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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129화 (129/211)

00129  第 27 話  =========================================================================

第 27 話 “39일째”

“이동해! 사거리가 닿는 데까지 가!”

“이제 남은 미끼도 없어! 소모전으로 끝낸다!”

[바다의 폭군 크라켄이 물회오리를 사용합니다.]

“씨바아알!”

뭔가 수많은 의미가 담긴 듯한 누군가의 외침. 그중에는 분명 안 된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처절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크라켄의 몸에서는 조금 전에 봤던 회오리가 솟아올랐다.

콰콰콰콱!!-

“으아아아악!”

“사, 살려줘!”

회오리는 조금 전, 배가 부서져 바닷속으로 빠지게 된 플레이어까지 모조리 이끌어내 하늘 높이 날려버렸다. 당연하지만 그렇게 날아간 플레이어들은 회색으로 변했고, 난 그 모습을 보며 슬슬 나갈 타이밍을 재기 시작했다.

‘지금 나가?’

크라켄 머리도 밖으로 나왔겠다, 다리 여섯 개도 수면 위로 드러났으니 지금이 기회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이런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배들은 거침없이 크라켄을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얼마 동안은 이동하지 못할 거다!”

“지금 죽여!”

“도망가기 전에 죽여야 돼!”

곧이어 쏟아지는 마법들. 날아가는 마법과 숫자를 보니 이번에야 말로 죽이겠다는 의지가 절로 느껴졌다. 문제는 이번에 공격받고 있는 크라켄 근처에는 도발을 걸고 있는 사람이 없다는 거였다.

촤아아악!!-

“온다, 떨어지지 마라!”

“아무거나 붙잡아!”

도발로 시선을 끄는 사람이 없으니 당연히 목표는 플레이어가 타고 있는 배가 될 수밖에 없다. 크라켄은 다리를 횡으로 크게 휘둘러 근처에 있는 모든 배를 공격했고, 그 충격으로 인해 잠시 동안 마법 공격이 끊어지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콰아아앙!!-

“으아아! 배, 배가 부딪친다!”

‘도발이 없으니 저런 상황이 벌어지네.’

크라켄의 다리 공격에 뱃머리가 강제적으로 옆으로 돌아 다른 배와 부딪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다만 배가 지닌 크기답게 내구력도 상당했는지 부서지는 배는 한 척도 없었다.

콰쾅!- 콰아앙!!-

뭐, 이대로 가면 내구력이 얼마가 됐든 부서질 거 같지만.

[바다의 폭군 크라켄이 나선 찌르기를 사용합니다.]

“응?”

나선 찌르기? 또 스킬인가? 메시지를 본 나는 이번에 크라켄이 사용할 스킬을 보았고, 다른 이들은 이게 어떤 스킬인지 알고 있는지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씨발, 찌르기 공격이다!”

“혹시 모르니 다른 배에 올라탈 준비나 해!”

그리고 크라켄의 다리 여섯 개는 마치 공격하기 직전에 독사처럼 다리의 끝을 구부리다 이내 일직선으로 쭉 뻗어왔다. 그 속도는 나름대로 빠르긴 했지만 플레이어라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수준. 하지만 커다란 배가 피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쾅! 쾅! 쾅!-

‘무슨 공격이지? 설마 배를…….’

정확하게 배의 아랫부분을 찌르고 원래대로 돌아가는 크라켄의 다리를 본 나는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배를 보았다. 크라켄 다리에 찔린 배들은 커다란 구멍을 남긴 채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다.

‘저 크기의 배가 그냥 가라앉다니.’

배를 만드는데도 적잖은 돈이 들어간다고 들었는데, 지금 공격으로 얼마가 깨졌을지 내심 궁금하기도 했다. 어쨌든 서서히 가라앉는 여섯 척의 배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아직도 상당수 남은 배 위에서는 플레이어의 공격이 끊이질 않고 있었다.

“도대체 언제 죽는 거야?!”

“못해도 절반 이상은 깎였어! 힘내!”

“미친 토벌 퀘스트!”

실제로 크라켄의 생명력이 절반 이상 깎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크라켄의 공격으로 배들이 하나씩 침몰하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콰쾅!-

게다가 휘두를 때마다 몇 척의 배를 동시에 공격하는 탓에 침몰하는 배도 줄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마 이대로 가면 크라켄을 잡더라도 이오트 왕국은 망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바다의 폭군 크라켄이 먹물안개를 사용합니다.]

‘또 몇 척의 배가 잠기겠군.’

시꺼먼 안개를 내뿜으며 사라지는 크라켄. 나를 포함한 이곳에 있는 모두가 크라켄이 어디서 나타날지 경계하는 그때, 내가 타고 있던 배가 크게 휘청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촤아아아악!!-

“……!?”

동시에 바닷물과 함께 올라오는 크라켄의 다리. 그걸 확인한 나머지 인원들도 다급하게 외쳐댔다.

“젠장, 여기 나타났다!”

“다리! 다리를 끊어!”

‘하필이면 내 쪽으로 오다니.’

생각하며 곧장 친구 녀석부터 찾아보았다. 녀석은 어디 있지? 보니까 조금 떨어진 간판 위에서 활을 집어넣은 채 검으로 바꿔 꺼내드는 녀석을 볼 수 있었다. 아마도 지금까지 마법이 아닌 활을 쏜 듯하다.

“온다! 루딘 님! 부탁드립니다!”

“부탁이라…….”

나한테 부탁한다고 해결할 수 있을까? 크라켄 다리를 공격하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그전에 배가 먼저 부서질 거 같은 걱정이 앞섰다. 어쨌든 크라켄의 다리는 미끄러지듯이 배를 휘감기 시작했고, 난 그렇게 내 옆으로 지나가는 크라켄의 다리를 보자마자 즉시 뇌룡의 포효를 휘둘렀다.

파치칙!-

[적중 데미지! 1,205.]

‘데미지는 들어간다.’

그것도 생각보다 높았다. 이런 데미지라면 다른 사람들이 마법을 날리는 것보다 훨씬 높은 데미지를 줄 수 있었다. 마법은 시전하고 날리는 시간까지 걸리니 말이다.

‘이대로 끊어주지!’

결국 난 지금까지 강화로 올린 민첩을 믿으며 미친 듯이 크라켄 다리를 후려치기 시작했다.

파치치치칙!!-

[적중 데미지! 1,202.]

[적중 데미지…….]

[적중…….]

‘끊어져라, 끊어져!’

전력으로 움직인 내 공격 속도는 1초에 두 번 정도 망치를 휘두르는 거 같았다. 하지만 크라켄 다리는 이런 내 공격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배를 서서히 우그러뜨렸고, 간판 위에 다른 플레이어들은 나와 같이 크라켄 다리를 공격하면서 감탄이나 하고 있었다.

“존나 빠르다. 저 사람 누구지?”

“보면 몰라? 루딘이잖아.”

“아, 엠페러 길드의 부길마? 저 사람이었어?”

“길마는 대체 얼마를 투자한 거야.”

그래도 떠들면서 공격하고 있는 것만은 다행이었다. 덧붙여 20초 가까이 쉬지 않고 공격을 하니 가까스로 크라켄 다리를 끊을 수 있었다.

파앙!-

“후, 씨발.”

겨우 끊었네.

“다리 끊었다!”

“뭐야? 저쪽은 왜 이렇게 빨리 끊었어?”

다행히도 침몰된 배는 한 척도 없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다리를 끊어냈기 때문이다. 또 내가 다리 하나를 끊어내자마자 크라켄의 모든 다리는 다시 바닷속으로 잠기더니 이내 머리부터 등장하는 것이 보였다.

뭐, 머리가 등장하는 거야 등장한 거지만…….

‘너무 가까운데…….’

근처에서 나타난 크라켄을 보니 이곳은 공격 범위 안이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하던 찰나, 크라켄은 다리 하나를 높이 들어 내가 탄 배를 향해 내리찍었다.

“마, 막아야 됩니다! 이제 내구력이 없어요!”

‘내구력이 없다고?’

난 이쪽으로 떨어지는 수십 미터 크기의 크라켄 다리를 보았다. 만일 배가 침몰되면 회오리를 쓰지 않을까? 지금이야 침몰된 배가 없어 회오리를 쓰지 않은 거 같지만 침몰된 이후에도 쓰지 않을 가능성은 없었다.

‘제기랄!’

물론 난 회오리 공격에도 죽지 않을 자신이 있다. 하지만 친구 녀석까지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는 생각에 난 재빨리 다리가 떨어지는 위치로 이동해 스킬을 사용했다.

“제이어의 수호방패!”

파밧!-

[S랭크 스킬. 제이어의 수호방패가 활성화됩니다.]

솟아오른 새하얀 빛과 함께 나는 방패를 들어 떨어지는 크라켄의 다리를 막아냈다.

콰아아아앙!!-

“큭!”

일순간 엄청난 무게에 짓눌려 절로 무릎이 꿇릴 뻔했지만 어떻게든 버티고 서서 막아내는데 성공한 난 제일 먼저 데미지를 확인해보았다.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6,250.]

거의 내 생명력의 1/3을 날린 데미지. 또 나 홀로 서서 크라켄의 다리를 막아낸 이 장면은 모두에게 충격을 가져다준 모양이다.

“씨, 씨발. 저걸 막다니…….”

“방어력. 아니, 속성 저항이 얼마나 높은 거야?”

‘이걸 연속으로 막기는 불가능할 거 같은데.’

실제로 이 공격을 두 번만 더 막아도 난 죽을 가능성이 높았다. 아니, 크라켄의 데미지를 알아봤으니 된 건가? 다만 이후에 할 행동을 생각하면 최대한 생명력을 채워놓는 게 좋았다.

[물의 축복이 발동됩니다.]

[생명력이 30초간 366 회복합니다.]

[마나력이 30초간 366 회복합니다.]

또 데미지를 입으니 초당 12씩 채워주는 물의 축복이 발동된 것을 알 수 있었다. 강화한 보람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하지만 지금 깎인 생명력을 생각하면 이런 회복으로는 버틸 수 없었다.

‘지금 결정을 내려야 돼.’

이미 사정없이 휘두르고 있는 크라켄의 다리로 근처 몇 척의 배가 부서지고 있는 중이었다. 더군다나 크라켄의 공격력을 보면 두 번 이상 막아낼 자신도 없었다. 결국 이대로 버틴다고 해서 해결될 건 아무것도 없다고 판단한 나는 즉시 행동을 개시했다.

탓-

“어? 어? 루딘 님!”

“그렇게 뛰시면 위험합니다!”

원래는 크라켄이 이기길 원했다. 그것도 거의 전멸 수준으로 몰아가길 원했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이 행동으로 옮긴 난 그대로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첨벙-

[물속으로 들어왔습니다.]

[관련 스킬 '바다의 가호' 효과가…….]

“큭.”

바다로 뛰어든 것까지 좋았으나 물속에 잠긴 크라켄의 다리가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거센 저항이 느껴졌다. 크기가 워낙 커서 그런가? 그렇다고 해도 밀려날 정도는 아니었기에 난 최대한 빠르게 크라켄에게 접근했고, 이내 그 크라켄의 본체까지 닿자마자 아이템 창을 열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소환.”

[생명을 갈구하는 우스트를 소환…….]

“카르젤의 카드소환!”

팟-

내 주변에 나타난 우스트와 손에 나타난 한 장의 카드. 그 모든 것을 소환한 나는 생각할 것도 없이 손에 나타난 카드를 크라켄에게 붙였다.

[카드 봉인을 시도합니다.]

[방어력이 50% 감소…….]

“우스트! 날 삼켜!”

카드 봉인을 시도하면 내 몸은 움직여지지 않는다. 그래도 입까지 안 움직여지는 건 아니었기에 곧바로 우스트에게 명령했고, 우스트는 천천히 밑으로 가라앉고 있는 와중에 나뭇가지를 길게 늘어뜨려 날 붙잡고는 그대로 자신의 입속으로 날 삼켰다.

[죽음의 기운이 당신의 생명력을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초당 160의 생명력이 줄어듭니다.]

“후.”

이것이 어제 내가 확인한 것이었다.

내가 어제 확인한 두 가지는 우스트가 물속에 있을 수 있는지와 날 삼킬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거였는데, 다행스럽게도 두 개 모두 가능했다.

애초에 우스트는 생명체가 아니었는지 물속에서의 호흡이 전혀 필요 없는 듯했고, 주인인 날 삼키는 것도 내 명령이 있으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이곳 이오트 왕국으로 건너온 것이다.

‘이제 1분만 기다리면 되는 건가?’

콰아아앙!!-

“음?”

그때 주변이 뒤흔들리는 거 같은 느낌을 받았다. 설마 우스트가 공격받고 있나? 아니, 우스트가 공격받는 거야 이미 예상한 사실이다. 하지만 우스트 역시 레이드 보스였으니 생명력이 누구보다 높았고, 난 그 우스트의 생명력을 믿었다.

‘그보다 만일 크라켄까지 봉인한다면…….’

더는 날 이길 존재가 없지 않을까? 잘하면 길드 단위를 넘어서 국가 단위의 플레이어와 싸워 이길 수도 있었다.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 눈에 보이는 레이드란 레이드는 모조리 봉인하면…….

콰콰콰콱!!-

‘이 소리는 물회오리?’

한참이나 흔들리는 느낌이 드는가 싶더니 이젠 물회오리 소리까지 들려왔다. 그래, 초조하겠지. 속으로 시간을 세니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몇 초만 더 기다린다면…….

[생명을 갈구하는 우스트가 막대한 피해로 인해 소환이 해제됩니다.]

[생명을 갈구하는 우스트는 실로 엄청난 생명력을 보유하고 있는…….]

“어?”

벌써 죽었다고?

난 빛과 함께 사라진 우스트와 함께 아직 내가 바닷속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그리 깊게 잠겨 있지 않아 수면 위에 상황을 볼 수 있었는데, 황당하게도 그곳에서는 크라켄이 다리 하나를 높이 들어 나를 향해 내리 찍고 있었다.

‘미, 미친!’

지금 내 생명력은 5천 정도다. 이 5천의 생명력으로는 녀석의 공격을 막을 수 없다.

‘환영이동? 아, 봉인 중이잖아!’

조금 전 크라켄의 데미지를 떠올린 난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을 찾으려고 했지만 이미 떨어지고 있는 크라켄의 다리를 보니 아무런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그때.

파밧!-

다리가 다 떨어지기도 전에 크라켄의 몸에서는 빛이 나더니 이내 내 카드로 빨려 들어왔다.

[봉인에 성공하셨습니다.]

“……후, 씨발.”

깜짝 놀라게 하다니.

하지만 그 뒤에 크라켄을 봉인했다는 사실을 떠올린 난 서서히 미소 지었다. 어제 곰곰이 고민하다 떠올린 방법. 그 방법이 통한다는 걸 알았으니 만나는 레이드란 레이드 보스는…….

[삐- 바다의 폭군 크라켄은 특수 소환수입니다.]

[가질 수 있는 특수 소환수의 개수를 초과하셨습니다.]

['생명을 갈구하는 우스트'와 '바다의 폭군 크라켄' 중 하나를 포기하셔야 됩니다.]

[어느 것을 포기하시겠습니까?]

“…….”

이게 무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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