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41 第 31 話 =========================================================================
第 31 話 “45일째”
[실시간 경매 시작까지 5분 남았습니다.]
[입장석을 이용한 경매장으로의 이동이 가능해집니다.]
“아, 시간 됐어요.”
“예.”
난 짧게 대답하고는 남은 몬스터를 마저 정리했다. 생각보다 강한 몬스터였지만 전력으로 상대할 정도는 아니다. 그렇게 오크 주술사와 대전사를 정리한 나는 슬슬 여기가 몇 층인지 떠올렸다.
‘76층인가?’
지금 우리들은 어둠의 탑에 들어와 있었다. 같이 의뢰를 해결한 뒤에 다음으로 뭘 해야 될지 의논하다 결국 나온 의견이 어둠의 탑으로 가자는 거였는데, 공교롭게도 우리 셋 전부 어둠의 탑으로 들어간 적이 없어 이렇게 심심풀이로 이곳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하지만 경험치 외에는 아무것도 주지 않으니 그냥 시간 낭비 같았다.
‘애당초 던전 대용으로 만들어진 거니.’
어둠의 탑이 만들어진 목적은 던전에 가지 못하는 플레이어에게 사냥할 공간을 마련해주기 위해서였다. 그걸 생각하면 경험치라도 준다는 것 자체가 다행일지도 몰랐다.
“유아, 여기 몇 층이야?”
“아마 76층?”
“와, 생각보다 많이 올라왔네.”
아무튼 어둠의 탑은 총 150층까지 있다고 했으니 거의 절반 정도는 온 셈이다. 또한 각 층에 있는 몬스터를 해치울 때마다 메시지가 생겨났고, 난 그 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 왼쪽 밑으로 시선을 돌렸다.
[76층을 완료하였습니다.]
[다음 층으로 올라가시겠습니까?]
“일단 나가야겠죠?”
“예. 그보다 저장하고 나갈까요?”
76층에서 저장을 하고 나가면 다음에 들어올 때에는 77층부터 시작할 수 있었다. 대신 보상을 받지 못하지만 말이다. 반대로 완료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다음에 들어오면 1층부터 시작해야 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나 혼자서도 100층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 층수가 높아질수록 보상도 좋아진다고 했으니 저장하고 나가는 편이 좋을지도 몰랐다.
“아무래도 저장하는 게 좋을 거 같네요.”
“그렇게 해요. 그럼 먼저 나갈게요. 원래 장소로 이동.”
난 그렇게 나가는 그녀들을 보고는 나 또한 이곳에서 빠져나가기로 했다.
“원래 장소로 이동.”
[현재 76층까지 올라오셨습니다.]
[완료하시겠습니까? 이후 지금의 층수에서 시작하시고 싶으시다면 '저장'을 외쳐주시면 됩니다.]
“저장.”
[저장했습니다. 다음에 입장하시면 77층부터 시작합니다.]
[원래 있던 장소로 이동합니다.]
어둠의 탑에서 나온 내 위치는 마을 안. 간단하게 탑에서 빠져나온 나는 나보다 먼저 도착한 유아와 시나가 의아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주변에 뭐 있어요?”
“아뇨, 오늘이 토요일이잖아요. 생각보다 사람이 없어서요.”
‘사람?’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주말 치고는 없는 편이다. 아마 경매장에 입장하지 않았을까? 경매장 메시지야 전부 받았을 테니 한번 구경이라도 해볼 생각으로 입장했다고 치면 사람들이 없는 것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갔다.
“경매장에 갔겠죠.”
“생각해보면 입장석도 숫자 제한 없이 파는 거 같았어요. 그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나?”
“뭐, 게임이니 커다란 공간 하나 만들어놨겠죠.”
그러자 시나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파티에서 탈퇴했다.
“파티 탈퇴.”
[플레이어 '시나' 님께서 파티를 탈퇴하셨습니다.]
‘곧바로 경매장에 갈 생각인가?’
이러나저러나 남은 시간도 몇 분 되지 않을 테니 나도 입장하는 게 좋을지도 몰랐다. 어쨌든 시나는 경매장 때문인지 기분 좋은 듯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저 먼저 경매장으로 입장할게요. 유아를 잘 부탁해요.”
“예.”
뭘 잘 부탁한다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대답은 했다. 그나저나 황혼 내에서 유아와 단 둘이 있는 것도 오랜만인 듯했다. 지금까지는 시나와 세트로 붙어 있었으니 말이다.
‘언제였더라? 투루 레이드 때가 마지막이었나?’
난 그런 생각을 하고는 유아를 바라보았다.
“저희도 갈까요?”
“예.”
‘시나의 말대로라면 파티 상태에서도 갈 수 있다고 했지만…….’
시나는 NPC에게 직접 물어봤다고 했다. 왜 그런 걸 물어봤는지 모르겠지만 그 NPC의 말로는 최대 한 명까지 같이 갈 수 있다고 했으니 일단 그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물품 보관창.”
아이템 창을 열어 황금색으로 된 돌멩이를 꺼내든다. 경매장 물품 등록 순위 1위를 차지하고 받아낸 VIP 입장석. 만일 안 된다면 전부 시나 탓으로 돌릴 생각을 하며 그 입장석을 사용했다.
“입장.”
[실시간 경매장으로 입장합니다.]
[삐- 현재 루딘 님께서는 파티를 맺은 상태입니다.]
[파티원과 같이 입장하시겠습니까?]
‘되긴 되는군.’
최대 한 명이라는 내용은 적혀 있지 않았지만 파티원과 같이 입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 난 유아와 같이 입장하기로 했다.
“같이 입장.”
[실시간 경매장으로 이동합니다.]
파밧!-
‘그러고 보니 VIP 입장석은 뭔가 다른가?’
이름부터가 다르니 일반 입장석이랑 다를 것도 같았다. 어쨌거나 도착해보니 화려하게 꾸며진 방과 함께 네 명의 NPC가 내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것이 보였다.
‘……왜 NPC가 있지?’
“잘 부탁드립니다.”
뭘 부탁해?
아무튼 그 NPC들을 제외한 방 중앙에는 기다란 소파와 함께 테이블이 있었고, 정면에는 벽 전체가 투명한 유리창으로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응?’
그때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난 내 복장이 기본 옷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내 수호자 갑옷이 어디로 가고 이런 기본 옷으로 된 거지? 하지만 나를 따라 이곳으로 들어온 유아의 옷차림 역시 기본 옷이라는 것을 확인한 나는 원래 기본 옷으로 여기에 입장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기가 경매장이에요?”
“뭐, 아마도요.”
놀란 듯이 주변을 둘러보는 유아. 그리고 자신에게도 인사하는 NPC를 발견한 유아는 그런 NPC와 같이 마주 인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제 몇 분 뒤에 시작할 거 같은데.’
아마 1~2분 남지 않았을까 싶다.
“일단 앉을까요?”
“예.”
철커덕-
나와 유아가 중앙에 위치한 소파에 앉으려고 하던 찰나, 뒤쪽에서는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익숙한 누군가가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지점장?’
“오, 루딘 님.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인물은 지점장. 마치 환영한다는 듯이 양팔을 벌려 반겨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또 그 뒤를 이어 들어온 인물은 아델라였다. 아델라는 나를 향해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고, 그러는 사이에 지점장의 말이 이어졌다.
“혹시나 경매에 관해 궁금하긴 게 있으시다면 여기 아델라에게 물어보시면 될 겁니다.”
“궁금한 거요?”
“예. 예를 들자면 경매 진행 방법이나, 등록된 아이템의 정보. 혹은 입찰하고 싶으신 물건이 있다면 그녀가 도와줄 겁니다.”
‘생각보다 많이 도와주네.’
따지고 보면 아직 경매 진행에 대한 설명은 듣지 못했다. 아마 경매를 시작하면서 말해줄 거 같지만 지점장의 말대로 그녀에게 듣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거라 판단한 난 고개를 끄덕였고, 지점장은 짙은 미소와 함께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아차, 이제 슬슬 시간이군요. 아무쪼록 즐겨주시길.”
[실시간 경매를 시작합니다.]
지점장이 나가는 것과 동시에 생겨난 시작 메시지. 그 메시지를 본 나는 고개를 돌려 조금 전에 봤던 유리창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놀랍게도 그 유리창에는 TV 화면처럼 사회자로 보이는 누군가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오늘 이 경매장에 참여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부터 올리겠습니다. 오늘 경매의 사회를 맡게 된…….
“시작된 모양이네요.”
“예.”
유아의 옆에 앉은 난 그 화면에서 떠드는 사회자의 말에 집중하려 했지만 그런 나를 방해하듯이 아델라가 말을 걸어왔다.
“지금은 입찰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것뿐이니 들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어째서요?”
여기에 있으면 입찰을 못 하나?
“보통은 경매장 전용 창을 띄워 가격을 입력해야 되지만, 루딘 님께서는 그저 말씀만 하신다면 제가 대신 입력을 해드립니다.”
“…….”
“또 가격은 5초 이내에 취소하실 수 있으니 아니다 싶으시다면 언제든지 제가 말씀해주십시오.”
뭔지는 모르겠지만 편의를 봐준다는 것은 알 거 같았다. 난 그런 아델라의 설명의 끄덕이며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돌리던 그때 아델라가 근처에 있는 NPC에게 눈짓을 하는 게 보였다.
“루딘 님. 실례하겠습니다.”
그리고 내게 다가오며 말을 건네는 NPC들. 기본적으로 노출이 있는 복장의 NPC가 다가와 그런 말을 하자 난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그녀들을 막았다.
‘옆에 유아도 있는데 이게 무슨…….’
아니, 애초에 기본 옷으로 입장이 됐다는 것에서 눈치챘어야 했다. 난 한숨을 내쉬며 옆에 유아를 바라보니 유아는 굳은 표정으로 NPC를 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루딘 님? 왜 그러십니까?”
“아뇨, 괜찮으니까 이 사람들 좀 물러나게 해요.”
이런 내 말에 아델라는 나와 내 옆에 있는 유아를 보고는 이내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 생각이 부족했군요. 죄송합니다.”
그리고는 아델라의 지시에 따라 방에서 물러나는 NPC들. 난 안도와 아쉬움이 동시에 느껴지는 감정을 뒤로 한 채 옆에 조용히 서 있는 아델라에게도 말했다.
“아델라도 나가주세요.”
“하지만 제가 나가면…….”
“괜찮아요. 어차피 입찰할 생각도 없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혹시 궁금하신 것이 있으시다면 테이블에 있는 구슬을 눌려주시길 바랍니다.”
결국 아델라까지 밖으로 내보내고 나서야 난 긴 한숨을 내쉬었다. VIP가 뭔가 했더니 이런 거였다니. 어쨌거나 유아도 놀란 게 진정됐는지 굳은 표정이 조금씩 풀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물품 등록으로 받은 입장석은 전부 이런 곳일까요?”
“아마 아닐 거예요.”
몇 위까지 VIP 입장석을 주는지 모르겠지만 시나가 받았을 리가 없다. 받았다면 이미 말을 했겠지. 또 43위의 물품으로는 결코 주지 않을 거라는 게 내 생각이었다.
적어도 10위? 그 정도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자, 그럼 낮은 순위부터 공개하겠습니다.
문득 화면을 보니 한 명의 NPC가 바퀴 달린 테이블을 밀고 오는 것이 보였다. 테이블 위에 있는 물품은 지팡이었고, 그 지팡이가 나오자마자 왼쪽에 있던 유리창에는 그 지팡이에 대한 설명이 나왔다.
[+7 마나 흡수의 지팡이] (Magic)
설명:주변의 마나를 흡수하는 특수한 마석이 박혀 있는 지팡이. 지팡이에 박혀 있는 마석의 힘을 사용하면 마법 공격의 일부분을 흡수해 자신의 마나력으로 채울 수 있다.
<지능(20+26), 마력(25+32)>
공격력:58(+28) 마법 공격력:155(+75)
내구력:33/33
*마법 공격을 흡수하는 '마석 결계' 사용 가능.
*강화 옵션:마법 데미지 7% 상승.
‘이런 것도 나오는군.’
게다가 화면도 크니 어떤 아이템인지 한눈에 들어왔다.
“저 지팡이가 50위 물품이죠?”
“아마도요.”
‘그나저나…….’
읽어보니 지팡이로 쓸 수 있는 결계 같은 것을 펼치면 마법 공격의 일부분을 마나력으로 흡수하는 지팡이 같았다. 좋긴 하지만 매직급이라는 게 아쉽다고 할까? 어쨌거나 지팡이니 내가 사용할 무기는 아니었다.
‘뭐, 7강까지 강화한 건 대단하네.’
나야 착용한 모든 장비를 10강까지 강화했다지만 일반 플레이어가 저 정도로 강화했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게다가 내구력도 어느 정도 남아 있었으니 그럭저럭 사용할 가치가 있는 무기임은 충분했다.
-저희 경매장에 등록된 유일한 매직급 무기! 놀랍게도 7강까지 강화를 한데다 내구력도 상당히 남아 있어 이렇게 50위 물품으로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소개하는 걸 보니 7강까지 강화하는 것도 힘든 모양이군.’
곰곰이 생각해보니 힘든 거야 당연했다. 무기 강화석만 하더라도 5골드에 가까운 금액이 아니던가? 더군다나 1강부터가 50% 확률이니 힘들지 않다면 그게 더 이상했다.
-시작 가격은 30만 원. 30만 원부터 시작하겠습니다.
‘30만 원?’
저 정도 지팡이라면 못해도 100만 원은 할 거 같은데도 시작 가격은 30만 원이었다. 아무튼 결과가 궁금해 지켜보고 있으니 최종적으로 낙찰된 금액은 98만 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실시간 경매장에 올린다고 해서 무조건 비싼 값에 팔리는 건 아니군.’
내가 실수한 게 아닐까? 어쨌든 다음으로 소개된 물품은 내가 등록한 레어 신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