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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 현대 재림기-16화 (16/170)

< -- 16 회: 일반인 속에 혈마. -- >

아침의 공기는 제법 선선했다. 산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언덕 정도에 불과 하지만, 아파트 뒤에 있는 작은 숲은 확실히 벌써부터 뜨거워지는 아스팔트보다는 확실히 선선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도심 속…은 아니고 좀 변방이라 부를 수 있는 곳인가?”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 해 보았을 때 이 아파트가 위치한 터는 그리 썩 좋지 못한 곳이었다. 낮은 언덕 주제에 그 뒤에 있는 큰 산의 청량한 기운을 막아내고 있었고, 앞에 강을 끼지도 않았다.

10층까지 밖에 없는 작은 아파트였지만 맨 꼭대기 층에도 햇살은 잘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절묘하게 언덕이 위치하고 있었다.

“저 것도 인공적으로 쌓은 것 같은데.”

창현은 쯧쯧, 하고 혀를 찼다. 편리한 시대이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 같았다. 있는 그대로의 것을 이용해 최상의 위치를 골라야 하는 것이 바로 집터인데, 이곳은 그냥 아무렇게나 지은 가건물이나 다름이 없었다.

괜히 치안이 안 좋고 집값이 싼 이유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었다. 위치도 위치였고, 동네자체도 흔히 부르는 달동네와 썩 어울렸다. 그 속에 우뚝 솟은 10층짜리 아파트 건물…1동 밖에 없지만 창현의 집이 위치하고 있었다.

그 집조차도 창현의 부모님은 무척 어렵게 장만을 했지만. 고래를 절레절레 젓는 창현이 옛 생각에 실없이 중얼댔다.

“그 늙은 거지가 그런 면에선 꽤 똑똑했어.”

중원을 유람 차 돌아다니던 시절 만났던 개방의 장로가 떠오르자 창현의 입가에 피식 미소가 번졌다.

“뭐 그건 그거고…인공적이지만 나무가 생각보다 많이 있으니 한 두 마리 쯤 살 것 같은데…!”

지금의 귀력으로는 잡귀들과 요괴들을 상대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막 영력의 존재를 깨닫고 미물에서 요괴로 탈바꿈 하는 놈들은 충분히 잡아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용하려는 것도 그들이었다.

운이 좋으면 그런 요괴들처럼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귀신들이 있으면 더욱 좋았다. 그들은 귀력이라는 것 자체를 아직 잘 사용하지 못 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생각보다 스산하군.”

창현은 아랫배를 뜨겁게 데우기 시작했다. 육체의 그릇은 꽤 컸지만 그동안 완전히 굳어 버린 혈도와 더불어 영력이 흐르는 영도 역시 꽉 막힌 후였다.

그래서 지현의 혼탁한 영력을 받아들이며 그 길들을 조금씩 넓혀 놓았기 했지만 여전히 영력을 사용하려 한다면 단전에 위치한 영력의 그릇 역시 뜨겁게 데워지기 마련이었다.

“후우!”

창현을 숨을 내뱉자 나뭇잎들이 바람에 흔들렸다.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하는 태양 빛을 가리던 그늘들을 만들어내고 있던 나뭇잎들이 흔들리자 스스스, 하고 분위기만큼이나 스산한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짹짹짹-!

어디선가 들려오는 참새의 목소리가 썩 맑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구구구, 하고 울고 있는 도심 속 옆 언덕에 집을 짓고 살던 비둘기들이나 까치들 역시 약간은 두려움에 떨고 있는 목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호오.”

예상이 빗나갈 것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지만 창현은 도리어 감탄하고 있었다. 미물에 불과한 새들이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낄 정도면 생각보다 강한 요괴나 잡귀가 이곳을 차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 했다.

딱히 특별한 것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언덕이었다. 그나마 자연적인 언덕도 아니었고, 인공적으로 쌓인 흙들이 오랜 시간 동안 방치되어 만들어 진 언덕이었다. 그 속에 씨앗을 뿌리고 울창할 정도로 빼곡히 들어 서 있는 나무들의 위대함 덕분이기는 했다.

그런 곳에 짐작 보다 더 강한 요괴 혹은 잡귀가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거 일이 꼬일 수도 있겠는걸.”

어쩌면 위험할 수 있었지만 창현은 오히려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정말로 강한 요괴나 잡귀였다면 자신이 그 기운을 느끼지 못 할 리 없었다.

아무리 그들이 그들의 기운을 숨긴다 할지라도 본연적으로 흘러나오는 영력의 흐름을 그 누구보다 잘 느끼는 사람이 창현이었고, 비단 사람들 중에서만이 아니라 영력을 가지고 태어 난 모든 생명체 중에 창현은 그 영력에 가장 민감한 생명체라 할 수 있었다.

“몸을 보호하기 위해 두른 영력조차 느낄 수 있다…적어도 10년 귀력은 가지고 있는 요괴나 잡귀라는 말인데…!”

자신이 살던 시절이라면 그 정도는 영력을 쌓은 축에도 들지 못했지만 이곳은 좀 달랐다. 오히려 양은 늘었지만 그 기운의 순수함은 훨씬 혼탁해진 상태였다. 그 시절의 10년 귀력은 이 곳에서 거의 2~3배에 달 할 정도의 양이라고 보는 것이 맞는 비율이라고 창현은 생각했다.

그렇게 따지면 그 시절의 10년 귀력을 뿜어내는 이 언덕의 주인은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한 존재라는 짐작이 가능했고, 또 이 주변에 영향력을 가장 강하게 행사하고 있는 존재라는 사실 역시 충분히 짐작 할 수 있었다.

“알아서 기어 나오겠지.”

자신의 목적은 하나였다. 황량한 도심 밖에 없는 곳에서 이제 막 태어난 것이나 다름 없는 요괴나 귀신들은 본능적으로 자연의 기가 가장 충만한 곳으로 모일 수밖에 없었다.

“역시!”

그 짐작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나무 뒤에 붙어 있는 작은 오소리 한 마리를 보면서 창현이 그대로 손을 뻗었다.

한 줄기 섬광이 번쩍였다.

“끼욱!”

괴상한 소리를 내는 오소리가 그대로 공중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창현 역시 그 한 번의 행동으로 이마에 땀을 맺고 있었다. 아직 적응이 완벽하게 되지 않았고, 지현의 혼탁한 영력을 자신의 맑은 영력으로 전부 흡수하기는 했지만 무공이 아니라 영력을 매개체로 물리적인 힘을 발휘하는 것은 그 옛날에도 시도 해 보지 않았던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에 시도로 그 것을 해냈다는 것은 그가 괜히 그 시절 고금제일인이라고 불렸던 것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끼욱! 끼욱!”

“참 드럽게 우는군.”

오소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분명 동물이었건만 마치 사람이 표정을 일그러뜨리는 것처럼 고통과 분노가 느껴지고 있었다.

“아 너무 그러지 마. 미물 주제에…너무 큰 욕심을 부리는 것도 좋지 않아.”

요괴가 깃드는 곳은 다양했다. 잡귀와는 다르게 요괴는 육체를 필요로 하는 존재들이었다. 인간은 본연의 영력이 너무나 뛰어 났기에 이렇게 막 일종의 깨달음을 얻고 좀 더 상위 개체로 뻗어나가는 미물들에게 잡아 먹히지 않았다.

하지만 동물들은 그들에겐 비교적 쉬운 대상이었고, 그래서 그들은 대부분 동물의 모습으로 오랜 세월을 살아간다. 그 후에 영력이 쌓이고 쌓이면 인간의 모습까지 ‘갖출’ 수 있었다. 술법은 인간에게만 전해지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드물게 직접 인간의 영력을 부수고 그 육체를 차지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 것은 엄청난 귀력을 필요로 하고 효율성도 그리 썩 좋지는 않았기에 요괴들은 그 방법은 자주 이용하지는 않았다.

그저 술법 사용해 인간의 모습으로 친근하게 인간에게 접근하며 그들의 영력을 갉아 먹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아등바등 대는 것이 좀 짜증나는 군. 이 곳의 주인이 화가 날 지도 모르니 일단 나가는 것이 좋겠어.”

그 혼잣말을 마치 듣기라도 했다는 듯 다시 바람이 스산하게 불며 나뭇잎을 흔들었다. 창현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아마 어디에선가 지켜 보고 있을 지도 몰랐다. 인간은 가장 상위 개체이다.

그래서 그 시절 그들이 아무리 높은 귀력을 쌓는다 하더라도 훨씬 약한 도사들에게도 종종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릇 자체가 다르니 쌓아 나가는 영력의 순도 또한 달랐고, 그 것을 이용하는 것 역시 도사들이나 중은 절재자라는 존재를 빌려 훨씬 쉽게 사용 했기 때문이었다.

“난 제외였지만.”

그 것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방법으로 영력을 사용하는 것은 창현이 처음이었다.

“뭐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고 일단 가자.”

창현이 언덕을 내려가면서 둥근 영력의 막에 씌워져 있는 오소리를 가볍게 잡았다. 끼욱, 끼욱 괴상한 소리를 내며 발버둥 치는 것을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전혀 들지 않았다.

“모가지를 그대로 분질러 버리기 전에 가만히 있어라.”

오소리는 마치 창현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것처럼 움찔 몸을 떨고는 더 이상 발버둥 치지 않고 있었다. 날카로운 이빨로 문다면 꽤 위험해 보이기는 했지만 창현은 오소리가 반항을 할 것이라고 전혀 생각지 않았다.

이미 손으로 잡고 있는 부분이 그 녀석이 오랜 세월 동안 모아 놓은 혼탁한 영력의 그릇이었기 때문이었다.

모가지를 부러뜨리는 다는 것은 단순히 오소리의 생명을 빼앗는다는 것이 아니라 그 그릇을 부서 버려 이제 막 요괴가 된다는 것을 애초에 끊어 버리겠다는 말이었다.

“뭐야 하수도나 다니면서….”

손을 통해서 들어오는 오소리의 영력이 종류를 느끼면서 창현이 얼굴을 찌푸렸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생가보다 더럽게 산 놈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적당히 구슬리면 말도 잘 들을 것 같았다. 작은 눈에 잔뜩 겁을 집어먹었다는 것을 표시하고 있었지만 창현은 전혀 믿지 않았다.

그 시절에도 혼탁한 영력을 모아 사이하거나, 괴기한 요괴들이나 잡귀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자연의 기조차 약한 이 곳은 두 말 할 필요가 없었다.

어쨌든,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오소리를 한 손에 들고 가는 창현을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생각보다 지현의 집이 가까웠던 탓도 있었다.

띵동-!

“누, 누구세요?”

이상한 네모난 기계에서 지현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는 생각에 다시 한 번 창현은 신기함을 느끼고 있었다. 정말 기억 속에 있는 것들이 모두 실존 한다는 것은 그에게는 문명의 충격이었다.

“나.”

그런 신기함은 이제 접어두고 짧게 말을 하자 번개 같이 문이 열렸다. 작은 슬립을 입고 있는 지현의 얼굴에는 반가움이 가득했고, 골이 파인 가슴으로 눈길이 먼저 갔지만 창현은 지현의 집으로 바로 걸음을 옮겼다.

“창현…꺄아악!”

“시끄러워.”

“그, 그거 뭐에요?”

창현의 손에 든 오소리를 그제야 본 모양인지 지현이 몸서리를 치며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좀 써먹어야 할 곳이 있어서.”

“주, 죽은 거에요?”

“아니.”

“꺄아아아!”

자세히 보면 은근히 귀여운 면도 있는 오소리였지만 그건 자연 속에 살고 있는 오소리 이야기이고 도심 속 하수구를 굴러다니는 오소리에게는 귀여움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었다. 그 언덕이 주거지이기는 했지만 생활 반경이라고 하면 도심 속 하수구였으니 일단 무척이나…더러웠다.

“놔줘.”

“응?”

지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창현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창현의 손에 잡혀 있는 오소리의 입이 다시 열렸다.

“무슨 짓을 할 생각이야?”

“확 부셔 버리기 전에 주둥아리 닥치고 있어라. 네 덕분에 이 계집한테 설명해야 할 것들이 더 늘어서 조금 짜증나 버렸으니까.”

오소리가 다시 몸을 부르르 떨었다. 몸에서 느껴지는 창현의 영력 때문이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한 곳에 영력을 집중하는 그의 모습에 오소리는 두려움을 느꼈다. 그 언덕의 주인의 존재를 처음 느꼈을 때 보다 훨씬 더 진한 두려움이 느껴졌다.

훨씬 더 순수한 기운이었지만…그래서 더 두렵게 느껴지는 기운이었다.

“아까도 정말 놀랐지만…어떻게 귀력을 그렇게 한 곳에 집중을 할 수….”

“한 번만 더 주둥아리 나불대면 그 땐 진짜로 부숴버리겠다. 너 같은 요괴나 잡귀는 널리고 널렸으니까.”

“몸에서 느껴지는 귀력은 한줌 밖에 되…아아 사, 살려줘 알았어! 조용히 할게.”

영력을 모아둔 그릇까지 순식간에 파고드는 창현의 기운을 느끼면서 오소리는 몸을 부르르 떨며 입을 닫았다.

“차, 창현…님.”

지현은 호칭을 적절하게 생각 해 낸 것 같았다.

“아, 너무 놀라지 마. 일단 작업부터 하고 설명 해 줄게.”

분명 세상에 존재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동물이 말을 하다니! 그래도 지현은 무척이나 침작한 편이었다. 동물과 대화를 한 것이 창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에게는 창현은 세상의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존재였고,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가 되고 있었다.

단 한 번의 관계로 인해.

“제법 효과가 괜찮아. 미친 땡중이 만들어 낸 방중술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는데.”

“네?”

놀랍게도 그 흡정대법의 아류 사술을 창조한 것은 창현이 아니라 소림에서 파문당한 중이었다.

“뭐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고. 몇 가지 준비 해 줄 것이 있다.”

“뭐에요?”

더 이상 오소리에게 관심을 꺼버린 지현이었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자신의 가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는 창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 그 준비라는 것이 끝나면 어제처럼 온몸을 뒤덮는 쾌락을…선물로 받을 수 있을까, 기대가 되었다.

“일단 이 녀석을 잡아 둘 수 있는 것이 필요 한데….”

“아, 그거라면 제가 예전에 애완견을 키워서 애완견이 집이 있어요!”

지현이 재빨리 현관 쪽으로 다가가 신발장 위로 손을 뻗었다. 철제로 되어 있는 작은 애완견 용 집을 가져왔고, 창현은 만족을 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오소리에게 살짝 영력을 흘려 넣었다.

“도망치려 한다면 아마 요괴가 되겠다는 꿈은 영원히 이룰 수 없을 거야. 다른 존재의 영력이 그릇에 흘러 들어가면 어떻게 되는지는 알고 있겠지? 그 정도는 기본이니까.”

움찔 몸을 떤 오소리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 창현이 문을 닫았고, 대충 구석에 처박아 놓고는 침대에 엉덩이를 붙였다.

“그 거 한 번 사용했다고 제법 피곤하군.”

“제가 어깨 주물러 드릴게요.”

“거기 말고.”

사타구니를 가리키며 말을 하는 창현을 보면서 지현이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물었다.

“손으로 주물러 드려요? 아니면 입으로 주물러 드려요?”

“아 됐고, 바로 올라 와.”

지현이 고개를 끄덕였고, 어느새 욕정에 가득 찬 눈빛으로 창현를 감싸 안고 있었다. 슬립을 대충 옆으로 젖히자 음부는 이미 젖어 있었고, 허벅지를 타고 물이 흐르고 있었다.

‘한 번 더 흡수를 하고 그 이후에 작업을 하는 것이 좋겠어.’

“더불어 네 년 몸이 꽤 만족스러우니까.”

“아응!”

곧바로 엉덩이를 내리는 지현은 정열적으로 창현에게 입을 맞추며 끌어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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