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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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그만해."
다프네가 짜증어린 어조로 둘에게 말했다. 노트가 툴툴대면서 입을 다물었다. 팬시는 내 눈치를 보며 입을 연다.
"드레이코, 호그와트에 가서 날 괴롭히지 말라고 하려고?"
"……."
"하지마."
"…넌 언제부터 이런거야?"
"하지만, 네가 움직이면 난 계속 너한테 의지하게 될거야. 나 혼자 해결하고 싶어."
"다프네는 어쩌고?"
노트가 입을 삐죽이며 딴지를 건다. 팬시가 노트를 거들떠도 보지 않으며 나를 진지한 눈으로 바라본다.
"드레이코, 그래 줄거지?"
"……알았어."
"고마워! 그리고 노트, 불만 있으면 나가라니까? 다프네는 괜찮다고 했어."
노트가 분한 듯 몸을 부들부들 떤다. 그린그래스에게 나가자고 눈짓을 하는 것 같았지만, 그녀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다시 객실에 노크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드레이코!"
"한참 찾았잖아."
이번에는 해리와 시리우스, 헤르미온느, 로널드가 차례로 들어왔다. 시리우스가 쾌활하게 미소지었다.
"오랜만이다!"
"아, 네."
"시리우스 블랙?"
"기차에는 외부인이 탑승하면 안 되잖아요."
그린그래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중얼거린다. 그게 문제인거냐. 노트는 이미 포기한 듯 어느새 책을 읽고 있었다.
"하하! 난 외부인이 아니란다, 얘야."
"…설마-"
"새로 온 천문학 교수지. 잘 부탁한다!"
노트가 들고있던 책을 떨어뜨린다. 그게 그렇게 충격적인가. 난 충격보다는 어이없음이 더 컸었는데. 하긴 시리우스가 교사라니, 조금 충격이긴 하겠다.
"드레이코, 왜 퀴디치 월드컵에 안온거야?"
해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는다. 병원에 갇혀있었어. 이것 말고는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해 눈을 도르륵 굴렸다.
"얼마나 재미있었는데! 아쉽다."
"맞아. 해리는 지팡이를 잃어버리긴 했지만."
"지팡이를 잃어버렸다고?"
"아, 어. 그래서 다시 샀어. 근데 그렇게 잘 되지는 않더라."
해리가 낯선 지팡이를 들며 얼굴을 찡그린다. 마법이 잘 안돼는 것 같았다. 퀴디치 월드컵이 재미있었다고? 죽음을 먹는 자들이 난동을 부린게 아니라?
"퀴디치 월드컵에서, 아무 일도 없었어?"
"없었는데?"
"아니지, 빅터 크룸의 맹활약이 있었잖아!"
로널드가 당치도 않다는 듯 빽 소리지른다. …나중에 크룸한테 질투하느라 정신없을거면서.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아무 일도 없었단 말이지. 해리는 지팡이를 잃어버렸고.
아무래도 죽음을 먹는 자들을 주도해서 그런 일을 일으킨건 루시우스 말포이 였나보다. 원작에서도 볼드모트가 루시우스에게 그 행동은 흥미로웠다고 말했지.
크라우치가 원작대로 해리의 지팡이를 훔쳤고, 아무 일도 없으니 그냥 지나간 것 같다. 그러면- 시발, 그 지팡이로 자기의 아버지한테 뭔짓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아직은…"
여전히 지팡이는 잠잠하기만 했다. 신호가 안왔다는 뜻이지. 다시 말하지만, 페티그루는 잠잠하기만 하고, 뼈는 나에게 있다.
"…? 왜 그래?"
"아니야."
다시 노크 소리가 들려온다.
"들어오세요-"
"왜 여기에 이렇게 많이 오는거지."
"만남의 장소 인가보지."
헤르미온느가 재미없다는 듯 로널드를 쏘아보았다. 로널드가 어깨를 으쓱거린다.
"곧 도착이니까, 옷을 갈아입는게 좋을거야."
"네-"
* * *
신입생들은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은 마차에 올라탔다. 세스트랄이 나를 뚫어지게 노려본다. 뭐, 예전부터 겪던 일이니까 상관없다.
세스트랄은 나를 떨어뜨리고는 싶지만 다른 학생들은 떨어뜨리기 싫은 것 같았다. 한 번도 이 마차를 타면서 낙사한 적은 없었다.
세스트랄을 타고 호그와트로 들어갔다. 테이블에서 삼인방과 시리우스하고 헤어졌다.
"이번 신입생들은 어떨까?"
"개념만 제대로 있다면 상관없어."
"시어도르, 말 예쁘게 해야지."
노트가 입을 삐죽이며 투덜거린다. 그린그래스가 그런 노트에게 작게 타박했다. 팬시는 노트를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드디어 호그와트 도착이네."
"그러게."
"어이쿠, 조심!"
누군가가 물풍선을 던진다. 노트가 그걸 마법으로 받아쳤다. 도대체 누구지. 아, 이쯤에 피브스가 난동을 피우던가. 나는 혼자 생각하고 납득했다.
"피브스, 뭐하는거야!"
"그러게 피하라고 했잖아!"
피브스가 낄낄거리며 우리를 바라본다. 슬리데린 학생들을 맞춘게 어지간히도 기쁜 것 같았다. 팬시가 눈을 부릅뜨고 피브스를 바라본다.
"바론 경이 가만히 있으시지 않을거야."
"…쳇! 제길, 알았어! 알았다고!"
피브스가 투덜대며 길을 비켜주었고, 우리는 연회장으로 들어갔다. 슬리데린은 이렇게 들어온거냐. 쓸데없는 데에서 지능적이었다.
"말포이, 너 무슨 짓 했니?"
그린그래스가 나에게 작게 속삭인다. 나도 이유를 모르겠다. 왜 교수들이 나를 노려보는거지. 그냥 노려보는 것도 아니라 아주 강렬한 시선으로 노려본다.
"왜 이렇게 뚫어져라 보시는거지…?"
"나도 몰라."
"작년에 교수에게 뭐 잘못한거 있어?"
"음… 아니."
나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슬리데린 좌석에 앉았다. 다른 이들도 영문을 모르겠다며 투덜거리며 앉았고. 곧 신입생들이 불안에 떨며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