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5 회: 일반인 속에 혈마. -- >
무공은 초식과 내공으로 이뤄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가장 기본적인 호흡법을 통해서 자연의 기운이라 일컬어지는 내공을 쌓고, 대대로 발전 시켜 온 초식을 익히게 되면 한 명의 무인이 탄생하게 된다.
내공이 무식하게 많다면 굳이 초식을 알지 못해도 오로지 신체의 반응속도와 힘만으로도 상대방을 제압 할 수 있지만, 그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효율적으로 내공을 사용하는 무공들은 적은 내공으로도 더 많은 내공을 가지고 있는 무인을 제압 할 수 있게끔 하기도 했다.
창현의 시절 무림방파들은 그래서 내공 수련과 더불어 검술이나 권각술 등 각자 방파의 특기에 맞는 초식들을 적절하게 나눠 균등하게 수련을 시켰다.
그 것이 검증 되어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초식을 익히다보면 흐름이 보이기 마련이고, 그 흐름이 내공이 정순해지고 높아짐에 따라 일종의 깨달음을 안겨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되면 단전은 더욱 커지고, 한 단계 더 높은 경지로 올라갈 수 있었다.
거기까지가 고수라 불리는 절정을 이루기 전 단계였다.
그리고 그 경지까지는 내공으로만 이룰 수도 있었다.
츠츠츠츠-!
“ㅤㅇㅜㅋ우우웁!”
몸 안을 진탕 시키는 강렬한 기운에 지현은 속을 게워내고 싶은 것을 필사적으로 참고 있었다. 창현의 당부가 머릿속을 스쳤다. 그가 했던 ‘명령’ 이었기에 어떻게든 수행해야 했다.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단지 입을 벌리면 안 된다는 것이었고, 쑤셔 박혀 있는 나시티 덕분에 벌려서 소리를 내고 싶어도 소리는 새어나가지 않고 있었다.
‘뜨, 뜨거워!’
강렬한 기운은 온 몸을 태울 것처럼 뜨겁게 타오르는 느낌이었다. 지현은 땀을 줄줄 흘리며 저절로 부르르 몸을 떨었다. 지독한 고통도 함께 찾아오기 시작했다. 혈관을 타고 흐르는 기운이 마치 그 혈관에 쌓인 모든 것을 태워 버리고 지나가는 것처럼 몸속에서 뜨거운 불길과 함께 전부 타 버린 재가 흩날리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흩날리는 재들까지도 뒤에서 밀고 들어오는 강렬한 기운이 집어 삼키는 것처럼 태워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두 갈래로 나뉜 기운이 지난 부위는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이미 다른 곳에 엄청난 고통을 느끼는 지현에게 편안함 따위는 없었지만.
“웁웁! 으으웁!”
지현은 필사적으로 정신을 잃지 않고 있었다. 사실 창현도 꽤 놀라고 있는 중이었다. 자신과의 관계를 통해서 선천지기, 즉 영력이 정화 되고 그 그릇이 커졌다 하더라도 지금은 가장 무식한 방법으로 그녀의 혈맥 속에 굳어 있는 모든 노폐물들을 뚫어내고 있는 중이었다.
엄청난 과정이었고, 창현 역시 힘든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지현이 가장 힘들 것이 분명하다는 것은 창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혈맥이 타는 고통은 결코 쉽게 참을 수 있는 고통이 아니었다.
이 방법이 널리 쓰이지 못했던 이유는 진정한 화경에 접어든 무인이 적어서이기도 했지만, 대법을 전수 받는 사람이 너무나 큰 고통을 느끼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혈맥이 굳지 않고 노폐물이 적은 아이들에게 시전을 해야 하는데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위험했다.
중간에 까무러치기라도 한다면 그 때부터는 시술자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의식의 끈이 놓아지는 순간 선천지기는 본능적으로 몸을 보호하게 되어 있다. 그 때 다른 사람의 내공이 몸속을 타고 흐르고 있다면 선천지기는 자연히 그 것을 나쁜 기운이라 인식하고 충돌하기 마련이었다.
결과는 안 봐도 뻔했다. 말 그대로 주화입마에 걸려 온 몸의 혈맥이 비틀어져 죽는 것이다.
땡중이 만든 흡정대법의 효과로 자신의 명령이 절대적인 것을 알고 있었고, 영력의 그릇이 커져 있다는 것을 믿고 시전을 했는데 결과는 창현의상상 이상으로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물론 지현은 여전히 땀을 뻘뻘 흘리며 지독한 고통을 참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곧 지현의 몸이 크게 부르르 떨렸다.
“됐군!”
후우우우, 하고 창현이 숨을 몰아쉬었다.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았다. 지현의 모습을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무인의 몸이 아니었기에 환골탈태를 한 번 하기는 하는군.”
기존에 무인이었다면 일류로 가는 과정에서 환골탈태를 할 필요는 없었다. 이미 단전의 그릇이 그만큼 늘어나 있는 상태이니까. 하지만 지현은 영력의 그릇이 커진 상태라 할지라도 그 시절과는 훨씬 자연의 기운이 약한 시대에 사는 평범한 인간이었고, 더구나 그렇게 썩 건강한 상태도 아니었다.
근골이 제법 뛰어난 편이기는 했지만, 창현이 보았을 때 최상급도 아니었다.
츠츠츠츠-!
가부좌를 틀고 있던 지현의 몸이 공중에 붕 떠올랐다. 새하얀 빛이 지현의 몸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눈부실 법 했지만 창현은 아무렇지 않게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몸속에 숨겨져 있던 노폐물들이 먼저 온 몸의 피부 구멍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뱀이 허물을 벗는 것처럼 피부 조각들이 서서히 갈라지기 시작했고, 쩍쩍 갈라진 곳에서 지현이 새로 태어나고 있었다.
“….”
창현은 살며시 창문을 열었다. 날씨가 그리 썩 좋은 것은 아니었기에 햇빛은 스며들지 않았다. 하지만 시원한 바람이 곧 거실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아!”
번쩍 눈을 뜬 지현이 그 바람에 충만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곧 물결처럼 너울대는 공기들과 눈앞의 창현의 존재에 입을 벌렸다.
“…차, 창현님….”
이제는 어느 정도 보이는 것이다. 이제 막 일류에 들어선 지현이 이미 화경에 그 것도 완숙한 화경의 경지를 이룬 창현을 전부 세세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느낄 수는 있었다. 지금 막 그녀는 세상에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너울지는 공기들, 그 속에 숨겨져 있는 자연의 기운들…이미 영력의 기운을 창현과의 관계를 통해 느꼈기에 자연의 기운이 뭉쳐 영력을 만들어 내고 있는 광경까지 모두 볼 수가 있었다.
“아아아…!”
벅찬 감동이었다. 지식은 없지만, 지금 완전히 무엇인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고, 몸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충만한 느낌은 꼭…창현이 자신의 안을 파고들어 꼭 끌어안고 있어주는 느낌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저절로 지현의 얼굴이 붉어지고 있었다.
“좋아, 쓸 만한 몸종 계집 하나를 키웠군.”
여전히 변하지 않는 창현의 말투와 태도에도 지현은 배시시 웃었다.
“창현님!”
달려드는 지현을 창현이 가볍게 안았다. 전보다 훨씬 밝아진 피부와 더불어 윤기가 넘치는 흑발은 물론 풍만했던 가슴은 약간 더 커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밑으로 이어지는 매끈한 복부에는 더 이상 군살 없이 훌륭하게 미끄러지고 있었고, 거기서 끝이 아니라 이미 알몸이기에 보이는 하체 역시 군침이 돌만큼이나 잘 빠져 있었다.
신장도 조금 커졌는지 창현의 턱에도 오지 않던 지현의 키가 이제는 얼굴 하나 정도 차이만 날 정도로 자라 있었다.
“좋은 냄새 나요.”
“네년 노폐물 덕분에 악취가 나니 그만 떨어져서 씻고 오도록.”
“…아!”
아직 덕지덕지 붙어 있는 피부껍질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는 사실에 지현이 황급히 욕실로 사라졌다. 창현 역시 가볍게 몸을 털고는 창문을 더욱 활짝 열었다.
‘이 근처에만 느껴지는 것이 세 명 쿡! 우습군. 그리고 그 중 한 명이 이 몸이 일하던 곳 근처에 있다니…!’
창현은 그동안 자신의 실력이 미천하여 무공이 단절되었다고 착각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근처에서 느껴지는 기운 중 가장 강한 사람의 기운은 지금 지현의 경지와 비슷했다. 아마 지현보다는 강할 것이다.
그는 자신의 힘을 적절하게 사용할 줄 알 것이 분명했고, 또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그 경지까지 올라 간 것이 분명 할 테니까.
하지만 약간은 다른 방법으로 수련을 했다는 것까지 느낄 수 있었다.
혼단공에 이르고 무공이 화경에 이르니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재밌는 건 요괴들이나 잡귀들의 기운 역시 그 인간 근처에 밀집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 언덕 주인의 기운까지도 느껴지는군. 이거 생각보다 훨씬 재미가 있는 시대이잖아?’
지현의 몸을 때리며 바닥으로 떨어지는 물줄기 소리를 들으면서도 창현은 여체의 대한 야릇한 기분보다 손속을 나눌 수 있는 인간이나 요괴 또는 잡귀까지 존재한다는 사실에 더욱 큰 흥분을 느끼고 있었다.
오로지 무공을 혼자만 익히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 것도 아니었고, 요괴들이나 잡귀들 그리고 인간까지 섞여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모두 만나보아야 알 수 있는 일이지만 일단 그렇게 짐작이 되었다.
근처에서 가장 강한 인간은 공교롭게도 기억 속에 있는 경수라는 인간이 사는 곳에서 멀지 않는 곳이었고, 그렇다면 흔히 조폭이라 불리는 놈들 중 한 명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었다.
그 짐작이 맞는다면, 아마 그 놈은 자신의 존재를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놈 부하들로 추정되는 인간들이 벌써 지현의 집에서 결계술에 걸린 것은 물론 맨 처음 이 새데 왔을 때 직접적인 사술까지 사용했었으니까.
“과연 날 어떻게 생각 하고 있을까…!”
부적이나 몇 장 그릴 줄 아는 잡기에 능한 사이비 도사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전에 자신은 전혀 그런 인간이 아니었기에 그 인간이 오히려 자신에게 접근을 하는 것을 조심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일류치고는 제법 겁이 많은 놈이 아니면 조심성이 많은 놈이라는 것까지도 짐작이 되었다.
단편적인 정보로 거의 사실에 가깝게 모든 것을 유추해 내고 있는 창현의 모습은 그 예전의 천재의 모습에는 조금 부족했지만, 그래도 제법 고수의 풍모를 풍기고 있었다.
“창현니이임-!”
일류고수가 되었고, 스스로 몸이 엄청나게 변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지현은 이미 욕실에서 까무러치게 놀란 다음이었다. 그리고 몇 번이나 가슴을 만져보고, 군살이 하나도 없는 매끈한 몸매를 두드려 보았다.
밝아진 피부와 뚜렷해진 이목구비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귀여운 이미지에서 섹시한 이미지까지 더해주었고, 찰랑거리는 흑발은 CF에 나오는 여배우들보다 훨씬 더 윤기가 흘렀다. 두툼하면서도 적당한 허벅지, 그리고 그 밑으로 쫙 빠진 다리는 스스로 혀를 대고 핥고 싶을 정도였기에 창현이 과연 어떻게 애무를 해 줄지 기대가 될 정도였다.
간드러지는 목소리는 옥구슬이 굴러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창현님.”
“쿡!”
창현은 지현의 모습에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누가 되었건 그 때나 지금이나 자신이 절대자라는 사실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
조금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지만 꼭 약하게 살 필요는 없다.
절대자로 살면서도 ‘평범’ 하게 살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 때는 몰랐던 많은 즐거움들을 하나 씩 깨닫고 있는 중이었다. 가림의 미학이라는 것이 있지만 지금 지현의 몸은 전혀 가릴 필요가 없었다.
TV라는 바보상자에 나오는 이상한 분만 잔뜩 바른 연예인들이라는 인간들보다 훨씬 더…뇌쇄적이고 아름다웠다.
“요망한 계집이랑 같이 앉혀 놓으면 볼만 하겠군. 다음번엔 같이 안아야겠어.”
창현은 그 여자에게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짐작하고 내일쯤에는 그 여자에게도 한 번 가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무공을 가르치는 것은 일단 뒤로 미루고…이리와라 잔망한 계집.”
더 이상 잔망스럽지 않지만 첫 느낌이 그랬기에 지현은 언제까지나 창현에게 그렇게 불릴 것 같았다. 지현 역시 굳이 신경 쓰지 않으며 볼을 붉게 물들이곤 나긋나긋한 발걸음으로 창현을 향해 다가갔다.
이미 우뚝 솟아 있는 그의 분신을 본 탓이었다.
“고통을 잘 참고 몸종의 자격을 갖췄으니 상을 줘야지.”
바지를 끌어내리는 창현의 모습에 지현은 반쪽짜리 일류고수-무공은 하나도 모르니까 내공만 풍만한 상태이니 반 쪽일 수 밖에 없다-가 되었지만 여전히 창현이 유일한 주인이라는 사실과 그에 대한 사랑이 더욱 충만해지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습니다 창현님!”
“처음은….”
창현의 말을 지현이 재빨리 이었다.
“전부 꼭꼭 씹어서 삼키도록 할 게요.”
더 이상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바람도 지현의 오피스텔 안을 가득 채우는 열기를 식히지 못하고 있었다.
“큭큭!”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지현의 머리를 끌어당기는 창현의 웃음이 진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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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죄송합니다. 예약 한다는 것이 깜박 잊었네요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