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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 현대 재림기-50화 (50/170)

< -- 50 회: 최상급 능력자 혈마 -- >

“놀이공원?”

수희의 얼굴이 붉게 타올랐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를 보면서 창현은 혀를 찼다.

“고3이 놀러 다닐 시간이 있어?”

“….”

수희는 대답대신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고민하고 고민했다는 것이 겨우 놀이공원을 데리고 가달라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수희나 창현이나 사실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편부, 편모 가정에서 자라면서 여유가 없던 탓이기도 했고, 학교에서 소풍으로 한 번 쯤 가봤을 법도 했지만 이상하게 놀이공원은 소풍으로도 가지 못했다.

창현은 크음, 하고 헛기침을 하며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그리고 한 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기억 속에서도 한 번쯤은 수희와 함께 다정하게 놀이공원을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놀이공원에 대한 기억을 좀 더 세세하게 떠올리니 제법 흥미로운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뭐 어려운 것은 아니니까. 그럼 언제쯤 가는 것이 좋지?”

“주말에!”

창현의 허락이 떨어지자 수희는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갔다 와서는 더 열심히 해.”

뭔가 대단한 것 해주는 것처럼 말을 하는 창현이었지만, 수희는 그저 열렬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띠릭-!

“또 TV 보게?”

창현은 사실 요즘 TV를 보는 것에 취미가 들려 있었다. 자그마한 상자 속에서 쉼 없이 떠드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맛이 쏠쏠했다. 예전에는 전혀 할 수 없었던 일이라 흥미가 강하게 동하고 있다는 편이 더 정확했다.

딱히 어떤 프로를 가리는 것은 아니었다.

저녁도 먹었고, 수희 역시 오늘은 공부를 하지 않고 좀 쉬다 자려는 생각에 창현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

“서울 외곽지역에서 뿜어져 나온 이 붉은 빛에 대해 과학자들 역시 진상을 규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혈마지기는 강력한 기운이고, 창현의 고유 기운이다. 육체가 본디 창현의 것이 아니었지만 선천지기와 함께 운용하며 어우러지는 혈마지기는 굳이 육체에 제약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강인한 육체가 내공을 뒷받침하기에 환골탈태를 선택한 것이기는 했다.

제약이 없다고는 하지만, 육체가 너무 뒤쳐져서는 곤란했다.

어쨌든, 창현과 수희는 뉴스를 보면서 각자 생각에 빠져 있었다.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는 수희와는 다르게 창현은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뉴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부는 물론 국제사회는 곧 중대한 발표와 더불어 이번 서울 외곽지역에서 뿜어져 나왔던 원기둥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시민들은 한국에서만이 아니라 세계가 그 기둥에 주목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면서도 한 편으로는 무척 불안한….”

혼란!

외계 생명체가 있다고 하자.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눈으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고, 과학이라는 이름 아래에 증명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모두가 똑똑히 목격했다. 한 두 명이 봤다면 믿을 수 없겠지만 수천, 수만 수백만 단위부터 다르다. 신이 만들어낸 광경처럼 장엄하면서도 압도적인 기운을 뿜어내었던 혈마지기! 구름까지 갈라버리면서 하늘을 수놓았던 그 원기둥은 수많은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결심을 한 모양이군.”

“응?”

“지난번에 보았잖아 그 무인협회라는 계집.”

“아!”

꽤나 예뻤던, 그리고 창현과 자신은 전혀 알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던 수연의 얼굴이 떠오르자 수희는 괜스레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 때 한 이야기랑 다르지 않아. 내가 만들어낸 거고.”

“오, 오빠가?”

수희가 화들짝 놀랐다. 창현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제야 수연이 창현을 어떻게든 섭외하려 했던 것이 떠올랐다. 연예인 스카우트도 아니고 정부기관에서 직접 실장이라는 사람이 나와 간곡하게 부탁을 했었다.

그 때 당시에는 수연이 너무 예뻐서 그 것에 대한 경계만 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슬슬 창현이 자신이 알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잠재적으로 많은 것을 가지고 계셨지. 그리고 내 대에서 그 잠재능력이 폭발한 것이고.”

적당한 말로 설명을 해주자 수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많은 것이 변할 거야. 걱정은 하지 마. 우리가 변하는 것은 없을 테니까. 오히려 더 좋아지면 좋아졌지.”

그를 믿기에 수희는 불안해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정말 신기했다.

“근데 어떻게 저런 것을 만들어 낸 거야?”

“너 내가 준 책 아직 익히지 않고 있지?”

“…아!”

내공이 전혀 없는 수희를 위하여 백보신권의 발전형을 그려 주었건만 수희는 공부도 바쁜 틈에 그 책을 볼 시간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았다. 창현이 장난스럽게 수희의 머리를 마구 헝클였다.

“오, 오빠!”

다정하게만 느껴지는 그 손길에 수희가 다시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다.

“공부 하느라 바쁜 것은 알겠지만, 꾸준히 익혀. 그럼 그 계집처럼 균형 잡힌 몸매는 물론이고 건강 그리고 남자 한 둘은 그냥 눕힐 수 있는 무력까지 갖추게 될 거니까.”

무력이나 건강보다 수희는 ‘균형 잡힌 몸매’ 라는 단어에 몸을 움찔 떨었다.

“그럼 지금은 내 몸매가 이상하다는 거야?”

고등학생 치고는 상당한 풍만함과 매끈함을 동시에 갖춘 수희이다. 창현 역시 주위에 예쁜 여자들을 많이 보았지만 수희가 꽃을 피우면 경국지색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을 하지만 창현은 그녀의 몸 내부도 함께 볼 수 있었다.

“눈에 보이는 것만 말을 하는 것이 아니야. 넌 몸 안에 노폐물이 많은 편이니까.”

“…알았어. 아주 열심히 해보았자 노폐물이 많아서 이수연인가 뭔가 보다는 모자라겠지!”

수희는 흥, 하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창현은 고개를 갸웃 거렸다. 자신의 말에 왜 삐졌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잔망한 것. 유일하게 친절하게 대해주건만!”

히죽 웃고는 창현은 옷을 챙겨 입었다. 수희가 잠이 들면 나가 볼 생각이었다.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TV를 꺼버리고는 창현은 수희가 고른 숨소리를 내자 현관문을 나섰다.

해도 떨어진지 오래건만 아직도 후끈한 공기가 창현을 반겼다. 이미 완숙한 화경에 이른 창현은 한서불침이었지만, 그래도 괜스레 끈적끈적한 느낌이 기분이 나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사막도 횡단 해 보았지만 그 때와는 다른 뜨거움이었다.

날씨 문제는 접어두고 창현은 대길에게 먼저 가기로 결정했다. 그 날 자신을 따로 찾지 말라는 말은 아주 유효한 것 같았다. 많은 단체들이 있고, 그 것은 굳이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한국의 무인협회, 무림방파들의 단체 그리고 이수연이 말했던 서양의 능력자들이나, 일본의 사무라이들은 물론 중국의 전통 무인들까지!

그들의 균형을 깨고 있는 것은 분명 자신이었다.

무공의 근원지라 우기고 있는 중국에도 절정고수가 흔치 않다는 사실에 창현은 무공이 퇴보 하지는 않았지만, 발전 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대가 변하면서 자연의 기운이 약해진 지금 어쩌면 절정고수가 있다는 것만 하더라도 굉장히 유지를 잘 하고 있다는 것이라 할 수 있었다.

특히 무인 대부분이 영력을 깨쳤다는 것은 창현 역시 놀라고 있는 점이었다.

“오소리.”

중얼거리는 것처럼 말을 했지만 띵동, 하며 엘리베이터가 열림과 동시에 아파트 현관 앞에 오소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밤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일반인들이 본다면 제법 잘 생긴 큰 개처럼 보일 정도였다.

“가져왔나?”

“여기.”

오소리는 그대로 입을 벌려 내단을 꺼냈다.

맨 처음 회색빛이던 내단은 창현이 일차적으로 정제를 한 뒤 옅은 회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오소리를 통해서 정제를 하고 나니 옅은 회색은 다시 하얀색과 어우러져 있었다.

구슬 보다는 큰 내단은 두 가지 색이 그렇게 밝은 색도 아님에도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은은하게 비추는 달빛보다 훨씬!

내단을 오소리의 영력 그릇을 통해 정제를 시키는 방법은 간단했다. 오소리의 몸에서 혈마지기를 돌리면 그만이었다. 좀 더 고도의 작업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창현에게 그닥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이미 오소리의 그릇이 창현에게 종속이 되었기에 창현의 몸에서 정제를 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창현이 굳이 자신이 아니라 오소리 그릇에서 정제를 시킨 것은 오소리 그릇에도 어느 정도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오소리는 한층 진화되어 있는 상태였다. 송곳니는 좀 더 날카로워졌고, 털의 윤기는 밤에도 달빛을 받아 반짝였다. 동물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현묘한 빛이 흐르는 눈동자 역시 조금 더 커져 있었다.

“고맙다 주인.”

사실 가질 수 없다하더라도 내단이 무척이나 욕심이 났을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오소리는 창현에게 고마워하고 있었다. 그가 자신을 생각해서 일부러 내단을 자신의 영력 그릇을 통해 정제를 시켰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좀 더 부리기 편하려면 강해야 하니까.”

“…충성을 다하겠다. 주인.”

창현은 피식 웃었다. 어느 정도 갖출 것은 갖췄다.

“애완견도 하나 있고, 또라이 같기는 하지만 도도 하나 있고…피콜로도 어느 정도 쓸 만하고 이제는 비서?”

창현은 기억 속의 단어가 틀리지 않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비서 놈도 좀 키워줘야지. 그 문파라는 곳도 한 번 방문해보고 싶고.”

탐욕이 가득하던 살이 뒤룩뒤룩 찐 무당파의 말코 도사놈의 얼굴이 창현의 머릿속을 스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다음편으로 곧바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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