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마, 현대 재림기-60화 (60/170)

< -- 60 회: 최상급 능력자 혈마 -- >

종욱의 머릿속은 무척이나 복잡했다. 여러 가지 생각들이 얽히고 있었다. 진선도인의 거처를 지키고 있는 중국의 무인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괜찮습니까?”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계십니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전각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나의 전각을 통째로 사용하고 있는 진선도인이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할 수 있는 결계가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의 문파들은 대부분 그리 넓은 부지를 가지지 못했다. 현대로 올수록 예전의 방식을 버리고 이제는 문파들의 건물들도 현대식으로 짓고 있는 이유였다.

‘한정된 공간…한정된 인원…이런 것들이 어쩌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겠어.’

국제적인 발표가 꼭 나쁘다고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종욱의 머릿속을 스쳤다. 숨길 필요가 없으니 분명 도심으로 나가는 문파가 생길 것이고 그에 따라 사회는 많은 것들이 변할 것이다.

‘자연의 기운은 점점 약해지고 탁한 요괴와 귀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꼭 그가 언덕에서 초월적인 현상을 만들어냈다고 발표를 하는 것만은 아니지. 뒤에서 일반인들을 지키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고…우리가 모습을 드러낸다면 자연히 그들도 모습을 드러내겠지. 인간 사냥을 본격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고…오히려 권장 할지도 모르겠군.’

쓴웃음이 번졌다. 만약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각국이 굳이 일반인들에게 발표를 하는 이유는 어쩌면 무척이나 간단했다. 자, 이렇게 우리가 너희들을 지켜주고 있다. 그러니 그만한 대가를 내놓아라.

명분은 중요한 법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그 명분은 최고의 명분이었다. 목숨 값보다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한동안 마치 유행처럼 번지겠군.’

정부와 협의를 해서 새로운 제자들의 숫자를 맞추고 있지만 이제 그 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장 사람들은 초인적인 능력만을 보고 호기심을 가질 것이 분명하고, 우후죽순으로 문도가 되기를 원 할 것이다. 그

그리고 각 문파나 정부는 그런 사람들 중 옥석을 골라 지금까지 통제 했던 신입 문도들의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이 분명했다. 100명 중 1명이라도 고수가 탄생 한다면 그 것은 그만큼 그 문파에 전력이 상승하는 결과나 마찬가지이니까.

꼭 절정 고수가 탄생하지 않더라도 제자들의 수가 많다는 것 자체가 문파의 힘이 강해지는 것이었으니 어쩌면 옥석을 가리지 않더라도 희망하는 사람들을 모두 받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세월 숨죽여 오면서 절제된 생활을 하고 있는 만큼 각 문파의 재정은 풍족하다 못해 넘쳐날 지경이었으니, 사람이 늘어나면 돈이 더 많이 든다는 아주 기본적인 문제조차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과연….’

다른 생각은 접어두고 그 큰 몸집으로 침대를 가득 채우고 있는 진선도인을 종욱이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었다. 맨 처음 그의 몸을 살펴보았을 때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한 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있는 혈마지기의 존재를 확실히 느꼈다.

그건 어떤 영향을 미칠까?

창현이 의도한 것은 무엇일까?

무엇을 의도 했든 종욱은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진선도인의 몸에 남아 있는 혈마지기를 건드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 동그랗게 남아 있는 혈마지기는 일종의 매개체가 분명했다. 정대한 기운이었지만 사기가 깃들어 있었으니 어떠한 사술이라는 것도 짐작할 수 있었다.

“활강시조차 우습다고 했는데…무슨 뜻일까?”

알 것 같았지만, 종욱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가 기록에 남아 있는 혈마 강세찬의 영혼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그의 말대로 강창현이다. 그 때의 실력을 전부 회복을 했다면 굳이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 하지 않아도 되었다.

“후!”

복잡한 생각은 접어두고 종욱은 진선도인을 향해 손을 뻗었다.

****

“제법 똑똑하다 하더니 먼저 나설 줄은 몰랐습니다. 역시나, 라고 할 까요?”

비각 각주의 말에 무각의 각주 이명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명분은 우리에게 있었어. 그 녀석이 그 놈을 태극문파로 끌어들이려 했다는 것을 알고 그 것을 이용할 참이었는데 선수를 처 버렸어. 그럼으로써 도리어 명분을 빼앗겼지. 이제 그 녀석이 그 놈을 잡아 오지 못한다 하더라도 타박을 할 수 없게 되었어. 강자를 잡는 일에 희생을 해서 나섰는데 타박을 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추적대가 그 절정고수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 하십니까?”

“물론 아니지.”

이명우는 비릿하게 웃었다. 작고 찢어진 눈에서 살기(殺氣)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광길도 마찬가지야. 그가 한국 무인협회에서 가장 큰 세력을 구축했고, 발표에 앞서 정부 권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지만 분명 반대편에 선 놈들도 있을 거거든. 대표적으로 중립적인 입장이었던 손녀까지 내치지 않았나? 그는 그런 인간이지. 그렇다면 내가 김종욱을 그 놈에게 보내는 것처럼 그 역시 거슬리는 놈을 보낼 것이 분명해. 제거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저기 각주님.”

비각의 각주는 살짝 망설였다. 단언하듯 말 하는 이명우의 말에 반박을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왜 그러지?”

“…제가 이곳에 오기 전에 연락을 받았습니다…태극문파의 앞마당에서 벌어진 일이니 책임지고 수습하라고요. 정부 역시 무척이나 유감….”

“!!!”

이명우의 얼굴이 거칠게 일그러졌다. 정부 놈들과 연계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었다. 이광길이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짐작 할 수 있었다. 강창현이라는 변수를 철저히 이용할 계획임이 분명했다.

‘내가 이미 김종욱을 그 놈을 이용해서 제거 할 것이라는 사실을 짐작하고 있어. 속셈을 알면서도 내가 당해줄 수밖에 없다는 것까지도…하지만…김종욱의 실력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데 얼마 걸리지 않을 거야.’

이명우는 다시 비릿하게 웃었다.

이광길은 자신이 태극문파를 손에 쥐기 위해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정부는 단일 단체로써는 최강의 무력을 자랑한다. 각 문파들끼리 떼어 놓고 보면 한국 무인협회와 비견할 수 있는 문파는 최강문파라 불리는 단 한 곳 정도 밖에 없다. 그 곳도 무인협회에 한수 밀리는 것이 사실이었다.

비각의 인원들이 정부에 있는 것처럼 정부의 인원들 역시 각문파 어딘가에 신분을 위장한 채 숨어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광길이 자신의 움직임을 알고 있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불쾌하긴 하지만.”

“네?”

“아니네.”

이명우는 생각에 잠겼다. 이광길은 뛰어난 사람이고 그만큼 위험한 사람이다. 그가 앞으로 있을 혼란에서 노리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일차적으로 자신들에게 압박을 가했다. 흠 잡을 곳이 없었고, 반박할 점이 없었다. 진선도인은 ‘한국’을 방문 한 것이 아니라 ‘태극문파’를 방문한 것이고, 사고를 당한 곳 역시 태극문파였다.

책임은 전적으로 자신들에게 있고, 수습도 자신들이 해야 했다.

그런 점에서 이광길이 공식적인 루트로 보낸 전문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 놈에게 우리가 당할 것이라 확신하고 있어.’

“좋은 사냥개 한 마리를 얻었다고 생각하고 있군.”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강창현…그 야인에 불과한 놈이 제법 실력이 뛰어나니 저희가 방심하다 당할 것이라 확신하고 있고, 그를 통해서 여러 문파들의 전력을 어느 정도 약화 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이명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비각 각주의 말은 틀림이 없었다.

추적대가 전멸을 한다면 분명 태극문파에게도 타격이다. 거기에 차기 장문인이라 불리는 김종욱이 변을 당한다면?“

사회에 혼란이 찾아오기전에 태극문파부터 혼란에 빠질 수 있었다.

“사형 이후 최고의 기재라 불리는 사질이 아니던가 큭큭!”

변을 당해도 상관없다. 태극문파의 전력이 약화되어도 전혀 상관 없었다. 애초부터 온전한 태극문파를 그대로 삼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꼭 그렇게 되어야 했다.

이광길의 짐작과 자신의 짐작이 다른 점은 하나였다.

“숨겨진 실력을 모두 드러내면 양패구상 정도는 분명히 할 것이다.”

절정과 일류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이지만 이명우는 종욱이 일류의 끝자락에 서서 경지를 일부러 답보 시키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어쨌든 그는 분명 기재 중 기재였으니까.

“그 놈이 먼저 나서기는 했지만…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거네. 추적대 구성은 내가 지난 번 말했던 대로 하도록 하고…난 잠시 자리를 비울 터이니 사질이 나가 있는 동안 태극문파 동향을 잘 살피게. 특히 둘 째 사형의 움직임은 한시도 놓치지 말아야해.”

“장문인을요?”

“…그래. 온화한 미소 속에 숨겨진 칼날은 찔려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가 없지.”

이명우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대사형에게 굳이 날 보내는 이유도 분명 따로 있을 거야. 알아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니…이번만큼은 몸으로 부딪혀야겠군.”

비각 각주가 고개를 끄덕였고, 이명우가 몸을 일으켰다.

“강창현이라는 그 놈은 분명 변수야. 하지만 말이야…이광길은 날 너무 우습게보았어. 내가 태극문파가 쪼개지는 한이 있더라도 차지하려 한다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김종욱과 일류 고수 몇 명이 죽는다고 휘청거릴 태극문파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지.”

============================ 작품 후기 ============================

부셔지지는 않았네요..

이따 자정에 한 번 더 해 볼까 생각중입니다.

딜은 비축분 없이 해야 제 맛.

그래서 오늘 손목 부서질 뻔 했네요..ㅋㅋㅋ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