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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 현대 재림기-14화 (14/170)

< -- 14 회: 일반인 속에 혈마. -- >

“벌이 아니라 선물이군.”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알몸으로 잠 들어 있는 지현의 모습은 아주 많이…음란했다. 아직 허벅지에는 진한 창현의 씨앗이 남겨져 있었고, 얼굴이나 가슴 그리고 복부에도 그 흔적이 말라붙어 있었다.

욕실이라 짐작 되는 곳으로 걸음을 옮긴 창현이 옷을 벗어 던지고는 샤워기를 틀었다. 이번에는 집에서처럼 썩 당황하지는 않고 능숙하게 틀 수 있었다. 물 조절 역시 마찬가지였다.

“편리한 것은 확실해.”

문명의 혜택이란 새삼 굉장하다는 것을 느낀 창현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수증기가 껴서 스스로 조소 아닌 다른 미소를 짓고 있다는 것은 볼 수 없었다.

“후우!”

가볍게 숨을 몰아쉰 창현이 단전에서 느껴지는 혼탁한 지현의 영력을 느껴 보았다. 술법은 딱히 내공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 물론, 내공을 굉장히 많이 필요로하는 술법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창현은 늘 효율성을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내공을 많이 사용하는 술법들은 제물 역시 상당한 것들이 필요한 법이고, 그 것은 인세에서 구하기 힘든 것이 대부분이었다. 천 명이나 되는 어린 아이의 피를 제물로 하는 술법은 이야기로만 잘 못 구전되어 전해져 내려오는 것일 뿐, 실제로 그런 술법 따위는 존재 하지 않았다.

단지 그 것에 버금가는 오래도록 영력을 키워 온 잡귀나, 마찬가지로 요괴의 시체 정도가 필요 한 것이었다.

그 것이 창현에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고, 그는 내공이 없어도 충분히 많은 술법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정신력만으로도 가능한 술법들이 많았고, 그가 무림에서 활동을 하던 시절에 정파의 무인들은 그 것을 사술이라 칭했다.

그저 그들이 창현의 인간 같지 않은 정신력에 밀린 것뿐이었고, 도행이나 수행을 오랫동안 쌓아온 도사들이나 소림의 중들까지도 그 사실을 숨긴 것에 불과했다.

“후우우우우!”

그 때의 창현은 분명 그랬지만, 지금의 창현이 반드시 그럴 수 있으리라는 법은 없었다. 그래서 신중을 기하기 위해 지현에게도 자신의 피를 제물로 부적을 사용한 것이었다. 거기에 흡정 대법의 아류 술법까지 곁들인 것이었고.

그래서 얻은 것은 약 1년 정도면 모을 수 있는 귀력의 양이었다.

본래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은 영력이었고, 지금의 창현처럼 남의 영력을 흡수 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영력을 흡수하는 것은 귀력이었다. 그 차이는 꽤 컸다. 물론 그 것이 평범한 사람들일 때 해당하는 말이었다.

특히, 다른 사람에게 흡수한 것은 본래의 신체에 들어간다면 그 기운이 더욱 혼탁해진다. 더구나 창현이 흡수한 것은 지현의 생명력과 연관이 있는 영력도 아니고 그녀가 살아가면서 저절로 쌓인 혼탁한 영력이었다.

그 것을 오직 창현만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영력으로 정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내공의 힘보다 영력의 힘이 더욱 강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채 1시간도 걸리지 않아 만든 일종의 무공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만큼 그는 천재였다.

아니, 천재였었다.

“후우우우!”

가부좌를 딱히 틀 필요는 없었다. 창현은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을 맞으며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의식 깊은 곳에 잠들어 있는 또 다른 창현의 영혼 역시 지금 영력을 움직이려는 창현의 기운을 느끼고 움찔 떨고 있었다.

지난 번 수희랑 있을 때처럼 방해는 전혀 하지 않았다. 그저 숨죽이고 있었다.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창현의 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흡정대법의 경우처럼 구결을 외울 필요는 전혀 없었다. 그저 몸속을 타고 흐르는 영력을 느끼면서 자신의 영력으로 지현에게 흡수한 혼탁한 귀력을 덮어 나가는 작업만을 하고 있었다.

‘이 자식의 영력…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던 본래의 영혼의 힘…생각보다 잘 맞아서 다행이야. 무공은 모두 잃었어도 영력은 어느 정도 남아 있었고, 그래서 일이 점점 더 쉬워지고 있어.’

평범했지만, 힘들게 살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이런 능력들이 자신이 이 시대를 살아감에 있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 지 짐작하고 있기에 창현은 신중하게 영력을 덮어 나가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었다.

지현에게 흡수한 영력을 모두 뒤덮어 하나의 구 형태로 만든 순간 창현이 한 꺼번에 껍질 형태로 뒤덮고 있는 자신의 영력을 지현의 영력을 향해 발출 해 내고 있었다.

퍽-퍽-퍽!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창현이 내뿜고 있는 열들 때문에 빠르게 마르고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튕겨져 나가고 있었다. 몸에 맞아서 튕겨져 나가는 것이 아니라 창현의 땀구멍을 통해 수 없이 배출되는 어떠한 기운들 때문에 가로 막혀 튕겨져 나가고 있는 것이었다.

그 것은 굉장한 장관이었다.

사방으로 비산하는 물방울들이 마치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것처럼 천천히 벽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고, 그 속에 창현은 오연히 서 있었다. 비록 허약한 신체이기에 근육은 찾아 볼 수 없었지만, 신비로운 광경 중심에 서 있다는 것만 해도 굉장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물론 볼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곧 창현이 깊은 숨을 토해냈다.

“후아아아아!”

끼익-!

샤워기를 끄자 물이 멎었다. 지현과 꽤 오랫동안 몸을 섞었기에 온 몸에 흐르고 있었던 땀들과, 그녀가 흘린 물들 역시 모두 깨끗이 씻겨져 있었다. 그리고 본래 창현의 피부보다 조금은 더 윤기가 흐르고 있었다.

단 1년에 해당하는 귀력을 영력으로 바꾼 결과였다.

“뭐 귀력이나 영력이나.”

자신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표현 하려다 창현은 정의 할 수 있는 단어가 너무나도 많다는 생각에 실없이 웃고는 서랍에서 수건을 꺼냈다. 밖으로 나오자 여전히 잠 들어 있는 지현을 보면서 나지막하게 중얼 댔다.

“역시 선물이었어.”

지금은 꽤 음란한 모습으로 잠을 자고 있지만 당장 내일만 되어도 몸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인간은 살아가면서 끊임 없이 불순물을 받아들이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그 것은 혼탁한 영력으로 변화 되었고, 그 것이 심화가 된다면 육체 자체에도 이상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창현은 지현에게 그런 혼탁한 영력을 빨아들였고, 그 것도 굉장한 쾌락을 함께 선사하면서! 지현은 그 혼탁한 영력을 창현에게 흡수당함으로써 좀 더 몸이 건강해지는 결과를 맞을 것이 분명했다.

그 것만이 아니라 창현의 피부가 전보다 좀 더 윤기가 나는 것처럼 그녀 역시 그런 사소한 부분들에 있어서 점점 좋아질 것이 분명했다.

“정사를 끊임없이 나누고 몸에 아직도 많이 남은 그 혼탁한 영력들을 전부 빨아들이면 굉장한 미인이 될 수도 있지.”

현대미의 기준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창현은 확신하고 있었다. 여자를 보는 남자의 눈이란 비슷하기 마련이니까!

“29살…29년 동안 쌓아 온 귀력은 내가 가지도록 하고…본래의 영력이 없어지면 지현이와 이 집에 붙어 있는 지박귀 녀석이 눈치를 챌 지도 모르니 모두 흡수한 뒤로 그 녀석을 소멸 시키는 것은 미뤄야겠군.”

몸이 가까우면 마음도 가까워진다고 몇 번이고 섹스를 나눈 지현에게 묘한 느낌을 받고 있는 창현이었다. 예전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니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었다.

“오늘은 그만 가보도록 하고. 그 일이라는 것들을 먼저 정리를 해야겠어.”

수희를 학원에 보내는 일도, 당장 생활의 모든 것을 책임 지고 있는 자신이었지만 익숙치 않은 일들을 익숙하게 해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직 이 세계에 전부 적응을 한 것도 아니고, 창현의 기억을 모두 받아들인 것도 아니었다.

차라리 한 달 정도는 쉬면서 창현의 기억 정도는 전부 받아들인 이후에 무엇을 해도 하는 것이 좋았다.

그 전에 영력을 쌓는 일은 당연히 병행 할 생각이었다.

“그동안은 지현이 도움 좀 받아야겠지.”

여자의 도움을 받는 것을 굳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녀에게 돈으로는 줄 수 없는 많은 것들을 주었으니까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처음에는 벌을 줄 생각으로 했지만, 어쩌면 창현은 처음부터 이 여자를 떠올렸을 때 이렇게 될 것임을 알고 있었을 수 있었다.

원망보다는 소유욕이 더욱 컸으니까.

“본래 녀석의 마음인가?”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았다. 아마 동정이기에 가지고 있었던 본능에 가까운 욕정이라는 것이 더욱 맞는 표현 같았다. 지현은 창현이 일하고 있는 가게 아가씨들 중에서도 착한 축에 들었고, 얼굴도 또한 무척 예쁜 편에 속했다.

경수의 협박에 어쩔 수 없이 굴복 하기는 했지만.

“그 곳에서 일을 할 생각은 없지만 그 녀석들은 정리하는 것이 좋겠어.”

지현의 집을 나가면서 창현이 경수의 모습을 떠올려 보고 있었다. 분노가 들끓었다. 원래 누군가에게 당하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창현이었고, 비록 바보라고 불릴 정도로 착하기는 했지만 자신을 죽이려 했던 것을 의식 깊숙이 잠들어 있는 영혼 역시 좋게 받아들릴리 없기 때문에 일종의 공명이 일어난 것 같았다.

적어도 경수의 대한 것은 곧바로 동화가 되었다.

“그 것도 조금은 천천히.”

일단 육체 단련은 필수였다. 아무리 영력이 깊어진다 해도 그 것을 받아들이는 그릇은 육체였으니까. 지금의 허약한 육체로는 많은 영력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실제로 꽤 많이 피곤했다.

“예전에는 밤 새 안은 적도 있었는데.”

창현은 밤거리를 걸으면서 입맛을 다셨다. 이 시대의 여자들은 확실히 그 시대의 여자들보다 아름다운 것 같았다. 지나다니는 여자들은 창현의 눈을 어지럽히기에 충분했다. 그 시대에는 무공으로 몸매를 가꾸지 않는 이상 펑퍼짐한 것이 보통이었고, 일반 양민들은 잘 먹지 못한 때국물이 줄줄 흘렀다.

이 곳은 전혀 달랐다. 오히려 너무 많이 먹어 뚱뚱한 사람들도 꽤 많았다.

“풍요로운 세상인 것은 확실한 것 같아.”

빈부의 격차는 여전히 존재 했지만 창현의 기준에서 양민들이 삼시 세끼를 다 챙겨먹는 것도 모자라 여자들이 자신의 몸에 돈이라는 것을 투자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풍요롭다고 느꼈다.

“나 역시 전혀 부족한 편은 아니지만….”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돈의 단위와 저금을 해 놓은 액수를 가늠해 보자 분명 꽤 살만했다. 더구나 이 시대는 집이라는 것에 많은 돈이 들어가는데 집 역시 부모님이 물려 준 것이기에 자신의 이름으로 되어 있었다.

“그래도 풍요로운 것이 좋은 법이지.”

수희도 학원을 보내야 하고, 여러 가지로 돈의 쓰임새는 많다는 것을 아는 창현은 옅게 미소를 지었다.

일단 적응부터 하고 그 뒤에 일들은 차차 생각 해 볼 작정이었다. 시간은 많고 많으니까.

“근처에 잡귀 소탕도 하고 말이야!”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는지 창현의 미소가 진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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