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160화 (160/211)

00160  第 35 話  =========================================================================

第 35 話 “49일째”

‘좋은 방법이라는 게 인터뷰라니.’

어이가 없어서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물론 설명을 한다면 그것보다 좋은 방법도 없겠지만 딱히 내키지 않았던 나는 아이젠의 제안을 거절하며 시간이 지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어차피 해명도 다 된 판국에 무슨 인터뷰를 하라는 건지.’

회사 측에서 버그가 아니라고 했으니 이야기는 이미 끝난 셈이다. 그러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있어도 상황은 종료될 테지만, 아이젠은 이번 기회로 나에 대한 인식을 바꾸자는 이상한 말을 했다.

[친구 '라즈'님께서 대화를 요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

설마 아직도 집에 있나?

라즈에게서 연락이 오자마자 든 생각. 만일 아직까지 밖으로 나가지 못해 내게 연락한 거라면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대화에 연결되었습니다.]

-너 대체 어디야?! 밖에 사람들 좀 어떻게 해줘!

“아직도 있나 보네.”

-그거야 당연히 있지! 또 들어보니까 버그 어쩌고 하던데, 설마 버그라도 사용했어?

“사용했으면 접속도 못 했겠지. 회사 측에서 버그가 아니라고 공지까지 올렸으니 그걸로 어떻게든 해봐.”

-아, 응. 알았어.

내 대답을 듣고 뭔가 희망을 얻었는지 라즈는 알겠다는 대답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내게 연락해 이런 말을 했다.

-……안 믿던데? 버그가 아니라면 어떻게 레이드 보스를 잡았는지 설명하라나? 아, 짜증나! 내가 왜 이런 꼴을 당해야 되는 거야?!

“…….”

짜증난 말투로 외치는 라즈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짜증났다. 조금 전에 아이젠이 했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말해 지금의 난 무슨 짓을 해도 버그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그걸 납득시킬 정도의 설명을 한다면 그 인식이 확연하게 줄어들 거라나 뭐라나.

‘진짜 인터뷰라도 해야 되나?’

회사 측에서 버그가 아니라고 했으니 그걸로 알아들을 것이지, 뭐 건져 먹을 게 있다고 이러는 건지 이해가…… 솔직히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귀찮기 그지없었다.

“후, 일단 집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되는 거지?”

-응?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

“간단해. 집 밖에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가면 되니까.”

난 거기까지만 말하고는 아이템 창에서 귀환 스크롤을 꺼내 사용했다.

[귀환 스크롤을 사용합니다.]

덕분에 간단하게 집으로 다시 돌아온 나는 거실에 서 있는 라즈를 발견할 수 있었고, 라즈 또한 그런 날 발견하고는 대화를 종료해 이쪽으로 다가오며 말을 걸었다.

“데리고 가다니? 어떻게 하려고?”

“그냥 상황 봐서 나오기나 해. 당분간 귀환 스크롤은 쓸 생각하지 말고.”

그렇게 주의 사항까지 알려준 나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여전히 많은 플레이어가 있었는데, 의외로 그 플레이어들은 내가 나오자마자 놀란 표정을 지으며 떠들던 소리마저 멈추고 말았다.

‘갑자기 왜 이래?’

아까 처음으로 집 밖에 나왔을 때처럼 질문이 쏟아질 거라 생각했지만 지금 반응은 내 예상과 정반대였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수는 없었다.

“어이, 너.”

“예?”

“여기 있는 이유가 뭐야?”

내 지목을 받은 플레이어는 대놓고 눈치를 보는가 싶더니 이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궁금한 게 몇 개 있어서요.”

“궁금한 거라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

둘러보며 말하자 거의 절반 정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머지 절반은 뭐야? 어쨌거나 그들의 반응을 본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장소를 옮기기로 했다.

“여기는 사람들이 다니는 길 한복판이니 넓은 장소로 가서 이야기를 해주지.”

이야기를 해준다는 내 말에 다들 예상하지 못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내가 걸음을 옮기자 다들 길을 비켜줬는데, 난 대충 기억을 더듬어 넓은 장소를 찾아갔다.

인원도 100명 정도였기에 그런 장소를 찾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뒤따라오던 누군가의 안내로 공터 비슷한 곳을 찾은 난 그곳에서 이야기를 하려고 했지만 그냥 해줄 생각은 없었다.

‘지금쯤이면 라즈도 대충 빠져나갔을 테고.’

어쨌든 이 망할 자식들 때문에 오늘 아무것도 하지 못한 걸 생각하면 약간의 보상 정도는 받아야 될 거 같았다.

“물어보고 싶은 게 많겠지만…… 이 정도나 되는 인원에게 일일이 대답하는 것도 그러니 인터뷰 형식으로 대답하는 걸로 하지.”

인터뷰라는 말에 눈을 반짝이는 몇몇 플레이어들. 보아하니 싫어하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단 한 명에게만.”

즉, 한 명하고만 인터뷰를 하겠다는 말이었는데, 그 사실을 알아차린 플레이어들은 뭐 저런 놈이 다 있냐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으나 그걸 입 밖으로 꺼내는 녀석은 없었다. 하지만 반대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오히려 좋아하는 플레이어도 눈에 보였다.

“그 한 명은 어떻게 고르실 건가요?”

“경매 형식으로. 가장 많은 돈을 낸 사람하고 할 생각이야.”

“…….”

“…….”

결국 플레이어들의 표정은 뭐라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일그러졌다. 돈을 내야 인터뷰를 할 수 있다니? 다만 그중에는 눈치 빠른 플레이어도 존재했다.

“그럼 영웅이 되는 방법과 레이드 보스에 관해서도 알려주시는 건가요?”

“뭐, 그러지.”

동시에 어느 한 명이 재빨리 손을 들고 외쳤다.

“1골드 내겠습니다!”

“2, 2골드!”

“2골드 10실버!”

‘……이것들이 왜 이리 돈이 없어?’

어처구니없게도 돈은 2골드에서 찔끔찔끔 올라가고 있었다. 적어도 몇십 골드는 갈 줄 알았는데 내가 잘못 생각한 건가? 그래도 다들 필사적으로 가격을 외치는 걸 보니 저들 입장에서는 나름 큰 금액인 듯했다.

“10골드!”

‘오…… 응?’

이제 3골드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도중, 누군가가 10골드를 외쳤다. 그 액수에 놀라 확인해보니 어느 정도 눈에 익은 플레이어가 자신 있게 손을 든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까 그 여자잖아?’

정확하게는 조금 전 집 앞에서 내게 질문하려다 끝내 하지 못한 플레이어였다. 여기까지 따라온 건가? 아무튼 잠깐 그 플레이어를 보고 있으니 가격은 10골드에서 더는 올라가지 않았다.

“됐죠? 된 거죠?!”

가격도 더 이상 올라갈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플레이어는 제자리에서 뛸 정도로 기뻐했다. 반대로 다른 플레이어들은 각각 분하다는 표정. 혹은 짜증나는 표정을 지었지만 내게 따지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고작 3골드 제시해놓고 뭘 아쉬워하는 거야?’

모르는 사람이 보면 3천 골드는 내놓은 줄 알겠다.

어쨌거나 10골드에서 끝났다는 사실이 황당하기는 했지만 이미 말을 꺼냈으니 뭐라 번복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던 사이, 10골드 낙찰로 기뻐하던 플레이어는 내게 다가왔다.

“그럼 갈까요?”

“어디로…….”

“단독 인터뷰라고 하셨잖아요. 그러니 다른 사람들은 듣지 못하는 장소로 가야죠. 아, 루딘 님 집으로 갈까요? 그것도 괜찮겠네요.”

혼자서 뭔 말을 하는 건지.

그래도 일리가 있는 말인지라 고개를 끄덕인 난 그 플레이어를 데리고 집으로 향했다. 또 집으로 들어가 확인해보니 라즈는 이미 없는 상태였고, 대신 나와 같이 집에 들어온 플레이어의 감탄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은 집이네요.”

평가가 미묘한 느낌인데…….

사실 내 집은 아이젠이 가진 집보다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집이 있어야 귀환 스크롤을 사용할 수 있고, 반대로 이런 집조차 없는 플레이어가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나쁜 편은 아니었다.

“시작해도 되죠? 마침 저기 좋은 자리가 있으니 앉도록 해요.”

“무슨 자기 집처럼 말하네요.”

“어? 갑자기 말 높이시는 거예요?”

“아님 낮춰?”

“편안대로 하세요. 저야 굽실거리는 입장인데요 뭐.”

태도를 보니 그런 거 같지도 않았지만 일단 알겠다는 식으로 대답하고는 거실 소파에 앉았다. 플레이어는 아직까지도 싱글벙글 웃으며 맞은편에 앉더니 슬슬 입을 여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무튼 감사드려요. 설마 단독으로 하실 줄은 몰랐거든요.”

“질문이나 해요.”

“음?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요?”

“전 오늘 같은 일을 겪고서 웃을 성격이 아니라서요.”

“아, 음. 다음에 할까요?”

“괜찮아요. 대신 빨리 끝내죠.”

“노력해볼게요.”

어찌 됐든 시작한 인터뷰 내용은 내가 생각한 그대로였다. 어떻게 영웅이 됐는지부터 시작해, 레이드 보스는 잡았는지. 또 잡았다면 어떻게 잡았는지에 관해 물어봤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모든 대답이 난감했다.

영웅에 관해 말하기 위해서는 레이드 보스에 말해야 되고, 또 그걸 연관해 생각하면 사라져버린 공략 불가능한 보스들은 내가 잡았다는 걸 시인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이드 보스를 안 잡았다고 하기에는 아이템 설명에 너무 명확하게 적혀져 있었다. 이걸 실시간 경매장에 판다면 보나마나 알게 될 사실이기 때문에 잡았다는 것을 인정했고, 또 어떻게 잡았냐는 질문에 난 애매하게 대답했다.

“S랭크 스킬로 잡았어요.”

“어떤 스킬인지는 말해줄 수 없나요?”

“예.”

또 거기까지 대답한 나는 더 이상의 질문이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 플레이어는 어디서 정보를 입수했는지 의외의 질문을 꺼냈다.

“듣자하니 루딘 님의 강화 확률은 엄청나게 높다고 하던데…… 그것도 비밀인가요?”

“그건 어디서 들었어요?”

“여기저기 정보를 주는 사람이 있거든요.”

그 정보를 주는 사람들 중에서 엠페러 길드원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물어보지는 않았다. 물어본다고 순순히 대답할 리가 없었으니 말이다.

“행운이 높으니 확률도 높은 거죠.”

“…….”

그때 내 대답을 들은 플레이어는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전까지 싱글벙글 웃었던 태도는 씻은 듯이 사라진 것이다.

“영웅은 혼자서 보스를 몇 번 잡으면 된다고 하시고, 레이드 보스는 그냥 S랭크 스킬로 잡았다고 하시고, 강화는 행운이 높다고만 하시니…….”

“나름 착실하게 대답한 건데.”

플레이어도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이런 질문을 던졌다.

“그러고 보니 갑자기 왜 인터뷰를 하겠다고 한 거예요?”

“상황이 이런 것도 있고, 아이젠이 한 말이 떠올랐거든요. 모두가 납득이 될 설명을 하면 인식이 바뀔 거라나.”

“전혀 납득이 될 설명이 아니지만…… 그래도 대충 알 거 같네요.”

“……?”

그 말에 의아한 듯이 바라보자 플레이어는 말했다.

“앞으로 루딘 님이 무슨 일을 할 때마다 역시 루딘이다. 혹은 루딘이라 가능한 일이었다. 라는 인식을 심어줄 생각인 모양이에요.”

‘그런가?’

“아마 확실할 걸요? 만일 루딘 님이 이대로 가만히 있다 영웅이 됐던 일과 비슷한 상황을 겪으신다면 사람들은 좋지 않을 생각을 할 게 분명해요. 하지만 난 이런저런 일로 강해졌다. 라고 한다면 루딘 님을 응원하는 사람이 생길지도 몰라요.”

고개를 갸웃거린다. 만일 내가 이런저런 일로 강해졌다고 대답하면 사람들이 죄다 따라하지 않을까? 덧붙여 말하자면 따라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대체 어느 누가 레이드 보스를 혼자서 잡겠는가?

“괜찮다면 저도 도와드릴게요. 이래봬도 루딘 님 팬이거든요.”

‘팬은 무슨.’

아무튼 애매한 내 대답도 잘못이 있었기에 알겠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플레이어는 다시 질문을 했다.

“행운이 높으시다는 건 그만큼 스킬이 많다는 뜻인가요? 행운 관련 스킬이요.”

“스킬보다는 아이템 영향이 크죠.”

“아이템이요?”

“도박꾼 겐트 의뢰를 클리어하면 행운 관련 아이템을 주거든요.”

이 정보는 꽤 의외였는지 플레이어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와, 그거 깬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들었는데…… 루딘 님이 깨셨을 줄은 몰랐네요.”

“실제로도 어려웠어요. 다시 도전해도 깰 수 있을지 의문이고.”

막말로 그 도박 퀘스트를 통해 며칠 동안 병원에 입원하는 신세가 됐으니 난이도는 말할 것도 없었다. 다만 지금의 내 행운 능력치라면 직감을 쓰지 않고도 그럭저럭 상대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템 좀 볼 수 있을까요?”

“음, 아뇨. 다른 사람이 제 아이템을 보는 건 좀 그러네요. 대신 어떤 아이템인지는 말씀드릴게요.”

그렇게 내가 말한 보석 주사위의 옵션을 들은 플레이어는 감탄을 했고, 곧이어 다른 보상이 더 없냐는 질문을 던졌다. 실제로 도박꾼 퀘스트로 아이템과 칭호를 얻었던 난 칭호에 관해서도 설명을 해줬다.

“칭호도 받았죠. 옵션은 행운 10% 증가에 행운 관련 행동 시, 1% 확률로 행운이 10배 증가하는 거예요.”

“와, 그럼 강화에 적용하면…….”

“안타깝게도 강화는 제외에요.”

실제로도 내가 받은 칭호에 강화가 안 된다는 설명이 적혀져 있었다.

[최고의 도박꾼] (칭호)

설명:도박꾼 겐트의 인정을 받은 사실상 최고의 도박꾼이다.

-행운 10% 증가.

-행운 관련 행동 시, 1% 확률로 행운 10배 적용(강화 제외).

만일 이게 강화에도 적용이 된다면 좋았을 테지만, 실제로 적용이 된다고 해도 1% 확률인지라 의미는 없을 듯했다. 아니, 어차피 강화야 직감으로 하고 있으니 내게는 쓸모도 없는 칭호. 그래서 지금까지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플레이어로 인해 다시 기억나고야 말았다.

또 그 뒤로 몇 가지 질문이 오가고 나서야 플레이어는 만족스런 표정으로 자리에 일어나 인사했고, 난 잠깐 생각하다 그 플레이어를 불러세웠다.

“왜요?”

“기사로 적을 거면 이 내용도 적어달라고요.”

“상관은 없지만…… 무슨 내용인데요?”

“용감무쌍 길드 마스터가 S랭크 스킬을 가지고 있다고.”

만일 그 내용을 용감무쌍 길드가 본다면 적잖게 화를 낼 테지만 난 전혀 상관하지 않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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