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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 현대 재림기-18화 (18/170)

< -- 18 회: 일반인 속에 혈마. -- >

“ㅤㅋㅡㅋ큭!”

지현은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고 있었지만, 정작 무엇인 변한 것인지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가만히 있어 계집.”

“…네, 창현님.”

그저 창현의 손을 꼬옥 붙잡고 있었다. 비릿한 미소를 베어 물고 있는 창현은 눈앞에 보이는 잡귀가 자신과 오소리에게만 보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지현은 영력을 다룰 줄 모르기에 보지 못한 것이 당연했다.

간혹, 영력의 그릇이 크거나 아니면 기운 자체에 민감한 인간들이 태어나곤 하는데 그들은 특별한 눈을 갖고 태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영력을 따로 수련하지 않아도 잡귀나 요괴의 기운을 감지 해 낼 수 있었다.

“이 세계에서는…허황된 것이라 표현 되고 있군.”

점쟁이를 비롯해 많은 영력에 관한 일들을 하는 사람들을 믿는 사람은 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여전히 부처를 모시는 종교는 널리 퍼져 있었고, 새로운 종교도 많이 생겨났다는 것을 기억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뭐 딱히 문제가 될 것은 없고. 이 녀석 이름을 뭐로 정하지?”

영력을 정화 시키는 구결에 자신의 피를 제물로 썼기에 오소리는 절대로 배신을 할 수 없었다. 오히려 지현과는 조금 다른 경우로 충성심에 가득 차 있을 것이 분명했다. 굳이 충성심이 없다 해도 오소리는 창현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피를 제물로 쓴 이유는 그 것 때문이었다.

완벽한 지배력! 오소리가 창현에게 다른 마음을 품는다면 오소리의 영력을 담고 있는 그릇은 그대로 깨져 버릴 것이다. 그리고 그릇이 깨져 버린다면 당연히 몸은 영력으로 인해 갈기갈기 찢길 것이고, 환생조차 하지 못하고 또는 잡귀조차 되지 못하고 말 그대로 소멸하게 된다. 영혼 자체가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오소리요.”

창현의 고민에 지현이 짧게 말했다.

“그거 좋겠군.”

“…난 원래 오소리다.”

“그러니까 오소리 하라고.”

창현과 오소리는 지현의 집에 붙어 있는 지박잡귀가 모습을 드러냈음에도 시종일관 여유로웠다.

“호오, 인간과 대화를 하는 요괴라? 그 것도 주종관계이잖아?”

단 번에 오소리의 몸속에 흐르는 영력의 원천이 창현에게 있음을 간파한 지박잡귀는 그 큰 입을 벌리며 크게 웃었다.

“푸하하하핫!”

커튼에 스며들어 있던 지박잡귀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오소리의 영력이 급작스럽게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잠으로 보내며 영력을 채우고 있는 그였지만, 자신의 영역에서 여러 가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눈을 뜨자 바로 알 수 있었다.

“재밌는 짓을 많이 했군.”

지현이 이 집에 산지는 꽤 오래 되었다. 벌써 5년이나 되었으니까. 지박잡귀가 이 집에 붙어 있던 것은 그보다 훨씬 더 오래 전의 일이었다. 그렇기에 이 곳은 그의 공간이었고, 곳곳에 묻어 있는 영력의 흔적으로만 보아도 자신이 잠든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너 굉장한 인간이군?”

창현은 어깨를 으쓱였다. 사실 지박 잡귀를 처리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혹시나, 라는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그 혹시나, 하는 경우가 지금은 아주 잘 맞아 떨어진 것 같았다.

“다행이군. 사실 널 소멸 시킬 생각은 별로 없었거든. 그런데 이유가 있으니 조금이라도 죄책감을 덜 수 있어서 다행이야.”

창현의 웃음에 지박잡귀가 몸을 움찔 떨었다. 흔히 상상할 수 있는 귀신의 모습 그대로였지만 그는 덩치가 우람한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단지 혼령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처럼 투명한 몸을 넘실거리며 공중에 떠 있는 것만 달랐다.

“너 따위가….”

소멸.

말 그대로 영혼조차 흔적 없이 사라진다는 것을 뜻 했다. 지박잡귀는 창현이 기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자신이 패하리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설령 그런 일이 있다 하더라도 소멸은 아예 생각 하지도 않았다.

자신보다 강한 잡귀를 만나고 싸운다 하더라도 상대를 소멸 시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성불 시키는 것이 더욱 쉬운 일이었다.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게 소멸을 입에 담고 있는 창현의 웃음기에서 지박잡귀는 차가운 한기가 자신의 몸을 날카롭게 베고 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주인, 무슨 말이지?”

“아아, 너는 제압하기나 해. 그 이후에는 내가 알아서 할 것이니까. 제법 많은 사람들을 잡아 처 먹었으니 억울 하지는 않겠지.”

“…그러지.”

오소리는 자신감이 넘쳤다. 많은 사람들을 지박잡귀가 잡아먹었다는 뜻은 그만큼 영력을 많이 모았다는 소리이다. 잡귀나 요괴이나 최후의 목표는 한 단계 더 상위 개체로 진화를 하는 것이었다.

인간은 그 것을 도를 닦아 신선이 된다고 표현 했고, 요괴는 요괴의 특성에 맞게, 잡귀는 잡귀의 특성에 맞게 일종의 진화를 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 옛날 창현의 경지까지 오를 수 있었다…그가 얼마나 대단한 경지를 이루었는지 미루어 짐작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자연의 섭리를 꿰뚫고, 모든 인간사에 통달하는 그 경지! 도사들은 신선이, 중들은 부처가 된다고 믿었다.

그럼에도 창현이 배교 장로들에게 당한 것은 그가 끝내 ‘인간’ 으로 남았기 때문이었다.

각설하고, 오소리는 번개 같이 움직였다.

치잉-!

지박잡귀라는 영혼의 형태를 갖춘 잡귀와 동물이라는 형태를 갖춘 오소리가 부딪혔건만 오소리가 잡귀의 손을 통과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 것은 그 둘의 전투 수단이 바로 영력이었기 때문이었다.

창현은 느긋하게 지현의 손을 잡고 현관문을 나섰다. 오소리한테 맡겨도 충분했다. 지박잡귀가 많은 사람을 잡아먹었기는 했지만 자신이 넘겨 준 영력은 그보다 훨씬 순도가 높은 것이었고, 오소리가 요괴로 진화를 하면서 훨씬 더 강해진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인간이기에 나는 좀 더 시간이 걸리지.”

창현이 중얼거리며 입맛을 다셨다. 자신의 몸에 받아들여도 지금의 오소리만큼 강한 힘을 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순간적으로야 그 정도 힘을 낼 수 있겠지만 아직 육체의 그릇이 크지 않은 탓이었다.

그에 비해 오소리는 그 동물의 육체로 꾸준히 살아왔고, 또 영력을 깨우쳤기에 그릇 자체의 크기가 아니라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육체의 그릇은 오소리가 창현보다 큰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오소리를 창현이 부하로 만든 것이었고.

“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예요.”

“아, 설명 해 줘도 몰라.”

“창현님은 정말 대단해요, 말 하는 동물도 부리고.”

“너의 몸이 더 신기해.”

지겹도록 주물러도 여전히 부드럽다는 생각에 창현은 오피스텔 복도에서 지현의 가슴을 떡 주무르는 듯 주물러 대고 있었다.

안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오소리에게는 전혀 미안하지 않은 것 같았다.

아예 신경도 안 쓰고 있었다.

“하응!”

“발정 난 계집 아니랄까봐….”

“조, 좀 더 부드럽게 말 해 주세요. 창현님이임!”

콧소리를 내며 가슴에 기대어 오는 지현을 보면서 창현은 손을 가슴에서 엉덩이로 옮기고 있었다. 왜 그 시절에는 여체의 즐거움을 알지 못했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부르르 떠는 지현의 몸을 창현은 마치 자신의 것처럼 만져대고 있었다.

“흐응, 하앙!”

“너무 큰 소리 내지 말라고. 누가 들어도 좋아?”

“웁!”

단지 손으로 주물러 주고 있는 것뿐인데 수건을 몸에 두르고 있는 지현의 허벅지 사이에서 맑은 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색공이라도 쓰면 아주 기절을 하겠군.”

흡정대법 사술의 효과는 그래서 무서운 것이었다. 그렇게 한 번 관계를 맺고 난 이후에는 그 쾌감을 절대로 잊지 못한다. 종속의 관계도 관계이지만, 만약 정말로 색공을 곁들이기라도 한다면 완전히 창현의 몸에 미쳐 버려서 끊임없이 창현만을 갈구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나중에 정말로 잔망한 계집이 있으면 써 먹어야겠어 후후!”

“하으윽!”

결국은 그 탱탱한 엉덩이를 부르르 떠는 지현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창현의 몸을 부여잡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피식 웃고 있는 창현의 입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이런, 하라고 한 적 없는데….”

“죄송해요 창현님 하지만….”

“뭐 괜찮아. 넌 첫 번째이니까 많은 예외를 두지. 행운인 줄 알아.”

“네, 많이 사용해 주세요!”

힘찬 대답에 창현은 현관문을 열어 보았다. 광풍이 일고 있었다. 지박잡귀가 손을 휘두르자 영력의 바람이 오소리를 향해 쏟아져 나가고 있었다. 오소리는 몸을 일직선으로 쭉 뻗고 그 바람을 가르고는 결국 지박잡귀의 가슴으로 파고드는 것에 성공했다.

푸욱-!

사람의 가슴을 찌르는 소리가 나면서 오소리의 날카로운 발톱이 지박잡귀의 가슴을 할퀴었다. 쓰러지는 지박잡귀를 그대로 몸으로 누르는 오소리가 이번에는 길게 드러난 송곳니로 가슴을 찌르고 있었다.

“좋아.”

그 순간 창현의 손에서 영력이 뿜어져 나갔다. 붉게 타오르는 그의 얼굴을 보아서는 그 역시 꽤 많은 영력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뚫린 지박귀의 가슴을 향해 창현의 붉은 영력이 일직선으로 쏟아져 나가고 있었고, 오소리가 놀라 황급히 몸을 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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