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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 현대 재림기-17화 (17/170)

< -- 17 회: 일반인 속에 혈마. -- >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창현의 씨앗을 온 몸으로 받아 낸 지현은 어느새 새근새근 잠이 들어 있었다. 심부름을 시킬 사람이 없어졌다는 것이 조금 짜증이 났지만, 창현은 사실 그렇게 많은 준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다시 현관으로 향했다.

조용히 눈치를 보고 있는 오소리의 얼굴이 보였다.

“발정 난 인간한테 잡힐 줄은 꿈에도….”

일그러지는 창현의 얼굴에 오소리가 입을 닫았다. 곧 애완견용 철제 집을 들어 거실 탁자 위에 대충 올려 둔 창현이 싱크대 밑에 있는 과도를 꺼냈다.

“되려나….”

언제나 이론만 존재하고 실제로는 많은 사술을 사용해 보지 않았다. 그 시절 사술과 술법 등 여러 가지 잡기의 대가라 불렸던 이유는 아는 것이 일단 많았고, 다른 사람들은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여러 가지 것들을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흡정대법 역시 일반적으로 알려진 흡정대법이 아니라 지현처럼 오히려 시술자에게 도움이 되는 흡정대법은 소림에서 파문당한 중이 만들어 냈다고 전해져만 내려 올 뿐 그 누구도 사용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다.

사실 그 것 역시 무공의 일종이기에 검증되지 않는 방법으로 운기를 하다보면 탈이 나기 마련이었다.

창현은 그럴 리 없었다. 애초에 사술과 같은 그러한 술법을 사용하는 것에 내공이 아니라 영력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위력이 강해진다는 걸 미리 알고 있었고, 또 그 정도의 영력을 사용할 수 있는 인간은 창현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간혹 무당이나 화산의 도사들 그리고 소림사 중들 역시 도력과 법력이라는 이름하에 영력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그들은 모두 무공의 극의를 깨달은 초절정 고수들이었다.

그들조차 창현의 비하면 보잘 것 없었다.

창현은 심심풀이로 술법을 사용했지만 그 결과가 늘 다른 무림인들에겐 엄청 났을 뿐이었다. 그저 보완하고 새로 만들어낸 구결이 맞는 것인지 확인을 해 본 것뿐이었다.

뭐 어쨌든…창현은 이 번에도 자신의 피를 제물로 사용 할 작정이었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을 한다면 이번에는 꼭 자신의 피가 들어가야 했다.

“뭘 하려는 거지.”

창현이 말 대신 몇 번의 섹스로 흡수한 지현의 혼탁한 영력을 그대로 몸 밖으로 배출하기 시작했다. 손을 통해서 뿜어져 나오는 새하얀 빛! 오소리의 그 작은 눈이 찢어질 듯 커지기 시작했다.

“대, 대체 이, 이게!”

상식 밖의 일이었다. 영력을 흡수한 것도 모자라, 그 영력을 밖으로 뿜어내다니! 자신이 잡힐 때 창현의 영력이 몸을 그대로 감쌌다는 것은 이미 보고 느낀 일이었지만 지금 창현의 손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는 것은 분명 지현의 영력이었다.

비록 새하얗지만 그 작은 원 속에는 잔뜩 회색의 기운이 흐르며 돌고 있었다.

혼탁하다는 뜻이다.

“네 놈도 꼴에 요괴가 된다고 이 영력이 저 계집 것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겠지?”

“대…대체 어떻게 한 거냐?”

“반말 하지 마.”

평생을 존댓말만 들어 온 창현이기에 괜스레 반말은 늘 거슬렸다. 일그러진 창현의 표정과 짜증 섞인 목소리에 오소리가 저도 모르게 몸을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짝짓기로….”

“여기 인간들은 섹스라 하더군.”

“….”

오소리는 말을 잃었다. 가끔 요괴들 중에도 짝을 이루는 무리도 있고, 잡귀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 나름의 몸으로 행위를 즐기는 경우도 많았다. 잡귀야 본래 인간이었기에 오히려 좀 더 자유롭게 나누는 편이었고, 요괴들 역시 본래 동물이었기에 같은 종의 요괴를 만나면 가끔 비슷한 속성의 영력을 다루는 요괴들끼리는 일종의 발정기 비슷한 것을 겪게 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것은 그저 본연의 동물로서의 역할로만 끝나는 것이지 창현처럼 상대방의 영력을 흡수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더구나…

“그 영력…저 계집에게는 전혀 필요 없는 독기가 쌓여 이뤄진 혼탁한 영력이군…요?”

“너도 내 몸에서 느껴지는 영력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 것은 나 역시 이제 막 영력을 다루기 시작한 너와 그 양에서 별 차이가 없다는 뜻이지 하지만.”

창현은 말과 함께 다른 손으로 영력을 뿜어내었다. 이번에는 흡수한 것이 아니라 본래의 것이기에 조금 힘이 들었다.

“!!!”

오소리의 눈이 더욱 커졌고 온 몸에서 전율을 느끼는 듯 부르르 몸을 떨었다. 당장이라도 애완견 집을 뚫어 창현에게 달려들 것처럼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이 영력은 대체…어째서….”

“그건 나만의 방법이 있기 때문이지.”

피식 미소를 지은 창현이 다시 자신의 영력을 거둬들였다. 여전히 붕붕 떠 있는 지현의 혼탁한 영력을 보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 혼탁한 영력 역시 마찬가지다. 그 정도로 맑게 만들 순 없지만 그에 버금가게 만들 수는 있지.”

그건 물론 거짓말이다. 창현은 지금 오소리를 구슬리는 중이었다. 예전이라면 이런 하찮은 미물 따위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독불장군처럼 살기에는 힘이 많이 모자랐다.

경수라는 놈이 많은 인원을 한꺼번에 데리고 오면 대체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 때도 놈들이 무덤이나 마찬가지인 구덩이에서 갑자기 튀어 나왔으니 놀라서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에 사술을 걸기에도 무척 쉬웠다.

아마 지금은 그 때처럼 쉽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 것을 지금 너에게 줄 수 있고.”

“…그게 가능 할 리….”

창현은 대답 대신 혼탁한 영력의 일부 보며 구결을 외웠다. 웅얼거리는 소리가 끝나는 순간 창현의 손바닥에서 하얀 빛이 뿜어져 나왔고 지현의 혼탁한 영력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구 형태로 있는 지현의 영력이 살짝 하얀 빛으로 물들었다.

겉이 아니라 안이!

그리고 그 하얀 영력은 곧 구에서 떨어져 나왔다. 마치 자석이 서로를 밀어내는 것처럼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쑥 빠져 나온 것을 보고 오소리는 더 이상 놀랄 것도 없다는 듯 숨을 죽이고 있었다.

아주 조금 정화 된 그 영력이 오소리의 몸속으로 그리고 영력의 그릇 속으로 직접적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창현의 능력을 통해!

“으으으으으!”

오소리가 크게 몸을 떨었다. 튀어 오른 몸이 철제 애완견용 집을 휘어지게 하고 있었지만 오소리는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 같았다.

“으아아아아!”

양이 적다고 하더라도 타인을 통해 들어오는 영력을 받아들이는 오소리는 엄청난 힘을 느끼고 있었다. 그가 이제 막 요괴가 되기 직전이었기에 본래 가지고 있는 양이 무척이나 적어서 그랬을 수 있었다.

대략 1~2년 정도의 영력, 물론 어느 순간 영력의 존재를 깨닫고 그 정도를 쌓으려면 엄청난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하으으으으!”

툭, 하고 바닥으로 떨어진 오소리를 창현이 그 작은 집에서 꺼내고 있었다.

“대체….”

“설명 하기는 귀찮으니 생략 하도록 하지. 자 이제 알겠지? 대충 어떤 능력인지? 그리고 방금은 양이 적었기에 그냥 너의 영력과 동화가 되어버렸지만 내가 저 계집에서 흡수한 이 모든 것을 넘겨 주면 그 때는 다르다는 것도.”

“….”

오소리는 고민에 빠졌다. 지금 구 형태로 창현의 손바닥 위에 떠 있는 영력의 양을 모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창현이 건네 준 것처럼 순도가 맑지 않다. 완전히 깨끗한 영력을 저 정도의 양으로 모으려면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고민은 짧았고, 결정도 금방이었다.

“하겠습니다.”

오소리는 존댓말을 하는 것을 어색해 하지 않았다. 창현은 곧바로 구를 흡수했고, 구결을 속으로 외며 빠르게 가부좌를 틀었다.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지만 그래도 집중을 하는 것이 좋았다. 오소리는 그 모습을 꿀꺽, 침을 삼키며 바라보고 있었다.

창현의 눈이 순식간에 번쩍 뜨였고, 차가운 눈빛이 오소리를 꿰뚫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까보다 훨씬 더 오소리는 신음을 크게 내지르고 있었다. 곤히 자고 있던 지현조차 놀라 눈을 뜨고,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섬광이 번쩍이면서 오소리의 몸이 마치 컴퓨터 그래픽이라도 되는 것처럼…깜박이고 있었다.

“차, 창현님.”

“쉿.”

손가락을 입술에 대는 창현의 모습에 지현이 입을 다물고 몸을 일으켜 천천히 창현에게 다가갔다. 이제는 말라버린 정액을 보면서 배시시 웃고는 창현의 품으로 뛰어 들었다.

“씻고 안겨라 계집.”

안기는 것 자체는 싫지 않은 듯 창현은 가볍게 그녀의 탐스러운 머릿결을 쓰다듬었다. 무척이나 기분이 좋은 듯 크게 고개를 끄덕이는 지현이 욕실로 향했다.

그리고 그 순간 오소리는 새로운 모습을 거의 갖추고 있었다. 몸집이 약 10CM는 커졌고, 날카로운 송곳니가 좀 더 길어져 밖으로 튀어 나왔다. 더럽던 허물을 벗어 던지고 윤기가 흐르는 털은 본래 갈색인 듯 커튼 사이로 살며시 스며들고 있는 햇빛과 반짝이고 있었다.

짧았던 팔 다리 역시 조금 더 길어졌고, 손 발톱도 더욱 날카로워졌다.

“형태는 제법 괜찮군. 하수도는 더 이상 굴러다니지 않아도 되겠어.”

피식 웃는 창현의 모습에 감겨져 있던 오소리의 눈이 번쩍 뜨였다. 창현이 영력을 쏘아 보낼 때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날카로운 눈빛이 쏘아져 나오고 있었다. 뒷발에 힘을 주며 두 발로 일어섰지만 여전히 창현의 무릎도 오지 않았다.

하지만 상당히 큰 것은 사실이었다.

“이제 뭘 하면 되지 주인?”

“건방져졌군. 겨우 요괴의 모습을 갖춘 것뿐이야.”

“….”

반말이 거슬린다는 것을 정확하게 표현한 창현의 목소리에 오소리가 움찔 몸을 떨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죄송합니다.”

“뭐 상관은 없어. 것도 나쁘지 않지. 그 때랑은 지금은 다르니까.”

가벼운 허락에 오소리가 씨익 웃었다.

“어쨌든 고맙다 주인. 이 정도 힘이면….”

“아직 멀었어. 이 근처 요괴이나 잡귀들로 치면 꽤 높은 수준이지만 그 언덕의 주인이나 수준 높은 요괴들이나 잡귀들에게는 아직 상대가 안되지.”

“…알고 있습니다.”

그 때 지현이 수건을 몸에 두르고 욕실 문을 열었다. 오소리의 모습이 달라진 것을 보고 꽤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창현님 아까 그 오소리가….”

“응 맞아.”

“여러가지 재주가 많으시네요!”

본능적으로 창현으로 인해 변했다는 것을 느끼는 모양인지 지현이 창현에게 달려들며 오소리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몸집이 많이 커져서 그런지 귀여운 맛은 없네요.”

“그럼 아까는?”

“꽤 더럽기는 했지만 씻기면 혹시…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피식 웃는 창현은 수건 위로 튀어 나온 지현의 가슴을 가볍게 움켜 쥐었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새롭게 성욕과 섹스에 즐거움을 깨달아가고 있는 창현이었다.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 마라. 어차피 이 계집에 남은 혼탁한 영력은 모두 내 몫이니까.”

“짝 짓기를 통해서 영력을 흡수하는 것이면 앞으로 여자들을 엄청 늘리겠군.”

“네?”

여자를 늘린다는 말에 지현이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창현은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물론 성행위를 통해서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그 것이 가장 편하고 즐거운 것이었으니 그 것을 선택한 것이다. 그 때 당시 지현에게 혼을 내 줄 생각도 있었고.

“창현님….”

“너는 첫 번째니 많이 사용 하도록 하지.”

사랑해 주지도 아니고, 사용 한다는 그 물건 취급의 발언에도 지현은 행복한 듯, 그리고 가벼운 쾌감마저 느낀 듯 창현의 손을 붙잡고 부르르 몸을 떨었다.

“많이…많이 사용 해 주세요.”

“일단 여기부터 정리를 해야지. 어차피 우리 집은 잡귀가 없으니.”

“…그렇군.”

오소리는 바로 알아들었다.

그 순간 햇살을 가리고 있었던 커튼이 펄럭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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