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88 회: 집 주인 혈마 -- >
갈라진 바다는 곧 강기로 변한다.
“…허!”
김치우 역시 자연의 기운을 빌어 허공에 떠 있는 것이다. 수연 역시 어느 정도 창현에게 지도를 받고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는 중이었고. 그리고 그 모습을 생생히 지켜보고 있는 군 소속 무인들이나, 아직 남아 있는 한국 무인 협회 소속 요원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허공답보(許空踏步)라 하면 본디 내공을 밖으로 유형화 할 수 있는 고수들이 그 기를 응축 시켜 공중을 디딛으면서 걷는 기술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내공 소모가 극심하고, 또 그냥 걷는 것과는 다르게 기를 응축시키고 디딛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효율적이지도 않다.
그렇지만 망망대해에서 수 십 미터는 더 높게 말 그대로 떠 있는다는 것은 마법사들이나 가능한 일이었다.
뭐 그것은 그것이고,
창현의 손 짓에 갈라진 바닷물들이 한 방울씩 뭉쳐 모두 강기로 변하고 있었다.
김치우가 놀라는 것은 바로 그 것이었다.
저 바닷물을 수치로 하면 얼마나 될까?
수 톤? 수십 톤? 수백 톤?
그 모든 자연의 기운을 다룬다는 것은 인간의 범주를 벗어났다고 봐야했다.
“마음으로 가는 길은 그저 길이야. 마음의 밭도 그저 밭이고. 인간은 본디 소우주이고, 선천지기는 그 소우주를 이루는 기운이다. 우주만물이 자연이라 할 수 있는데, 신은 그 우주만물을 인간의 육체에 담았다. 그보다 더 큰 자연은 없지.”
“…그 말씀은….”
“바다는 넓다. 하지만 바다는 우주가 아니지. 인간은 우주다. 아주 쉽게 말하면 인간이 상위개체라는 것이지. 탁한 기운이 쌓이고 쌓여 우주를 잃어가기 때문에 자연을 다스리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선천지기와 그대가 익히고 있는 무공을 어우를 수 있다면 이런 것도 가능하지.”
창현 주위로 수 만개의 물방울이 모두 강기로 변해 있었다.
엄청난 장관이었다.
“그럼!”
마치 딱밤을 때리는 듯 창현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수 만개의 강기방울이 괴생명체를 향해 쏟아져 나갔다. 순식간이었다.
퍼퍼퍼펑! 퍼퍼퍼펑! 펑펑펑펑!
엄청난 물줄기가 수십미터는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크야야야야!”
알 수 없는 괴상한 비명 소리가 괴생명체에게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물줄기가 걷히자…창현은 입을 벌렸다.
아무래도 의식 너머에 있는 창현의 영혼은 분명 만화를 무척 좋아 했던 것 같았다.
“…베, 베리어?”
창현의 입에서 허, 하고 어이없는 신음이 이어졌다. 막을 수 있는 강기의 수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괴생명체는 그 엄청난 몸집으로 공중에 뜨면서 바닷물을 이용하여 강기의 막을 쳤다.
일종의 호신강기였다.
단지 그 막이 꼭 기억 속에서 언젠가 보았던 어떤 애니메이션의 베리어라는 기술과 매우 흡사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말이 나온 것이었다.
“호, 생각 해 보니 많은 기술들이 실제에 근거 한 것이잖아?”
잠시 쓸데 없던 생각을 한 창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나와 도괴.”
다시 물이 갈라졌다. 몇 번이고 갈라지는 물 때문에 헬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나, 현장을 지켜보고 있는 수많은 군인과 요원들 그리고 그들 중 전문가들은 내륙에 자연재해라도 가지 않을까 걱정이었다.
아주 먼 바다가 아니었다면 쓰나미라도 났을 것이 분명했으니까.
츠츠츠-!
늘 땅을 가르며 나오던 도괴가 이번에는 물을 가르며 나왔다.
“킥킥! 키키키키키키킥 앗 저거슨?!”
도괴의 눈알이 괴생명체로 향했다.
“…회?”
“똥구멍으로 박아 버린다?”
“….”
한 마디로 도괴의 입을 다물게 한 창현은 괴생명체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그 물고기처럼 생긴 괴생명체 역시 창현을 주시했다. 감히 경시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눈동자 속에 또 다른 눈동자가 있었다.
마치 A-급 괴생명체를 버려도 상관없다는 눈빛이었다.
창현이 피식 웃었다.
그의 몸에서 혈마지기가 맴돌기 시작하고 도괴를 그대로 쏘아 날렸다.
츠츠츠츠츠-!
도괴가 일직선으로 날아가자 괴생명체 몸 주변에 다시 강기의 막이 생기기 시작했다. 바다 생물이라 그런지 푸른 색이었다.
치이익-!
“!!!”
하지만 그 강기의 막은 너무나도 간단히 뚫렸다.
그 순간 도괴의 도신에서 번쩍 하고 섬광이 터졌다.
“크으으으?”
괴생명체가 곧 날 뛰기 시작했다. 괴로운 듯 날개와 같은 아가미를 끔벅끔벅 벌리며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주군 대체….”
“아, 술법을 깼어. 날 지켜보고 있는 그 놈의 눈동자가 거슬려서.”
지성이 있는 괴생명체는 엄청난 존재이다. 그 엄청난 존재를 마치 소환수처럼 부리는 것도 두려운 일인데, 술법을 깼다는 것은 더욱 두려운 일이었다.
“몰랐나? 대충 문헌을 살펴보니 지금 남아 있는 술법은 다 내가 심심해서 적다가 버린 것들이던데?”
“…그게 정말 사실….”
“응, 저건 꽤 강력한 술법인 것 같은데 저 것도 내가 약관 때였나? 정파 나부랭이 한 놈 세뇌 시켜 보면서 실험 했던 거거든. 그게 저런 괴물한테도 먹히는 줄 몰랐지.”
“….”
김치우는 생각했다.
앞으로 이 인간을 적으로 두는 인간이나 단체들은 참으로 불쌍하다고.
“자, 그럼 대충 저 녀석 정리가 된 것 같으니 우리도 끝내 볼까?”
물고기처럼 생긴 괴생명체는 지성을 찾은 듯 그 눈동자의 탁한 빛이 없어졌다. 푸른빛을 띠고 있었던 눈빛은 어느새 녹색으로 바뀌었다. 본래의 색인 듯 싶었다. 자신의 몸을 마치 훑어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길게 빠진 목을 이리저리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창현을 바라보았다.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창현이 몸을 굳혔다.
“…들었어. 수연?”
“네?”
호신강기와 발밑의 강기 응축을 하는 것도 바쁜 수연은 창현의 말에 의문을 표했다.
창현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물고기가 말을 했어.”
“…주인님.”
“주군.”
말을 한 것이 아니다. 단지 울음 소리였다.
창현은 씨익 웃었다.
“뭐 아님 말고. 한 수 보여줘봐 무황. 구경꾼도 많은데.”
작전 지역이었고, 수 많은 한국의 공군과 더불어 주한미군은 물론, 주변국들까지 독도를 지켜보고 있던 중이었다.
당연했다. A-급 괴생명체가 내륙으로 들어오는 그 순간 재앙이었으니까.
김치우는 창현이 무황이라 부르자 괜스레 다 늙은 나이에 부끄러움이 들었다.
무의 황제.
그의 앞에서 그 칭호가 얼마나 부끄러운 칭호라는 것을 계속해서 깨닫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주군의 말을 거역할 수없다는 생각에 손에 있는 검을 고쳐 잡았다.
그리고는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청정지역의 자연의 기운을 느끼려 했다. 수 많은 바닷물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곧 무황의 손에서 검이 부웅, 하고 떴다.
그 때….
“이럴 줄 알았어.”
“…주군.”
창현이 가만히 검을 잠았다.
내공의 흐름이 끊겼음에도 김치우의 안색은 변함이 없었지만 쓴물이 올라오는 것은 사실이었다.
“내가 아까 했던 말을 귓등으로 들었군. 지난 번 수연 할아버지에게 했던 말들도.”
“….”
창현은 도괴를 다시 바다 깊숙이 넣어두고(불만 어린 목소리로 쳐 웃다 진짜로 물고기 괴생명체 똥구멍을 향해 날아가던 도괴는 싹싹 빌었다. 그건 더러우니 생략.) 김치우의 검을 고쳐 잡았다.
“무공은 박투술로부터 발전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 검으로 발전하기 시작했고, 수많은 병장기가 생겨난 것이지.”
“그렇습니다.”
“그 말은 즉 인간은 본디 맨 손으로 가장 강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검의 예리함과 검기, 검강으로 이어지는 강기의 향연은 분명 무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어. 하지만 같은 경지의, 같은 자연의 기운을 다스리는 인간이 대결을 했을 때 권법을 쓰는 사람이 검법을 쓰는 사람보다 몇 수는 더 유리하다. 일단 몸을 거쳐가서 뻗어져 나오는 강기의 길이 권법이 훨씬 짧기 때문이지. 바로 손에서 나오니까. 하지만 검법은 검을 한 번 더 거쳐야 하잖아?”
김치우는 새로운 무공의 본질을 창현에게 배워가고 있는 중이었다.
몇 백 년 전이었지만 혈마 강세찬은 천재였고, 종사라 불리었다. 그의 손에서 다시 태어 난 무공은 셀 수도 없었다.
“하물며 어검술은 말 할 필요도 없지. 내공, 즉 자연의 기운으로 이어지는 그 실도 거쳐야 하고 검까지 거쳐야 하지. 또 검을 조종까지 해야 하고.”
말과 함께…창현은 빛이 되었다.
고오오오오오-!
바다가 다시 양 옆으로 갈라지면서 수 미터 씩 물이 튀어올랐다. 그리고 그 가운데로 창현이 새로운 길을 만들며 마나탄을 준비하고 있는 괴생명체를 향해 달려들었다.
차앙-!
그 어떠한 현대식 무기도 통하지 않는다던 호신강기! 핵무기 이외에는 파괴할 수없다고 결론 내린 A-급 괴생명체의 단단한 비늘!
하지만 창현의 칼 질 한 번은 그 것은 둘로 쪼개지고 있었다.
쿠아아앙-!
“…허!”
김치우는 다시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수연이야 이미 놀란 것이 너무 많아 무덤덤한 편에 속했다.
그리고…
“방금 봤지? 봤어? 봤냐고? 저게 인간이냐고!!! 바닷물을 전부 강기로 만든 것도 모자라 저 괴물을 반으로 쪼갰어!!”
또…
“한국은 주한미군을 통해 미국에게 천외천 고수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싶었던 것입니까?”
어디에서는…
“…술법이 깨졌다. 그리고…B32호는 한 수에 갈라졌다.”
다시 창현으로 돌아와서, 그는 가볍게 김치우에게 검을 날렸다. 김치우는 한 가지 더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자신의 손에서 40년만에 울어줬던 그 검이…창현이 들자마자 우웅, 거리며 검명을 말이다.
“수연, 회수해. 특이하네. 물고기인데 내장 부분이 아니라 아가미 옆에 있었잖아?”
영롱한 푸른색과 녹색이 뒤 섞이며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약 사람의 팔뚝만한 마나석이었다.
고오오옹-!
그리고 그 때 하늘에서 여섯 대의 전투기가 창현의 머리위로 맴돌기 시작했고, 이두호 중장이 타고 있던 헬기가 도착했다.
“창현님 A-급 괴생명체의 껍데기로도 많은 것을 만들 수 있어요.”
“그렇습니다. 주군, 마나석 못지않게 저 사체 역시 상당한 가치를 자랑합니다.”
“바다 속에 가라앉고 있는데?”
“정부에서 알아서 건져 올릴 겁니다. 그 이후 가져 오라고 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면 되지 뭐.”
헬기 문이 열렸고, 창현과 김치우가 이두호 중장을 다시 만났다. 그리고 수연 역시 팔뚝만한 마나석을 들고 헬기 안으로 들어갔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전 국민을 대표해서 감사드립니다.”
곧 마나석으로 시선을 힐끔 돌리는 이두호 중장의 눈빛에 날카로움이 살짝 스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17호 : 내게 베리어까지 쓰게 만들다니.
16호 : 피콜로 대마왕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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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ㅅ............................비 오니 잠시 미쳐서 하하하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