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마, 현대 재림기-66화 (66/170)

< -- 66 회: 최상급 능력자 혈마 -- >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건가!!”

도환의 보고를 받고 있는 이광길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무시무시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쥐고 있는 탁자가 그대로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있었다. 기운은 그에 그치지 않고 건물 전체를 흔들었다. 10층짜리 건물 하나가 이제 막 초절정에 발을 디딘 고수의 기운을 감당하지 못하고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우르르 흔들리기 시작했다.

“회장님.”

옆에 있던 남자의 간곡한 목소리 덕분일까? 이광길은 자신이 너무 심하게 기운을 끌어 올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빠르게 기운을 갈무리했다. 덕분에 흔들리면서 무너질 것 같았던 건물 역시 어느새 안정을 되찾았고, 하얗게 질려 있었던 다른 요원들도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새삼 이광길이 초인의 길에 들어섰다는 것 역시 함께 깨달을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내단 하나 빼앗긴 것이 문제가 아니야. 가뜩이나 사회가 혼란기에 접어들었어. 그런데 정부는 보기 좋게 첫 번째 상황에서 무능함의 극치를 보여주었네. 월롯데에서 일어난 사상자 수가 무려 15명이네. 그 것도 사망자만 10명이야.”

“….”

“셀린은 이미 예고를 해 주었어.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앞서는 것은 셀린의 존재 하나 뿐이야. 요괴의 난동을 예측하고, 요괴의 실력은 물론 제압 가능한 파티 인원까지 측정해주는 그 슈퍼컴퓨터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는 것 역시 엄청난 출혈이야 알고는 있는가?”

그렇다.

이광길의 말은 언뜻 일반인들을 걱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크게 밑그림을 그려보면 또 그 것도 아니었다. 요괴나 귀들은 언제 어디서 난동을 부릴지 몰랐다. 서양에서는 괴생명체라 불리는 괴물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인간형이든, 월롯데에 나타났던 이성을 잃은 개체들이든, 셀린은 언제나 그 것을 정확하게 예측했다.

영력의 파동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초절정 고수조차 예측할 수 없는 그 미세한 파동을 셀린은 잡아 낼 수 있었고, 그 것은 꼭 마이너리리포트 범죄예측처럼 초자연적인 능력이었다. 셀린을 개발한 것은 인간이었지만, 그녀는 스스로 발전했고, 진화했다. 그리고 셀린은 한국의 가장 큰 자산 중 하나였다. 전 세계가 안전 불감증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발표로 인해 이제는 전쟁보다 인간 이외의 개체들로 인한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셀린의 존재는 매력적인 것이다.

예측을 한다면 막아내는 것은 문제가 없었다.

능력자들이 차고 넘치는 미국이나 고수들이 널려 있는 중국 역시 한국의 셀린의 존재를 가장 부러워하고 있었다.

아무리 많으면 뭐하나.

이미 인명피해가 벌어진 뒤에 수습을 해 보았자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1차적 피해는 필연적인 것이었고, 2차 피해를 막는 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었다. 그렇지만 한국은 셀린의 존재로 인해 1차 피해를 막을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 것이다. 고수의 숫자는 적지만 사고를 이미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월롯데에 나타났던 이성을 잃은 요괴처럼 강한 존재가 인간에게 직접 피해를 입히는 경우는 무척 드물었다. 애초에 요괴가 영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이성을 잃는 것 역시 드문 일이었다.

물론, 의도적으로 인간에게 접근하는 요괴나 귀들도 있었고, 그들까지 셀린이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런 경우가 월등히 많았으니 따지고 들어가면 셀린의 역할은 크지 않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셀린의 존재 자체가 매력적인 것은 대부분 큰 사건 사고들을 조기에 예측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도적인 경우야 인간과 요괴, 귀들의 전쟁이라 볼 수 있지만 이성을 잃은 요괴가 마구잡이로 시민들을 덮치는 것은 말 그대로 사고였기 때문이었다.

안전 불감증의 시대에서 위협적인, 그 것도 생명에 직접적으로 위협적인 경우가 생기자 사람들이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각국의 수뇌부들이나, 고위층들 재계 인사들은 한국으로의 귀화 역시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자연재해급 사건 사고가 언제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자국에서 살기란 무척이나 불안하기 때문이었다.

각국들이 그런 고위층들에게 가장 먼저 정부의 힘을 드러내고는 있지만 그들 대부분은 고급정보를 취할 수 있으니 셀린의 존재도 이미 알고 있었다. 예전부터 무인들의 집단이나 요괴들의 집단 역시 알고 있었지만 요괴나 귀, 인간과의 관계가 이 번 발표로 인해 묘한 방향으로 틀어지자 그들은 셀린의 존재를 다시금 생각해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시점에서 이런 사고가 터져 버렸다.

국가의 이미지 자체가 훼손된 것이다.

SNS가 극도로 발달한 시대이다.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발표 이후 최악의 사고였고, 최악의 인명피해를 냈다.

“하필이면 이 시점에!!”

이광길은 다시금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그렇다 칠 수 있네. 시간이 흐르면 사고는 계속 해서 일어날 수밖에 없고, 무인들의 몸값은 치솟을 수밖에 없어. 일반인들은 자신들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는 것을 점점 자각할 것이고 국가는 이제 완전하게 우리들의 위주로 돌아갈 수밖에 없네. 그건 세계의 흐름이야. 그런데…!”

콰앙-!

내공을 일으키지 않았음에도 탁자는 다시 부서져 나갔다.

쿠앙-!

“그런데…정부는 무능함의 극치를 보였어. 정부의 무능함을 해결한 것은 이름도 알지 못하는…정부가 공개한 명단에는 눈을 씻어도 찾아 볼 수 없는 야인에 불과한 사람이야! 도대체 사람들이 우리를 무엇으로 생각 하겠나!”

도환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도 이 번 일은 인사에 많은 반영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결과는 최악이었고, 좌천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그는 정리해야 할 인물이었어. 근데….”

벌써 영웅이 되어가고 있었다. 발표는 국제적으로 이뤄졌지만, 반응은 각국에서 모두 달랐다. 한국은 좀 더 격렬한 편이었다.

심지어 북한이 의도적으로 괴생명체를 만들어냈다는 말도 있었다.

그들이라고 한국과 상황이 썩 다르지 않는데도 말이다.

“발표는 요괴와 귀 그리고 서양의 괴생명체와 능력자들 동양의 무인들에 대한 것만 이뤄진 것이 아닙니다. 각국은 특별법이라는 명목으로 헌법에 준하는 법까지 발표했고, 그 것은 저희도 마찬가지이죠.”

이광길은 옆에 있던 남자의 말에 시선을 돌렸다.

“영웅이든 뭐든 국민이고 그는 법을 지켜야 합니다.”

“…그렇지.”

이광길은 옅게 웃었다.

“명분이 있지. 그리고 어차피 그는 정리해야 할 대상이었어.”

똑똑-!

“회의중에 누구지?”

이광길의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곧 문이 열렸고, 심각한 표정의 남자가 들어왔다.

“무슨 일이지?”

“강창현에게….”

“뭔가?”

뜸을 들이는 남자의 모습에 이광길이 눈살을 찌푸렸다. 가뜩이나 듣고싶지 않은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강창현에게…미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까지 접촉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

“오늘은 일찍 와.”

“응?”

“집에 와서 할 일이 있으니까 일찍 오라고.”

“…오빠 괜찮겠지?”

“이 놈 데리고 가.”

“….”

오소리의 모습에 수희가 난색을 표했다.

“학교 안까지 데려가라는 건 아니고 근처에 있을 거야.”

“…응.”

창현은 지금 요괴, 귀들과의 관계가 자신이 살았던 시대처럼 평화롭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짐작하고 있었다. 언제든지 위험에 노출이 될 수 있었고, 그 것은 수희라고 다르지 않았다. 자신이 지켜줄 수는 있지만 변수라는 것은 언제나 존재하는 법이었고, 그 변수를 줄일 수 있는 최초의 조치는 오소리를 수희 옆에 붙여 놓는 것이었다.

“알았어.”

창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수희와 함께 집을 나섰다.

“오빠는 어디 가?”

“볼 일이 좀 있어서.”

“조심…해.”

“그래, 걱정말고 공부 열심히 해라. 지현이나 수연이한테 들어보니까 놀이공원 거기 한군데도 아니던데 이번 주 주말에 다시 가자.”

수희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그 때의 기억이 아직 공포심으로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그럼, 다른 거 생각 해 놔. 시험 잘보면 부탁 한 가지 들어주기로 한 거니까.”

“응!”

힘차게 대답하는 수희를 뒤로하고 그녀의 모습이 멀어지자 창현은 가볍게 경공을 펼쳤다.

주위의 풍경이 바람을 가르며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그 곳에 지현과 대길, 수연, 그리고 피콜로가 있었다.

“오셨습니까.”

자신의 집과는 다르게 으리으리한 집에서 살고 있는 대길을 보면서 창현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집이 좋네.”

“돈은 제법 벌었습니다.”

대길은 어딘지 모르게 달라 보였다. 본래 덩치가 크고 눈썹이 짙고 수염도 거뭇하게 자라 있어 약간 험악한 인상이었다. 지금도 그 인상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안정감이 느껴졌다.

그러니까, 지나다 만나면 눈길을 피해야 할 정도로 험악한 아저씨가 한 번쯤은 돌아보게 되는 듬직한 아저씨로 변모해 있었다.

“그 내단이 제법 괜찮았던 모양이야.”

대길은 대답대신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일류의 중간 정도가 그의 경지였지만 창현이 피콜로의 내단을 주고 그가 그 것을 취해 어느새 일류 끝자락에 이를 수 있었다. 그리고 본래 그의 무공이라 할 수 있는 철면외갑피공을 보완해서 넘겨 주었고, 대길의 무공은 일취월장했다.

본디 외공인 무공이 내공까지 함께 사용하는 것으로 탈바꿈하면서 태극문파에서 버렸던 초식조차 창현이 되살려 훨씬 강력하게 탈바꿈 시켜 놓았기 때문이었다.

굳이 순서를 정하자면 대길, 수연, 오소리, 피콜로 순이었다. 본래 피콜로가 가장 강했지만 창현에게 당하면서 내단을 빼앗긴 탓이 컸다. 도괴의 존재 역시 피콜로의 강함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던 탓도 있었고.

어쨌든 대길은 그 날 이후 창현을 위해 살기로 결심했다.

쓰레기처럼 던져 준 무공을 보완 해준 것은 물론 값으로 환산할 수조차 없는 내단을 그냥 넘겨 주었기 때문이다.

“들어가지. 할 이야기가 많아.”

“네.”

외길이었지만 대길은 마치 수행원처럼 천천히 앞섰다.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지만 일단 운수대통 사숙들 문제부터 해결 할 생각이야.”

“!!!”

대길은 돌아서 창현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근데….”

“네.”

“이런 으리으리한 집은 얼마지?”

아버지의 기운이야 다른 곳에 담아 옮길 수 있으니 창현은 수희를 생각해서라도 일단 집부터 옮길 생각이었다.

경공으로 삼십 분 가까이 왔기에 자신의 집보다 훨씬 떨어진 곳이었고, 대길의 집만이 아니라 다른 집들 역시 마찬가지로 굉장했다.

집에 대한 욕구는 없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큰 것이 좋았다.

배교에서는 그 시절에도 10층짜리 전각에서 생활하던 창현이었으니.

“이 정도 집은 아무 것도 아니에요!”

대답은 싱긋 웃고 있는 수연에게서 들려오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으리으리한 집 추천 좀 해주세요.

사진보면서 대리만족 좀 하게요............................................

외쿡도 가능. 한국에 지으면 되니까요

물론 소설 속에서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