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64 第 36 話 =========================================================================
第 36 話 “50일째”
난 순간 이놈이 농담하는 줄 알았다. 녀석의 말대로라면 병사가 100명 있어야 중급 악마 한 마리를 상대할 수 있다는 말인데, 지금 내가 싸워야 되는 대상은 중급이 아닌 최상급 악마였다.
이 스킬을 쓰면 병사 1만 명이 소환되기라도 하나?
하지만 자부심마저 느껴지는 볼레스의 표정을 보니 뭐라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 B랭크 스킬이니 평균 이상은 하겠지.’
어차피 비어있는 스킬 개수는 많다. 이거 하나 배운다고 기존 스킬을 삭제해야 되는 일은 없었기에 일단 배우기로 결정한 나는 깊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잡아보죠. 최상급 악마.”
“아, 감사합니다. 루딘 님.”
[의뢰를 받았습니다. '지상에 나타난 최상급 악마를 처리하라.']
“그럼 저 역시 루딘 님에게 저희 왕국 병사를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B랭크 스킬. '카르젠 왕국 병사 소환'을 습득하셨습니다.]
[스킬을 습득함에 따라, 능력치가 올라갑니다.]
[띠링!~ 새로운 능력치 '지휘'가 생겨났습니다. 지휘는 다수의 인원을 보다 효과적으로 통솔하는 능력입니다. 지휘가 높아질수록 좀 더 복잡하고 체계적인 명령을 수행할 수 있는 효과가 있습니다.]
[지휘가 10 상승합니다.]
‘지휘?’
이런 능력치도 있을 줄 몰랐던 난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정신 차리고는 네이라에게 말했다. 퀘스트를 받긴 했지만 당장 최상급 악마를 잡으러 갈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최상급 악마는 며칠 뒤에 잡으러 갈게요.”
“네? 지금 악마가 무슨 짓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며칠 뒤에 가신다고 하셨습니까?”
“그, 중요한 일이 있어서요.”
“악마가 나타난 건 인류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런 문제보다 중요한 일이 대체 어디에 있다고 그러십니까.”
[네이라와의 호감도가 3 하락합니다.]
“…….”
하락하는 호감도야 아쉽지도 않았지만 흘러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한 번 더 거절하면 퀘스트고 뭐고 최악의 상황으로 갈 거 같은 분위기랄까? 어쩌면 퀘스트가 취소되는 것과 동시에 볼레스의 손에 끌려가게 될지도 몰랐다.
‘끌려가면 이틀…….’
빌어먹을 용감무쌍 놈들.
그놈들이 덤벼들지만 않았다면 이런 일도 겪지 않았을 텐데.
속으로 내가 죽인 다섯 명을 떠올리며 욕을 내뱉은 난 오늘 안에 최상급 악마를 잡을 수 있는지 생각했다. 위치만 알아낸다면 어떻게든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그 위치조차 모른다면 나로서도 장담할 수 없었다.
“최상급 악마는…… 어디에 있죠?”
“토벌대가 전멸한 곳이 베아디 산맥이니 그곳을 중점적으로 찾으면 될 거 같습니다.”
‘아, 미친.’
정확한 위치를 말해줘도 할까 말까인데, 산맥이라니? 이곳에서는 귀환 스크롤도 사용할 수 없으니 내 발로 직접 왔다 갔다 해야 된다는 말인데, 그렇게 산맥까지 갔다 오는 시간과 최상급 악마를 찾는 시간까지 합친다면 오늘 하루로는 부족할 거 같았다.
‘아니지? 그냥 퀘스트만 받고 이 마을에 있으면 되잖아?’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 네이라의 목소리가 재차 들려왔다.
“물론 베아디 산맥은 그 크기가 넓은 만큼 루딘 님 혼자서는 힘드실 겁니다. 미약하지만 저와 여기 있는 볼레스 경이 돕도록 하겠습니다.”
“……돕는다고요?”
“말씀드렸다시피 이건 인류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런 일을 루딘 님 단 한 명에게만 맡길 수는 없습니다.”
대답은 좋다. 만일 내일 있을 전투만 아니라면 기분 좋게 끄덕였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문제는 오늘 그 악마를 찾지 못한다면 일이 생각보다 복잡해진다는 거였다.
‘적성에게 연락해서 하루 더 미뤄야 되나?’
“그보다 루딘 님. 준비는 어떻습니까? 루딘 님만 괜찮다면 지금 당장 출발하고 싶습니다만…….”
“…….”
오냐, 가자. 죽든 말든 신경도 안 써주지.
“가요.”
만일 오늘 안에 최상급 악마를 찾아 없애면 모든 일이 해결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적성에게 연락하던가, 아님 이들을 버리고 마을로 가야 될 거 같았다.
이런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네이라와 볼레스는 갈 준비를 끝마치고는 나를 데리고 공간이동 장치가 있는 곳으로 갔고, 그 공간이동 장치를 이용해 베아디 산맥과 최대한 가까운 마을로 이동했다.
다행이라면 공간이동 비용은 네이라가 대신 내준 것.
그래봤자 같은 카르젠 왕국에 위치한 마을이었기에 1골드밖에 하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는 나를 배려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하아, 이런 배려보다는 며칠만 시간을 줄 것이지.’
남몰래 한숨을 내쉬며 걸음을 옮기던 난 문득 이 퀘스트를 수락하자마자 습득한 카르젠 왕국 병사 소환 스킬을 살펴보기로 했다.
“상세 정보. 카르젠 왕국 병사 소환.”
[B랭크 카르젠 왕국 병사 소환 효과] (LV3)(+2)
-카르젠 왕국 병사를 총 10여 명 소환.
-소환 시, 병사들의 레벨을 15로 적용.
-소환 시, 병사들의 모든 능력치 15 추가 상승.
-소환 시, 병사들의 공격력 15를 고정 데미지로 적용.
-지속 시간 180초.
*사용 시, 마나력 소모 196.
*사용 시, 지구력 소모 6.3%.
“10명 소환?”
10명이라면 엄청 많이 소환되는 거 아닌가? 보통 소환사라고 불리는 플레이어는 부족한 화력을 숫자로 메꾸기 위해 각종 소환 스킬을 습득하지만 이 스킬은 그럴 필요도 없이 한 번에 10여 명이나 소환된다고 적혀져 있었다.
‘대단하긴 한데…… 어째서 알려지지 않았을까?’
참고로 병사 소환과 같은 스킬은 있는 줄도 몰랐고, 쓰는 사람조차 본 적이 없었다. 그 경우를 생각하면 랜덤 스킬북으로 습득할 수 없는 스킬이 아닐까 싶었다.
만일 랜덤 스킬북으로 습득이 가능했다면 알려져도 진작 알려지지 않았겠는가?
‘스킬북으로 배울 수 없는 스킬이라…….’
“쿠어엉!”
그때 인간의 것이 아닌 울부짖음에 고개를 돌려보니 무슨 새의 형상을 한 머리에 곰탱이 몸집을 가진 몬스터가 있었다. 자연스럽게 두 발로 서 있는 그 몬스터는 입에 있는 부리와 날카로운 손톱이 주무기인지 한눈에 봐도 날카롭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 근데 저거 온라인 게임에서 비슷한 놈을 본 거 같은데.
[아울베어]
‘아, 아울베어였군.’
“아울베어군요. 흠, 모처럼 기회이기도 하니 저의 왕국 병사들의 힘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병사가 어디 있다고?’
지금 이곳에는 나와 네이라. 그리고 볼레스 세 명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볼레스는 자신 있게 그 말을 하더니 앞으로 나가 아울베어와 대치했고, 이내 하나의 스킬을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카르젠 왕국 병사 소환!”
파밧!-
카르젠 왕국 병사 소환. 내가 습득한 스킬과 똑같은 스킬을 사용한 볼레스의 주위로는 총 10여 명의 병사가 나타났다. 그럭저럭 두꺼운 가죽 갑옷으로 무장된 10여 명의 병사를 보니 대략 검과 방패를 든 병사가 3명. 기다란 창을 든 병사가 4명. 마지막으로 활을 든 병사가 3명이었다.
“지휘명령. 일제 공격!”
그리고 볼레스의 명령에 따라 그 병사들은 망설임 없이 아울베어를 향해 달려들었는데, 솔직히 표정도 없고, 말도 없는지라 무슨 인형이 움직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쾅!- 콰쾅!-
“쿠어어엉!”
‘뭐, 그래도 잘 싸우긴 하네.’
검과 방패를 든 병사가 아울베어를 포위하고 그 뒤에 장창을 든 병사가 힘껏 찌른다. 또 멀리서는 활을 든 병사들이 계속해서 화살을 날리고 있었기에 이대로 큰 변화가 없다면 이길 것도 같았다.
또 이런 내 예상대로 아울베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쓰러졌고, 볼레스는 마치 어떠냐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대단한 실력이지 않습니까?”
“……예, 대단하네요.”
어쨌든 그런 대단하다면 대단한 실력을 지닌 병사들을 구경한 나와 두 명의 NPC는 베아디 산맥에 도착할 수 있었고, 그렇게 산맥에 도착하자마자 난 점점 머리가 아파오는 것이 느껴졌다.
‘후, 이딴 산맥까지 오는데 4시간이 걸리다니.’
또 여기서 끝이 아니다. 최상급 악마까지 찾아야 된다. 이 인원으로 그놈을 대체 어떻게 찾아? 덕분에 짜증이 절로 생겨났지만 볼레스는 그런 내 걱정을 단번에 없애주었다.
“지휘명령. 주변 정찰.”
“……?”
정찰? 정찰이라는 말에 10여 명의 병사들은 각각 흩어져 어디론가 달려갔다. 병사들로 저런 게 가능했나? 뭔가 새로운 걸 발견한 나는 곧바로 볼레스에게 물어보았다.
“정찰도 가능해요?”
“예. 정찰 뿐만이 아니라 방어. 호위. 또 지휘가 뛰어나다면 채집 같은 작업까지도 시킬 수 있습니다.”
‘오.’
기존의 소환수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지금까지의 난 소환수를 전투용으로만 생각했지만 볼레스의 말을 듣고 나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스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루딘 님도 병사들을 시켜 정찰이라도 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그럴까요?”
그 이야기에 흥미가 생긴 난 볼레스와 마찬가지로 병사들을 소환해보았다.
“스킬 사용. 카르젠 왕국 병사 소환.”
파밧!-
[카르젠 왕국 병사를 소환합니다.]
[관련 능력치 소환(426)이 보정됩니다.]
[카르젠 왕국 병사들의 모든 능력치가 213. 생명력과 마나력이 2,130씩 추가됩니다.]
‘레벨은 안 올라가네.’
스킬. 카드소환으로 병사들을 불러냈다면 레벨까지도 올라갔을 테지만, 지금은 다른 스킬을 사용한 것이기 때문에 소환 능력치만 적용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올라간 능력치는 상당한 수준. 모든 능력치가 200씩 올라갔다면 레벨이 몇 십 정도 올라간 것과 마찬가지였기에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관련 능력치 지휘(156)가 보정됩니다.]
[띠링!~ 처음으로 부대 소환 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부대 소환 스킬은 지휘명령을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지휘 능력치에 따라 사용하실 수 있는 지휘명령은 3개입니다.]
[일제 공격. 견제 방어. 주변 정찰.]
메시지를 읽어보니 현재 내 지휘 능력치로 사용할 수 있는 명령은 세 개가 한계인 모양이다. 다만 주변 정찰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나는 메시지에서 눈을 떼며 볼레스와 똑같은 말을 해보기로 했다.
“지휘명령. 주변 정찰.”
[정찰할 목표 대상을 지정해주십시오.]
목표 대상? 목표 대상이라면…….
“음, 악마?”
[주변 정찰을 시작합니다.]
주변 정찰을 시작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10여 명의 병사들은 어디론가 달려갔고, 난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감탄했다. 나중에 뭔가 찾을 때 이렇게 정찰을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 확실한 건 웬만한 소환수보다 활용도가 높다는 거였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되나요?”
나와 볼레스가 병사들을 보냈으니 총 20여 명의 병사들이 정찰하고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때문에 그런 질문을 던져봤지만 날 여기까지 끌고 온 장본인인 네이라의 대답이 먼저 들려왔다.
“병사들에게 모두 맡길 수는 없습니다. 저희도 악마를 찾아 움직이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한시라도 빨리 악마를 찾아야 되는 내 입장에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정찰 내용을 어떤 형식으로 받는지 알 수 없었던 나는 거기에 대해 물어보았다.
“정찰하고 돌아올 병사들은 어떻게 하고요?”
“아, 그거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가 움직여도 병사들이 특정 신호를 보내 결과를 알려줄 겁니다.”
“뭐, 그럼 괜찮지만…….”
볼레스의 설명에 어떻게든 납득한 난 이 두 명을 데리고 산맥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산맥에는 나오라는 악마는 나오지 않고, 사냥하러 온 플레이어들만 잔뜩 있었다.
“뒤쪽을 공격해!”
“뭐해?! 시선 붙잡아! 10초만 버텨!”
산맥이 넓어서 그런지 사냥하는 플레이어는 돌아다닐 때마다 볼 수 있었는데, 그런 그들이 사냥하고 있는 몬스터는 사람보다도 큰 사마귀였다.
이름이 맨티스인가?
앞다리가 무슨 칼날처럼 번뜩이고 있는 사마귀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는 플레이어와 그런 사마귀 뒤에서 공격하는 플레이어를 구경하는 사이, 메시지 창에서는 어떤 내용이 올라왔다.
[정찰 중인 병사 한 명이 맨티스에게 죽음을 당했습니다.]
[죽은 병사의 위치는 지도에 표시됩니다. '지도 확인'이라는 명령어로 그 위치를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
“…….”
설마 이런 식으로 정찰 내용을 알려주는 건가?
난 지도를 열어 병사가 죽은 위치를 확인했고, 이내 10분 정도 거리에 붉은색 점이 찍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 저 여자 빛의 교단의 NPC 같은데?”
“무슨 헛소리야. NPC가 왜 여기까지 와?”
“아냐, 진짜야. 전에 본 기억이 있어.”
[정찰 중인 병사 한 명이 '중급 악마 샤즈'를 찾았습니다.]
[정찰할 목표 대상을 찾았습니다. 지도에 그 위치가 표시됩니다.]
‘응?’
주변에서 떠드는 플레이어의 말을 무시한 나는 중급 악마를 찾았다는 메시지를 보고는 옆에 위치한 네이라에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