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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黃昏). 직감의 소유자-183화 (183/211)

00183  第 39 話  =========================================================================

第 39 話 “55일째”

파치칙!-

[적중 데미지! 1,296.]

일단 움직임이 강제로 멈춰진 최상급 악마였기에 공격은 어렵지 않게 성공시킬 수 있었지만 데미지는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전투 그 자체를 포기하는 것도 웃긴 일인지라 이대로 계속 공격을 시도하기로 했다.

“역동. 엘시크의 환영이동.”

콰아앙!-

[스킬 데미지! 2,362.]

대지의 역동으로 다시 최상급 악마의 움직임을 묶은 뒤, 녀석의 뒤로 이동한다. 그런 나와 환영은 최상급 악마의 앞뒤를 포위한 상태에서 뇌룡의 포효를 휘둘렀고, 따라서 데미지는 두 배로 들어가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파칙!- 파치칙!-

[환영 적중 데미지…….]

[적중 데미지…….]

“큭! 하찮은 재주 따위로 날 우롱하다니!”

“역동. 엘시크의…….”

콰아앙!-

“소용없다!”

뇌룡의 포효로 두세 번의 타격을 입힌 난 이전과 마찬가지로 대지의 역동과 환영이동을 번갈아 사용하려고 했다. 어떻게든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기 위해서인데, 그걸 실행하기도 전에 최상급 악마는 공중으로 살짝 뛰어올라 대지의 역동을 피해냈다.

‘고작 두 번 만에 파훼법을 알아내?’

퍼억!-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2,918.]

미처 놀라기도 전에 발을 뻗어 내 가슴팍을 걷어차는 최상급 악마. 묵직한 충격에 몇 걸음 뒤로 물러선 나는 무기를 고쳐 잡고 이후 다가올 최상급 악마의 공격을 대비했지만 그러기도 전에 환영에게서 어떤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파밧!-

‘저건…… 영혼의 족쇄잖아?’

환영의 손에서 생겨난 반투명한 말뚝. 그게 영혼의 족쇄라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파악한 난 잠깐 환영을 지켜보았고, 환영은 그 말뚝을 바닥에다 꽂았다.

촤르르륵!-

“크, 크윽!”

덕분에 말뚝에서 생겨난 쇠사슬이 내게 다가오려던 최상급 악마를 묶어 다시 끌어당겼지만 상황이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전체적인 능력치는 최상급 악마가 더 높았기에 이 또한 잠깐의 시간을 버는 행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기전이 되면 불리한데.’

최상급 악마의 생명력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겠지만 장기전이 되면 불리한 건 다름 아닌 나였다. 이 몇 초의 공방으로 소모된 지구력이 20%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래, 잘하고 있어! 조금만 버티면 내가 시체 폭발로 한 방 먹여주지!”

“지금은?”

“지금은 지구력이 부족해서 안 돼.”

‘쓸모없는 자식.’

언뜻 흑신을 보니 녀석이 일으킨 시체 몇 구가 보였지만 그걸 이용해 시체 폭발까지 사용할 지구력은 되지 않은 듯했다.

아마 다른 곳 상황도 비슷하겠지?

지구력이 전부 채워진 상태에서 싸우는 나야 다행일지 몰라도 다른 곳은 악마왕에게 모든 지구력을 쏟아부은 탓에 지금 최상급 악마에게도 터무니없이 밀리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콰쾅!-

‘그나저나 환영이 잘 버티네.’

내 능력치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환영이라 그런지 최상급 악마에게 한두 대 맞아도 죽지 않았다. 때문에 그런대로 싸우고 있는 양상을 띠고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 쇠사슬이 풀리자마자 최상급 악마는 거침없이 환영을 없애고는 찢어 죽일 듯한 눈빛으로 내 쪽을 돌아보았다.

“이제 네 녀석도 죽여주마!”

‘칫.’

다만 위안이 되는 점이라면 다른 이들과 같이 있다는 정도다. 나 혼자라면 모를까, 다른 이들도 같이 공격한다면 보다 수월하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과 함께 뇌룡의 포효를 휘둘렀다.

콰앙!-

그러나 최상급 악마는 왼손으로 뇌룡의 포효를 막아내는 것과 동시에 반대편 손을 뻗어 공격을 시도했다. 그걸 확인한 난 방패로 녀석의 공격을 막아냈지만 들어오는 데미지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2,772.]

‘미친, 생명력이 얼마나 깎인 거야?’

대략 7~8천? 아직까지 여유가 있지만 이런 공격을 몇 번이나 더 허용한다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재차 공격을 시도하는 최상급 악마의 모습에 난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다시 대지의 역동과 환영이동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역동.”

콰아앙!-

“할 줄 아는 게 그것뿐인가 보군.”

‘빌어먹을.’

내 스킬에 맞춰 아주 살짝 뛰어오른 것만으로 회피하는 최상급 악마다. 덧붙여 그 모습을 보니 이젠 대지의 역동 자체가 먹히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호의 갑옷!”

채앵-

급한 대로 수호의 갑옷을 펼쳐 데미지를 막아보려고 했지만 이것도 영혼의 족쇄처럼 시간을 버는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콰앙!-

[수호의 갑옷이 충격을 대신해서 받습니다. -4,845.]

‘조금 위험한데.’

원래는 최상급 악마의 생명력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어 되도록 여유를 가지고 싸울 생각이었지만 지금 상황을 보니 그러기도 전에 내가 먼저 죽을 판이었다.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될까?

저 망할 흑신 놈이 날 시체로 되살리지 않을까? 뭐, 시체로 되살리면 조금은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이용하게 놔둘 생각도 없었다.

“다크 크로우! 공중 낙하!”

순간, 하늘 위에서 검은색을 띈 한 마리의 새가 최상급 악마를 향해 엄청난 속도로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에린의 소환수인가? 곰탱이 말고 다른 소환수도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위력은 없었다.

쾅!-

떨어지는 새는 정확히 최상급 악마와 부딪치긴 했으나 딱히 심각한 데미지는 들어가지 않았는지 최상급 악마는 아무렇지 않게 그 새를 낚아채고는 바닥에 내팽개쳤다.

콰득-

마무리로 짓밟는 행위까지. 그걸로 깔끔하게 소멸한 환수의 모습에 한숨을 내쉰 난 녀석을 상대하기에 적절한 스킬을 사용했다.

“엘시크의 환영이동.”

팟-

이제 남은 지구력은 65% 정도? 환영을 하나 만들어낸 나는 거기서 끝내지 않으며 계속해서 환영이동을 사용해 총 세 개의 환영을 만들어냈다.

순식간에 4:1이 된 상황.

만들어진 세 개의 환영은 곧장 최상급 악마에게 달려들었고, 최상급 악마도 동시에 덤벼드는 세 마리의 환영을 전부 막아낼 수는 없었는지 몇 번의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파치칙!- 파칙!-

“크윽! 거슬리는 놈이 아닐 수 없구나!”

‘이때다.’

세 개의 환영으로 잠깐 정신이 팔린 상황이라는 것을 눈치챈 난 아주 작은 목소리로 스킬을 사용했다.

“역동.”

콰아앙!!-

[스킬 데미지! 2,362.]

10초도 되지 않은 전투 속에서 지구력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지만 상황 자체는 내게 유리한 쪽으로 흘러가는 듯했다. 게다가 그 사이, 시체 폭발을 사용할 지구력이 회복됐는지 흑신은 미리 소환해놓은 시체를 최상급 악마에게 보내며 준비한 스킬을 발동시켰다.

“터져라! 시체 폭발!”

콰콰쾅!- 콰쾅!!-

‘죽었나?’

아니, 죽진 않았겠지.

흑신이 사용한 시체 폭발 데미지가 어느 정도인지 몰라 애매하긴 했지만 죽이기는 힘들 거 같았다. 하지만 줄곧 자신 있게 시체 폭발만 사용하는 걸 보니 데미지가 들어가기는 들어가는 모양이다.

“크아아! 감히 네깟 인간들이!”

“오히려 화만 돋궜나?”

“시체 폭발 데미지가 7~800씩 들어가니 못해도 5천 이상의 데미지는 줬을 걸?”

어느새 환영과 떨어진 내 옆으로 다가와 말을 건네는 흑신. 덕분에 시체 폭발의 데미지는 알 수 있었다.

‘생각보다 높은 데미지는 아니군.’

지금까지 내가 준 데미지가 3~4만 될까? 흑신도 두 번의 시체 폭발을 사용했으니 1만 정도 데미지를 준 거 같은데, 그렇게 따지면 도합 5만의 데미지를 받았는데도 최상급 악마는 죽지 않았다.

‘하긴, 중급 악마의 생명력이 3만 정도였으니.’

그보다 두 단계나 높은 최상급 악마의 생명력은 5만보다 훨씬 높을 게 분명했다.

‘문제는 내 지구력인가?’

이렇게 서 있으니 조금씩 채워지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절반 정도다. 또 지구력을 채우는 동안 환영 하나가 소멸된 것을 볼 수 있었고, 남은 환영들은 어떻게든 공격하고 있었지만 최상급 악마가 주먹으로 막아버리면 데미지 자체가 들어가지 않으니 실제로 준 데미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진짜 이해가 안 되는 것 중에 하나지.’

주먹으로 막으면 데미지가 왜 들어가지 않을까? 짜증나긴 했지만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가장 좋은 방법이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 싸우는 건데…….’

솔직히 말하자면 불가능에 가깝다. 지금도 스킬을 사용해 겨우 상대하고 있는데 그 스킬을 봉인하고 싸운다면 승산은 보지 않아도 뻔한 일. 흑신 녀석도 지구력을 회복하는 대로 시체 폭발을 사용하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젠장, 그보다 악마왕을 상대해야 되는데.”

또 최상급 악마에게 발목을 붙잡힌 게 마음에 들지 않는 듯이 중얼거리는 흑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나 역시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녀석을 처리하지 않으면 곤란해지니 어쩔 수 없었다.

콰콰쾅!-

그리고 마지막 환영을 없앤 최상급 악마는 다시 내게 시선을 돌렸다. 저놈은 왜 자꾸 날 쳐다보는 걸까? 지금까지 상대한 사람이 나였으니 고개를 돌린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지만 살벌한 표정을 보고 있자니 조금 사양해줬으면 했다.

‘지구력은 53% 정도 채워졌나?’

“물론 다른 녀석들보다는 상황이 좋긴 하지만.”

“어째서?”

“악마가 눈에 보이는 녀석들을 죄다 죽이고 있으니까. 여긴 그나마 발목 정도는 붙잡고 있잖아.”

“죽여버릴 테다!”

흑신의 말을 들으니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달려드는 최상급 악마가 우선이었다. 환영을 이용해 지구력을 채운다고 해도 소모되는 게 훨씬 빠르다는 것을 깨달은 난 다른 방법을 떠올렸다.

후, 적어도 아르넬라만 있었어도 저딴 녀석쯤은 간단하게 처리했을 텐데.

그 생각과 함께 내게 휘두르는 최상급 악마의 공격을 쳐낸 나는 다음 공격을 피하기 위해 뒤로 물러났고, 최상급 악마는 그렇게 물러서는 나보다 더 빠르게 다가와서는 주먹과 발을 어지럽게 휘둘렀다.

쾅!- 콰쾅!-

[수호의 갑옷이 충격을 대신해서…….]

[데미지를…….]

게다가 그 공격으로 수호의 갑옷이 깨져나가는 데다 그에 해당하는 데미지까지 입고 말았다. 이유야 어찌 됐든 녀석의 속도가 나보다 빨랐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씨발.”

물론 내가 최상급 악마와 싸우고 있는 도중에 몇몇 근처에 있는 플레이어들이 공격하기는 했지만 들려오는 소리는 별로 좋지 않았다.

“와, 데미지가 안 들어가는데?”

“악마왕이랑 비슷한가 봐.”

“어쩌지? 저대로 놔두면 힘들 텐데.”

“그보다 싸우고 있는 사람 루딘이잖아. 어떻게든 잡지 않을까?”

“하긴, 루딘이니까 저렇게 싸울 수 있는 거겠지.”

저것들은 지금 밀리고 있는 게 안 보이나?

어떻게든 최상급 악마의 공격을 쳐내며 반격까지 시도하고 있었지만 내 공격은 여유롭게 피하는 반면, 난 가까스로 겨우 피하는 게 고작이었다. 또 그조차 힘든지라 몇 번의 공격을 허용한 나였지만 지금 나와 최상급 악마의 움직임이 워낙 빨라 저들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듯했다.

쾅! 콰쾅! 쾅!-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수호의 갑옷. 엘시크의 환영이동.”

채앵-

어지러운 공방 속에 수호의 갑옷과 환영이동을 사용한 난 최상급 악마 뒤로 돌아가 공격을 했다. 여기까지는 은신 상태였기에 공격을 성공시킬 수 있었지만 거기까지일 뿐. 최상급 악마는 이리저리 움직이며 나와 환영을 동시에 공격하고 있었다.

“엘시크의 환영이동.”

팟-

결국 지구력을 무시한 채 다시 세 개의 환영을 만들어낸 나는 환영과 함께 공격했고, 이번에는 처음보다 수월하게 진행하는 듯했지만 최상급 악마는 침착하게 날아오는 뇌룡의 포효를 주먹으로 쳐내며 한 번씩 공격을 하고 있었다.

나보다 움직임이 좋은 환영조차 피하지 못하고 얻어맞을 수준.

남은 지구력도 30% 라는 것을 확인한 지금, 이때 승부를 보지 못하면 위험했다.

쾅!-

‘이 개자식이.’

다만 휘두른 뇌룡의 포효가 번번이 녀석의 주먹에 막히니 왠지 모를 짜증마저 솟구쳤다. 그에 비해서 환영은 한 번씩 공격에 성공하고 있는 상황. 이대로 환영이 전부 사라지더라도 다시 세 개의 환영을 소환해 공격한다면 지금과 같은 피해를 줄 수 있겠지만…….

거기서 최상급 악마를 죽이지 못하면 곤란해졌다.

한 번 더 이런 식으로 환영을 만들면 그걸로 끝이기 때문이다. 내가 지구력을 회복할 때까지 다른 이가 최상급 악마를 붙잡을 수 있다면 문제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분위기를 보면 자신 있게 나설 플레이어는 없을 듯했다.

‘오냐, 어디 끝까지 해보자!’

화가 치밀어 오른 난 생각할 것도 없이 정신을 집중했다. 전에 베크샤와의 전투에서 멋대로 발동된 이후 단 한 번도 쓰지 않았던 두 번째 직감을 발동시키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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