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64 회: 최상급 능력자 혈마 -- >
“꺄아아아아!”
찢어질 것 같은 여자의 비명소리와 더불어 실내의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모이고 있었다.
콰아아앙-!
쿵-!
쿵-!
“피, 피해!”
건물의 천장이 무너졌다. 그리고 이곳은 놀이공원, 그 것도 주말! 가득 메운 사람들이 그 큰 콘크리트 덩어리를 모두 피해 낼 리는 당연히 없었다.
“컥!”
먼지가 피워 오르고, 곧 혼란은 파도처럼 모든 사람들을 덮치고 있었다.
“미, 민영아!”
“하정아!”
자욱한 먼지로 보이지 않는 가족, 연인, 또는 친구들을 애타게 부르는 소리 역시 곳곳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입구는…사람들의 물결로 넘쳐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입구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쾅-!
제일 먼저 앞서 달리던 남자가 투명한 막에 부딪혔다. 본래, 우르르 달려가다 앞사람이 넘어진다면 연쇄작용으로 모두가 함께 넘어지거나, 그 사람은 뒷사람들의 걸음을 감당하지 못하고 소위 깔려 죽어 버리는 끔찍한 상황이 일어나기 마련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사람들은 무형의 기운에 저절로 걸음을 멈췄고, 입을 벌리고 입구 전체를 막고 있는 투명한 막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부터 저희가 통제 하도록 하겠습니다. 큰 사고를 미리 예측하지 못한 점을 먼저 사과드리며, 최우선적으로 여러분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에 모든 힘을 쏟도록 하겠습니다. 월드롯에 나타난 요괴는 이성이 없는 놈으로 파악 되었습니다. 통제에 따르시지 않는다면 더 큰 피해가 일어날 수 있으니 모두들 진정 하시고 요원들의 통제를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자신들을 밀어 냈던 무형의 기운, 그리고 목소리에 담겨져 있는 압도적인 힘에 사람들은 모두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 볼 수밖에 없었다.
“꺄…!”
어떤 여자가 지르려던 비명을 남자가 황급히 손으로 막았다. 여자, 그리고 자신이 보고 있는 요괴라는 존재도 끔직 했지만, 눈앞에서 안광을 쏟아내고 있는 남자도 꽤 무서운 것은 사실이었다.
아니, 살기가 오로라처럼 줄줄 흐르고 있는 남자에 대한 공포심이 사람들은 더욱 높았다.
그런 것을 눈치라도 챘을까?
남자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저희는 정부소속 한국 무인협회 사람들입니다. 여러분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요괴 퇴치에 힘을 쓰겠으니, 통제에만 잘 따라주시면 됩니다.”
“크르르릉!”
남자의 말에는 힘이 있었고, 그 넓은 실내 안을 전부 울리도록 컸다. 그 목소리에 반응하고 있는 요괴는 무척이나 괴상망측하게 생겼다. 몸 하나로 그 두꺼운 벽을 뚫어냈을 정도였으니 단단한 것은 당연했다.
두껍우면서 검은 빛깔을 띠고 있는 피부에는 진득한 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진물은 흐르면서 콘크리트 바닥을 녹여내고 있었다. 엄청난 독성을 품은 것이 분명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진물이 호흡기를 통해서 사람들의 내부를 녹여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물에 닿는 곳만 녹고 있었고, 황급히 요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입구 쪽으로 향하고 있는 사람들은 무사했다.
“셀린의 측정 결과 귀력 123년으로 추정, 내부에서 폭발하고 있는 귀력은 150년 이상입니다.”
여자의 보고에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깔려 죽지 않도록 잘 통제해라. 지하철보다는 지상 쪽으로 전부 대피시켜. 방어막을 치고 있는 미국인들에게 마나를 거둬들이라고 해. 이 홀을 중심으로 방어막을 다시 친다. 안에 있는 사람들이 전부 빠져 나가면.”
“네.”
남자는 몸을 날렸다.
그리고 곧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목격 할 수 있었다.
“통제에 따라 피해…실장님?”
수연의 모습에 남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이미 이광길은 수연의 파직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상태였다. 그녀의 파직 이유는 명령 불복종이었다. 군대의 느낌이 강하게 나는 이유였지만, 한국 무인 협회 역시 무력단체였고, 그만큼 상하 관계는 엄격하고 철저했다.
“…지금 무인 협회에서….”
남자는 말을 잇지 못했다.
“수희 데리고 좀 떨어져 있어.”
“들었는데 귀력이 150년 이상이래요. 내부에서 폭발하고 있으니 이성을 잃은 것이고…그럼 평소보다 더 큰 힘을 낼 텐데….”
창현은 수연의 걱정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지현이도 힘만 있지 쓸 줄은 몰라. 네가 두 명 다 챙겨야 해. 지금의 내 상태로는 전력을 다 해야 해. 주변을 돌아보다면 힘들어.”
“꺄아아아-!”
창현의 말과 함께 요원들이 미처 구출 하지 못한 여자 한 명이 그대로 요괴의 큰 아가리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남자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순간적으로 수연의 존재에 명령을 내리지 못했는데 결과는 참혹했다.
또다시 인명피해가 발생한 모양이었다.
“먹는 즉시 선천지기를 흡수하는 모양이군?”
“???”
남자는 창현의 중얼거림에 고개를 갸웃 거렸다.
그리고는 곧 표정을 무섭게 굳혔다.
질끈 깨문 입술에서 피가 진득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관련 없는 사람들이지만…차라리 기절한 것이 다행이야.”
수희는 이미 요괴를 본 이후 곧바로 기절을 해 버렸다. 수연은 더 이상 시간을 지체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수희를 황급히 받아들고 지현의 손을 잡아끌었다. 기본적인 경공도 하지 못하지만 충만한 내공으로 일반인들보다 훨씬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으니 요괴와 붙어 있는 이 곳을 벗어나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네가 우두머리인가?”
“….”
“멍청하군. 저렇게 달려들면 죽는다.”
“…당신 지금 무슨 말을…”
옆에 있던 여자가 나섰지만, 곧 끔찍한 광경이 이어졌다. 요원 셋이 동시에 세 방향에서 달려들었지만, 요괴는 꼬리와 팔 하나로 곧바로 요원들을 잡아 버렸다. 꼬리에 맞은 요원은 길게 날아가 커피잔처럼 생긴 놀이기구에 그대로 처 박혀 버렸다.
“꺄아!”
“당장 통제 해! 뭐하고 있는 거야?”
남자는 일반인들의 피해가 지속적으로 늘자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여자는 다시금 이어폰을 누르며 무엇인가 서로에게 전달하고 있었다.
“방어막은?”
“지금 쳐 지고 있답니다.”
“빌어먹을 세금만 존나게 먹는 새끼들!”
발표와 더불어 막대한 돈을 들여 영입한 미국의 용병들이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자 남자는 무척이나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마치 짜놓은 것처럼 국제적인 발표 이후 일반인들의 앞에 요괴가 나타났다.
그 발표가 거짓이 아니라는 것처럼. 미국은 이미 사건 사고 현장이나 기록을 생생하게 공개를 하면서 얼마나 위험한 존재들과 더불어 살고 있고, 그동안 그들을 막기 위해 국가와 인력들이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일반인들에게 알렸다. 특히 잔인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까지 그대로 공개하면서 지금처럼 멍청하게…
“촬영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이 개새끼야? 죽고 싶어?”
창현의 옆에 있던 남자의 스마트폰을 현장 출동 요원들의 리더라고 할 수 있는 남자는 빼앗아 신경질적으로 내팽겨쳐 버렸다.
곧바로 멱살을 우겨잡고 스산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장난이나 영화 촬영이 아니야? 뒈져버리면 끝이라고 알아?”
“…아, 알겠습니다.”
“뭐 해 빨리 안 데려가고!”
출동한 요원들은 꽤 많은 것 같았다. 남자의 목소리에 다른 요원이 그 남자를 데리고 사라졌고, 요괴는 천천히 큰 눈동자를 굴리며 주변을 바라보고 있었다.
귀력에 대한 욕망이 빨간 실핏줄을 통해 극대화 되고 있는 것 같았다.
“…당신도 빨리 피해. 실장과 무슨 관계인지는….”
창현은 피식 웃으며 손을 벌렸다. 서 있는 상태에서 가볍게 손을 수평으로 뻗으며 나지막하게 중얼 거렸다.
“나와 이 멍청한 괴 자식아.”
츠츠츠츠-!
남자는 순간적으로 터지는 엄청난 기운에 빠르게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바닥이 쩍쩍 갈라지면서 곧 하나의 도가 창현의 손에 쥐어졌다.
“키킥! 키키키킥! 우와! 우와! 저 녀석인가? 지난 번 돼지보다 훨씬 괜찮아 보인다! 피다! 키키킥!”
“주둥아리 닥쳐라.”
덩치 큰 요괴에 못지않게 도에 박혀 있는 눈알 하나는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주변을 바라보고 있었다.
창현은 입을 벌리고 있는 남자에게 말했다.
“방해하다 뒈지는 건 내 책임이 아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야, 방금 찍었어?”
“씨발 사라진 것 밖에 안 찍혔는데?”
“오, 온다 일단 뒤로 튀자!”
남자는 생각했다.
한국인들은 생각보다 무척이 용감하다고.
그 자리에서 사라진 창현은 도에 잔뜩 혈마지기를 응집 시키고 그대로 쭈욱 뻗었다. 놈의 피부에 직접적으로 닿는 것은 좋지 않았다. 강한 산성을 가지고 있었기에 추가적으로 호신강기까지 극도로 펼쳤다.
츠츠츠츠-!
콰아아앙-!
도에서 뿜어져 나온 혈마지기, 그리고 도 자체가 가지고 있는 귀력이 한데 섞이면서 붉은색과 더 검은색이 어우려져 요괴의 그 큰 몸집에 부딪히고 있었다. 맞추지 못하는 것이 이상했다. 족히 10미터는 되어 보이는 덩치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 덩치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인 요괴였기 때문이었다.
“쿠아아아!”
처음으로 고통을 느끼는지 요괴가 괴로워 하며 긴 팔을 휘둘렀다.
콰앙-! 콰아아앙-!
놀이기구가 그대로 부서져 나가며 잔해들이 여기저기 튀고 있었다. 다행인지 요괴 주위로 투명한 방어막이 생겼고, 그 방어막을 잔해들이 뚫지 못하고 그대로 부숴지고 있었다. 자욱한 먼지가 일어났지만 붉은 기운은 또렷히 보였다.
“타앗!”
창현은 장난으로 녀석을 상대 할 마음은 전혀 없었다.
내부에서 폭발하고 있는 귀력이 터진다면 상당히 위험해질 수 있었다.
“크릉-!”
“개새끼군.”
그 울음소리에 창현은 여유롭게 웃었다. 전력을 다해야 하지만 죽이지 못할 것이라는 조금도 하지 않았다.
다시 도를 고쳐 잡았다.
“키킥! 키키킥! 피다, 직접 베라 주인! 직접!”
“더 지껄이면 오소리하고 피콜로 똥 속에 처 박는다.”
“….”
창현은 크게 도약했다. 머리를 직접 공략할 생각이었다. 10미터도 더 높은 곳에 있었지만 높이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와!”
대피를 하던 사람들은 투명한 막이 잔해를 뚫지 못하자 어느 정도 안심을 하며 빠르게 지상으로 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마치 영화와 같은 광경에 넋을 잃는 사람들도 꽤 되었다.
“구경 하실 때가 아닙니다!”
“저 사람도 정부 요원분인가요?”
“아까, 정부 요원이랑 싸우던데?”
“좆밥이라고 꺼지라고 했어.”
그 짧은 순간에도 창현과 남자의 대화는 몇 배는 부풀려져 퍼져 나가고 있었다. 슬그머니 핸드폰을 드는 사람들이 꽤 많아졌다.
요괴의 꼬리에 부서진 돌덩어리가 날아와 꺄아, 하는 비명 소리가 다시 한 번 터졌지만 투명한 막에 다시 한 번 콰앙 소리를 내며 부딪히자 사람들은 이제 거의 안심을 하는 단계에 이르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도약했던 창현의 몸에서 혈마지기가 밖으로 폭발했다.
콰콰콰쾅-!
그 때, 언덕 앞에서처럼 엄청난 기운이 둥글게 하늘을 향해 솟구쳤고, 요괴가 뚫어 놓은 천장 옆에 다시 또다른 구멍이 생겼다.
츠츠츠츠-!
“쿡쿡!”
설마 전력을 다하는 일이 생길 줄은 몰랐기에 창현은 넘쳐 흐르는 힘에 약간의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 시절에는 알 수 없었던 그저 지루하고 귀찮게만 느껴졌던 혈마지기가 지금은 충만한 느낌마저 주고 있었다.
“가라!”
초식 같은 것은 필요 없다. 이성을 잃은 놈은 오로지 힘으로만 부딪혔고, 창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원기둥의 붉은색을 순식간에 모두 삼켜버린 창현의 도괴(도에 깃든 요괴)가 그대로 요괴의 미간을 향해 날아갔다.
푸욱-!
“커릉?”
손을 떠나는 순간 쳐 내려 했었던 요괴는 이미 미간에 박힌 도를 느끼며 이상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곧 도괴는 자신이 삼킨 창현의 혈마지기를 요괴의 머리 안에서 폭발 시켰다.
콰콰콰콰콰콰콰-!
“커커커커커!! 커어어어어릉!!”
요괴는 물론 여자들의 비명 소리도 들렸고, 유약한 사람들은 오줌도 지리고 있었다.
10미터도 넘는, 웬만한 놀이기구만한 요괴의 머리가 그대로 터져나가고 있었다.
“마, 말도 안 돼…저, 저건….”
현장 리더 요원은 말을 잇지 못했다.
셀린은 절정고수 두 명 이상 일류 고수 열 명 이상은 물론 서양의 마법사들까지 동원 되어야 아무런 피해 없이 죽일 수 있는 요괴라는 판단을 내렸다.
물론 그 산술적인 결과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준비가 된 상태, 아무도 없는 곳에서 싸움을 벌였을 때의 결과였다.
지금과 같이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일반인들의 피해는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온 몸에 붉은색 호신강기를 두르고 천천히 허공을 걷는 듯 내려오는 남자는 단신으로 요괴를…제압했다.
그리고는…
“이 녀석 내단은 수희에게 꽤 쓸 만할 것 같은데 어디보자….”
“내단?”
그제야 남자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잠시만!! 이봐!!!”
============================ 작품 후기 ============================
다시 월요일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