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99 第 42 話 =========================================================================
第 42 話 “60일째”
“그쪽이 자신 있는 걸로 붙어보죠.”
“예?”
내 대답에 제온은 이해하지 못했는지 다시 되물어보는 모습을 보여줬다. 반대로 내가 자신 있는 걸 말해도 되는 건가? 이곳에서 자신 있는 거라면 생각할 것도 없이 근력 측정이었다.
“아님 근력 측정으로 붙어볼까요?”
“……무기 방어로 하겠습니다.”
무기 방어?
‘뭐, 실력으로 겨룬다면 괜찮긴 하네.’
제온도 근력 측정으로 대결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지 곧장 무기 방어를 말했고, 난 유아와 제일 처음에 들어갔던 곳이 무기 방어라는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또 그때의 제온이 모든 레벨의 플레이어를 통틀어 가장 높은 성적을 거뒀으니 무기 방어를 선택한 것도 이해가 갔다.
“그럼 무기 방어로 하죠.”
“혹시 무기 방어를 해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해본 적이 있을 리가.
이번 이벤트에서 내가 참여한 것이라고는 전투 기술 하나였다. 그조차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둬 라즈가 이상하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어찌 됐든 무기 방어는 해본 적이 없었다.
“아뇨, 그래도 어떤 건지는 알 거 같네요.”
“알겠습니다. 연습 삼아 몇 번 해보시면 충분히 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연습이요?”
“서로 공정하게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자기는 해봤으니 나도 연습 삼아 해보라는 뜻인 듯했다. 하지만 나쁠 건 없는지라 고개를 끄덕였고, 제온은 그런 내 모습에 무기 방어를 하는 건물로 안내했다.
‘음? 그런데 시나가 조용하네.’
문득,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 시나가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고 느낀 나는 고개를 돌려 시나를 보았다. 무슨 일인지 풀이 죽은 듯한 모습이었다. 원하던 대로 제온과 대결하게 됐으니 웃을 줄 알았던 내 생각과는 정반대가 아닐 수 없었다.
“……죄송해요.”
잠깐 걸음을 멈춰 시나와 거리를 좁힌 나는 곧이어 미안하다는 시나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뭐가요?”
“일이 이렇게 됐으니까요. 지금 생각하면 평소답지 않게 대처했던 거 같아요.”
그 말대로 조금 전에 흥분했던 시나의 모습은 나로서도 본적이 없으니 평소답지 않은 모습이긴 했다. 그걸 뒤늦게 깨달은 시나는 자신이 실수했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딱히 신경 쓰지 않으며 대답했다.
“뭘 그런 거 가지고 그래요.”
“화 안 내세요?”
“별로 화낼 일도 아니잖아요.”
어쨌든 거기까지 대답한 나는 다시 걸음 속도를 높여 제온의 옆으로 향했다.
“예상대로 루딘 님은 저분들과 아시는 사이 같군요.”
“예, 모르진 않죠.”
“본의 아니게 시나라는 분을 도발한 보람이 있었습니다.”
‘도발?’
도발이라는 단어에 제온을 쳐다보자 제온은 간략하게 답해줬다.
“들으셨을 수도 있으시겠지만 루딘 님과 아는 사이라고 확신한 저는 시나라고 하는 분에게 실제로 붙으면 제가 이길 거라 말했습니다.”
“단순히 그렇게 말하지는 않은 거 같던데요.”
“요약해서 말씀드린 겁니다. 나중에 따로 사과하도록 하겠습니다.”
사과하겠다고 말한 제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곧이어 무기 방어를 하는 건물로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건물 안에는 처음보다 조금 더 많은 수의 플레이어가 공을 막아내며 이리저리 소리치고 있는 모습까지 보였다.
“아악! 조금만 더하면 10위 될 거 같은데!”
“좀 더 연습하면 되지 않을까?”
“이거 연습할 바에 다른 것부터 하겠다.”
“길드원에게 장비 빌려서 능력치 부분 순위를 올리는 것도 나쁘지 않지.”
장비를 빌린다고?
황혼에는 대여 시스템이 있으니 빌리는 거야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그러니 누군가에게 내 장비를 빌려준다면 그는 능력치 부분에서 순위권에 들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다만 빌려줄 사람이 없다는 정도?
유아야 순위권에 연연하지 않는 듯했고, 친구인 재훈에게는 빌려줄 수도 없으니 지금은 단순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불과했다.
“어? 저기 저 사람 루딘 아니야?”
“또 가짜겠지. 아까 가짜가 다녀왔다는 말 못 들었어?”
“아니, 옆에 플레이어는 제온 같은데.”
또 몇몇 플레이어가 이쪽을 보며 의아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나와 제온은 아무렇지 않게 비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루딘 님. 연습으로 먼저 해보시길 바랍니다.”
“연습이라…….”
뭐, 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띠링!~ 현재 참여자의 레벨을 확인합니다.]
[확인이 완료되었습니다. 현재 참여자의 레벨 98.]
[모든 능력치가 900으로 고정됩니다.]
그 생각과 함께 원 안으로 들어선 나는 참여자의 레벨을 확인한다는 메시지와 모든 능력치가 900으로 고정됐다는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900이라면 내가 지닌 원래의 민첩보다도 몇백 낮은 수준이기에 몸이 둔해진 느낌이 들긴 했다.
‘민첩이 갑작스레 낮아지니.’
다행히 몇 초 지나지 않아 익숙해지는 것을 느낀 난 다음 메시지를 확인해보았다.
[날아오는 공의 속도는 10% 낮은 810으로 고정됩니다.]
[이후 5개씩 막을 때마다 공의 속도는 810에서 2%씩 높아집니다.]
[날아오는 공을 한 대라도 맞을 시, 혹은 중앙에 위치한 작은 원에서 벗어날 시 게임은 종료됩니다.]
[사용하실 무기를 선택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둔기.”
유아가 선택했던 무기인 둔기를 그대로 선택하자 메이스 형태의 무기가 손에 나타났다. 아무래도 공을 쳐내기 위해서는 검보다는 둔기가 좋을 거라 생각한 탓이다.
-5초 뒤에 시작하겠습니다.
덧붙여 카운터가 끝나자마자 내 앞쪽에서는 공이 생겨나 날아왔고, 난 그 공을 정확하게 바라보며 메이스를 휘둘렀다.
퍽-
‘생각보다 간단…….’
단 한 개의 공을 쳐내며 간단하다고 생각한 순간, 오른쪽과 왼쪽에서 공이 생겨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 먼저 오른쪽에서 생겨났으니.’
먼저 오른쪽에서 날아오는 공을 쳐낸 나는 곧장 왼쪽으로 몸을 틀어 날아오는 공에 맞춰 메이스를 가져다 댔다.
툭-
일단 공의 속도보다 내가 움직이는 속도가 빠른 탓에 세 번째 공까지도 무리 없이 막아낼 수 있었지만, 막아내기가 무섭게 사방에서는 새로운 공이 생겨났다. 그나마 동시에 날아오는 공이 없었기에 어떻게든 쳐내긴 했지만 뒤에서 날아온 공으로 인해 게임이 종료된 나는 작게나마 한숨을 내쉬었다.
[무기 방어 종료. 당신의 무기 방어 횟수는 15회 입니다.]
‘유아가 몇 개 쳐냈지?’
27개였나?
비교하면 뭔가 씁쓸한 기분이지만 어쨌거나 끝났으니 원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제온은 내 성적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미심쩍은 표정으로 말을 걸었다.
“진짜 루딘 님 맞으십니까?”
“갑자기 무슨 의심이에요?”
“아, 그런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했던 움직임과 전혀 달라서…….”
제온이 생각했던 움직임이라면 악마왕밖에 없을 것이다. 그때의 움직임을 생각해서 내게 대결을 신청한 거겠지만 어차피 이번은 연습 삼아 했던 것에 불과했기에 제온이 의심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연습이니까요. 이제 해보죠.”
“몇 번 더 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됐어요.”
됐다고 말하는 내 대답에 제온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슬슬 순서를 정하기 시작했다.
“먼저 하시겠습니까?”
“괜찮다면 조금 쉬었다 할게요.”
“그럼 저 먼저 하겠습니다.”
그리고는 안으로 들어가는 제온. 난 그런 제온의 모습을 보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예상외로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조금 전, 누군가가 제온이라는 이름을 외친 탓일지도 몰랐다.
“저 사람이 제온이야?”
“아마 그럴 걸? 전광판 보니까 68개나 했던데 기록을 갱신하려고 왔나?”
“여기서 제온을 보게 될 줄이야.”
“근데 저 사람 루딘 아니야? 보니까 복장이 똑같은데.”
“가짜겠지. 진짜 루딘이 15개만 할 리 없잖아.”
아무튼 주변에서 떠드는 다른 플레이어의 대화와 원 안으로 들어가는 제온을 구경하던 난 내 옆으로 다가오는 유아와 시나를 볼 수 있었다.
“이길 자신은 있으세요?”
“글쎄요.”
제온이 68개에서 일부러 끝내지 않은 이상 할 만하다고 생각한 나였지만 그 이상도 여유롭게 한다면 어떻게 될지 몰랐다. 두 번째 직감을 사용해 무기 방어를 시도한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우와!-
또 제온이 무기 방어를 시작해 아주 능숙하게 막아내는 것을 본 근처 플레이어들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확실히 허둥지둥 거리며 날아오는 공을 막아내는 다른 플레이어와는 다르게 제온의 움직임은 간결하면서도 정확했다.
‘대단하긴 하네.’
지켜보고 있으니 날아오는 공의 위치는 한 박자 빠르게 파악하는 듯했다. 아마 소리를 듣고 알아내는 거겠지만 쉴 틈 없이 생겨나는 공의 순서까지도 모두 외워 움직이는 그의 모습은 감탄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몇 개야?! 몇 개 쳐냈어?!”
“벌써 30개가 넘어!”
“와, 난 지금의 공이 보이지도 않는다.”
제온이 쳐내는 공의 횟수가 점점 많아질수록 속도 또한 빨라졌다. 그럼에도 제온의 움직임에는 아직 여유가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본 시나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루딘 님. 진짜 이길 자신 있죠?”
“왜 자꾸 그런 걸 물어봐요?”
“만일 아까처럼 15개밖에 못하면 사람들에게 엄청 욕먹을 테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된 원인은 저 때문이고요.”
‘아, 그런 문제가 있었나?’
확실히 구경하는 사람이 점차 늘어나고 있으니 소문은 퍼질 듯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결투장에서 붙을 걸 그랬나? 반대로 제온을 이긴다면 시나의 걱정은 그저 걱정에 끝나겠지만 현재 제온이 공을 쳐낸 횟수는 50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뭐, 이겨볼게요.”
“……이상하게 믿음이 안 가요.”
전투 기술부터 아까 연습했던 무기 방어까지의 결과를 본 시나인지라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말조차 서슴없이 하고 있었다.
“유아 씨도 그렇게 생각해요?”
“예? 아뇨, 전 루딘 님을 믿어요.”
어떻게 보면 예상했던 대답이기도 했지만 시나는 그 말에 곧장 반박했다.
“믿기는! 솔직하게 말해. 너도 27밖에 못했다고 했잖아.”
“그래도 그건 내 성적…….”
와아아아!!-
뭔가 말을 하려던 유아의 목소리는 주변 플레이어의 함성으로 묻히고 말았다. 무슨 일인지 알아본 나는 이내 기록을 갱신한 제온을 확인할 수 있었고, 구경하는 플레이어들도 마치 자신이 기록을 갱신한 것처럼 놀란 모습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미쳤다! 기록을 갱신하다니!”
“50개 넘는 플레이어도 없는 마당에 기록까지 갱신해버릴 줄이야!”
“역시 실력전 1위 플레이어!”
그 이후 제온은 옆에서 날아온 공을 맞고 끝났지만 전광판에는 새롭게 갱신한 제온의 기록이 새겨지고 있었다.
[레벨:80~89] [1위:제온](76개) [상품:매직 상자]
‘76개라…….’
이쯤 되면 모든 레벨을 통틀어 압도적인 1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력전의 1위는 그냥 얻어진 게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 셈이기도 한데, 그렇게 멋지게 기록을 갱신한 제온은 내게 다가오며 말했다.
“어떻습니까?”
“잘하시네요.”
뭐랄까. 순수 움직임으로 보자면 내가 본 어느 플레이어보다 뛰어난 거 같았다. 만일 제온이 내 장비를 착용한다면 그 누구보다 활약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입고 있는 장비가 경갑, 가죽. 이런 식으로 제각각인 걸 보니 그렇게까지 사냥을 즐겨하는 편은 아닌 거 같았다.
“이번에는 루딘 님 차례군요.”
‘후.’
내 차례라는 말에 한숨을 내쉰 난 직감을 발동하고는 원 안으로 들어갔다. 직감은 여전히 두 번째 직감으로 훌쩍 넘어가 버렸다. 어떻게 보면 평상시의 직감을 전혀 사용할 수 없다는 말과 같지만 짧게만 사용하면 아무 문제가 없을 거라 믿었다.
“응? 방금 제온이 루딘이라 하지 않았어?”
“가짜가 아니었나?”
“지켜보면 알 수 있겠지.”
[사용하실 무기를 선택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검.”
처음에는 둔기를 선택했지만 이번에는 검으로 선택했다. 이유가 있다면 검면으로 공을 막아낸 제온의 모습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5초 뒤에 시작하겠습니다.
‘시작하는군.’
그 시작과 동시에 머릿속에는 첫 번째 공이 나타나는 위치와 날아올 경로가 들어왔다. 또 직감대로 공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한 나는 아주 간단하게 첫 번째 공을 쳐내고는 본격적으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퉁! 퉁퉁!-
검으로 공을 베어내듯이 휘둘렀으나 공은 잘리지 않고 옆으로 튕겨나간다. 시스템으로 공 자체가 그렇게 이뤄진 모양이었다.
“어? 잘 막는데?”
“움직임이 아까와 전혀 달라.”
다시 생겨나는 공은 각각 어깨와 다리. 그리고 머리를 향해 날아온다. 하지만 이미 파악이 끝난 나는 먼저 어깨에 날아오는 공부터 쳐낸 뒤, 몸을 한 바퀴 돌아 공의 위치를 파악하는 척하면서 다리로 날아오는 공을 막았고, 곧이어 머리에 날아오는 공은 자세를 낮추는 것으로 피해냈다.
‘횟수에는 포함이 안 되지만.’
당연한 말이겠지만 공을 피해버리면 무기 방어 횟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제온도 막아내기 힘들다고 판단한 공은 일부러 피해버렸으니 별다른 문제는 되지 않을 듯했다.
“와, 지금 몇 개지?”
“40개 넘었어.”
“진짜 루딘인가?”
‘생각보다 여유로운데.’
그 여유의 증거로 근처 플레이어의 대화까지 들려왔다. 공이 생겨나는 위치와 날아오는 경로를 미리 파악하고 어떻게 움직여야 효율적인지도 머릿속에 전부 들어오고 있는 내게 지금 이 무기 방어의 난이도는 한참이나 낮아져 있었다.
그리고…….
‘끝내야겠군.’
어느 정도 공을 막아낸 나는 못해도 제온의 기록을 넘었을 거라 확신하자마자 무기를 밑으로 내린 채 그 자리에서 가만히 서서 날아오는 공을 맞았다.
퍽!-
[무기 방어 종료. 당신의 무기 방어 횟수는 106회 입니다.]
‘106회면 뭐.’
대결하자고 했던 제온과 걱정했던 시나까지도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몸을 돌리자마자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멍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제온과 그 외에 플레이어를 발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