름을 부르는 순간, 내 몸에서는 뭔가 새하얀 빛이 생겨나면서 앞에 놓인 전신 거울이 사라졌다. 사라진 전신 거울을 본 나는 캐릭터 생성이 끝났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캐릭터 생성이 끝났으니 이제 기본 조작법을 익히실 차례에요.”

“기본 조작…….”

하긴, 기본 조작은 배우는 편이 좋았다. 아무래도 가상현실 게임은 처음이니 말이다. 온라인 게임처럼 키보드를 누르면 아이템 창이 튀어나오거나 하진 않을 거 아닌가?

“자, 먼저 오른손을 앞으로 살짝 뻗으세요. 예~ 잘하시네요. 그리고 외치세요. 상태 정보창!"

“음, 상태 정보창.”

기세 좋게 외치는 노아와는 달리, 간단하게 말한 내 앞에는 하나의 창이 생겨났다.

[이름:루딘]

[칭호:없음]

[레벨:0]

[명성:0]

[생명력:100/100]

[마나력:100/100]

[지구력:100.0%]

[공격력:0] [마법 공격력:0]

[방어력:0] [마법 방어력:0]

[능력치]

근력(0) 지능(0) 민첩(0)

[습득한 스킬:0/30]

“어때요?”

“……글쎄? 뭔가 간단한데.”

상태창에는 나와 관련된 정보가 적힌 거 같았다. 그런데 왠지 이상할 정도로 '0'이라는 숫자가 많았다. 실제로 생명력, 마나력이라는 걸 제외하면 모조리 0이다.

“아무래도 처음이니 간단할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황혼이라는 세계에 점차 익숙해지신다면 간단하지도 않을 거예요.”

그러려나?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상태창을 보았다.

‘더럽게 간단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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