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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마, 현대 재림기-95화 (95/170)

< -- 95 회: 집 주인 혈마 -- >

뒷짐을 지고 오연하게 모니터를 바라보는 창현의 눈빛에 모니터 속 알몸의 여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내 청와대 전체가 울릴 정도로 큰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여자가 그 소리에 천천히 목소리를 더했다.

“우리의 만남은 뒤로 미루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국가적 재난입니다.”

창현 역시 느끼고 있었다.

“…굉장하군.”

그 때 문이 열리면서 한 남자가 다급하게 창현을 불렀다.

“차, 창현님!”

“A급 비행형 괴생명체 서울 상공으로 빠르게 접근 중, A-급 수중형 괴생명체 부산 인근 바다로 빠르게 접근 중, 예상 소요 시간 30분. 국가적 재난 선포를 권고합니다.”

셀린의 무표정한 말에 남자는 더욱 다급해졌다.

“크, 큰일 났습니다!!”

사이렌이 울리자마자 대통령은 기자들을 모두 불러 모았고, 부산 인근 해안에 사는 모든 주민들의 대피령을 내리고 있었다.

문제는 서울이었다.

“일단 나가지.”

창현은 지하실을 나섰다. 나가는 창현의 뒷모습을 셀린은 무심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곧 전국 각지 정부 기관에 빠르게 괴생명체에 대한 정보를 넘기기 시작했다.

“A급이라!”

독도에서 만났던 괴생명체와는 차원이 다른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 기운만으로 일반인들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했다. 기(氣)에 예민한 일반인들은 아마 머리가 지끈 거리고 무척이나 어지러울 것이 분명했다.

다행이라면 성지의 결계가 풀렸다는 것이고 경복궁에서 퍼져나가는 기운이 어느 정도 괴생명체의 기운을 누그러뜨리고 있었다.

“어떻게 된 것입니까?”

얼마나 급한지, 청와대 앞에까지 몰려 온 기자들은 곧 대통령의 목소리를 들었다.

“셀린은 국가적 재난 단계를 최고 단계로 높일 것을 권고했고, 정부는 그 것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시간, 모든 문파 무인들과 정부 기관 무인들의 소집을 대통령의 권한으로 명령합니다. 1차적으로 부산으로 투입 할 것입니다.”

“….”

“그리고 지금부터 계엄령을 선포합니다.”

“….”

대통령은 몸을 돌렸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정문으로 다가오는 창현을 바라보았다. 서울은…그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 줘야했다.

“계엄령이 문제가 아니라, 모든 무인이 부산으로 투입 되면 서울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기자는 지금 서울에 있었다.

이기적이다?

기자의 질문에선 마치 부산 시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그 것을 이기적이라 할 수는 없었다.

자신의 목숨이 걸린 탓이었다.

지금 서울을 빠져 나가기는 너무나 힘들다. 발표가 이어지자마자 서울은 극도의 혼란에 빠졌고,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인 서울은 20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살고 있었다.

섣불리 한 꺼번에 빠져나가다 A급 괴생명체의 마나탄이라도 하나 떨어진다면?

끔찍한 인명 피해가 예상 될 수밖에 없었다.

“주한미군과 수도 방위부는 서울 방어를 가장 우선시 할 것입니다.”

대통령은 그 이상 말 하지 않았다. 곧 창현이 정문을 지나치자 기자들이 모두 창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 번에도 구해주실거죠?”

어느 여자 기자의 간절한 외침에 창현이 무심히 말했다.

“그러려면 취재에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빨리 길을 비켜야 하지 않나?”

기자들은 그제야 자신들의 추태를 깨닫고 황급히 길을 비켰다.

“무황은 윤미와 동이문 제자들을 이끌고 부산으로 가라.”

“…주군, 괜찮으시겠습니까?”

창현은 옅게 웃었다.

“시민들의 피해가 한 명도 없게 해. 기억 속에 계엄령은 치안 유지를 위해 군권의 발동이군. 그들이 시민들을 알아서 통제 할 것이니, 너희들은 한국 문파들보다 먼저 그 괴물을 막아라. 내가 가기 전까지는 죽이지는 마.”

“…주군?”

죽이지 말라는 말에 무황은 고개를 갸웃 거렸다.

“아, 그 쪽은 죽여도 되는 군. 여튼 알아서 잘 막아. 지난 번 그 놈과 같은 수준이면 윤미와 무황 너만으로도 충분 할 거야.”

무황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는 윤미와 함께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창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여유롭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지만,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서해를 따라 서울 상공으로 날아가고 있는 괴생명체는 어느새 인천을 지나치고 있는 중이었다.

서쪽에서 기운이 느껴지는 것을 감지하고 창현은 괴생명체의 목적지가 어느 곳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집으로 올 모양이군.”

그렇다면 굳이 갈 필요가 없었다.

순식간에 경복궁에 도착한 창현은 관광객들이 빠져 나간 텅 빈 근정전 뜰에 오연하게 서 있었다.

밖의 도로는 군인들이 통제하고 있었고, 정부 소속 무인들도 여럿 보였다. 그들 중 대표로 보이는 사람이 근정전 뜰로 들어섰다.

가볍게 고개를 창현을 향해 숙였다.

“괴생명체의 목적지가 경복궁 성지라는 것을 셀린이 예측했습니다. 모든 권한은 창현님에게 있다고 직접적인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불가능한 일이지만 지금은 시대가 다른 시대이다.

A급 괴생명체의 아시아 출현은 이 번이 처음이다. 그리고 한국에서 그 괴물을 막아낼 수 있는 사람은 창현 단 한 명 밖에 없었다.

상공은 이미 막혀 버렸다.

비행형이기에 언제 괴생명체에게 습격당할지 모르는 상태였다. 현대식 무기는 어불성설이었고, 일반 시민들이나 고위층이나, 부자들이나 모두 마찬가지였다.

서울을 떠날 수 없이 그저 창현이 그 괴물을 물리치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었다.

“오는 군!”

경복궁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끼아아아오!”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는 녀석의 울음소리에 천지가 뒤 흔들리는 것 같았다.

붉은 눈동자는 몇 십 미터 위에 떠 있음에도 희번덕거리는 것이 잘 보일 정도로 크고 붉었다. 창현은 고개를 들고 그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지난 번 그 녀석이군. 이봐, 군인.”

“…네 창현님!”

“근처에 사람들이 많나?”

“건물 안으로 모두 대피 시켰습니다…방법이 없었으니까요.”

“충격 때문에 건물이 무너질 수도 있다.”

“….”

“통제는 너희들에게 맡기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니 걱정은 하지마라.”

김소령은 그 말 한마디에 무한한 신뢰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반드시 단 한 명의 인명 피해 없이 이 소란을 막아낼 것이라 다짐했다.

비록 괴물은 창현이 상대하겠지만, 질서 유지만 한다면 충격파가 설사 건물에 떨어진다 하더라도 신속하게 대응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각하께서 확실히 빠르게 대처 하셨다.’

지난날의 역사에서 계엄령은 그 목적이 정치적 수단에 의해 사용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셀린이 국가적 재난 단계를 최고로 높일 것을 권고하자마자 곧바로 계엄령을 선포했고, 국제 법에 따라 모든 무인들을 부산으로 집결 시켰다.

서울은 결코 포기한 것이 아니었다.

단지 그녀 역시 창현을 믿은 것이다.

한국 랭킹 1위에 빛나고 유일한 천외천 고수라 불리는…그 끝을 모르는 강함을 가지고 있는 남자를 믿었다.

‘당장 자신도 위험한 상태다. 무서운 사람이야 각하는.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건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리고 그만큼 저 남자의 무력을 믿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미 여론은 극악이고 잃을 것이 없으니까.’

김소령은 다시 고개를 숙이고 경복궁 밖 도로로 향해 뛰기 시작했다.

“키아아아아아오!”

괴생명체는 경복궁 상공에 도착하자 다시 한 번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 희번덕거리는 그 눈동자는 이제 오로지 창현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워낙 커서 전체를 보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지난 번 그 독도에서 보았던 술법사가 여전히 조종하고 있다는 사실에 창현은 개구진 미소를 지었다.

“이 기운은 내가 서른쯤에 대충 휘갈긴 술법서에 있던 술법 중 일종인데…큭!”

배교는 본디 무공보다 술법이나, 강시술 등 그 외의 것이 훨씬 더 발전해 있었다. 하늘의 오성을 지니고 있었던 창현은 무공만이 아니라 그런 모든 잡기들까지 일통했고, 종사의 기지을 십분 발휘 해 기존에 있던 것을 모조리 뜯어 고쳤다.

당장 강시술만 하더라도 가장 최고로 쳐주는 이혼대법보다 훨씬 더 강한 강시를 만들 수 있었다.

활강시 제조 방법 중 하나인 이혼대법은 이미 죽어 버린 사람의 혼을 다시 그 사람의 육체에 강제로 집어넣는 방법이었다.

그러니 생전의 무공을 고스란히 발휘 할 수 있었고, 각종 약물로 단련된 신체는 금광불괴를 자랑했기에 생전보다 더욱 강하다고 할 수 있었다.

이혼대법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지배력 역시 엄청나다는 것도 강시술 중 최고로 치는 이유였다.

그런데 창현은 그 이혼대법에서 여러 가지 발견되는 문제들을 모조리 뜯어고쳤고 거의 새로 만들다시피해서 기록을 남긴 적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눈앞에서 몇 백년만에 그 강시술의 흔적을 보고 있는 것이었다.

“길을 들인 것 같군 강시술과는 조금 다르지만…그 때 저런 술법도 썼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창현은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이내 천천히 계단을 올라가는 것처럼 괴생명체에게 접근을 하기 시작했다. 통제를 하던 군인들마저 고개를 들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울의 시민들은 모두 간절하게 기도했다.

상공에 떠 있는 창현이 독도에서처럼 압도적인 무력을 보여주기를 말이다.

머리는 길쭉한 편이었고, 눈동자는 얼굴이 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빨은 사람 팔뚝보다 약간 더 컸고, 전체적인 몸통 역시 뱀 형상을 보이고 있었다. 다리는 네 개였다.

“어느 면으로보나 괴물이군.”

창현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바로 앞까지 접근하고 있음에도 괴물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지능이 상당하다고 들었다. 그리고…눈동자 속에 술법사의 눈동자도 있지만 이 녀석 역시 생각을 하고 있어. 굉장히 똑똑하군.’

힘든 싸움이 되…지 않았다.

힘들 이유가 전혀 없었다.

창현은 괴물의 지능이 상당하다는 것을 이용해서 먼저 힘의 우위를 보여 줄 생각이었다.

고오오오오오오-!

그리고 서울의 천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단 한 번도 전력으로 기운을 끌어 낸 적 없었던 창현은 진심으로 전력을 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곳은 경복궁 상공!

성지 역시 그 기운을 창현에게 복 돋아주기 시작했다.

가볍게 손을 들어 올리곤, 창현이 손바닥을 내밀었다. 그리고 붉은 혈마지기가 점점 크기를 키워 나갔다.

괴생명체 역시 전투가 시작되는 것을 직감하고 달려들려 했지만, 이내 손을 하늘로 들어 올리는 창현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 거렸다. 무척이나 징그러운 모습이기는 했다. 그 거대한 괴물이 고개를 갸웃 거리고 있었으니까.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

괴물은 입을 벌렸다.

아무리 지능이 있다고 하지만 본디 짐승에 가까운 본능적인 존재이다.

구름을 가르고 치솟는 붉은 원기둥에 담긴 기운에 A급 괴생명체는 처음으로 공포심이라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창현은 씨익 웃었다.

눈동자 속 술법사에게 말을 했다.

“살려는 주지. 본좌가 타고 다닐 것이 하나 필요하긴 했거든.”

전력을 다한 단 한수! 전 세계 천외천 고수들이 모두 느낄 수 있을 만큼, 아니 웬만한 사람들이라면 모두 느낄 수 있을 만큼 엄청난 강기의 폭발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창현은 자신의 부전공을 발휘 할 생각이었다.

“도윤청량심공으로 제어를 하는 군.”

창현의 얼굴에 진한 미소가 번졌다. 창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괴물의 머리에 손을 얹고 있었다.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괴상한 주문이 흘러나왔고 창현의 손에서 붉은 빛이 뿜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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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린과의 만남은 좀 더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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