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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96화 (96/211)

00096  第 18 話  =========================================================================

第 18 話 “23일째”

“잡아!”

“실컷 공격해놓고 이제 와서 도망쳐?!”

“깡그리 죽여주마!”

입구를 지키고 있던 엠페러 길드원은 적대 길드가 도망친다는 걸 깨닫고는 즉각 튀어나와 쫓아가기 시작했고, 난 그런 길드원을 한번 바라보다 곧 사방에 떨어진 아이템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이템이 죄다 떨어졌네.’

바닥에 떨어진 수많은 아이템. 안 봐도 뻔하다. 내 아이템 창이 가득 차서 떨어진 것일 것이다. 내가 이런 아이템을 보고 고민하고 있을 때, 어느새 몇몇 길드원이 내게 다가와 말을 건넸다.

“부길마님! 괜찮으십니까?!”

“정말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혼자서…….”

‘뭐, 반응을 보니 이러나저러나 내 몫은 한 거 같군.’

이 정도 활약을 했으면 누구도 뭐라 하지 못할 것이다. 그나마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나와 싸웠던 그 플레이어 정도? 처음에는 실력 좀 있는 플레이어라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누구였는지 알 거 같았다.

‘분명 S랭크 플레이어겠지?’

솔직히 말해 다시 붙어도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마지막에 보여줬던 그 속도는 나조차 반응하지 못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또 등을 집요하게 공격하는 걸로 봐서 후방 공격에 대한 보너스라도 있는 듯했다.

‘후, 아까 대지의 역동으로 묶었을 때 잡았다면 좋았을 텐데.’

되도 않는 보조 효과로 살아날 줄이야.

더군다나 두 번째 대지의 역동은 먹히지도 않았다. 아마 앞으로도 먹히지 않을 거라 생각한 난 그에 따른 마땅한 공략을 떠올리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떠올리면 뭐해. 다시 붙을 것도 아닌데.’

이미 충분할 만큼 도와줬으니 이쯤에서 슬슬 빠질 생각이었다. 물론 적대 플레이어를 상대해 얻은 게 없지는 않다. 경험치와 돈. 아이템까지 상당수 얻긴 했으나 일부러 찾아갈 만큼 싸울 정도는 아니었다.

“그것보다 떨어진 아이템부터 챙겨야겠네요.”

그런 내 말에 길드원은 걱정 말라는 듯이 말했다.

“아, 떨어진 아이템은 저희가 따로 챙겨 드리겠습니다.”

“……그쪽이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한 개도 빠짐없이 주워 길드성에 모아둘 테니까요. 부길마님은 안심하고 남은 잔당들만 처리해주시면 됩니다.”

남은 잔당 이야기는 모르겠으나 이들을 믿고 아이템을 맡겨도 된다는 확신이 없었다. 바닥에 떨어진 아이템만 100여 개가 넘는데, 그중에서 한두 개 몰래 가져간다면 어쩌겠는가? 아니, 차라리 쓰레기 장비로 바꿔치기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여기 부길마님 장비를 모아!”

신기하게도 그 외침에 주변에 있던 길드원이 주섬주섬 아이템을 줍기 시작했다.

“부길마님이 얻으신 거니까 훔칠 생각은 꿈에도 꾸지 마라!”

“길드성으로 옮겨!”

‘음, 내가 너무 앞서나갔나?’

따지고 보면 무조건 훔칠 거라는 보장도 없다. 내가 괜히 앞서나간 거라 생각하는 사이, 길드원에게 아이템을 모으라고 지시한 녀석이 누구와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예, 예. 길드성 말입니까? 다행히 정리됐습니다. 예? 일단 부길마님이 계시긴 한데…….”

‘뭔 대화야?’

“알겠습니다.”

대화가 끝났는지 그 길드원은 곧바로 내게 말했다.

“부길마님. 화련 님 쪽에서 문제가 생긴 모양입니다.”

“……화련 님이요?”

아까 대화한 대상이 누군가 했더니 화련인 듯하다. 그나저나 화련에게 문제가 생겼다면 무슨 문제일까? 왠지 모르게 이 뒤에 나올 말이 좋지만은 않을 거란 짐작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예. 던전에서 적대 길드와 싸웠지만 졌다더군요. 죄송하지만 그곳으로 지원 좀 가주실 수 없겠습니까?”

“…….”

역시나 짐작대로 그 말을 꺼낸 길드원을 보니 한숨이 절로 새어나왔다. 하필이면 화련이라니. 다른 누구도 아닌 화련이었기에 쉽게 거절할 상황이 아니었다.

‘뭐, 화련에게는 빚진 것도 있으니…….’

연장해 거기까지만 돕도록 할까.

“길 안내를 해줄 인원 한 명만 붙여줘요.”

“에? 고작 한 명 말입니까?”

“나머지 인원은 길드성을 지키거나 하시면 될 거 같네요.”

이 정도로 친절하게 설명을 했는데도 주변에 있는 길드원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솔직히 인원을 데리고 간다면 최소 몇십 명은 데리고 가야 될 텐데, 그렇게 되면 길드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조금 전에도 마구잡이로 공격받지 않았던가?

“싫다면 가지 말까요?”

“아, 아닙니다. 부족하겠지만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예, 빨리 가죠.”

내 말에 길드원은 복잡한 얼굴로 길을 안내했다. 왜 저런 얼굴일까? 조금 전에 적대 길드를 상대하면서 내 실력을 충분히 봤을 텐데도 저런 얼굴인 것을 보니 아무래도 다른 문제가 아닐까 싶었다.

‘상대 길드가 강해서 그런가?’

길드원을 이끌고 나간 화련이 졌을 정도니 분명 쉽지 않은 상대일 게 분명하다. 그래도 걱정은 하지 않았다. 화련이 대단하다고 해도 A랭크 화염 폭풍만 대단한 거지, 그 실력이 대단하다는 말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애초에 난 화련의 실력을 본 적도 없다.

‘아마 특별한 일이 없다면 이번에도 나 혼자 싸워 이기겠지.’

참고로 특별한 일이란 S랭크 플레이어가 있거나, 혹은 그 실력에 준하는 플레이어가 있을 경우다. 그렇지 않을 경우라면 제이어의 수호방패만으로 웬만한 공격을 무시할 수 있었다.

“저, 부길마님. 이 인원으로 가면 화련 님이 뭐라고 하시지 않겠습니까?”

‘음?’

설마 그걸 걱정하고 있었나?

“괜찮아요. 제가 대신 설명하면 되죠.”

직책으로 따지면 내가 화련보다 높다. 난 부길마의 직책을 가졌으니 사실상 아이젠 바로 밑이라는 뜻이다. 거기다 실력으로 따져도 날 이길 플레이어는 엠페러 길드에 없었다.

그나마 아이젠이 가능성이 있다고 할까?

‘그놈의 멸살검 데미지가 얼마인지 모르니.’

어쨌든 내 말에 힘을 얻은 길드원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길을 안내했고, 그렇게 빠른 걸음으로 30분 정도 걷자, 화련을 비롯한 몇 명의 길드원이 앉아 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화련 님!”

“아, 지원이 도착한…….”

화련은 나와 길드원 달랑 둘만 있는 모습을 확인하더니 말을 끝까지 맺지 못했다. 그나저나 왜 저런 표정을 지을까? 또 화련의 곁에서 쉬고 있는 나머지 길드원들도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루딘 님. 지원 오신 거 맞죠?”

“예.”

“그런데 어째서…….”

“저만 오면 되죠.”

내가 듣기에도 자신감이 철철 넘치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화련은 한숨을 내쉬었다.

“루딘 님 실력은 인정하지만 이번 길드는 만만치 않아요.”

“괜찮으니 위치만 알려주세요.”

“위치요? 설마 혼자서 가실 생각이세요?”

“혼자가 편하거든요.”

이런 내 말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몰라도 화련은 말려야 된다는 주변 길드원의 시선을 무시한 채 한동안 날 바라보고는 곧 위치를 말해줬다.

“던전은 저쪽 방향으로 쭉 가시면 나올 거예요. 하지만 정말 혼자서 괜찮겠어요?”

“괜찮다니까요.”

덕분에 던전 위치를 알아낸 나는 그 말을 남기며 곧장 화련이 알려준 방향으로 향했다.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던전으로 보이는 입구 역시 발견할 수 있었다.

‘인원이 배치되어 있네?’

화련이 도망쳤으니 저들은 엠페러 길드가 아닐 듯했다. 그렇다고 멈출 생각도 없었다. 난 천천히 던전 입구로 걸어갔고, 그 입구에 배치된 플레이어는 자연스레 날 발견했다.

“하핫, 엠페러 길드? 아까 혼쭐이 나고도 부족했나보군. 미안하지만 이 던전은 우리 '새벽의 여명' 길드가 접수했단 말이다!”

“새벽의 여명?”

“죽여!”

“화염의 창!”

“냉기 사슬!”

“제이어의 수호방패.”

파밧!-

[S랭크 스킬. 제이어의 수호방패가 활성화됩니다.]

팡!- 파팡!-

“뭐, 뭣?!”

날아오는 마법을 확인하자마자 제이어의 수호방패를 활성화시킨다. 동시에 먼지처럼 사라지는 마법들. 당연히 그 장면을 목격한 적대 플레이어의 안색이 굳어지는 것까지 확인한 난 즉시 방패를 들고 돌진했다.

“거신의 질주!”

콰아아앙!!-

[스킬 데미지! 4,092.]

[스킬 데미지…….]

“큭, 설마 엠페러 길드의 부길…….”

“역동. 회전 치기!”

콰아앙!-

거신의 질주로 눈에 보이는 플레이어부터 날려버린 뒤, 대지의 역동과 회전 치기로 좌우에 있던 녀석들을 처리한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입구에 배치된 플레이어를 모조리 없애버린 난 조금 전 녀석들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이 던전을 점령한 길드가 새벽의 여명이었나?”

모를 리가 없다. 황혼을 시작한 다음날 여러모로 신세를 진 길드였으니 말이다. 덕분에 괜찮은 수익을 거뒀는데, 그 길드를 여기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딱히 상관이야 없지만.’

느긋하게 던전 안으로 들어간다. 새벽의 여명 길드 마스터가 습득한 A랭크 곰탱이가 걸리긴 했으나 지금의 나라면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었고, 또 그 곰탱이만 제외하면 나머지 인원은 별 볼일이 없을 거라 믿었다.

저벅-

‘기다리고 있었군.’

아무튼 던전 안으로 들어가니 나를 기다리고 있는 수십 명의 플레이어와 함께 익숙한 뭔가가 보였다.

‘쯧, 저 곰탱이까지 있다니.’

플레이어 사이에 있는 곰탱이의 크기는 단연 독보적이다. 전에는 2미터를 넘어가는 덩치였는데, 지금은 더 커졌는지 3미터는 훌쩍 넘어 보이는 곰탱이. 아무튼 은색의 곰탱이를 본 나는 그 곰탱이의 주인을 찾았고, 그 주인은 천천히 플레이어 앞으로 걸어 나왔다.

“……오랜만에 보네요.”

“내가 올 거라는 건 어떻게 알았지?”

“입구에 배치된 길드원이 죽었으니까요. 엠페러 길드가 다시 공격하러 온 거라 생각했죠.”

“흐음, 그랬나.”

의외로 의문은 간단하게 풀렸다.

“설마 그쪽이 엠페러 길드에 가입했을 줄은 몰랐는데…….”

곰탱이의 주인. 새벽의 여명 길드 마스터인 그녀는 인상을 찡그리며 나를 향해 말했다. 아무래도 날 만나기 싫었던 모양인 듯하다.

“어쨌든 일이 이렇게 됐으니 설명할 것도 없겠지. 덤벼.”

“혼자서 이 인원을 상대하겠다는 건가요?”“안 될 것도 없지. 애초에 그럴 목적으로 온 건데. 그리고…….”

“그리고?”

“인원도 별로 안 되잖아?”

“…….”

그녀는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뭔가 많은 생각이 담긴 듯한 눈이다. 나 혼자 싸우겠다는 말을 해서 그러는 건가? 보통은 혼자 싸우겠다는 말을 하지 않을 테니 고민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고민도 오래가지 않았다.

“전원 공격 하세요.”

“예!”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웃으며 방패를 고쳐든다. 여기서 내가 질 거란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지만 저 A랭크 곰탱이만은 신경 쓰였다. 예전에 싸워본 기억으로는 저 곰탱이가 기존의 플레이어보다 강했기 때문이다.

‘화련이 물러선 것도 저 곰탱이 탓이겠지?’

물론.

“방패 치기!”

“컥!”

[스킬 데미지! 2,346.]

‘그건 어디까지나 화련일 뿐이지.’

손에 쥔 커다란 방패를 후려치며 주변을 살핀다. 이미 내 주위는 포위된 상황. 생각보다 빠른 움직임에 감탄한 난 옆에서 오는 공격을 확인하고는 방패로 막아냈다.

캉!-

[압도적인 방어력! 데미지를 받지 않습니다!]

‘아니, 방패로 막을 것까지 없었나?’

이미 압도적인 방어력은 그 어떤 데미지도 주지 않았다. 반대로 이런 내 방어력을 겪은 상대방은 경악했다.

“미친, 이 새끼 방어가 1천이 넘는다!”

“관통 방어도 높아! 저주부터 퍼부어!”

1천이 넘는 방어력. 그 수치를 들은 적대 플레이어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사실 방어력이 1천이 넘어가려면 평범한 방법으로는 힘들다. 레어 방어구로 도배하거나, 혹은 강화를 미친 듯이 해야만 하기 때문인데, 반응을 보니 저들도 대략 그런 사실 정도는 알고 있는 듯했다.

그러니 굳이 설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나는 계속해서 덤벼드는 플레이어를 한 명씩 쓰러뜨리기 시작했다.

“역동.”

콰아앙!-

[스킬 데미지! 670.]

“크악! 모, 몸이!”

“방패 치기!”

[스킬 데미지! 2,482.]

‘이제 이대로 밀어붙이기만 하면…….’

팟!-

[저주의 낙인에 걸렸습니다.]

[관련 능력치 '투지'로 인해 완벽하게 저항합니다.]

[육체 약화에 걸렸습니다.]

[관련 능력치 '투지'로 인해 미약하게나마 저항합니다.]

[방어력이 20 감소됩니다.]

[…………]

[……]

‘저주?’

순간 흑색의 빛과 함께 각종 저주가 내게 쏟아졌으나 투지와 끼고 있는 반지의 효과로 대부분 저항한다. 그렇다고 해서 능력치가 완전히 깎이지 않은 건 아니지만 내 전력에 5% 정도 감소된 지라 전투에 지장이 있을 정도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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