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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 현대 재림기-70화 (70/170)

< -- 70 회: 최상급 능력자 혈마 -- >

“사형, 어제의 기운 느끼셨습니까?”

머저리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것을 종욱은 간신히 참아 내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보았고, 느꼈겠지.”

“어떻게 보십니까?”

난리도 아니었다.

이미 발표가 끝이 나고 어느 정도 일상생활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다시금 자신이 살았던 세상이 이제껏 살았던 세상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매일 같이 사건사고가 뉴스에 오르락내리락 하지만 셀린 덕분에 한국은 일단 큰 사고는 대부분 조기에 막아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장 일본만 하더라도 태풍과 함께 딸려 온 심해에 요괴 한 마리가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려서 꽤 많은 인명피해를 내고 말았다.

“글쎄.”

종욱은 귀찮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정말 우스웠다.

‘척살대라는 거창한 이름을 만들어 놓고 자가용을 몰고 가는 꼴이라니.’

앞좌석에 있는 남자가 종욱의 눈치를 슬쩍 보고는 의자를 젖혔다.

“그나저나, 쉽게 이길 수 있겠죠? 아무리 절정고수라고 해 보았자 큰 스승님께는 미치지 못할 것이 분명하고, 사형도 계시니까요.”

종욱은 쓰게 웃었다.

곱게 차려 입은 그의 양복이 무척이나 거슬렸다. 무당파의 속가라고 꼭 도사차림으로만 다니라는 법은 없다. 본산은 여전히 전통의 차림을 고수했지만, 그들 역시 속가로 내려 올 때는 편안 옷을 찾곤 했다.

시대가 바뀐 지가 언제인데!

탐욕으로 이글거리던 사숙 이명우의 눈빛이 머릿속을 스쳤다.

‘사부님께 찾아 간다 그랬던가….’

장문인 사숙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사부님을 거론 한 것이지만 종욱은 썩어 버린 살을 도려내기로 결심했다.

사부님이나 장문인 사숙 역시 알고 있을 것이다. 아마 사부를 만난다면 호된 꾸지람을 들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진선도인과 같은 인물과 손을 잡아 태극문파를 자신의 손아귀에 넣으려는 그 행태를 종욱은 참을 수 없었다.

이명우에게 태극문파가 떨어진다면 3대 문파는커녕 그저 그런 문파로 전락하는 것도 모자라 멸문의 길을 걸을 것이 분명했다.

종욱은 사문을 사랑했고, 사형제들을 사랑했다.

“어쨌든, 그 놈을 잡으면 문파의 명성은 물론 저희들의 명성 또한 한층 올라가겠군요. 문파들의 동의를 받아 정부에서 공개를 한 명단을 토대로 일반인들이 무슨 순위 비슷한 것을 만들어 놓았던데…아으! 아무리 그들이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지만 제가 순위권 안에 없는 것이 은근히 기분이 나쁘더군요. 그동안의 업적이 없다나 뭐라나.”

중얼거리는 이명우 사숙의 제자, 따지고 들어간다면 그 역시 사형제였지만 종욱은 그 사부와 함께 사문을 그릇된 방향으로 키우길 원하고 있는 그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때 그 사람이 있을텐데….’

김대길의 얼굴이 종욱의 머릿속을 스쳤다.

자신은 그 때 한창 수련에 열중하고 있었기에 대길이 사문에서 파문당하고 난 뒤에야 어느 정도 진실을 알 수 있었다. 이명우라는 막강한 사부를 두었기에 히죽히죽 웃고 이들은 가벼운 처벌에 그쳤고, 뒤늦게 들어 온 대길은 온갖 굴욕과 멸시를 당한 이후에 파문까지 당해버렸다.

그 부당한 처사에 항의 할 틈도 없이 일이 끝난 것이다.

수련에 많은 방해를 받고 싶지 않기도 했다.

‘결국 이렇게 돌아 오는 것인가.’

인과응보라는 말이 떠올랐다. 종욱은 쓰게 웃었다.

“도착했군요. 호오, 확실히 절정고수가 뿜어내는 기운은 막강하네요.”

온 몸이 찌릿찌릿한 것을 느끼면서도 종욱의 사제는 비릿하게 웃었다. 슬쩍 백미러로 눈을 감고 있는 종욱의 눈치를 보았다.

‘반드시 죽어야 한다. 그 자리에 있는 모든 놈들을 정리하는 한이 있더라도 상관없다. 김종욱만큼은 죽여야 해. 설사 그 절정고수놈을 죽이지 못한다하더라도 상관없다. 소문은 만들어내기 마련이고 야인에 불과한 그보다 우리의 목소리를 사람들은 훨씬 더 믿을 테니까…상황이 불리하다 느껴지면 여차 없이 살수를 써라.’

사부의 말을 곰곰이 되새기면서 남자는 미소를 이었다. 사실 사부의 명령이 없었어도 남자는 종욱에 대한 살심을 이미 오랫동안 품고 있었다. 최고 고수의 제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차기 장문인 자리를 따 놓은 것 같은 그 태도가 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형.”

그리고 오늘은 그 태도가 끝나는 날이라 남자는 믿었다.

마치 너희들이 올 줄 알았다는 듯 창현은 대길의 집 근처 넓은 공원에 한가롭게 앉아 있었다. 윤미와 대길만을 데리고 나왔고, 수연은 정보 수집을, 그리고 지현과 피콜로는 새로 자신이 기거할 집을 알아보게 시켰고, 오소리는 여전히 수희에게 붙여 놓은 상태였다.

“저 녀석도 랭킹에 올라와 있던데?”

“저 녀석도?”

오는 길에 남자가 언급했던 것은 고수들에게 우스갯소리로 취급받고 있었지만 어쩐 일인지 셀린이라는 인공지능 컴퓨터가 그 순위표를 다시 새롭게 정립하면서 상당한 신뢰도를 가지게 되었다.

한국의 자랑이라는 그 슈퍼 인공지능 컴퓨터가 어느 한 네티즌이 장난처럼 시작하는 일을 받아준 것이다.

그녀의 영향력은 의외로 대단해서 지금 이 순간에도 다른 나라 고수들까지 속속들이 업데이트 되고 있는 중이었다. 물론 순위도 계속 해서 갱신되고 있었다.

한국은 무황이라는 별호를 가지고 있는 고수가 1위로 나왔다.

한국 네티즌들이 발끈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무황이라는 사람이 한국랭킹 1위이지만…세계권에서는 20위권 안에도 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국제적으로 발표된 자료를 모두 뒤져 셀린에게 반박했지만 셀린은 어쩐 일인지 그런 항의조차 일일이 대응하며 순위로 표현되고 있는 랭킹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었다.

평생 숙적이라 불리는 일본에서는 두 명이나 20위권 이내에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한국 네티즌들은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창현은 한국랭킹은 10위권에 안에 들어 있었다.

절정고수는 10명보다 약간 더 많지만 지난 번 월롯데에서 처리한 요괴와의 전투가 많은 점수를 받은 것 같았다.

물론, 창현에게 그런 랭킹 따위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랭킹?”

이명우의 제자들과 그를 따르는 인원들의 잡담을 들으며 창현이 고개를 갸웃 거렸다. 자신을 앞에 두고 한가롭게 잡담이나 하고 있는 여유는 높이 사주기로 결심했다.

“셀린이라는 컴퓨터가 이 번 국제적 발표에서 제시된 자료와 더불어 그녀가 독자적으로 수집하고 있는 정보를 토대로 무인들의 순위를 매겼습니다. 아무래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윤미의 대답에 창현은 기가찼다.

무인은 비단 그 경지로만 무공의 고하를 논할 수는 없는 법이다. 내공의 양에 따라 나눌 수 있는 것은 지나치게 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가 그럴 수 있지만, 모두 그런 것도 아니었다. 삼류와 일류의 차이는 엄청 나기 때문에 충분히 고하를 나눌 수 있었다.

하지만 경지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결국은 미세한 차이가 승패를 나누는 것이 무인들인데 그들은 순위로 표현할 수 있다는 자체가 정말이지 창현은 우습게 느껴졌다.

대길이 그런 창현의 기색을 느껴서인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우리나라 네티즌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1등 2등 나누는거 정말 좋아합니다.”

“그렇군.”

“그럼 나 몇 위지?”

새삼 궁금해졌다.

“…한국 기준 11위, 전 세계 통합 랭킹 기준 132위로 올라와 있습니다.”

“이 나라가 약하군.”

“네.”

윤미는 피식 웃었다. 오늘…많이 달라질 것 같았다. 태극문파가 척살대를 보냈다는 것은 정부 역시 알고 있었다. 대놓고 행보를 보였으니까. 그렇지만 끼어들지 않는 것은 이 건 무인들끼리의 문제이고, 문파와 개인 무인의 문제이다.

오랜세월동안 쌓이 룰이었다.

일반인들의 피해가 나려는 순간 정부가 개입을 하겠지만 그 전까지는 철저히 외면했다.

“네가 강…커억!”

창현은 초반부터 강하게 나갔다.

낄낄 거리며 이명우의 제자와 순위 이야기를 하던 남자는 무형의 기운에 숨이 막히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종욱의 표정이 급격하게 딱딱해지기 시작했고, 이명우 제자 3명 그리고 그를 따르는 인물 20명 남짓은 갑작스런 상황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창현이 가볍게 손가락을 들었다.

푸슉-!

“!!!”

“!!!”

“!!!”

“!!!”

“!!!”

번쩍하는 순간 허공에서 무형의 기운에 발버둥 치던 남자의 이마에 구멍이 뚫렸다. 피가 새어나오는 것은 잠시 뒤였다.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피와 함께 남자가 땅바닥에 떨어졌다.

털썩-!

“본좌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려 하지 마라. 너희 같은 버러지들 따위가 입에 올릴 수 있는 이름이 아니야.”

창현은 씨익 웃었다.

그리고 태극문파의 척살대는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것은 종욱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 말도 아, 안 돼 지훈이는 이, 일류….”

창현은 목소리를 떨고 있는 그에게는 관심도 가지지 않았다. 오로지 종욱만을 깊은 눈빛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대충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어…호의를 베풀었건만. 자존심이 상했으면 그 돼지는 죽이든지 돌려보내던지 했어야지.”

“….”

“한 문파의 수장이 되려면 가장 먼저 교통정리를 하는 것이 우선이고, 그건 누구에게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직접 해야 하는 것인데…본좌가 너를 너무 과대평가했어.”

종욱은 자신의 생각을 창현이 완벽하게 눈치 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절로 몸이 떨렸다.

창현을 이용해서 척살대의 전멸을 유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종욱조차 이길 수 있다고는 믿었다. 아무리 절정고수라고 하지만 설사 사부님이라 할지라도 이 정도 고수의 모임은 이겨내기 힘들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자신 역시 절정의 눈앞에 있고 모두가 일류 끝자락으로 이뤄진 척살대!

이명우가 자신을 완벽하게 처리하기 위해서 자신의 세력의 8할을 투자한 결과였다.

“그리고…너 역시 본좌의 성향을 제 멋대로 이해했군.”

창현이 가볍게 손을 들었다.

“네 의도대로 놀아주지. 이 녀석들은 모두 죽을거야.”

“저 멀대 같은 녀석이 주둥아리를…!”

이성을 회복하고 수적 우위를 다시 한 번 확인하자 용기가 생긴 이명우의 제자 중 한 명이 빠르게 창현에세 쇄도하고 있었다.

턱-!

“컥!”

남자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쇄도하는 자신의 머리를 어느새 창현이 잡아 버린 것이다.

“너 하나를 제외하고 모두 비참하게!”

강기는 그 효능이 무궁무진하다. 현대 무인들이 그저 검에 덧씌우거나 검기나, 검강과 같은 병장기들이나 권각술이라는 특정 무공등에 얽매여 사용하려고만 하기 때문에 효율적이지 못했다.

창현은 그저 주변의 기운을 모아 손바닥에서 터뜨렸을 뿐이었다.

퍼억-!

“….”

모두가 말을 잃었다.

남자의 머리가 창현의 손 안에서 그대로 터져 나갔기 때문이었다.

손도 써보지 못하고 두 명의 일류고수가 절명했다.

단 한 수에.

창현의 입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와, 도괴!”

그리고 땅이 순식간에 두 갈래로 갈라지고 도 한 자루가 높게 솟구쳤다.

“킥킥키! 키키킥! 킥킥! 우와! 키ㅤㅋㅣㅋ킥! 주인! 살인 욕구가 오랜만에 들끓는 것 같다! 이 기운! 이 기운! 키키킥! 키키킥!”

도면에서 이리저리 굴러가고 있는 도괴의 눈이 평소보다 훨씬 붉어져 있었다.

“쥐새끼들은 네가 잡아 와라.”

“네, 주인님. 명령을 받습니다.”

윤미의 신형이 그대로 흐려졌다.

“운수대통.”

“…네.”

“찍어.”

대길은 피식 웃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 그제야 이명우의 제자들은 대길을 알아보았다. 창현의 압도적인 존재감 때문에 미처 알아보지 못한 탓이었다.

“어 저 천한 놈…이 왜….”

“방금 지껄인 저 놈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놈입니다. 한 명은 아쉽게도 형님께서 머리를 터뜨려 버린 놈입니다.”

“아, 그건 미안.”

창현은 씨익 웃었다.

“좋아 저 두 녀석은 남겨두지….”

창현이 종욱을 바라보았다. 종욱의 몸은 걷잡을 수 없이 떨리고 있었다. 자신은…창현의 말대로 창현을 너무나 쉽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능력을 누구보다 높게 평가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저 대장 녀석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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