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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 현대 재림기-85화 (85/170)

< -- 85 회: 최상급 능력자 혈마 -- >

동이문의 45대 제자 김치우.

평범한 소년이었던 그는 우연히 동이문의 은거한 노인의 손에 발견 되었다. 그 때부터 그는 노인의 수발을 들었다.

그리고 그 은거한 노인은 동이문의 전대 장문인이었다.

제자로 들일 생각은 노인에게 없었다. 단지, 수발을 들어 줄 아이가 필요했고, 가벼운 심부름을 시키며 건강에 좋은 토납법 하나 정도는 알려 줄 생각이었다. 늘그막에 자신의 수발을 들어주는 아이가 건강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노인이 생각을 바꾸기에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거리에서 빌어먹고 있던 김치우는 그 평범한 토납법으로 단전에 차곡차곡 자연의 기운을 쌓기 시작했다.

“아, 아니 치우야 그건 어디서 배웠느냐?”

노인의 말에 치우는 간단하게 대답했다.

“나무가 말 해 줬어요. 자연의 기운은 그렇게 담는 것이 아니라고요.”

그 때부터 치우는 노인의 제자가 되었다.

그로부터 20년 후.

20대의 젊은 나이로 절정에 올라선 그는 한국 무인들의 상식을 깨기 시작한다. 시간이 좀 더 흐르자 그는 어느새 무의 황제가 되었다.

무황(武皇) 김치우.

사람들은 그를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30대 나이에 초절정에 올라선 무황이었지만, 그는 굳이 그 외모를 유지하지 않았다. 섭리라 여기었기 때문이었다.

긴 수염을 휘날리는 그의 시야에서…창현이 사라졌다.

“커억!”

“!!!”

김치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놓쳤다…보이지 않았어.’

창현은 자신에게 건방지다 말을 했던 동이문 제자의 목을 움켜쥐고 있었다.

“커어억!”

그는 답답한 신음 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창현은 씨익 웃었다.

“건방지다 것은 본좌가 너희에게 할 수 있는 말이지, 너희들이 본좌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놓아주시죠. 그 아이는 아직 젊은….”

두두둑-!

“!!!”

단 한 번도 살인을 한 적은 없었던 창현이었다.

목이 완전히 돌아간 제자를 보면서 모두가 마치 거짓말처럼 움직임을 멈추고 있었다. 창현의 몸에서 곧 폭발적인 기운이 쏟아져 나왔다.

고오오오오오!

강기의 소용돌이가 일어나면서 경복궁 전체는 물론 서울이 흔들리는 것만 같이 가벼운 진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아직 본좌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것 같군.”

“….”

“무황이라 했나?”

창현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광길도 슬쩍 바라보았다. 모두가 딱딱하게 굳은 채, 창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연과 윤미 그리고 피콜로와 오소리 역시 두려운 얼굴로 창현을 바라보았다.

그의 몸에서 터지고 있는 폭발적인 기운은 경외감까지 느끼게 만들고 있었다.

“네가 얼마나 나약한 인간인지, 그리고 네가 얼마나 오만한 인간이었는지 뼈저리게 느껴라.”

창현이 가볍게 손을 들었다.

“피, 피하라!!!”

무황은 말과 함께 검을 들어 올렸다. 창현의 혈마지기가 수십, 수 백 갈래로 갈라지는 것을 보면서 무황은 검과 함께 한 바퀴 빙그르르 돌았다. 갈라지고 있는 붉은 혈마지기를 따라 무황이 뿜어낸 강기의 향연이 새하얗게 빛이 나며 혈마지기를 쫓고 있었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혈마지기가 다시 한 번 갈라지자 무황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강기를 여러 갈래로 가를 수 있는 것은 절정의 끝자락 이상 경지와 내공이 뒷받침 된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 갈라진 혈마지기는 그 하나, 하나가 본연의 강기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그 말은 창현은 압도적인 힘으로 강기를 수백 개는 더 뽑아 올릴 수 있다는 말이었다.

펑-! 콰아앙-! 펑!

굉음이 울려 퍼지고 향원정 물이 그 기운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튀어 오르고 있었다. 흙먼지가 일어났지만, 주변 경관은 여전히 무사했다.

그건…다시 한 번 무황을 경악 시키고 있었다.

“…이건 단순한 내공이….”

창현이 그 흙먼지를 손으로 휘저으며 걷었다. 먼지가 가라앉자…남은 사람은 무황과 이광길 그리고 몇 몇 정부 요원과 두 세 명의 동이문 제자뿐이었다.

한국 정부 요원 수십 명과 동이문 제자 수 십 명이 단 한 수에…모두 쓰러져 있었다.

온 몸이 찢겨버린 그들의 처지는 처참했다.

무황이 검을 고쳐 잡았다.

“비록 그대에게 미치지 못한다고 하나….”

“본좌는 아직 너에게 말을 하는 것을 허락한 적이 없어.”

“…크으윽!”

이광길은 괴로운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곧 그의 몸이 허공에 붕 떴다.

괴로움에 발버둥 쳤다.

“쿠어억! 뭐, 뭐하는 짓….”

“자격이 없는 자를 되돌리는 것뿐이야.”

“…뭐?”

이광길은 곧 단전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기운에 경악했다.

“아, 안돼!”

그리고 곧 등을 크게 굽으며 하늘로 튕겨져 올라갔다. 피가 사방에 흩뿌려지고 있었다.

털썩-!

탱탱했던 피부가 빠르게 노화되고 있었다. 검었던 머리는 점차 희게 바뀌고 있었다. 한국을 호령하던 무인이 그렇게…평범한 노인이 되고 있었다.

“…당신은….”

“제법 무공의 오의를 깨달은 인간이기는 하군. 그렇지만 무황이라는 말은 너무 건방지다고 생각하지 않나?”

“…이 정도의 기운은…대체 그대는 누구입니까.”

창현이 씨익 웃었다.

“본좌는 강창현이다. 그리고 이 집의 주인이지.”

“….”

창현의 말과 함께 산들 바람이 불어왔다. 경복궁에 있는 모든 생물들이 화답하는 듯 살짝 흔들렸다. 그리고 건물 본연이 내뿜고 있는 기운조차 살짝 흔들렸다.

“…말도 안 돼.”

무황은 창현이 보여준 한 수보다 이 상황에 더욱 놀라고 있었다.

“본좌의 집이라고 했다.”

무황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한 때 자신의 제자가 될 수도 있었던 이광길을 바라보았다. 이미 함께 많이 늙었지만…그는 너무나 초라하게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초절정 고수가 단 한 수에 무공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멍청하긴. 수연의 할아버지라 목숨을 붙잡아 준 것이다. 본좌가 생명을 구해줬는데도 모르다니. 제법 괜찮은 인간이라 생각했지만 범인에 불과하지 않은가.”

천재 소리를 지겹게도 들어왔던 무황 김치우는 헛웃음이 나왔지만 검을 고쳐 잡았다.

“그 어떤 말로도 그대가 일으킨 일은 변하지 않습니다. 죄 없는 젊은이들이 너무나 많이 죽었습니다. 그대의 한 수와 그대의 그 실력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창현은 비릿한 조소를 피어 올렸다.

“그래서 네가 멍청하다는 거다. 자연의 기운을 끌어다 쓸 수 있다는 인간이 본질적인 것조차 파악하지 못하다니.”

“….”

“꺼져라. 살려주지. 이곳이 너를 적시하지 않기에 본좌가 은혜를 베푸는 것이니.”

무황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꿇을 뻔 했다.

창현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단순히 폭발적인 기운만이 아니었다. 그의 몸에서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제왕의 기운까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건 그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곳의 기운이 저절로 그를 반기고 있음에 흘러나오는 것이다.

‘어째서 성지가 그대를 반기는가.’

무황은 끝내 그 말은 내뱉지 못했다.

“너의 어린 제자들이라 했나? 하나 더 알려주지. 썩은 뿌리는 뽑아야 하는 법이다.”

“….”

창현은 더 이상 관심이 없다는 듯 시체들을 향해 부드럽게 손을 뻗었다. 바람이 불어오면서 찢긴 시체와 피가 저절로 한군데 모이고 있었다.

“입 맛 다시지 말고 정리해라 피콜로.”

“….”

전부 무인들이었기에 그 영력을 내심 탐내고 있었던 피콜로가 어색하게 웃었다.

“아하하핫 알았다 주인.”

한 번 더 피콜로는 다짐했다.

‘저 인간에게 개기는 것은 그냥 뒈지는 것이다. 아냐, 저건 인간이 아니야. 인간이.’

“성지는 어째서 그대를 반기고 있는 것인가.”

무황은 남은 제자들과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끝내 궁금한 것을 묻고야 말았다.

창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말 하지 않았나? 본좌가 본좌의 집이라고.”

“….”

“…자비를 베풀 순 없었나.”

“웃기군. 저 녀석과 짝짝궁해서 날 대적하러 온 인간이 자비를 바라다니. 무황이라 그러더만 어리석은 둘 째 치고 지독히 이기적이군?”

“….”

“검을 든 그 순간 평범한 인간과는 다른 길을 걷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검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아. 들고 있는 검에 목숨을 걸지 않으니 검이 대답하지 않는 것이다.”

창현은 그 말과 함께 주변을 정리하는 피콜로 곁으로 다가갔다. 동이문 제자의 검인 듯 보이는 평범한 장검을 들었다.

우우웅-!

“!!!”

경복궁 전체를 울리는 검명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얼굴에 다시 경악이 스쳤다.

“검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현경에 이른 무인이라 할지라도 손에 들고 있는 검에게 목숨을 맡기지 않는 이상 검은 결코 울어주지 않아.”

“…아아!”

무황은 탄식하고 있었다. 창현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는 것은 그 한 명 뿐이었다.

“꺼져라 본좌의 집에서. 목숨을 붙여 놓는 것은 네가 말하는 성지가 자연의 기운을 조금이나 빌리는 그대의 죽음을 원치 않아서야.”

“…그럼 이들의 죽음은 원했단 말인가!!”

무황은 끝까지 이기적이기로 결심했다. 알아야 했다.

이토록 젊은 제자들이 왜 인간의 한계마저 벗어나고 무의 극을 깨달은 사람에게 지금까지 했던 피와 살이 되는 말 한 마디조차 듣지 못하고 죽어야 했는지.

“성지가 거부했다.”

“….”

“지독한 원한이더군.”

무황은 무엇을 느꼈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서, 설마….”

“그래 아직도 내가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는 것을 모르리라 착각하고 있는 그들의 기운이 단전에 자라잡고 있었지.”

“허허! 허허허! 무의 근원은 어째서 이 곳이라는 것을 모르는지…!”

정신을 차린 이광길이 킥킥 웃어댔다.

“그래 이 곳은 성지이지! 큭큭! 김치우 너는 착각하고 있는 것 같군. 이 인간이 과연 야욕을 막아낼 수 있을까? 산에만 쳐 박혀 있더니 아무 것도 모르는 군. 드러난 힘들만 그들의 힘이 아니야.”

“오랜 친우여, 그래서 고개를 숙였나? 무인의 자긍심마저 모두 버리고? 왕족의 피를 이었다 해서 성지가 그대를 선택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네. 성지를 지은 것은 그대에게 피를 물려준 선조들이 아니야. 어째서 그것을 모르는가.”

“닥쳐. 꺼져라 김치우. 이미 모든 것을 잃었으니까.”

그의 얼굴은 지독하게 씁쓸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초절정 무인이 단 한 순간에 단전이 파괴되고 모든 무공을 잃었다. 젊었던 외모는 급속도로 늙었고, 몸에는 한줄기 힘조차 들어가지 않고 있었다.

“목숨을 살려줘서 아주 고맙다 애송이.”

창현은 그의 말에 피식 웃었다.

“말하지 않았나? 본좌는 그리 너그러운 사람이 아니야.”

그의 몸이 다시 붕 떠올랐다.

“컥!”

“수연의 할아버지라는 이유로 살려줬지만 그 것에 상관없이 넌 지독한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다가 영원히 죽지도 못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다.”

창현의 눈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주, 주인님!”

수연이 황급히 창현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제, 제발 할아버지를 살려주세요.”

“….”

“커어어억!”

“모든 기억을 지운다. 그는 평생을 평범하게 살아갈거야. 자신이 무인이었던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하겠지.”

이광길은 거품을 물었다. 창현의 말은…단전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던 그에게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였다.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창현의 입에서 기괴한 언어가 흘러나왔고 곧 이광길의 몸이 축 늘어졌다.

볼품없는 그의 신형이 떨어졌다.

털썩-!

“감사합니다, 주인님!”

수연은 그저 창현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목숨을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피콜로 빨리 정리해라. 그리고 윤미 너는 지금 이 나라의 대표라는 사람에게 찾아가.”

“네, 주인님.”

창현이 향원정 뒤 쪽에 있는 건천궁을 바라보았다.

‘재밌는 곳이야. 이건 이 육체의 피가 반응하는 것이 아니야. 육체의 피도 반응하고 있고…그 녀석의 영혼도…그리고 내 영혼조차 공명하고 있다. 성지라…자세히 들어야겠군.’

창현은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쾅-! 콰앙-!

하늘의 투명한 창이 터져나갔다.

“역시 지켜보고 있었어. 제법 신기해. 저 것이 마법이라 불리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무황이 대답했다.

“내 아이들은 좀 바쁘니 너에게 이야기를 듣지.”

“….”

창현은 웃으며 말했다.

“정무(政務)를 보는 곳이 있겠지? 안내해라. 그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지. 본좌가 아직 집을 다 둘러보지 못해서 말이야.”

무황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죽은 제자들에 대한 내사를 진행한다. 장문인에게 그리 일러라.”

“…장로님.”

“이 말도 전하거라.”

무황은 안내하라면서 앞서 천천히 걷고 있는 창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성지를 지켜야 하는 동이문의 제자이고 또한 성지의 주인을 따르는 동이문의 제자라고.”

============================ 작품 후기 ============================

누구긴 집 주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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