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161화 (161/211)

00161  第 36 話  =========================================================================

第 36 話 “50일째”

“루딘 님! 아이템 대여해주시면 안 되나요?!”

“레이드 보스에게서 나온 아이템 좀 보여주세요!”

“돈 드릴게요!”

‘와, 이건 뭐야?’

어제 인터뷰도 끝내고 차츰 줄어드는 사람들까지 확인한 난 다음날이 되면 평소와 마찬가지로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어제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집 밖에서 아이템을 대여해달라고 외치고 있었는데, 이렇게 된 이유는 오늘 적용된 패치 때문인 듯하다.

[대여 시스템이 추가됩니다.]

[내용:자신이 보유한 장비를 다른 이에게 대여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추가됩니다. 대여 방법은 기존 거래와 동일하며, 명령어는 '대여 물품 거래'입니다. 또한 물품에 대여 시간을 설정할 수 있는데, 이 시간은 현실 시간이 아닌 황혼에서의 시간으로 최소 1시간부터 최대 100시간까지 설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여한 장비는 강화, 거래, 파괴가 불가능하며, 장비를 대여한 상태로 죽는다면 남은 대여 시간과 상관없이 모든 대여 장비는 원래의 주인에게로 돌아갑니다. 또 장비의 내구력은 절반이 감소되니 이점 각별히 유의하시고 사용해주시길 바랍니다.]

생각해보면 최악의 타이밍에 나타난 패치가 아닐 수 없다. 하필이면 내가 레이드 보스를 잡았다고 인정한 그 다음날에 이런 패치가 적용되다니? 덕분에 다시 집 안으로 들어온 나는 한숨을 내쉬며 길드성으로 이동했다.

[귀환 스크롤을 사용합니다.]

파밧!-

‘유아와 시나에게도 당분간 들어오지 말라고 해야겠네.’

참고로 그 둘은 마물의 레벨을 올리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는 중이었다. 7번 실험체가 나왔다고 했나? 10번 실험체가 아닌 건 아쉬웠지만 7번 실험체도 나름 괜찮은 녀석인 거 같았다.

밧줄 달린 작살을 쏘는 놈이었는데, 일단 원거리 공격이 가능하지 않은가?

어쨌든 길드성으로 이동한 난 침대에 앉아 다시 한 번 황혼 홈페이지로 들어가 패치 내용을 확인해보았다. 원래는 황혼 내에서 홈페이지에 들어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이 또한 오늘 패치로 적용된 사항 중 하나였다.

‘일단 오늘 패치가…….’

[황혼 내에서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내용:많은 분들이 홈페이지의 글을 읽기 위해 일부러 접속을 종료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앞으로는 그런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황혼 내에서도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게 적용을 했습니다. 다만 몇몇 문제로 인해 황혼 홈페이지에만 접속이 가능하며, 또 황혼 내에서는 글을 올릴 수 없습니다. 단순히 보는 정도로만 사용해주시길 바랍니다.]

이 패치로 인해 황혼에서도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었던 것. 글을 올릴 수 없는 단점도 있지만 내가 글을 적어 올리는 것도 아니니 그런 거야 상관없었다. 또 며칠 전에 아르넬라가 있는 얼음 궁전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접속을 종료한 기억을 가진 내게 있어 그럭저럭 괜찮은 패치이기도 했다.

[이제부터는 스킬. 상세 정보의 설명이 제대로 적혀집니다.]

[내용:지금까지는 스킬 레벨이 올라가는 장비를 착용해도 설명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지만 이 부분을 수정했습니다. 스킬 레벨을 포함해 마나력과 지구력 감소까지 전부 적용해 상세 정보에 나타나니 이제부터는 일일이 계산할 필요 없이 상세 정보만 보시면 됩니다.]

이건 간단하게 말해 내 검푸른 수호자의 세트 효과. 스킬 레벨 2 상승과 마나력, 지구력 30% 감소 효과까지 전부 상세 정보에 적용되어 나타난다는 말이었다. 이것도 나쁜 패치는 아니라고 할까? 간단한 예로 파괴화살을 보면 다음과 같이 표시되었다.

[S랭크 헤르나의 파괴화살 효과] (LV7)(+2)

-장전 시간 5초.

-화살 발사 시, 공격력 35% 상승.

-화살 발사 시, 민첩의 5배. +35 속도로 발사.

-화살 적중 시, 공격력과 근력을 폭발 데미지로 적용.

-폭발 데미지의 7%를 고정 데미지로 적용.

-폭발 반경 7M.

-사거리 130M.

*사용 시, 마나력 소모 630.

*사용 시, 지구력 소모 6.3%.

이렇게 말이다.

지구력은 검푸른 수호자 세트 효과 30% 감소와 신발에 강화 옵션인 지구력 1을 줄여주는 효과까지 합쳐서 10%였던 지구력 감소가 6.3%까지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확실히 한눈에 보이니 편하기는 했다.

그리고 마지막 패치는 귀환 스크롤과 관련된 패치였다.

[전투 중에 귀환 스크롤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내용:원래는 잠깐의 숨 돌릴 틈만 있다면 귀환 스크롤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밸런스의 문제로 이 부분을 과감하게 수정해 전투를 하지 않은 채 5분의 시간이 지나야만 귀환 스크롤을 사용할 수 있게 적용했습니다. 다만 접속 종료 시간 때에는 보다 안전한 종료를 위해 5분이 아닌 1분으로 적용을 했습니다만 차후 상황을 보며 조정해나가겠습니다.]

한마디로 내가 공격을 받으면 5분 동안 귀환 스크롤을 사용할 수 없다는 말이다. 나야 이런 건 신경 쓰지 않았지만 다른 이들은 귀환 스크롤을 도망치는 용도로 사용하는 듯했다.

어쨌거나…….

‘이젠 어떻게 하지.’

이 망할 패치 때문에 보는 사람마다 장비를 빌려달라고 할 게 뻔했다. 정작 난 빌려줄 생각조차 없는데 말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유아나 따라가는 건데.’

지금 상황을 생각하면 차라리 그쪽이 마음이 더 편할 거 같았다. 하지만 이제 와서 찾아가는 것도 그렇다고 생각한 나는 다른 것을 생각해냈고, 그러다 떠오른 것이 용감무쌍 길드였다.

“그놈들이나 없애러 갈까.”

하이츠를 잡은 게 루딘이 틀림없다고 제보한 용감무쌍 길드. 나도 복수하기 위해 그쪽 길드 마스터가 S랭크 스킬을 배웠다는 말을 꺼냈지만 역시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물론 일이 이렇게 된 건 녀석들의 잘못이 아니었지만 하는 짓이 괘씸하다고 할까?

또 그곳으로 가면 날 알아보는 사람도 적을 거라 생각한 난 그렇게 하기로 하고는 유아에게 연락했다.

[대화에 연결되었습니다.]

-예, 루딘 님. 무슨 일이세요?

들려오는 목소리와 내용을 보아하니 유아는 아직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듯하다. 하긴, 알 필요는 없나? 좋은 일도 아니니 모르는 편이 좋을 거라 생각한 나는 본론부터 꺼냈다.

“조금 일이 벌어져서요. 혹시 모르니 귀환 스크롤은 사용하지 마시라고 연락드린 거예요.”

-귀환 스크롤을요?

“예. 그…… 사용하지 말라고 한 이유는요.”

-아, 괜찮아요. 옆에 시나가 말해줬어요. 그보다 괜찮으세요? 들어보니 꽤 고생할 거라던데.

“괜찮아요.”

다행히도 옆에 시나가 잘 가르쳐준 모양이었다. 어쨌든 이야기를 끝낸 난 대화를 종료하고는 밖으로 나와 공간이동 장치가 있는 곳으로 가려고 했지만 이미 밖에는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 루딘 님.”

‘화련?’

내 방 앞에서 뭐하는 거지? 난 기다리고 있는 화련을 의아하게 쳐다봤지만 왠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여기서 뭐하세요?”

“그야 루딘 님 기다리고 있었죠.”

“……이유는요?”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있어서요.”

그러면서 싱긋 웃는 화련. 그 부탁이라는 게 듣지 않아도 알 거 같았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이며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기로 했고, 이후에 나온 말은 역시나 내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데로나크 잡아서 나온 장비 좀 구경하면 안 될까요?”

“구경해서 뭐하게요?”

“실은 며칠 뒤에 데로나크 레이드가 잡혀 있거든요. 장비를 보고 참여할지 결정하려고요.”

‘참여?’

데로나크는 레이드 보스에다 불 속성을 지녔다. 같은 불 속성 마법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화련이 가봤자 별로 도움이 안 되지 않을까? 차라리 아르넬라를 잡는다면 모를까, 데로나크를 잡는다고 하기에는 별로 설득력이 없었다.

“지금 데로나크 장비가 은행에 있어서요. 다음에 보여드릴게요.”

“다음이라…… 근데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

“언제까지 여기 있을 수는 없잖아요.”

“나가시면 곤란하지 않을까요? 1층에 길드원이 꽤 많던데.”

“몰래 빠져나가면 되죠.”

난 그렇게 말하고는 1층으로 내려갔다. 내려가면서 아까 화련이 했던 말을 생각했는데, 정확하게는 데로나크였다.

‘엠페러 길드에서도 데로나크를 잡는 건가?’

잡는 거야 그렇다 쳐도 결과가 궁금했다. 엠페러 길드에서는 데로나크를 잡을 수 있을까? 데로나크는 나도 한 대도 때리지 못한 채 아르넬라에게 맡겨 잡은 녀석이었고, 다른 레이드 보스인 하이츠보다도 강했다.

“어? 부길마님이다!”

“부길마님!”

“…….”

그렇게 잠깐 생각하는 사이에 1층으로 내려온 나는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바글거리는 길드원을 보고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길드원은 못해도 몇백 명 정도 모여 있었고, 또 그 대부분이 나를 향해 일제히 고개를 돌리는 모습은 절로 뒷걸음치게 만들었다.

‘아니, 침착하게 환영이동만 잘 쓰면 넘어갈 수…… 있을까?’

보아하니 환영이동을 써도 정문까지 갈 거리가 되지 않았고, 써서 은신 상태가 된다고 해도 다른 사람과 부딪치면 은신은 그대로 풀려버렸다.

“하아.”

결국 뚫고 나간다는 선택지를 포기한 난 다시 위로 올라가고야 말았다. 그나마 길드원들은 2층으로 올라오지 않았기에 다시 정적이 찾아왔지만 그와 반대로 내 마음은 심란하기 그지없었다.

“한 일주일 정도 쉬다 올까.”

상황을 보니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서 나를 보는 인간들이야 장비를 빌려달라는 녀석들뿐이니 말이다.

“여기서 뭐하십니까?”

“……?”

문득,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에는 아이젠이 있었다. 녀석은 언제 또 온 거지? 별로 대화할 기분은 아니지만 무시할 수도 없었기에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지.”

“밑에 길드원 때문에 그렇습니까?”

“잘 알고 있네.”

아이젠은 단번에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고는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는 내게 거래 신청을 했는데, 그 거래 신청을 받아보니 귀환 스크롤 한 장을 올려놓았다.

‘귀환 스크롤?’

“이걸로 빠져나가십시오.”

“아.”

그 말을 들으니 어째서 귀환 스크롤을 줬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 귀환 스크롤로 아이젠의 집으로 이동한 뒤, 공간이동 장치가 있는 곳까지 가면 될 거 같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고마워.”

“그리고 길드원에게는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말해놓겠습니다.”

“아니, 됐어. 시간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거기까지만 말한 난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을 건네며 아이젠이 준 귀환 스크롤을 사용했다.

[귀환 스크롤을 사용합니다.]

또 그렇게 귀환 스크롤을 사용하자 오랜만에 보는 아이젠의 집이 나타났지만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집에는 아무도 없다는 거였다. 뭐, 길드성이 있으니 이런 집이 의미가 없겠지만 내가 가진 집보다도 좋은 여길 그냥 내버려둬 놓는다는 게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팔 생각은 없는 건가?’

이 정도 집이라면 못해도 몇천만 원은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나였지만 아이젠은 그런 돈에 관심이 없을 듯했다.

철커덕-

“엘시크의 환영이동.”

이러나저러나 아이젠의 저택에서 나온 난 환영이동을 사용해 은신 상태로 공간이동 장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러면서 주변에서 들려오는 플레이어의 대화 소리를 잠시나마 들을 수 있었는데, 역시 이번 패치 위주의 대화였다.

“이거 대여 시스템으로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돈? 그러려면 장비가 좋아야지. 누가 네 아이템을 돈 주고 빌려?”

“그러니까 이제 막 시작한 초보자를 대상으로 해야지. 잘하면 돈 말고 다른 걸 얻을지도 몰라.”

‘확실히 아이템이 좋으면 돈을 버는 것도 가능하겠군.’

차라리 나도 레이드 장비를 돈 받고 대여하는 식으로 할까? 1시간에 1골드씩. 다른 건 몰라도 꺼지지 않는 화염 세트는 화련이 대여할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니, 돈이야 이미 충분하니 그럴 필요는 없지.’

더군다나 나 같은 경우에는 강화로 돈을 벌어도 된다. 이전에도 강화로 몇백 골드나 벌었으니 마음만 먹는다면 대여를 하는 것보다도 더 많은 돈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그렇게 난 대여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접고선 공간이동 장치가 있는 곳까지 이동했다. 은신이 풀리자마자 다시 환영이동을 사용한 탓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고, 남겨진 내 환영을 본 다른 플레이어들은 루딘이라며 놀라 외치긴 했지만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어쨌거나 그런 식으로 공간이동 장치가 있는 곳까지 도착한 나는 10골드를 지불해 카르젠 왕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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