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87 第 39 話 =========================================================================
第 39 話 “55일째”
[월드 보스 몬스터. 악마왕 아그라네스가 다시 허무의 세계로 돌아갑니다.]
[악마왕 아그라네스를 쓰러뜨린 업적으로 총 12,200의 공적치를 획득합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달라집니다. 하지만 사망한 플레이어는 지금의 기여도에서 제외됩니다.]
[루딘 님의 기여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데미지 469,723. 회복 0. 보조 0. 도합 469,723. 결과…… 1위입니다.]
[경험치 5,000,000 획득!]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띠링!~ 500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검은 절망과 죽음'을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어둠마저 삼키는 장막'을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타락한 영혼'을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S랭크 스킬북'을 획득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레이드에서 기여도 1위를 차지했기에 원하는 스킬의 레벨을 한 단계 올릴 수 있습니다.]
[레벨을 올릴 스킬 하나를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올릴 스킬은 생각할 필요도 없지.’
카르젤의 카드소환 말고는 올릴 스킬이 없다. 게다가 카드소환의 레벨이 오르면 지속시간도 늘어나기 때문에 난 주저 없이 카드소환의 레벨을 올리려고 했지만, 그러기도 전에 메시지 창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 올라왔다.
[토벌 의뢰를 완료했습니다!]
[악마왕 아그라네스를 허무의 세계로 돌려보낸 위대한 인물의 이름은 '루딘' 님입니다.]
[축하합니다. 플레이어 '루딘' 님은 토벌 의뢰에 대한 보상으로 빛의 교단과 각 나라의 희귀 보물 7개를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빛의 교단의 희귀 보물 '새벽의 잔'을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하르페 제국의 희귀 보물…….]
“…….”
빛의 교단과 하르페 제국에 이어 카르젠 왕국, 이오트 왕국, 아니스 왕국, 프로니아 왕국, 론다 왕국까지 모두 합쳐 7개의 희귀 보물을 얻었다는 메시지가 생겨났지만 안타깝게도 이것들은 내가 가질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었다.
‘희귀 보물이라…….’
악마왕 레이드에 협력한 연합 길드와 용감무쌍 길드가 경매로 나눠가질 테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아이젠과 길드원들은 어쩌지?’
희귀 보물이야 경매로 진행될 테지만 아이젠과 길드원은 이미 죽어버린 탓에 기여도에서 제외된 상태였다. 아이젠이라면 못해도 순위권 안에 들 수 있었을 테고, 화련 역시 화염 폭풍으로 상당한 데미지를 줬을 테니 순위권 안에 들 수 있을지도 몰랐다.
문제는 그 두 명을 포함해 길드원까지 전원 죽었다는 거지만.
[다음은 공적치에 따라 추가 보상이 지급됩니다.]
‘메시지가 아직도 안 끝났나?’
[루딘 님의 공적치는 총 35,750. 결과…… 1위입니다.]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토벌 의뢰에서 공적치 1위를 달성해 그 위용을 드러냈습니다. 소식을 들은 빛의 교단에서는 당신에게 보다 특별한 보상을 전달합니다.]
[띠링!~ '거룩한 신앙의 복장'을 획득하셨습니다.]
“루딘 님.”
“……?”
문득, 네이라를 보니 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는 정중하게 내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혹시라도 빛의 교단에서 도울 일이 있다면 절 찾아와주시길 바랍니다.”
“돌아가시게요?”
하는 말이 꼭 헤어질 때 하는 말투다. 또 이런 내 질문에 네이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는 의사를 표현했다. 어떻게 돌아갈 생각이지? 베아디 산맥으로 갔을 때에는 플레이어와 마찬가지로 공간이동 장치를 이용했지만 지금의 네이라는 황당하게도 서서히 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빛의 교단에서 기다리겠습니다.”
거참, 편하게 돌아가는군.
그 말을 끝으로 완전히 사라져버린 네이라. 아마도 빛의 교단으로 가면 만날 수 있을 거라 추측되지만 내가 빛의 교단으로 갈 일은…….
[NPC 의뢰를 완료했습니다.]
[의뢰 경험치 5,000,000 획득!]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신성 공적치 250,000 획득!]
[띠링!~ 처음으로 신성 공적치를 획득하셨습니다. 신성 공적치는 전 대륙에 퍼져있는 빛의 교단에게서 각종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수치입니다. 보다 자세히 알고 싶으시다면 가까운 빛의 교단으로 향하시길 바랍니다.]
[띠링!~ 400골드를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보상 아이템 'A랭크 신앙 랜덤 스킬북'을 획득하셨습니다.]
[띠링!~ 의뢰 완료 보상으로 각 빛의 교단의 보물 창고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띠링!~ 의뢰 완료 보상으로 빛의 교단 소속의 모든 NPC와의 호감도가 10씩 올라갑니다.]
‘갈 일이 없지는 않군.’
25만의 신성 공적치를 획득한 난 빛의 교단에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하며 다시 한 번 천천히 메시지의 글을 살펴보려고 했지만 그런 내게 웃으며 다가오는 인물이 있었다.
“모처럼 좋은 구경을 하게 해줘서 고맙군. 그런데 마지막에 그건 뭐였지?”
‘기원의 구슬을 말하는 건가?’
난 내게 다가온 흑신을 바라보았다. 최상급 악마가 날뛰는 와중에도 어떻게 살아남은 모양인데, 반대로 생각하면 운이 좋은 편이기도 했다. 대충 둘러봐도 남은 플레이어의 숫자는 500명 정도였으니 말이다.
“악마왕이 죽어서 그런 거겠지.”
“그래? 뭐, 그런 것보다 희귀 보물이나 보여줘.”
“……왜?”
“약속대로 하나는 내가 가져야 되니까.”
아아, 그래서 웃고 있는 표정이었나?
이번 레이드에서 용감무쌍 길드의 도움도 무시할 수 없으니 주긴 줄 생각이지만 그냥 줄 생각은 없었다. 일단 저 웃고 있는 입가의 미소부터 없애고 봐야지.
“미안하지만 제일 성능이 낮은 걸 줄 생각인데.”
“뭐?”
“어떤 걸 달라고 했는지 말 안 했잖아. 안 그래?”
내 대답에 흑신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그래, 저놈은 저런 표정이 어울리지. 또 흑신은 이런 걸로 나와 다투고 싶지 않은지 크게 소리치는 대신 다시 침착하게 말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좋아, 대신 보여주는 건 상관없겠지?”
“물품 보관창.”
차마 보여주는 것까지 어떻게 할 수 없었던 난 아이템 창을 열어 토벌 의뢰 완료로 얻은 7개의 희귀 보물을 찾았다. 생각보다 아이템 창이 복잡해 곧바로 찾을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못 찾을 정도도 아니었다.
‘이거겠지?’
난 황금색 바탕에 멋진 무늬가 그려진 잔을 꺼냈다. 아마도 빛의 교단의 희귀 보물인 새벽의 잔 같았는데, 그 새벽의 잔을 흑신에게 내밀며 나 역시 그 아이템을 확인해보았다.
[새벽의 잔] (Unique)
설명:빛의 교단의 보물 중 하나. 일명 성물이라 불리는 물품이기도 하다. 한때 빛의 교단의 신이 직접 만들기까지 한 이 새벽의 잔은 적지 않은 권능이 담겨져 신앙심을 보다 높여주는 효과마저 생겨났다. 하지만 빛의 신의 권능이 담겨져 있었기에 신앙이 없는 이는 이 새벽의 잔의 효과를 전혀 받을 수 없다는 게 단점. 반대로 신앙이 있는 이라면 단순히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받을 수 있다.
<신앙(200)>
<빛 속성 3%>
내구력:200/200
*신앙 계열 스킬 효과 20% 상승.
*신앙 계열 마나력 소모 20% 감소.
*신앙 계열 스킬 레벨 +2 적용.
‘응?’
새벽의 잔 설명을 읽어보니 부적 계열의 아이템 같았다. 아이템 창에 넣고만 있어도 효과를 보는 내 행운의 보석 주사위 같은 아이템 말이다. 또 유니크답게 성능도 괜찮았는데, 엠페러 길드의 누군가가 사용한다면 좋은 거 같았다.
“생명의 깃털.”
그래, 지금 말하는 에리스…….
“……?”
에리스?
참여한 길드원 중에 분명 에리스도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난 고개를 돌려 에리스를 보았다. 에리스는 어떤 스킬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런 에리스의 앞에는 새하얀 깃털이 무수히 떨어지더니 죽었던 엠페러 길드원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오, 유니크 아이템이잖아? 게다가 부적 계열이라니!”
그렇게 엠페러 길드원을 한 명씩 되살리고 있는 에리스와는 별개로 새벽의 잔을 살펴본 흑신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감탄했다.
유니크 처음 보나?
어쨌든 시끄럽게 감탄하는 흑신을 내버려둔 나는 잠깐 에리스를 보며 생각했다.
‘아이젠이 에리스는 남겨두고 돌격했던 거 같은데…….’
뭐, 나름 현명한 대처라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최상급 악마에게 죽지 않은 에리스를 보니 어딘가 잘 숨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따로 떨어져서 행동했던 난 거기까지는 알 수 없었다.
“다른 아이템도 보여 봐. 빨리.”
‘이 녀석은 왜 이리 급해?’
다른 아이템도 궁금했는지 떠드는 흑신. 게다가 악마왕을 잡아 생긴 기여도를 모두 확인했는지 서서히 이곳으로 모이는 플레이어를 볼 수 있었다. 난 이상하게 내 쪽으로 모여드는 플레이어를 보며 남은 희귀 보물을 살펴보았는데, 의외로 다른 희귀 보물들도 전부 부적 계열이었다.
‘원래 부적 계열만 주는 건가?’
다만 이 부적 아이템은 전부 유니크 아이템이라 성능만은 무시할 수 없었다. 막말로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부적을 적용받을 수만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강해질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루딘 님.”
“아, 살아났네.”
그때 에리스의 부활 스킬로 살아났는지 내게 다가오는 아이젠을 볼 수 있었다.
“예, 수고하셨습니다.”
“수고는. 근데 괜찮아? 기여도에서 제외됐잖아.”
“솔직히 말해 아쉽기는 합니다.”
그래, 아쉽겠지.
기여도 1위로 내가 얻은 아이템은 아직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전혀 쓸모없는 아이템이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이젠도 그걸 모르지는 않는지 한눈에 봐도 아쉽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녀석의 이런 표정은 처음 보는 거 같아 나로서도 꽤 놀랄 수밖에 없었다.
‘……괜히 미안해지기도 하고.’
나야 기여도와 공적치를 1위로 차지하고, NPC 의뢰까지 완료해 추가 보상까지 받았지만 아이젠은 그런 것도 없었다.
“그런데 그게 희귀 보물입니까?”
“뭐, 그렇지.”
아, 희귀 보물은 아이젠이 알아서 하라고 할까?
내가 들고 있어봐야 적용도 받지 않을뿐더러, 경매로 진행해야 될 물품이다. 그런 아이템을 들고 있어봤자 발만 묶일 거라 생각한 난 희귀 보물을 아이젠에게 떠넘기기로 결정하고는 그에게 거래 신청을 했다.
“거래 신청.”
“무슨 거래 신청입니까?”
“희귀 보물. 네가 알아서 하라고.”
“음, 예. 알겠습니다.”
잠깐의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젠. 어차피 주위에는 몇백 명의 플레이어가 보고 있으니 아이젠이 냅다 가지고 도망칠 리가 없었다. 또 연합 길드를 모은 것도 아이젠이었으니 그가 맡는 게 옳다고 생각한 난 거래로 희귀 보물 7개를 넘겨주었고, 그러나 한 가지 사실을 더 깨닫게 되었다.
‘아, 그러고 보니 직감을 사용한지 얼마나 됐지?’
그냥 직감과는 다르게 두 번째 직감은 내 스스로 멈출 수 없다. 멈출 수 있는 방법은 황혼에서의 접속을 종료하는 것. 접속을 종료하면 자연스레 두 번째 직감도 끝나기 때문에 난 잠깐 접속을 종료하기로 했다.
“잠깐 접속 좀 종료하고 올게.”
“뭐야? 화장실이야?”
화장실은 무슨.
난 옆에서 말하는 흑신을 무시하며 접속부터 종료하기로 했다.
“접속 종료.”
[접속을 종료합니다.]
[다시 황혼이 비추는 거리에서…….]
‘……또 하나 깜빡했네.’
깜빡한 건 메시지 창을 제대로 읽어보지 않은 것이다. 조금 전에는 메시지가 워낙 많이, 그리고 빨리 올라와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접속을 종료한 이 시점에서 메시지는 다시 접속해도 볼 수 없었기에 조금 아쉬운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얻은 아이템이 어디로 가는 건 아니니 넘어가기로 했다.
“윽.”
순간, 접속을 종료하고 현실로 돌아온 난 머리가 핑 돌 정도로 극심한 어지럼증을 느낄 수 있었다. 또 몸에서는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지만 다행히 정신을 잃을 정도는 아닌 듯했다.
‘씨발, 직감을 너무 이용했나?’
“후우, 후우.”
누워있는 자리에 몸을 맡긴 채 지속적으로 길게 숨을 내쉰다. 베크샤 때는 단순히 땀에 젖은 것으로 끝났지만 이번에는 억지로 두 번째 직감을 발동시키고, 또 적극적으로 이용한 탓인지 그때와 상황이 전혀 달랐다.
어쨌든 조금씩 정상으로 되찾아가는 내 몸의 상태를 느낀 난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