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82 회: 최상급 능력자 혈마 -- >
대통령이 사과를 하면서 나라가 온통 시끄럽던, 점점 얼굴이 유명해지고 있던 창현은 그다지 많은 신경을 쓰고 있지는 않았다.
수연과 윤미는 내단의 정확한 가치와 판매처를 알아보러 나갔고, 수희는 언제나 그렇듯 학교에 등교했다. 오소리 역시 수희를 언제나처럼 경호하고 있었고, 대길도 마찬가지로 윤미가 시킨 서울 부지를 알아보러 나간 상태였다.
피콜로를 데려가려 했었지만, 창현이 잔심부름 시킬 사람 한 명 놓고 가라고 했기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창현의 곁에 있었다.
“그러고 보니 돌아다녀 본적이 없는 것 같군.”
“그래?”
“가지.”
“어딜?”
“본좌의 말에 토 달지 마라.”
피콜로는 조용히 따라 나섰다.
언제나 정장 차림을 고수하는 피콜로였다.
창현은 그제야 그의 옷차림이 거슬린다는 생각에 말했다.
“다시 들어가지.”
그들이 있는 곳은 대길의 집. 여전히 집을 구하지 않았기에 한동안 계속 대길의 집에 머물고 있었다. 다시 거실에 들어오자마자 창현이 피콜로를 향해 말했다.
“나도 그 옷 좀 줘보지?”
늘 운동복과 같은 가벼운 차람이었던 창현의 말에 피콜로는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두 번 말하게 하지마라.”
“이건 네 사이즈에 맞지도 않아. 가지. 옷이야 사면되니까.”
언덕에서만 살았지만 그래도 창현보다 한국에서 훨씬 더 오랫동안 지냈던 피콜로는 창현을 제법 능숙하게 근처 백화점으로 이끌고 있었다.
거리가 꽤 멀었지만 애초에 두 사람이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릴 턱이 없었다.
평일 오전이었기에 백화점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혹시 그 강창현인가 뭔가 하는 고….”
점원는 창현이 시선을 돌리자 황급히 입을 손으로 막았다. 창현이 관심 없다는 듯 시선을 돌린 후에야 후우, 하고 한숨을 내뱉었다. 백화점 안에 사람들의 반응은 그 점원과 대체로 비슷했다. 천천히 둘러보고 있는 창현을 위해서 피콜로 역시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리고 모아지는 시선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피콜로는 잘생겼다.
그냥 잘생긴 정도가 아니다.
수백 명의 시선을 단 번에 사로잡았던 칼슨보다도 더 잘생겼다.
조각이 있다면 그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그 역시 서양인의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동양에 쭉 살았지만, 요괴인 그에게 외모란 선택에 불과했기에 편한 데로 서양인의 외모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하여튼 인간 계집들이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피콜로는 걸음을 옮기던 도중 핸드폰으로 촬영되고 있는 것이 자신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호오 그러고 보니 주인도 제법 미남이군.’
따지고 들어가면 창현이 솔직히 피콜로보다 좀 모자라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창현 역시 훤칠한 키와 짙은 흑발과 깊은 눈빛, 무엇보다 완벽한 비율을 이루고 있는 몸매 덕분에 피콜로에 비해서 그다지 밀리지 않게 보이고 있었다.
단지 흠이라면 복장의 차이라는 정도?
솔직히 빛나는 외모야 트레이닝복을 입어도 빛나지만 슈트를 걸쳐 입는 것이 훨씬 더 빛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으니까.
“피콜로.”
“응?”
“저 반짝이는 것이 내가 가지고 있는 핸드폰이라는 것과 똑같은 건가?”
“그렇다 주인, 주인은 몇 번의 전투를 통해 아주 많이 유명해져 있으니까.”
그 부분은 수연에게 들었기에 창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수희까지 포함해 자신들이 한 명도 없을 경우에는 제발 외출을 자제하라는 부탁이 머릿속을 번뜩 스쳤지만 그다지 상관하지 않았다.
“본좌가 가는 길에 누구의 의지도 필요 없지.”
피콜로는 가끔 창현이 자뻑이 너무 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감히 탓하지는 못했다.
그저 속으로만 한숨을 쉬었다.
“근데 피콜로 네 이름이 뭐지?”
“아!”
피콜로는 그제야 깨달았다.
어느 순간부터 자신 역시 자신의 이름을 피콜로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내 이름은 카르….”
“그냥 피콜로로 하지.”
“….”
“왜 불만이야?”
“…아니다 주인.”
“근데 멀었나?”
피콜로는 고개를 저으며 창현을 고급 명품 정장 코너로 안내했다. 점원이 호들갑을 떨며 창현을 알아보았다.
“그, 그 우리나라 최고의 고수라고 불리는….”
“저 녀석보다 더 괜찮은 옷을 가지고 와라.”
“…네?”
“오래걸리나?”
“아, 아닙니다.”
옷을 갈아입는 것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셔츠 단추를 채우고 바지를 입고, 수트를 하나 걸치니 사람이 달라보였다. 점원들조차 처음에는 강함과 유명함 때문에 창현을 힐끔거렸지만 본능적으로 피콜로에게 시선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었다.
멋들어진 서양인이었고, 굉장히 잘생겼기 때문이었다.
시선이 돌아가는 것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신발도 필요하겠군. 그럼.”
“…저기 계산은?”
점원이 조심스럽게 말했고, 피콜로가 카드 한 장을 내밀었다.
“일시불.”
“넵!”
몇 백만원을 호가하는 옷을 일시불로 계산하는 피콜로는 돈이 꽤 많아 보였다.
그리고 그는 한 가지 간과했다.
“너도 제법 재산이 많은 모양이군. 그럼 이 번에 부지를 구하는 일에 좀 보태라.”
창현이 이제는 이 곳 문화에…익숙해졌다는 사실이었다.
그 이후로 백화점에서 피콜로는 구두는 물론 시계까지 구입해야 했다.
“차라는 것도 사고 싶은데….”
‘저 빌어먹을 것이 언제 저렇게 물욕까지 생겼지?’
피콜로는 애써 웃었다.
“아하하하 주인 그건 대모하고 상의해야 할 것 같은 문제이다.”
“그런가?”
윤미와 상의하라는 말에 창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백화점을 나섰는데도 아직 오전이 다가지 않았다. 이제는 제법 가을이 다가오는 모양인지 약간 선선했지만 한국의 하늘은 그만큼 높아지고 있었다.
“좋군, 그 곳은 늘 추웠는데.”
계절과 날씨가 창현에게 큰 영향을 주지는 못했지만 창현은 따뜻한 가을 햇살이 꽤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정처 없이 걷는 두 사람에게 수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쏟아지고 있었고, 각자 핸드폰을 들고 있었지만 두 사람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찍으면 좋은가?”
“…네?”
여고생이 갑작스레 창현이 질문을 하자 꽤 놀란 모양인지 얼굴을 붉혔다.
“그, 그게 죄송….”
“아니다. 본좌가 꽤 괜찮기는 하지. 이 곳 기준으로도 본좌는 제법 잘생긴 축에 속하나?”
18살의 용기는 굉장하다.
“오빠 진짜 완전 캡짱 멋져요. 지난번에 그 양키 놈들 다 때려 눕혔을 때 저 지렸어요.”
“…피콜로 지렸다는 것이 무슨….”
창현은 곧 기억 속에서 그 단어를 찾아낼 수 있었다.
“이런, 계집 네 나이 쯤 되면 똥오줌은 가려야지.”
“풉!”
괜스레 용기를 낸 여학생의 얼굴이 벌게졌고,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창현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둘은 산책하듯 걷고 있었지만 이미 대길의 집에서 꽤 멀리까지 나온 상태였다. 서울 중심부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사람은 점점 많아졌고, 그만큼 창현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피콜로는 그저 창현의 부하 중 한 명이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추측하고 있었다.
하긴 조용히 뒤를 따르는 모습은 영락없는 부하였으니까.
“여기가 서울의 중심이라는 곳인가?”
“그렇다 주인.”
“신기하군. 이 세계는 자연의 기운이 많이 약해져 있는 것 같았는데….”
제법 강한 자연의 기운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 것이 느껴지자 창현은 신기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곧 익숙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수희?”
“그런 것 같다 주인.”
수능을 앞두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체험학습이라는 명목으로 하룻동안 소풍 비슷한 것을 나와 있는 수희의 학교였다.
때마침 창현을 만난 것이고 곧 수희 역시 창현을 알아보았다.
“오, 오빠!”
수희가 창현을 부르자 단 번에 학교 학생들의 시선이 몰리고 있었다. 아마도 3학년 전체가 함께 나온 듯 싶었다. 몇 백 명의 시선이 이미 몰리고 있었던 중 수희까지 다다다, 하고 달려오자 더욱더 호기심이 커지는 사람들이었다.
특히 수희 담임선생님과 나라를 비판하던 맹랑한 남학생…뭐 집안의 힘을 믿고 나불거린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었지만 어쨌든 그의 시선까지 모두 창현에게 향하고 있었다.
창현은 싱긋 웃었다.
“와 화면보다 훨씬 잘생겼어.”
“옷 태 장난아니다. 남자는 괜히 수트가 아니구나.”
창현이 가까이 다가 온 수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곧 그녀의 반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지난 번에 본 그 계집이군.”
“…아하하 안녕하세요.”
“잘 적응하고 있나?”
“그, 그렇습니다.”
왠지 모르게 지난번보다 훨씬 무거워진 창현의 모습에 발랄한 성격의 소유자이면서 이 유별난 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기가 죽지 않던 미란마저 어색하게 웃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지 피콜로?”
“오빠 여기 경복궁이야! 놀러 온 거야?”
“산책겸.”
차를 타고 두 시간이나 걸리는 거리였지만 수희 역시 창현의 능력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 선생님 자유 시간이니까 오빠랑 같이 돌아다녀도 되죠?”
“그러렴.”
수희의 말에 같은 반 여학생들은 물론 다른 반 여학생들까지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곧 창현은 많은 여학생들 무리와 평일 오전 한가롭게 휴가를 고즈넉한 궁에서 보낼 목적으로 와 있는 일반인들까지 단 번에 끌어모으며 경복궁 내부로 들어가고 있었다.
“피콜로.”
“…왜 그러냐.”
“아니다, 너 은근히 무식하지. 수희야.”
“….”
“응 오빠.”
“여기는 뭐 하던 곳이지?”
피콜로가 재빨리 대답했다.
“여기는 이 곳 인간들 중 우두머리가 살던 곳이다. 왕이라는 사람도 만나보았지."
“…말도 안되는 구라는.”
어떤 아이의 중얼거림에 창현이 대답했다.
“피콜로 말이 맞아. 그는 요괴니까. 그 정도 사는 요괴는 제법 강하기도 하고.”
아이들의 안색이 창백해지고 있었다. 그들이 알고 있는 요괴는…
“괜찮다.”
그 말에 다시 아이들이 안심하고 있었다.
“응, 오빠 이 곳은 조선시대라고 부르는 시대에 왕이 생활을 하던 곳이야.”
충만한 자연의 기운…그리고 배교의 건물이나 정파의 건물 또는 그 때 황제가 살던 건물까지 보았던 창현은 굉장한 감명을 받고 있었다. 인간들의 과학이 엄청나게 발전을 한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 곳 건물 양식은 창현의 상식을 완전히 깨고 있었다.
그는 천재였고, 수 만권에 이르는 책을 ‘읽었던’ 사람이다.
단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경복궁의 기운과 산에서 내려오는 정기까지 모두 읽어 내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것이 무인이 아닌 평범한 인간들이 건축 양식으로 만들어낸 기적이라는 사실까지도 말이다.
뭐 지형의 이점도 이점이었지만.
“피콜로.”
“…왜.”
“윤미에게 연락해라.”
창현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집을 정했다고.”
창현의 미소가 더욱 진해졌다. 정장까지 쫙 빼입어 한층 아름답게 느껴질 정도로 빼어난 외모를 자랑하고 있는 창현이 미소까지 짓자 여학생들이 침을 흘리고 있었다. 수희까지 잠시 아찔한 표정을 지을 정도였다.
‘안되겠어.“
자연스레 팔짱을 끼고 있는 수희를 뒤로하고 창현이 말했다.
"본좌를 위해 준비 되어 있었군. 괜히 지을 필요가 없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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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을 반가워 하지 않는
모든 직장인과 학생과 한국 사람들을 위한 연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