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42 회: 일반인 속에 혈마. -- >
대길은 현 시대에서 정사를 나누는 것 자체가 우습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당장 태극문파만 보아도 그 것이 정파 무림방파인지, 아니면 그저 이득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집단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것이야 대길의 생각이 그런 것이고, 사실 아직도 한국의 무림방파들도 그리고…중원에 여전히 존재하는 수많은 무림의 방파들까지도 정사를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었다.
“그러시군요….”
사술을 사용하는 창현이었기에 행여나 다른 사람이 창현의 몸에 깃들었을 수 있다는 사실은 대길은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그렇다하더라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이 남자가 엄청난 강자라는 사실이지.’
그 것이 중요했다. 창현은 엄청난 강자라는 것!
한국 무림의 판도가 완전히 뒤 바뀔 수 있었고, 그 속에서 대길은 자신이 어떻게 하면 태극문파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완전한 자유인이 될 수 있는지 고민했다. 섣불리 창현을 이용하려 들지는 않았다.
속아 줄 사람도 아닌 것 같았고, 속지도 않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네 동생은 왜 날 죽이려 했지?”
“…다른 조직과의 갈등이 있습니다. 경수는 그 것을 자신의 선에서 정리를 하려고 했고…그 것을 목격하셨기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전혀 말이 되지 않는 설득이었다. 대길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단지 보았다는 이유 하나 자체만으로도 죽이려 든다니!
‘이 시대와는 맞지 않는 사상이야. 중원에서는 그런 일이 비일비재 했다. 사파 녀석들은 물론 정파라는 녀석들 역시 자신의 치부를 가리기 위해 살인은 눈 깜짝하지 않고 했으니까. 지금 구파일방 놈들이 그대로 남아 있고, 우리나라 역시 무인들이 존재한다고는 하지만…그렇다고 그런 것이 용서되는 것은 아니지. 더구나 그 놈은 무인도 아니고.’
창현은 피식 웃었다.
“죽이지는 않으마.”
대길은 일어나서 깍듯하게 허리를 숙였다.
“이미 병신이 되어버린 녀석들이야 어쩔 수 없고.”
“아닙니다. 제가 처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조직에 창현을 끌어들일 생각은 애초에 대길은 하지도 않았다. 굳이 자신의 인생을 짧게 언급한 것은 창현이 아직 무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고 있고, 또 전체적인 흐름조차 알지 못하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단순한 정보제공이었지만 절정 고수와 안면을 텄다는 것이 훨씬 중요했다.
지역 유지, 검사, 경찰들 따위와는 전혀 비교 할 수 없는 막강한 인연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대길은 생각했다. 현묘함이 흐르는 창현의 눈빛과 그저 일을 하는 여자에 불과 했던 지현이 단숨에 일류고수로 발돋움 한 것을 보면서 결코 조용히 죽어 지낼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느꼈다.
그렇다면 추후에 분명 이 인연은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철면 무슨 공?”
“…철면외면피신공입니다.”
“이름 참 조잡하군.”
대길은 쓰게 웃었다. 내공이 일류가 아니었다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공으로 일류 취급은 결코 받을 수 없다.
“혹시 구결이 있나?”
대길이 눈을 반짝였다. 독문 무공도 아니었고, 태극문파에서 헌신짝처럼 버리듯 던져준 무공이었다. 그만큼 흔하다는 뜻이었고, 그만큼 쓸모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무공이었다.
“흐름이…”
대길은 기회를 놓칠 새라 재빨리 내공의 흐름부터 설명하고 있었다. 철면외면피 신공은 무척이나 간단했다. 피부를 단단하게 하고 그 단단해진 피부를 통해서 몸에 도검이 들지 않으며, 바위같은 주먹을 내지를 수 있게 만드는 것에 그 목적이 있었다.
조금 좋은 쪽으로 과대해석을 한다면 금광불괴를 이르는 무공이었다.
초식조차 없지만, 그 강한 몸뚱이로 버티면서 한 방을 노리는 것이 무공의 요점이었다.
대길의 설명을 듣고 있는 지현은 무척이나 지루했다. 하지만 눈을 반짝이고 있는 창현을 보면서 그가 자신의 몸 이외에 또 다른 관심을 나태내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흥미로웠다. 살짝 대길과 눈빛을 교환하고 지현이 몸을 일으켰다.
창현에게 시원한 차라도 한 잔 타줄 요량이었다.
지금까지 대길과 독대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대길의 부하들은 얼씬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둘을 뒤로하고 지현이 살며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김지현!”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지현은 몸을 돌렸다. 씨익 웃고 있는 경수의 모습이 보였다.
“며 칠 새에 몰라 볼 정도로 예뻐졌군?”
“그래서 그렇게 애들을 보냈어요?”
여유로운 지현의 대답에 경수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대길이 신신당부 했던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리고 스무 명의 부하들 중 몇 명은 지현에게 당했다는 그 말도 생각났다. 애써 억누르며 미소를 지었다.
“그건 미안하게 생각 한다.”
“뭐 괜찮아요!”
지현은 어깨를 으쓱였다. 경수는 자신의 감정조차 잠시 잊고 지현의 자태를 바라보고 있었다. 찰랑거리는 흑발 밑으로 한층 풍만해진 가슴과 매끄러운 복부 그리고 한 뼘 밖에 되지 않는 핫팬츠가 마치 터질 것 같은 허벅지와 쭉 이어진 각선미를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저절로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갔지만, 싱긋 웃는 그녀의 미소에 사십이 다 된 나이임에도 얼굴을 붉혔다.
‘씨발, 이게 무슨 추태야!’
화끈해지는 얼굴빛에 경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야 잘 모르겠지만 지현은 애초에 창현과 처음 관계를 맺을 때부터 흡정대법의 영향 아래에 놓이게 되었다. 그건 창현도 잘 모르고 있는 효과 중 하나였다.
아름다워지는 것이야 이미 알고 있었지만 뇌쇄적인 기운이 점점 강해진다는 것은 창현 역시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관계가 거듭될수록 뇌쇄적인 것은 염기로 변해서 남자를 말려 죽이는 것까지 가능하다는 사실까지도!
물론 창현은 무공에 관해서 끝이 없는 방대한 지식을 자랑한다. 흡정대법도 무공이었다. 소림사에서 파문당한 땡중이 수정을 했다고 했지만 본디 천재라 불렸던 창현의 안목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조금만 고민을 한다면 아마 창현은 땡중이 만든 그 흡정대법의 일종의 부작용을 금방 해결 할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 전까지는 지현이 계속 그 부작용(?)을 계속 겪어야 하겠지만.
“그리고 오빠….”
“아, 그래.”
지현은 창현처럼 마치 자리에서 사라지는 것처럼 푹 꺼질 수 없었다. 가벼운 경공술은 물론 도약하는 방법도 잘 몰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충만한 내공으로 인해 일반인들보다 훨씬 빨리 움직일 수는 있었다.
빠악-!!
“꺼어어억!”
경수가 사타구니를 부여잡고 푸욱 쓰러졌다. 지현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창현님이 직접 하는 것보다 내가 하고 싶었어. 왜 맞은 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지?”
지현의 말에 경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극심한 고통에 정신조차 희미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면에서는 지현은 경수가 고맙기도 했다. 그 덕분에 창현과 엮이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그냥 넘어가기에는 그동안 경수에게 당했던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자신의 몸을 스쳐간 남자 중에서 경수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맨 처음은 경수였다. 일을 하기 위한 인사치레라는 이유로!
그는 창현처럼 무자비하면서도 창현과는 달랐다. 오로지 자신은 배설에 의한 도구였고, 파과의 고통에 몸부림치는 어린 여자를 학대하는 것을 즐겼다. 대길의 존재와 그 수완만 아니었다면 부하들이 반발 했을 것이 분명했다.
원한관계에 의해 경수에게 복수를 하려는 사람들도 꽤나 많았으니까.
“여자는 그런 걸 원래 잘 못 잊는 법이야. 그리고…내가 몸 대주면서 번 돈을 그렇게 빼갔으면 고맙다는 말이라도 한 마디 했어야지.”
“커어….”
경수는 그저 바닥을 뒹굴기만 했다. 이미 2층을 전부 비워놨기에 다행히 누군가에게 보이는 볼썽사나운 꼴은 면했다.
창현에게는 보이지 않고 있던 지현의 어쩌면 표독스러운 면이 드러나고 있었다.
“쓰레기 새끼. 그러니까 넌 대길 오빠와는 전혀 다르게 거기서 크지를 못 하는 거야.”
충고까지 곁들이며 내려가는 지현의 뒷모습을 보면서 경수가 이를 악 물었다. 당했다는 그 사실보다 지현의 마지막 말이 더욱 이를 갈리게 했다.
경수에게 대길은 늘 의지가 되는 사람이면서도 끝내 뛰어넘지 못하는 벽이었고, 그 것은 방금 지현이 보여 주었던 몸놀림처럼 무공이라는 것 덕분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지현은 일부러 더욱 엉덩이를 흔들며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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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강창현….”
여자의 입에서 창현에 관한 정보가 줄줄 새어 나오고 있었다. 원탁에 모인 사람들은 여자의 말에 주목하고 있었다.
“최소 일류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영적 능력 역시 최소 3단계 초입입니다.”
“허!”
가장 윗사람으로 보이는 남자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 나왔다.
“아니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어떤 문파에 입문을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리가 교육을 한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갑자기 튀어 나왔다는 말이잖아?”
“그렇습니다.”
“정보는 어떻게 입수했지?”
“10년도 더 전에 그 곳 지역에 재개발 공사가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지역을 장악하고 있던 귀가 강력하게 반대했고, 결국은 무산 되었죠.”
“귀 따위 때문에?”
남자의 얼굴에 불쾌감이 흘렀다. 인간도 아닌 하찮은 존재 때문에 국가의 사업이 중지 되었다는 것은 말이 되고, 안 되고의 문제를 떠나서 용납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귀 한 마리 정도야 당장 소탕 한 분대만으로도 쓸어 버릴 수 있지 않은가?
남자는 그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 해?”
“그 때 당시 각하께서 직접 지시한 일입니다. 그리고 그 귀는 귀력의 수치가 221년으로 나왔습니다.”
“….”
“최소가요.”
남자는 불쾌감을 지울 수밖에 없었다. 크흠, 이라는 신음 소리가 흘러 나왔다.
“그럼 강창현이라는 놈의 정보는 그 귀에게서 흘러나온 것인가?”
“그 귀는 한국에서 손 꼽히는 귀이고, 그 영향력 역시 막강합니다. 조용히 살고는 있지만 언제나 감시의 대상이죠.”
200년이 넘어가는 귀력을 가지고 있는 귀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한 개의 분대가 아니라 한 개의 소대, 중대, 대대까지 넘어가도 그 귀를 제압한다는 장담을 할 수 없었다.
“젠장맞을! 원래 데이터에 있는 귀인가?”
남자는 이 부서를 맞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승승장구하면서 승진을 이뤘고 국가 극비 기밀 조직의 수장이 된다는 사실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비록 영예롭게 드러나지는 않겠지만 그만큼 더 혜택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처음에는 부서를 맞고 정신이 없었다.
도통 믿을 수 없는 이야기들뿐이었다. 자신이 알고 있던 세계가, 세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진정한 권력은 그 힘에서 나온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렇습니다.”
여자의 짧은 대답에 남자는 고민에 빠졌다. 한국에 문파들은 많이 존재했고, 정기적으로 그들의 동향을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정부는 인력이 무척이나 모자랐다.
무인을 꿈꾸는 사람들이 정부 조직보다는 문파들의 문하가 되는 경우가 월등히 많았기 때문이었다. 정부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었다. 군대의 존재 덕분에 아직은 그럭저럭 컨트롤 하고 있지만 대문파들의 초고수들이 나서서 국가를 뒤집어엎겠다고 마음을 먹으면…사실 막을 방도는 없었다.
귀신 같이 스며 들어와 주요 인물들만 암살해도 끝이니까.
그러던 중 여자는 괜찮은 선발 자원이 있다는 것을 보고 했고 각부장들 앞에서 발표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결과는 모두 놀라고 있는 것이었다.
“갑자기 튀어나온 절정급의 고수라!”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계에 최소 일류라고 나오니 어쩌면 절정이 확실 할 수 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가 영적 능력자라는 사실입니다. 3단계는…대문파 장문인들급이라 할 수 있으니까요.”
남자가 탁, 하고 테이블을 내려 치고는 대답했다.
“좋아, 자네가 직접 만나 봐…안되면 힘을 사용해서라도 데리고 와.”
그런 방법을 극도로 혐오하는 여자였지만…화면에 떠 있는 창현의 사진을 슬쩍 보았다. 오래 전 사진과 최근 사진이 나란히 떠 있었는데 사진에서조차 인상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얼굴이 변한 것이 아니라 변해버린 눈빛이 모든 것을 압도 하고 있는 것이다.
‘반드시 정부로 끌어들여야 해.’
여자는 처음으로 혐오하는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정부 조직에 소속 시켜야 할 인원이 생겼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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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덥네요 요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