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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 현대 재림기-29화 (29/170)

< -- 29 회: 일반인 속에 혈마. -- >

“이거 꽤 체력을 소진하는 일이기는 하군?”

창현의 중얼거림에 거리를 스치고 있는 사람들이 힐끔 거렸다. 하지만 애초에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는 편이 아니었기에, 창현은 그저 걸음을 서둘렀다. 여자와의 시간이 꽤 즐거웠다.

여체의 신비는 정말 알면 알수록 즐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수희가 병실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다. 창현은 고개를 저으며 여자의 뇌쇄적인 몸매를 털쳐 내고는 더욱 빨리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별 일은 없었다. 주인.”

오소리는 후각에 민감하다. 창현에 몸에서 나고 있는 향기가 무슨 향기인지 충분히 짐작하고 있었다. 딱히 탓 하지는 않았다.

단지 놀랄 뿐.

보통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갖고 있는 능력이 너무나 대단했고-비록 아직 약하기는 하지만-스스로 절대자였다고 했으니, 충분히 성욕정도는 다스릴 수 있는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단지, 그런 짐작과는 다르게 오소리가 보아 온 모습은 처음부터 지현과 줄기차게 섹스를 하는 것뿐이었다.

지금은 온통 여자가 뿜어내던 향기와 밤꽃 향기가 뒤섞여 있었다. 충분히 묻지 않아도 무엇을 하고 왔는지 짐작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주인은…강한 잡귀를 상대하기 위해 가던 것 아니었나?”

“아아, 꼭 싸울 필요는 없지.”

어딘지 모르게 능구렁이 같은 말과 표정에 오소리가 혀를 찼다.

“뭐…상관없다. 별 일은 없었으니 나는 이만 가보도록 하지.”

“그래, 그리고 이건 노파심에 하는 이야기인데 아직 그 언덕의 주인에게 접근하지 마라.”

“….”

호승심이 생겼을 것이다. 본래 예상치 않은 힘을 손에 넣게 된다면 반드시 쓰고 싶기 마련이었다. 더구나 오소리는 막 요괴가 되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여러 명 잡아먹은 지박잡귀와의 싸움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짐짓 그 주변을 장악하고 있는 언덕의 주인과 맞붙고 싶을 것이 분명했다.

“오늘 만난 여자가 좀 더 강한 것 같지만…그 언덕의 주인 역시 만만치 않았거든.”

“…알겠다. 주인.”

“시간이 지나고 그 여자와 실전 감각을 좀 더 익혀. 영력…아니, 너희들에게는 귀력이지. 귀력을 다루는 방법은 그 여자가 좀 더 익숙할 테니까.”

“그 여자 역시 그릇에 고리를 만들어 놓았나?”

“아…너하고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방법이 무엇인지 충분히 짐작이 갔기에 오소리가 표정을 살짝 찌푸렸다. 갈색 털에 윤기가 흐르고 등 가운데를 가르는 검은색 털 역시 꽤나 멋들어졌다. 몸집도 하수구를 굴러 다닐 때보다 훨씬 커졌고, 길게 튀어 나온 주둥이 역시 많이 들어가 있었다.

전체적으로 괜찮은 외양을 갖추는 오소리가 표정을 찡그리자 병원 정문 앞 사람들이 신기한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예전이라면 하지 않았던 ‘연출’ 이라는 것을 창현이 시도했다.

“일단, 집에 가 있어 형 금방 갈게 알았지?”

“….”

오소리는 순간적으로 벙찐 표정을 지었지만 창현은 이미 병원으로 들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저 주인은 정말 성격을 종잡을 수 없다고 느꼈다. 그 모습이 신기한지 여기저기서 우와, 라는 감탄 소리가 들렸다.

마치 오소리가 창현의 말을 알아듣고 투정을 부리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실상은 정말로 알아듣고 대화까지 하고 있었지만. 오소리는 인간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던 상관 하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천천히 발을 딛다 이내 힘차게 점프했다.

“우와! 저 개 굉장해!”

“늑대 피가 섞인 개가 아닐까? 그런 종도 있잖아?”

“음 몰라?”

역시…개로 오인 받고 있었다.

****

“네, 처리 되었습니다.”

병원비를 내는 것조차 낯설었던 창현이었지만, 그저 돈을 내는 것에 불과 했고 원무과에서 주는 종이 한 장을 받아든 뒤 수희가 있는 병실로 향했다.

끼익-!

문이 열리고 보이는 광경은 수희가 어느새 새근새근 잠이 들어 있는 모습이었다. 돈은 언제든지 많이 벌 수 있다고 믿고 있는 창현이었기에 2인실로 잡아 두었다. 반대편 침대에는 환자가 없었기에 1인실이나 마찬가지였다.

사실, 잘 몰라서 그렇게 바로 잡아 버린 것도 있었지만 어쨌든 창현은 잠이 들어 있는 수희의 얼굴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었다.

“미색이 제법이긴 해.”

방금 몸을 섞은 여자 역시 굉장한 미모를 자랑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찾아 볼 수 없는 청초함과 풋풋함이 수희에게는 있었다. 고르게 숨을 내쉴 때마다 흔들리고 있는 가슴과 그 밑으로 보이는 매끈한 복부…그리고 긴 다리까지! 여자가 가지고 있는 뇌쇄적인 모습까지 전부 갖추고 있는 것이다.

‘더 자라면 황제조차 손아귀에 쥘 미모야.’

수많은 여자들을 안아 온 창현이었지만 수희와 같은 여자를 본 적은 그도 처음이었다. 그 넓은 중원에서 이름 난 미녀들을 만나보기도 하고, 안아보기도 했지만 수희만큼 아름다운 여인은 창현 역시 만나보지 못했다.

‘가족이라서 아낀다라….’

그런 여자를 보면서도 다른 여자들에게처럼 욕정이 생기 않는 것을 보아서는 역시 스스로가 수희를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포근한 느낌과 지켜줘야 한다는 책임감! 아마 의식 깊숙이 숨어 있는 녀석이 가장 강하게 표출하고 있는 마음이었기에 자신 역시 그 것에 가장 먼저 동화 되었다고 창현은 느꼈다.

나쁘지 않았다.

누군가를 애초에 믿는다는 것도 생소한 창현이었다. 그냥 타인에 대한 모든 감정 자체가 창현은 새롭고 신비로웠다.

“흠…!”

여기저기 멍 자국들이 보였다. 조금 심한 타박상도 눈에 보였다. 창현은 이번에는 자신의 몸 상태를 살펴보았다. 여자와의 관계로 육체적인 피곤함이…전혀 없었다. 땡중이 만든 흡정대법은 기존의 흡정대법의 아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뛰어난 점이 많았다.

영력 확실히 많이 소진 되어 있었다. 이미 그릇이 일차적으로 넓어진 이상 저절로 차오르기는 하지만-마치 내공처럼-자연의 기운이 극도로 미약한 이곳에서는 확실히 그 시절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약간 곤란했다.

곧바로 수희를 치료해 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곧 창현이 아, 하며 피식 미소를 터뜨리며 중얼댔다.

“정말 이 시대로 오면서 천재적인 머리가 바보가 된 것이 틀림없어.”

인간은 본래 누구나 다 영력을 가지고 있다. 창현이 살던 시절에는 그 것을 선천지기라 불렀다. 그리고 무공을 통해 그 선천지기를 사용할 수 있었고, 당연히 그 결과는 끔찍할 수밖에 없었다.

영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무인들이 편법으로 그 선천지기를 끌어다 썼고, 그 것은 정파의 무인이라 해도 다르지 않았다. 오랜 세월 동안 발전한 무공이라 할지라도 본래 인간이 만든 것이었고, 뛰어난 천재들이 많이 태어났지만 끝내 선천지기 즉 영력의 비밀을 풀지 못하고 등선조차 하지 못했다.

창현이 살던 시절보다 더 오랜 세월 전 각파마다-특히 도가 계열, 예를 들어 화산, 무당, 또는 소림사 등등-어떤 선조가 등선을 했다는 말만 구전 되어 떠도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리고 시대는 변했고 창현이 세상에 태어났다.

그 어떤 인간보다 가장 무공에 특화 되어 있었던 인간이 창현이었고, 천재적인 머리와 더불어 완벽한 육체는 하나를 배우면 스스로 열을 깨닫게 만들었다. 스승을 뛰어넘는 것조차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던 창현은 끝내 영력을 다룰 수 있는 최초의 인간이 되었다.

그 이후 세계에는 인간만이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고, 도사들이 간혹 지껄이는 말들이 대부분 사실이라는 것과-물론 그들은 경지가 낮아 실제로 요괴나 잡귀를 만날 수 없었지만-무공의 단계와 같이 영력 역시 단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영력을 다루는 능력조차 창현은 스스로 개척 해 나갔으며 창조 해 내었다.

괜히 천하제일, 고금제일이라 불리던 것이 아니었다.

지금은 조금 어리숙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두 영혼이 하나가 되는 과정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다.

“흐으음…!”

창현의 손에서 붉은 빛이 뿜어져 나오고 수희가 얕은 신음을 토해내었다. 아주 얇은 줄기가 수희의 코를 통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호오!’

창현은 내심 놀라고 있었다. 이 방법은 거의 자신의 영력은 들어가지 않는다. 수희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선천지기를 이용하는 자연치유 방법이었다. 본래 선천지기가 다른 기운에 영향을 받으면 거세게 반발하지만, 창현은 그조차도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하더라도 전과 같은 실력은 아니었기에 창현은 놀란 마음을 억누르고 정신을 집중했다.

츠츠츠-!

붉은 빛이 수희의 몸 안을 일주천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빛을 따라 선천지기 역시 함께 혈맥을 타고 흐르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창현의 머리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이미 저물어진 해보다는 달이 더 선명하게 보일 때 쯤 창현이 깊은 숨을 몰아쉬었다.

“후우우우-!”

“으음!”

뒤척이는 수희의 얼굴은 한결 편안해 보였다. 잔뜩 부어 있었던 얼굴은 원래대로 되돌아갔다. 군데군데 있었던 멍조차도 대부분 사라진 뒤였다. 오히려 피부에는 살짝 윤기마저 흐르고 있었다.

“…으!”

처음 하는 작업이나 마찬가지였기에 생각보다 더 많이 걸렸고, 무척 집중 할 수밖에 없었다. 선천지기 즉 영력은 예민한 기운이고 그 것을 다른 사람이 건드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창현은 수희의 영력을 이용해서 그녀가 스스로를 자연 치유 하도록 이끌었다. 본래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가지고 있는 능력이지만 그 속도가 더딜 뿐 평소에는 티가 나지 않는 것이다. 그 것은 창현이 혈맥으로 이끌면서 급속도로 속도를 빠르게 한 것이다.

‘괜히 병원에 왔잖아? 쩝.’

생각 해 보니 병원에 올 필요가 없었는데, 하고 창현은 입맛을 다셨다. 이제는 슬슬 이 시대에 적응 된 탓일까?

현실에 대한 걱정도 어느 정도 생기기 시작했다.

“내일!”

그건 내일 생각하기로 하고 창현은 반대편 침대로 몸을 눕혔다. 어차피 2인실이고 입원 해 있는 사람은 수희 밖에 없었기에 딱히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하얀 천장을 바라보자 오늘 있었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단 이틀이었지만 정말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운명의 소용돌이는 어째서 자신을 창현에게 깃들게 했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단지 선계보다 더 위에 있는 그 곳의 주인이 분명 자신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인간 중 자신은 가장 특별하니까.

스스로의 대한 자만일 수 있겠지만 창현은 신선조차 죽일 수 있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기에, 일종의 균형을 깨는 존재인 자신이 언젠가는 그 곳의 주인을 직접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본능적인 느낌을 받았다.

“이 삶을 좀 더 즐기고.”

이제야 오욕칠정에 참맛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인데 그 것은 아주 나중으로 미뤄도 나쁘지 않을 듯 싶었다. 창현은 곧 눈을 감고 잠에 빠지기 시작했다. 새근새근 숨소리가 병실 안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고, 수희의 눈이 살며시 떠졌다.

조심스럽게 침대를 내려가자 수희는 욱신거리던 몸이 한결 나아졌다는 것을 곧바로 느낄 수 있었다. 이내 배를 긁으며 잠에 빠져 있는 창현의 모습을 보면서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수희 역시 오늘 있어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아주 조심스럽게 창현의 얼굴을 쓰다듬어 보았다.

“오빠…!”

선천지기의 순환 덕분에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수희의 하얀 피부가 붉게 물들었다. 무엇을 결심한 것인지 몸을 일으켜 창현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갔지만, 이내 크흠 하고 몸을 돌리는 창현의 모습에 화들짝 놀랐다.

“….”

다시 음냥, 이상한 소리를 내며 잠에 빠져 있는 창현을 보면서 결국 수희가 피식 웃고는 화장실로 향했다.

거울을 보면서 또다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기분 탓이겠지?”

슬쩍 가슴을 들어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작 창현의 짐작대로 며 칠 째 일을 나오지 않고 있는 지현에게 경수의 부하들이 찾아가고 있었다. 연락도 받지 않고, 본래 죽이려 했던 창현은 일을 돌연 그만 두었기 때문이었다. 본인을 먼저 건드리는 것보다 함께 나간 이후 소식이 없는 지현에게 먼저 찾아가는 것이었다.

============================ 작품 후기 ============================

좀 늦었네요

전 편을 통해 전 순수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후후훗

ㅈ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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